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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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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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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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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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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95화 불빛이 하나라면 아무리 작아도 중요하다

DUMMY

495화 불빛이 하나라면 아무리 작아도 중요하다


오늘날 명나라는 많은 걸 잃었다.


북경을 잃었고, 화북을 잃었고, 대국이라는 명칭도 잃었다.


차마 스스로를 남명이라고 칭하지는 못하지만 이미 형세가 과거 남송과 다르지 않다는 건 머리가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알았다.


그러나 우습게도 명나라가 바로 멸망의 길로 갈거라고 생각하는 이는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없었다.


사실 이는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긴 했다.


이미 남송이 백하고도 오십 년을 더 버텨냈음을 생각하면 명나라 역시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 명나라 황제인 의흥제 주자랑은 큰 결단을 내려 산둥을 완충지대로 삼고 하남, 관중, 사천을 분봉하여 방패로 삼았으니 남경을 중심으로 한 지역은 안전하다.


물론 분봉은 아직 작위 내려주는 일이 끝나지 않았았다.


허나 기실 하남은 물론이고 장안이며 사천도 이제는 알아서 돌아갈 기반이 구축되었으니 이미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한 남경으로 돌아온 산해관 군사들 그리고 이제 북방군 재건도 힘을 받기 시작했으니 나아가 싸우기는 주저함이 있을지언정 지키기에는 충분하였다.


세 지역을 봉작하였다고 하나 그곳에서 나오는 세수가 아주 끊기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더해 이제 나가기보다는 지키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기로 작정하였으니 지출 역시 줄어서 충분히 감내할 만했다.


무엇보다도 아직 온전히 쥐고 있는 남경이며 그 일대 땅은 부유하고 풍족하니 재정 자체는 전에 북경에서 다스리던 시절보다 양호하다고 할 수 있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사람들은 지금 상황을 흥망의 기로라기 보다는 성쇠에 가깝다고 여겼으니, 위험하다고 여기나 누구도 망할 것이라 여기지 않는 셈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버티기만 해서는 영영 명나라는 본래의 위풍당당한 대명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걸 조금만 생각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자연히 사람들은 완충지로 삼은 산둥이며 휘하에 새로 생긴 세 번국을 두고 다른 방향으로 타개책을 궁구하였으나 뾰족한 대답은 나오지 않던 참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번 서쪽 대원정은 그러한 면에서 여러 기대를 모으고 있었는데, 이 기대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나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환관 장화 역시 이러한 것을 알았으니, 그는 이를 이용하여 이번 일을 더욱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허나 그가 돌아와서 남경에 이 일을 알린 순간, 생각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이 일에 가장 크게 반응을 보인 것은 남경 조정에서 가장 힘이 있다고 할 두 사람이었다.



***



“청나라에서 대규모 선단을 꾸려서 보낸다고!?”

“그러합니다.”


장화는 주자랑이 격하게 놀라는 말을 들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조금 더 밀어주면 충분하겠다, 그렇게 여겼던 것이다.


“태감은 이 일을 어디서 알아낸 것이오?”

“산둥에 갔다가 전에 조선에서 사귄 이와 우연찮게 해후하였습니다. 그는 이후에 명나라에서 보낼 선단에 동행할 예정이라는 말을 하며 이 일을 넌지시 알려주었습니다.”

“우리와 동행한다? 나는 금시초문인 일이다. 양 상서는, 아니 양 대학사는 이 일을 알고 있는가?”

“소신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일전에 조선에서 사람이 와서 만남을 청한 바가 있으니, 지금 생각하면 이 일을 고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각 대학사 겸 병부상서인 양사창이 고하는 말에 주자랑은 얼마 전에 조선에서 주청사가 와서 남경에 머무르고 있다는 걸 떠올렸다.


그때는 그냥 그려려니 했지만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이 일을 청하고 알리기 위함이 분명해 보였다.


‘나중에 캐어물을 일이로구나.’

“장 태감이 생각보다 일을 빨리 행한 모양입니다.”


접견할 조선인들에게 따로 물을 것을 생각하던 주자랑의 귀에 양사창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자랑은 그가 그저 장화를 칭찬한다고 여겨서 고개를 끄덕였으나 양사창의 내심은 조금 달랐다.


‘예상 밖이다.’


솔직히 말해서 양사창은 그가 소개한다는 연줄을 별달리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그것을 빌미로 이 일, 서쪽 원정을 지원하기로 약조한 것은 사실이다.


허나 그는 그보다는 장화의 열의와 이로 인해 무언가 하고 있다는 모습을 외부에 드러내는 걸 염두에 두고 결정을 내렸다.


아주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력하게 그저 지키기만 하고 있는 모습보다는 이런저런 해결책을 시도하는 것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리고 따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희망을 품게 하는 법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사창에게 있어서 이 서쪽 원정은 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그런데 오늘 마주하기로 한 조선 사신이 들고 올 말을 미리 알려오다니, 양사창은 장화가 말한 연줄에 대한 평가를 좋은 쪽으로 예상 밖이라고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뿐,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니 양사창은 곧장 황제에게 고개를 돌려서 고했다.


“폐하, 공교로운 일이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흐음.”

“또한 소문이라는 건 언제고 알려지는 법이니 후일 이 일을 두고 세인들이 분명 왈가왈부할 것인즉, 자칫 백성들이 선단의 크고 작음으로 인하여 오해하여 스스로 두려워하며 겁을 먹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오해는 바다 건너에서도 품을 수 있으니 신중하셔야 합니다.”


말은 신중하라고 하였으나 그 뜻은 선단 규모를 늘리기 바라는 것에 있으니 주자랑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장 태감이 말한 것을 믿는다면 조선 사람들이 동행하여 전투는 없을 것이라 봄이 옳을 것이다. 허나 그와 별개로 사람들은 비교하며 겨루기를 좋아하니 반드시 우리와 청나라를 저울질하고자 할 터, 여기서 밀리면 무엇이든 얻기가 어렵겠지.”


두 나라를 처음 보는 이들은 자신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로 살피려고 할 터, 그 가운데 가장 알기 쉽고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선단의 규모와 구성이었다.


이렇다 보니 이쪽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 선단 차이는 그대로 국력 차이로 인식할 공산이 컸다.


그리고 그 격차가 크면 클수록 명나라는 초라하게 인식될 것이 뻔했다.


그렇게 되면 바라는 대로 서쪽에서 우호적인 나라며 동맹 찾는 일은 요원할 것이며 기술이든 무엇이든 얻기가 지난할 터였다.


무엇보다도 주자랑은 며칠 전에 이번 선단에 함께 하기로 자청한 제 동생, 장평공주 주미착을 생각하면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다른 녀석들처럼 그저 물러나서 있어도 되거늘, 나서서 자청한 아이다. 그 아이가 창피를 당하게 할 수는 없다.’


주미착이 장화와 함께 선단에 오르기로 결정한 것은 바로 어제니 그는 그 일을 기억하며 각오를 굳혔다.


“장 태감.”

“예, 폐하.”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우리 역시 물러날 수는 없다. 당장 나는, 우리 대명은 서쪽에서 힘을 얻기 위해 장평공주도 함께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규모에서 밀린다면 세인들이, 바다 건너에 있는 이들이 과연 무어라고 하겠는가?”

“예?”


어전이라는 생각을 잠시 잊을 정도로 지금 말은 장화를 크게 당황하게 했다.


‘화, 황녀 전하가 선단에 오르신다고?’


그러나 그의 놀람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듯 주자랑의 말이 이어졌다.


“하여 나는 이번 일에 더욱 힘을 들이고자 하니, 선단을 더욱 크게 준비하라. 절대 청나라에 밀려서는 아니 되며, 서쪽에서 우리는 그들보다 거대한 나라요 강한 나라로 보여야 한다. 알겠는가?”


대답을 요구하는 물음에 장화는 잠시 주저했다.


자칫 잘못하였다가는 기둥뿌리를 뽑아 선단에 들이부을 기세니 만약 그렇다면 장화는 좋기보다는 곤란하였다.


이번이 더 없는 기회라고 여기긴 했지만 그건 위대한 여정의 첫 번째라는 의미로 그러했다.


그가 본디 계획한 것은 정화의 대원정처럼 여러 차례에 걸친 원정이니 이번 일은 그저 물꼬는 트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장화가 바라는 것은 명나라를 떠났다가 돌아와서 칭송받는 것이니, 명나라가 멀쩡히 버티고 있지 않다면 빛이 많이 바랜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흘러가면 의미가 크게 바뀌니 장화는 꿈이 눈앞에 있음에도, 아니 꿈꾸던 그림 그 자체인 상황에도 대답을 하기 어려웠다.


허나 이 자리에서 대답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곧 거절이며 할 수 없음을 주장하는 것과 같았다.


그렇게 된다면 눈앞에 다가왔던 꿈은 그대로 신기루가 되어 저 멀리 사라질 것이니 장화는 조금 늦게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였다.

“폐하, 뜻하시는 바는 알겠습니다. 소신도 그러한 일을 당연하게 여기며, 응당 뜻에 따라 행할 것입니다. 허나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하게 보이니, 무엇이든 감하여 함이 낫다고 여깁니다.”

“위험을 감내하지 않고는 얻는 것도 없다.”


단호하게 말한 주자랑은 장화가 더 무어라고 하기 전에 확실하게 말했다.


“장 태감, 조정을 소집하여 선단 꾸리는 일에 쓸 재물이며 사람을 더 내어주겠다. 기존에 예정된 것보다 더 크게 꾸려라.”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말에 장화는 주저했다.


그러다가 이것만은 말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애써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폐하, 심히 민망하나 한 가지만은 반드시 말씀드림이 옳다고 여겨 고하고자 합니다.”

“무엇인가?”

“선단을 늘리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갑자기 선원이며 배 준비하는 일을 생각하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한가 불가한가를 논하면 분명 가한 일이었다.


여기까지는 장화도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그렇지 않으니, 장화는 그 점을 입에 담았다.


“황녀 전하께서 선단에 함께 하시는 것은 실로 좋은 일이나 그분과 함께하며 무작정 규모만 키우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은 개의치 마라. 내 따로 준비할 것이니, 그대는 다른 선원이며 배를 준비하는 일만 신경 써라. 또한 이 일에 제독 오양을 함께 동행하게 할 것이니 그대는 오로지 선단이 오가는 일만 집중하면 된다.”


말을 이렇게 들었다고 하나 황녀가 동행하는데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걸 장화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더 말을 내기에는 좋지 않다고 여긴 그는 일단 물러나고 나중에 따로 황제를 설득하고자 했다.


“황상께서 이르시는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좋다.”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주자랑은 이내에 시선을 돌려서 양사창을 바라보았다.


“조선 사신을 오늘 보고 이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준비하라.”

“예, 폐하. 이르신 대로 속히 준비하겠나이다.”



***



“이렇게 바로?”

“본래는 여독을 풀라는 의미로 사흘 후로 예정되었던 일인데, 이상하군요.”


주청사로 온 전 영의정 김류는 돌연한 연락에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이에 좌의정 이성구 역시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는데, 금양군 박미는 반응이 조금 달랐다.


“산둥에 갔던 이가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그쪽에서 먼저 무엇을 들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산둥?”

“아아, 그러고 보니 산둥에는 본래 제물포를 맡았던 외조 정랑 윤휴가 오간다고 들었습니다.”


의아함을 보이는 김류에 비해 이성구는 기억 속에서 일을 끄집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잘 알지 못하는데 이성구는 알고 있다는 현실에 씁쓸함을 느낀 김류는 잠시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내에 그 생각이며 감정을 흘린 그는 마음을 다지며 입을 열었다.


“일이 갑작스럽게 빨라졌다고 하나 이미 준비할 것은 다 준비하였고, 오늘 하나 나중에 하나 할 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니 괜찮겠지요. 곧바로 채비하고 들어들 가십시다.”


김류의 말에 박미와 이성구는 누가 먼저랄 거 없이 고개를 끄덕이니 그들은 곧 채비하여 황궁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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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5 g9******..
    작성일
    24.02.16 21:37
    No. 1

    세력과시의 현장이 되어버리고..눈맞아버리는 청춘남녀가 생기려나..하..하..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53 K.S
    작성일
    24.02.20 12:15
    No. 2

    유럽 공국의 두 가문 대신 중원을 양분한 두 제국의 황족 간 이야기가 되는 건가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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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 538화 감추는 재미 +2 24.03.30 161 16 12쪽
538 537화 모두가 아는 비밀 +2 24.03.29 151 14 13쪽
537 536화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 +4 24.03.28 150 15 12쪽
536 535화 알고도 모른 척하긴 어렵다 +2 24.03.27 153 14 12쪽
535 534화 미룸은 미정이 아니다 +3 24.03.26 163 14 12쪽
534 533화 허황된 이야기 +2 24.03.25 155 14 16쪽
533 532화 덕은 풍성함이 전부가 아니다 +2 24.03.24 165 12 12쪽
532 531화 소망은 성장한다 +4 24.03.23 167 15 15쪽
531 530화 한가함 뒤에 다가오는 것 +2 24.03.22 157 13 12쪽
530 529화 신부 교환 +2 24.03.21 178 14 13쪽
529 528화 어려운 관계 +3 24.03.20 180 13 11쪽
528 527화 친하면 조금이라도 돌아본다 +1 24.03.19 167 15 13쪽
527 526화 연약한 사람 +6 24.03.18 162 18 12쪽
526 525화 물려받은 천성 +1 24.03.17 164 13 12쪽
525 524화 인정받지 못한 아이 +1 24.03.16 188 15 12쪽
524 523화 뜻은 누구나 품을 수 있다 +2 24.03.15 156 16 13쪽
523 522화 병졸과 역관 +4 24.03.14 164 19 12쪽
522 521화 오는 사람, 가는 사람 +3 24.03.13 173 14 13쪽
521 520화 용기 있는 말 +4 24.03.12 174 16 17쪽
520 519화 정통성 +4 24.03.11 180 19 13쪽
519 518화 그대는 옳다 +3 24.03.10 174 14 11쪽
518 517화 거울 같은 사람 +3 24.03.09 175 14 12쪽
517 516화 우선하여 해결할 일 +2 24.03.08 188 17 13쪽
516 515화 맞수 +3 24.03.07 178 17 14쪽
515 514화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7 24.03.06 183 16 13쪽
514 513화 소리는 사람을 모은다 +2 24.03.05 184 15 12쪽
513 512화 비상함은 필요하지 않다 +4 24.03.04 176 17 13쪽
512 511화 민감한 일 +2 24.03.03 191 14 12쪽
511 510화 노인의 일 +3 24.03.02 198 18 13쪽
510 509화 고귀한 이름 +4 24.03.01 175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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