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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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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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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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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화 기로

DUMMY

368화 기로


“아슬아슬했군.”


홍타이지를 비롯한 청나라 군세가 이곳에 도착한 것은 아직 사흘도 지나지 않았다.


진지는 어설프게 막사를 얼기설기 지은 것이 다였고, 쉬지 못하고 저들이 언제 올지 몰라 경계하느라 병사들은 만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심지어 화포를 올린 언덕배기는 어설프게 천으로 덮어 보이지 않게 위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정도로 그저 배치에 바빴다.


그럼에도 짧은 시간 안에 얼추 준비를 마고 저들을 맞이할 수 있었던 건 물론이고 저들이 다가온 후에야 발견하였다는 건 실로 천운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도리가 없었다.


여기에 더해 지금 청나라 군사들의 사기는 비할 데 없이 높으니, 그래도 먼저 와서 기다렸다는 심리적 우위가 이에 한몫하고 있었다.


또한 멀리 시선을 주며 살피는 홍타이지의 눈에는 명나라 북방군이 지치고 놀란 것이 한눈에 보였다.


나쁘지 않았다.


최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나, 그저 부족할 뿐이다.


사실상 최악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명나라 군대에 비하면 이런 것, 작은 오차에 가까웠다.


“모두 보이는가?”


홍타이지가 주변에 있는 이들을 향해서 말하니 사람들은 다소 어리둥절한 얼굴로 대답을 꺼렸다.


명나라 군대를 보고 말하는 거 같은데, 어쩐지 지금 홍타이지가 바라는 대답은 그저 보이는 대로가 아닌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흐하하하! 나는 보인다! 보여! 저것이다, 저것이 북경이고 명나라며 천명이다!”


눈앞에 늘어서서 서둘러 전투를 준비하는 명나라 북방군을 보며 홍타이지는 즐겁게 웃었다.


“저들이 없어지면 북경은 희망을 잃는다! 북경이 떨어지면 대명이라는 말은 이제 과거의 것이니, 오로지 대청만 남는다! 그러하여 천하를 아우를 황제는 나만, 청나라의 한이자 관온인성황제만이다!”


눈앞에 있는 적을, 명나라 북방군만 치우면 홍타이지는 제가 말한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를 위해 여럿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논했다.


이를 위해 온갖 병력이며 물자를 준비했다.


이를 위해 대청은 말 그대로 이번 전쟁에 모든 힘을 기울였다.


그간 들인 노고는 실로 농부가 봄에 파종하여 여름에 돌보았음에 비견된다고 홍타이지는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마지막 차례, 수확하고 그 결실을 맛보며 즐거워할 시간이었다.


“요토!”

“예, 한이시여!”


홍타이지의 부름에 버일러 아이신기오로 요토가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선봉은 너다! 휘저어라!”

“예!”


요토가 기운차게 대답하는 걸 보며 홍타이지는 다음으로 두 사람을 동시에 호명했다.


“지르가랑! 잉굴다이!”

“지르가랑, 여기에 있습니다!”

“소신 잉굴다이, 한의 명을 듣습니다!”


정친왕 아이신기오로 지르가랑, 의정대신 타타라 잉굴다이가 연이어 응하니 홍타이지는 두 사람을 물끄러미 보았다.


“고생했다. 패배를 감내하였으니 이제 두 사람에게 승리의 양익을 맡기겠다. 지르가랑, 넌 좌익이다. 잉굴다이, 그대는 우익이다.”


홍타이지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직접 무기를 들고 말에 올랐다.


“중앙은 내가 직접 지휘한다! 대청 전사들이여, 만주족 형제들이여! 이제 승리하고 즐길 시간이다!”



***



“오, 옵니다!”


부관 하승덕이 떨면서 이르는 말에 홍승주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통증이 정신을 날카롭게 다듬으니 그는 곧 호령했다.


“당황하지 마라! 그저 며칠 후에 있을 전투가 오늘이 되었을 뿐이다! 할 일은 다르지 않으니, 싸워서 이기면 되는 일이다!”


홍승주는 그렇게 말하며 의기를 보였으나 내심은 달랐다.


‘병사들 상태가 좋지 못하다.’


홍승주의 군대는 아무리 단련하였다고 한들 본질은 신병이며 경험이 부족한 병사들이다.


또한 사람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마음을 다잡기란 쉽지 않은 법.


이러한 점을 보면 그들은 확실하게 말해서 청나라에 비해 부족했다.


그리고 그 부족함으로 끝나지 않고 누적된 피로가 함께 하니 지금 명나라 병사들에게 가르친 만큼 힘이 나올까 생각하면 홍승주 스스로도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된다 안 된다를 떠들 때가 아니었다.


지금 말하고 생각할 것을 오로지 하나, ‘해내야 한다’였다.


“화포를 준비하고 밀집 대형으로 적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 여기서 저들을, 참칭하는 오랑캐 황제를 잡아 북경을 지키고 대명을 다시 세울 것이다!”


홍승주는 그렇게 말하고는 아직 허둥거리기 바쁜 장수들을 노려보며 다시 외쳤다.


“어서 준비하지 않고 무얼 하는가! 여기서 이기면 우리는 대명을 다시 살린 공신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것이다!”


당당하게 외친 홍승주는 제가 한 말이 그저 빈말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하들 말을 몰아서 앞으로 나섰다.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내가 가장 앞에 있으니 그야말로 천지신명과 대명 열성조의 보우가 있음이 틀림없다! 나와 함께 대명의 호국 공신이 될 자들이라면 나서라!”


두려움을 일절 보이지 않고 나서니 장수들도 하나둘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섰다.


“소장이 호국 공신이 되겠습니다!”

“소장도 호국 공신이 될 것입니다!”

“대명이여 영원하라!”


장수들이 각각 대답하며 말을 달려 나아가니 홍승주는 속으로 안도하는 한편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하승덕을 불렀다.


“부관.”

“예!”

“나는 선두로 나갈 것이다.”


선두로 나갈 것이라는 말에 하승덕은 목울대를 움직여 침을 삼켰다.


존경스럽지만 동시에 자신은 도저히 하지 못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 장군?”


그러던 중 돌연 홍승주가 단도로 제 소매를 잘라 천 쪼가리로 만드는 모습에 하승덕은 당황하여 그를 불렀다.


그러나 홍승주는 개의치 않고 품에서 세필을 꺼내서 잘라낸 소매에 무언가 적고는 하승덕에게 접어서 건넸다.


“받게.”

“이게 뭡니까?”

“지금 열지 말고 나중에 열어 보면 알 것이야.”

“나중이라니, 언제 말씀이십니까?”


하승덕이 묻는 말에 홍승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저절로 알게 될 것이네. 반드시 그때가 왔을 때만 열어보게. 그렇지 않다면 나는 자네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걸세.”


홍승주가 엄히 이야기하니 하승덕은 접은 천을 열어볼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품에 넣었다.


“아, 알겠습니다.”

“좋아. 그거면 되네.”



***



“쏴라!”


가장 먼저 개전을 알린 것은 청나라에서 어렵게 준비하고 감추었던 화포였다.


“으악!”

“사, 사람 살려!”


그저 쇳덩어리가 멀리 날아온다, 그것뿐인데 어찌나 두려운지 명나라 병사들은 제게 그 쇳덩어리가 날아온다 싶으면 기겁하며 피하려고 했다.


당연히 진영이 어긋나기 십상이니 곧 그들을 다잡는 불호령이 날아들었다.


“당황하지 마라! 화포의 정확성은 대단치 않다!”

“백 명이, 아니 천 명 가운데 한 명이 죽을까 말까 한 일이니 겁먹지 말고 자리를 지켜라!”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저 오랑캐들의 말발굽이 너희 모두를 죽일 거다!”


호통과 으름장 혹은 협박이라고 해야 할 말들에 명나라 병사들은 애써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실제로 포탄이 근처에 박히면 놀라기 십상이니 좀처럼 온전한 밀집대형을 갖추기 어려웠다.


“화포를, 어서 화포를 준비하고 대응하라!”

“우리 쪽 놈들은 대체 무얼 하고 있는거야?”

“맞지 않아도 좋다! 어서 우리에게도 있다고 알려!”


이러한 상황에서 답은 오로지 하나, 화포가 적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리는 것이니 화포를 맡은 장수나 그렇지 않은 장수나 모두 한마음으로 아군의 화포가 사격을 시작하길 빌었다.


“준비 끝났습니다!”

“그럼 뭘 기다리느냐? 어서 불을 당겨라!”


이윽고 명나라에서도 화포가 적 방향을 겨누고 쏘아지기 시작했다.


제대로 조준도 하지 않고 그저 급하게 쏜다는 모양새를 내기 위한 것이라 포탄은 제각각 날아갈 뿐 이렇다 할 피해는 주지 못했다.


그러나 그러한 눈먼 포탄에도 조금이나다 달려오는 청나라 팔기들이 운 없게 쓰러지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몇몇 포탄은 청나라 화포들이 모여 있는 곳 부근에 떨어지니 그것만으로 명나라 장졸들은 용기를 얻었다.


“봐라! 우리가 저들을 치고 있다!”

“이길 수 있다, 이길 수 있어!”

“조총을 준비하고 쏘면 바로 병기를 바꾸어 들 생각을 해라!”


이어지는 격려와 호령에 명나라 병사들은 각각 달려오는 적을 향해 조총을 들었다.


“조준! 발사!”


타다닥


그 짧은 시간에 용케도 장전했다 싶은 조총을 청나라를 향해 겨눈 명나라 병사들은 화승이 타들어 가는 걸 보며 제 심장도 같이 타들어 가는 기분을 느꼈다.


심지를 붙일 즈음에는 저만치 있던 이들이 심지 절반이 타니 어느새 활을 들고 이쪽을 겨누는 게 보였다.


그리고 심지가 다 타들어 간 순간, 양측의 무기는 동시에 서로를 향한 살의를 발했다.


타다다당

피잉

피핑


조총 맞추는 실력이 부족하나 그 부족함을 숫자로 보충하겠다고 하듯 말이나 기수에 맞아 청나라 사람들이 낙마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숫자의 명나라 병사가 화살에 그대로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쐈으면 당장 대도든 창이든 들어서 막아!”


방금 자신 양옆에 있던 전우 둘이 화살을 각각 눈과 목에 맞고 쓰러지는 걸 목격한 명나라 병사는 얼어 있다가 누군지 모를 호령에 반사적으로 바닥에 둔 창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근처에 살아남은 이들, 그리고 후열에 있다가 바로 방패와 창을 들고 합류한 이들과 함께 대열을 이루었다.


살고 싶다, 오로지 그 생각이 지금 창을 든 명나라 병사는 물론이고 여기에 있는 모두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살 수 있어. 살 수 있어. 살 수 있어.’


그러던 와중에 창을 든 명나라 병사는 끊임없이 제게 되뇌었으나 그 떨림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인지 창을 든 손은 전에 없이 떨리고 있었다.


이는 그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 역시 그러했으니, 이는 비단 두려움에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간 강행군으로 인한 피로가 알게 모르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두려움과 피로로 인한 이 부족함은 안타깝게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쿠웅


달려온 청나라 팔기들이 이들이 여러모로 어설프다는 걸 눈치채고 그대로 말의 체중을 실어서 들이받아 버린 것이다.


그 충격에 명나라 병사들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흩어졌고, 창을 들었던 명나라 병사는 운 나쁘게도 팔 한쪽이 부러지며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아프다,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뒤이어 들이닥친 청나라 팔기들이 명나라 병사를 짓밟고 지나갔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명나라 병사는 생각했다.


‘살고······.’



***



“빌어먹을.”


된소리를 입에 담은 명나라 장수 마길제는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한 손으로 훔쳤다.


벌써 베어버린 적이 몇인지 세는 것도 잊어서 모른다.


옆에 섰던 병사들이 몇 번 바뀌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길제가 확실하게 느끼고 아는 게 있었다.


‘졌어.’


그는 전체를 볼 수 있는 장소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선두에 있어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게 있었으니, 바로 전장의 기세였다.


‘이대로는 시간 문제야.’


당장은 호각으로 보이나 마길제는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아군은 점점 위축되고 있고 저들은 점점 기세를 올리고 있다고 말이다.


이래서야 그가 아무리 열심히 싸우고 적을 베어도 의미가 없었다.


그저 패전에 가려진 분투로 끝날 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간신히 다시 잡은 줄이 흔들리는 환상이 마길제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심지어 그 줄은 옆에 날카로운 칼이 박혀서 언제 끊어질지 몰랐다.


‘이대로 끝날성 싶으냐. 이제 다시 시작했단 말이다.’


이를 악물며 대도를 쥔 손에 힘을 준 순간, 그의 눈에 다른 줄이 보였다.


희미하고 멀지만 그는 그 줄을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는 갈등했다.


그리고 결정한 순간, 마길제의 걸음은 이제 앞이 아니라 뒤로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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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391화 두 번째 황제의 죽음 +1 23.10.31 263 20 16쪽
391 390화 떠나는 계절 +3 23.10.30 249 22 13쪽
390 389화 사대부로서 부끄러운 일 +3 23.10.29 264 20 12쪽
389 388화 필요하면 만든다 +5 23.10.28 292 21 14쪽
388 387화 모으고 나누고 +6 23.10.27 285 19 14쪽
387 386화 하나보다 여럿이 낫다 +7 23.10.26 289 21 12쪽
386 385화 급제 +4 23.10.25 288 23 15쪽
385 384화 면대 +5 23.10.24 285 21 12쪽
384 383화 완벽한 오답 +2 23.10.23 273 24 12쪽
383 382화 천자와 황제 +3 23.10.22 269 20 14쪽
382 381화 과거 +3 23.10.21 256 19 15쪽
381 380화 떨치기 어려운 생각 +2 23.10.20 244 19 15쪽
380 379화 흐른다고 하여 옳은 게 아니다 +2 23.10.19 254 19 12쪽
379 378화 이웃 +1 23.10.18 244 20 12쪽
378 377화 도움이 필요한 사람 +1 23.10.17 237 19 14쪽
377 376화 고하를 가리지 않는 마음 +2 23.10.16 233 20 15쪽
376 375화 다음 한 수 +2 23.10.15 243 17 15쪽
375 374화 북경 함락 +6 23.10.14 263 20 15쪽
374 373화 고칠 수 없는 것 +4 23.10.13 211 17 15쪽
373 372화 저열한 보신 +2 23.10.12 209 18 13쪽
372 371화 사람은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3 23.10.11 230 17 14쪽
371 370화 근거 없는 희망 +1 23.10.10 218 17 12쪽
370 369화 엇갈린 운명 +1 23.10.09 217 19 15쪽
» 368화 기로 +2 23.10.08 212 17 12쪽
368 367화 함정 +1 23.10.07 207 16 14쪽
367 366화 승리로 이어질 패배 +2 23.10.06 233 16 14쪽
366 365화 선점 23.10.05 224 17 12쪽
365 364화 가야 할 곳은 +1 23.10.04 237 16 14쪽
364 363화 맞아떨어진 이해 +1 23.10.03 241 16 16쪽
363 362화 살기 위한 궁리 +2 23.10.02 232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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