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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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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2.21 00:05
연재수 :
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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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32,740

작성
23.10.10 23:5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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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평화를 끝낼 준비7

DUMMY

“기민아.”


“예, 전하.”


“...”


지영이 말을 하다 말고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자 기민은 왜인지 불안해졌다.


확률적으로 이런 식의 침묵이 이어진 뒤에 나오는 말은 열에 일곱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해도 될 정도니까.


... 좀 무엄하긴 한데 솔직히 무엄한 것 이상으로 굉장히 쓰잘데기 없는 말이 자주 나왔다.


“우리 가문은 뭐 하는 가문일까?”


“... 뭐요?”


“솔직히 그래. 우리 가문 시조가 어디인지 난 모르겠거든? 이게 또 근본이 없단 말이지, 근본이.”


“백 년 넘게 사신 분이 눈앞에 있는데 무슨...”


“내 이전에 말이야, 내 이전에. 예전에 언젠가 처음으로 역사서 편찬할 때 우리 가문 족보 뒤져봤는데 족보랄 게 없더만. 그냥 개 상놈의 집안인 거지.”


기민은 얼굴에 주름살이 하나 더 생기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가끔 이런 식으로 노화를 촉진하는 것도 능력이면 능력이리라.


“아니, 환웅의 자손은 어디다 팔아드셨습니까?”


“넌 그걸 믿냐? 장관씩이나 되어가지고. 에휴, 얼굴만 늙어서 순진하긴.”


“아, 대체 얼굴이 여기서 왜 나옵니까!”


“거울을 보면 대강 알 수 있을 텐데. 아, 그렇다고 지금 보라는 이야기는 아니란다. 아무튼 간··· 우리 가문엔 진짜 아무것도 없더라고.”


“위조하기엔 늦으셨습니다.”


딱 잘라 말하는 기민의 말에 지영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야 임마.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 허구한 날에 위조하고 다닌 것 같잖냐.”


“사실이잖습니까?”


“어허, 숨겨진 진실의 파편을 재구성한 사실을 공개했다고 해 주려무나. 덕분에 내 피를 이었다는 것만으로도 다 잘 먹고 잘 살거늘. 몇몇 인원은 예외지만 말이다.”


대표적으로 이기민, 이창민 등의 왕족이 좋은 쪽으로 예외인 케이스였다. 이기민은 능력으로 육군부 장관까지, 이창민은 어릴 적부터 싸돌아다니더니 알아주는 약초학자가 되어버렸다.


“그러고보면 참 신기해.”


“무엇이 말입니까?”


“그... 지은이 있잖아. 어떻게 내 피를 물려받고 저렇게 태어났을까? 난 저렇게 외모가 뛰어난 적이 없는데.”


이지은.


가장 유명한 왕족 중 한 명이었다.


능력이 좋아서? 어린 나이에 6급 사무관이니 좋은 능력은 맞지만 유명해질 정도는 아니다.


돈이 많아서? 왕족이기에 받는 연금에 시가 또한 섬유 기업을 경영하며 부유한 편이지만 발해에 그보다 더 부유한 사람은 꽤 있었다.


정답은 예뻐서.


정말이지 단순한 이유로 이지은은 지영 다음갈 정도로 유명한 왕족이 되었다.


“그래서 그리 데리고 다니셨습니까?”


안타깝게도 지영이 선전 겸 나들이 겸 데리고 돌아다녀서 얼굴이 팔린 케이스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선남선녀 왕족이라는 건 참 좋은 홍보 거리거든. 것보다 본인도 원했잖나?”


지금이야 결혼하고 얌전해졌지만 어렸을 때 이지은은 소위 말하는 공주병에 걸렸었다. 그래서인지 이런저런 관심을 아주 기쁘게 받아들였고.


“그야 뭐··· 그랬지요. 아니, 것보다 전하.”


“음?”

“저희 집 막내놈은 요즘 어떻습니까?”


“너희 집 막내놈을 나한테 왜 묻냐?”


“걱정이 되니 그러지요. 저희 막내놈이 좀··· 아시지 않습니까?”


“매화관이 말하기를 많이 줄었다더군. 저놈도 이제 크면서 정신 차리겠지.”


매화관,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꽃 특산품을 관리하거나 하는 사람 같지만 까놓고 보면 국가 공인 포주였다.


성매매와 유흥을 아예 국가에서 관리하는 바람에 이를 관리할 책임자가 필요했고 그렇다고 관직명을 ‘포주’ 이런 식으로 하기엔 아무리 체면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지영이라도 영 아니다 싶었는지 매화관이라는 그냥저냥 부를 만한 이름을 붙여준 것이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3급 관리관인지라 그 위상은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발해의 유흥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건실한 삶을 꾸려가고 있긴 했다.


“그렇다니 다행이긴 합니다만···.”


“아예 놀다가 공부 좀 빡세게 해서 매화사로 관직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나? 나름대로 중요한 일을 맡아서 하는 직군인데.”


“놀기만 하고 공부를 안 하니까 문제지요···.”


이기민은 말 나온 김에 자신의 막내아들에 대한 푸념을 한 바가지로 쏟아냈다.


매화사 한 명이 슬쩍 알려주길 최고 단골 중 한 명이라 할 때는 정신이 아득해졌다며 자식교육을 잘 못 시킨 것 같다며 푸념에 푸념을 하는 것이었다. 듣고 있던 지영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정도로.


“... 너도 고생이 많다.”


“전하, 전하께선 아이들 교육을 어찌하셨습니까?”


나름대로 절박한 그 물음에 지영은 길게 침묵하다가 이내 한 마디를 툭 대답이랍시고 내놓았다.


“내 애들은 알아서 잘 크던데···.”


“아니, 그래도 무언가 훈육법이 있을 것 아닙니까?”


“... 미안하다.”


기민의 고민은 그렇게 오늘도 깊어져 갔다.


...


남북동맹의 갱신에 대해서 몇 차례의 회담이 더 있었다. 하지만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는 회담이었다. 고구려야 갱신할 의사가 있었지만 발해는 갱신할 의사가 없었으니 어찌 의견이 일치하겠는가?


결국 양측의 회담은 끝끝내 결렬되었고 오랫동안 이어오던 남북 방위 동맹은 공식적으로 파기되었다.


“... 전하께서 날 부르셨다고?”


고덕은 의아해하면서도 지영이 호출한 장소로 향했다. 요즘 양국 관계가 영 냉랭한지라 서로의 대사관에도 발길이 끊겼는데 간만에 지영이 연례적인 행사 외에 호출한 것이었다.


고덕이 수많은 인파를 해치고 배정받은 자리로 가자 지영은 흘깃 그를 바라보더니 확성기에 대고 떠들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사흘 전, 고구려의 영광스러운 과거에 의해 양국을 지켜주던 동맹이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


그 충격적인 소식에 고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영을 바라보았다. 아직 소식이 닿지 않은 그로서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그들은 과거 그들의 영토와 영광이었던 의주, 평양, 개성, 서울 등의 도시를 자국의 영토라 주장하며 과인과 발해 정부의 동맹과 평화를 위한 필사의 노력을 묵살했습니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 평화와 번영을 바라였으나 우리가 가장 믿고 있던 동맹은 그것을 원치 않았고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고 있었던 동료는 단언컨대 가장 위험한 자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껏 이루어 온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깨뜨리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우리가 가장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이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이웃은 우리의 수도와 우리가 번영시킨 문명의 본산을 자국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으며, 우리를 신하로 여기며 수호하겠노라 약속했던 당은 서로가 갈라지고 싸우며 반도와 만주에 개입할 여력을 완전하게 상실했습니다.


그 누구도 전쟁의 위협을 원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의 위협은 차가운 겨울의 삭풍처럼, 뜨거운 여름의 열기처럼 우리에게 다가왔으며 이를 외면하고 안락한 집 안에 틀어박힌다고 한들 자연을 거슬러 누구 혼자만 무사하기를 바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정말 불행한 일이지만, 이제 우리를 지켜주던 울타리는 완전히 사라졌으며 오히려 그 누구보다 무섭고 위협적인 상대로 둔갑한 지금, 이제 우리를 지킬 것은 우리 스스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 위기를 외면하고 일어서지 않는다면 이 위기는 들불처럼 더욱 거세게 번져 그 누구보다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이 이 위기를 맞이해 더욱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야 할 것을 확신합니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죽음과 전쟁을 원치 않습니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이 평화의 시대가 깨지길 원치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최악을 대비하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우리의 소중한 가족과 우리가 지금껏 이어온 모든 것으로 치르게 될 것은 그 무엇보다 명백한 사실입니다.


이제 우리가 이루어 온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일어날 차례이며, 과인과 발해 정부는 그대들 신민과 그대들의 후손, 혹은 그 후손의 후손까지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엄숙히 약속드립니다.


신민 여러분, 반드시 명심하십시오. 그 어떠한 나그네도 들불 옆에선 편히 잠을 청할 수 없으며, 그 어떠한 사냥꾼이라 할지라도 호랑이 옆에서 가족과 단란하게 식사를 할 수 없는 법입니다.”


“““와아아아아아!!!!!”””


“우리의 것을 지키자!!”


“우리의 왕이시여, 영원토록 군림하소서!!!”


연설이 끝나고 뜨거운 호응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고덕은 그 몸 떨림을 감출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여기에 모인 인원만 해도 몇천에서 만은 넘기리라. 이 인원 중 몇 명이나 연설을 제대로 들었을지 모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에 그들은 연설을 들으러 왔고 열광했다는 사실만 남을 뿐이니까.


발해의 행정을 감안한다면 못해도 일주일 안에 본토는 전쟁을 지지하는(적어도 고덕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그리고 사실 그게 맞았다.) 열기로 후끈해지리라.


“어떻소, 대사. 실로 감동적인 연설 아니오?”


고덕은 애써 얼굴 근육을 혹사시켜 웃는 낯을 만들어 내고는 응대했다.


“전하, 아무리 동맹이 파기되었다고는 하나 이런 연설은 양국 관계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아, 그 양국 관계에 대해서 할 말이 있소만.”


지영은 세상 환하게 웃으며 종이 한 장을 건넸다.


“그 어떠한 나라도 자국의 영토와 수도가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는 나라와는 수교하지 않는 법이요. 하여 이 몸과 발해 정부는 귀국과의 모든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바요. 그리 되었으니 사흘 내로 퇴거해주시면 고맙겠소.”


노골적으로 ‘우리 전쟁할 거니까 너 꺼져.’라는 말에 고덕의 표정이 마침내 삼겹살을 구워먹고 뒷정리에 쓰인 신문지마냥 와락 구겨졌다.


“후회... 하실 겁니다.”


이를 아득 바득 갈며 내뱉은 말에 지영은 천진난만하게 답했다.


“응? 뭐라고? 목만 가고 싶다고?”


“...”


“입 조심하게나, 입. 그대가 지금껏 목을 붙이고 있는 이유는 그대가 한때나마 고구려 태왕을 대리했기 때문이고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외교관들이 외교관이라는 이유로 적어도 몸 성히 돌아오길 바라기 때문일세. 알아들었으면 이제 돌아가서 짐이나 싸시게. 괜히 두고 가는 물건 나오지 않게.”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소식을 들은 고구려 조정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다. 이젠 그 누구도 전쟁을 부정할 수 없었다.


작가의말

연설을 길게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짧게 줄였습니다.

근데... 어째 연설에서 진실된 내용이 없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5 루이미너스
    작성일
    23.10.11 09:30
    No. 1

    ??? : 고구려 때문에 전쟁한다(아니, 사실 우리가 긁어서 선전포고 하는거다).
    그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아니, 내가 원한다.) 그래도 우리는 지켜야한다.(아니 우리가 공격이다.) 당은 분열됐지만(응, 그거 내가 함) 우리는 이길것이다.(이것만 진실임 이기는거 우리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몽쉘오리진
    작성일
    23.10.11 14:31
    No. 2

    진짜 입만 열면 구라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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