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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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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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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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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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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94화 포기할 수 없는 일

DUMMY

494화 포기할 수 없는 일


예친왕 아이신기오로 도르곤의 입에서 구체적인 말이 나오자 지금까지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친왕들의 얼굴이 하나 같이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이걸 그대로 두고 보라고?”


가장 먼저 말로서 감정을 표현한 사람은 정친왕 아이신기오로 지르가랑이었다.


이에 도르곤은 쓰게 웃으며 물었다.


“그렇지 않으면?”


도르곤이 되묻는 말에 지르가랑은 당장이라도 군을 움직여서 조선을 치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느꼈다.


그러나 다소 성급한 면이 있다고 한들 그도 사세 보는 눈이 있으며 생각하는 머리가 있으니 그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걸 잘 알았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할 수는 있지만 득보다 실이 큰일이 될 게 뻔히 보였다.


“조선왕은 까다롭다는 말이 참으로 와닿는 순간이 아닐 수 없군그래.”


말문이 막힌 지르가랑을 대신하여 입을 연 것은 요여친왕 아이신기오로 아바타이였으니 그는 고개를 주억이며 말을 이었다.


“곧 황상의 비가 되실 분이 찾아온다. 바다를 건너 조선을 통해서 말이지.”

“지금이라도 유구를 통하여 오게 하면 어떻습니까?”


혹시 모를 위험이나 갈등을 생각한 양친왕 아이신기오로 와극달이 조심스럽게 이르자 동석하고 있던 다른 친왕, 영친왕 아이신기오로 아지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더 위험하다.”

“명나라 때문입니까?”

“그것도 있지만, 뱃길이 멀어진다.”


뱃길이 멀어진다고 이른 아지거는 쓰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거기에 본디 일본은 조선을 통하여 관계하기 시작한 나라다. 그렇게 하는 순간 조선만이 아니라 일본이며 그곳에서 들이는 사람과 양곡이 불안정해질 거다.”

“끄응.”


아지거의 말에 앓는 소리를 낸 와극달은 돌연 든 생각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조선과 일본이 손을 잡을 수도 있겠습니까?”

“······글쎄요. 그건 어려울 것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대학사?”


내각 대학사 범문정이 끼어들어서 말하자 와극달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이에 범문정은 차분히 그에게 일렀다.


“본디 일본은 조선과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바에 따르면 조선은 일본과 국운을 걸고 전쟁한 게 아직 반백 년도 정도에 불과합니다. 물론 적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길지도 않지요. 또한 국교를 회복한 것은 그보다 더 짧으니 아무래도 그런 것은 어려울 겁니다.”

“그런가?”

“예. 그리고 당금 일본국의 기조는 제가 보기에 안주함에 있습니다. 이런 일로 군사적인 일을 꿈꾸진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조선에서 그걸 달갑게 여기지 않겠지요.”


범문정이 하는 말에 도르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


“불편한 일이지. 전에 일본에서 사람을 우리에게 내어주고자 할 때를 기억하면 분명하다. 조선은 동래부터 옛 전쟁에서 활약한 명장을 내세워서 그들을 엄하게 감시하고 살핀 바가 있다. 조선이 그런 면으로는 일본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방증인 셈이지.”


전에 조선에서 있었던 소동을 언급한 도르곤은 범문정을 보며 물었다.


“아주 대응책이 없는 건 아니긴 하다. 하지만 그러는 게 나은지 아닌지 불명확하다. 대학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이 맞는가?”

“그러합니다.”

“대응책이 있다고?”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오가는 말에 귀만 열어 놓고 있던 지르가랑이 반색하며 묻자 도르곤은 고개를 저었다.


“대학사가 그저 어쩔 수 없음을 논하기 위해 우리를 모았을까. 정녕 그러하다면 우리를 불러 모을 게 아니라 연락하여 설득하는 게 낫다.”


들으니 그른 말은 아니라고 여긴 지르가랑은 바로 시선을 범문정에게 향했다.


이는 섭정친왕회의 친왕들도 같았으니, 범문정은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욱 크게 일을 하고자 하니, 배를 더욱 준비하고자 합니다. 아예 회순왕 전하나 지순왕 전하를 함께 하게 하는 것도 좋을 수도요.”

“······두 사람에 대한 건 일단 차치하고 묻지. 그게 왜 득이지?”

“배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명나라와 싸우며 천하 쟁탈에는 핵심적인 수단으로 쓰기 어렵죠. 그저 교란에 그칠 뿐입니다. 허나 명나라는, 남경에 있는 이들은 수군을 놓을 수 없습니다.”


남경을 노리는 계책임과 동시에 수군을 언급하자 친왕들은 범문정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깨달았다.


“흐음. 가능하긴 할 거 같은데.”

“허나 수군을 아주 놓는 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아지거에 더해 와극달이 각각 생각하는 바를 입 밖으로 내자 이어서 아바타이가 입을 열었다.


“위험하지. 당장 화북에서 내려가 싸우고자 하면 여러 강들이 있다. 그것을 수군이 없이 대처하기는 귀찮지.”

“하지만 배가 없다고 어쩌지 못할 수준은 아니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건 명나라에 크나큰 압박이다.”


눈을 빛내며 말한 지르가랑은 떠오르는 말들을 빠르게 쏟아냈다.


“그리고 이쪽에는 유구가 있다. 녀석들이 아직 모른다면 한번은 기만으로 쓸 수 있어. 그대로 돌려도 좋고, 아니면 녀석들을 불시에 치는 것도 고려할 수 있겠지.”

“허면 아예 우리가 준비하는 규모를 조선에 일러주는 것도 가하겠다. 그들을 통해서 명나라가 정보를 얻을 테니까.”

“기습의 묘를 얻는다면 이쪽은 승리하기 좋을 터, 그대로 남경을 두고두고 압박한다는 것도 고려할 법하군.”


아바타이와 아지거가 전장을 구른 경험을 토대로 저마다 의견을 제시하니 금세 자리는 열기로 달구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범문정은 그 열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그것이 얼마나 효율적이라고 한들 저로서는 찬성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 그걸로 단박에 남경이며 명나라 잔존 세력을 전부 무너트릴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이미 그건 저들이 스스로를 나눈 순간부터 물 건너갔다. 이미 전쟁은 남경을 얻는다고 끝이 아니야.”


범문정이 하는 말에 힘을 실어 준 도르곤은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던 친왕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남경을 쳐도 천하가 다 손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조선과는 척을 지어야 한다. 적을 앞에 둔 상황에서 그러는 건 아무리 대청이 강해도 당장은 피하고 싶은 일이지.”

“명나라 치는 일이다. 왜 녀석들과 척을 지지?”

“그 선단, 조선 관인들이 동행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쪽도 마찬가지지. 그 모두를 실수 없이 죽여 입을 봉할 수 있나?”

“그것은······.”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며 자칫하면 위험해질 게 뻔한 일이니 지르가랑은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 지르가랑의 반응에 도르곤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조선이 지난 전쟁에서 못난 꼴을 보였다고 하나 예로부터 수군이 강하였으며 온갖 배가 그 나라를 드나든다. 결국 드러나는 건 시간 문제에 불과해. 그리고 그 순간 조선이 적대하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봐야겠지. 이제 다시 물으마.”


다시 묻겠다고 한 도르곤은 이어질 말이 그저 지르가랑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하듯 사람들을 하나씩 돌아보고는 물었다.


“그럴 가치가 있나?”

“없지.”


도르곤이 묻는 말에 주저없이 대답한 것은 아바타이였다.


그는 딱 잘라 말하여 자신이 했던 말들이 부질없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내고자 한 것만은 아니니, 지금 나왔던 말들 가운데 몇몇은 충분히 남길 법하니 그러한 것들을 남기고자 했다.


“허나 규모를 늘려서 저들에게 부담을 안긴다는 건 확실히 좋은 방안이다. 대학사, 그대도 그것을 염두하고 우리를 모은 거겠지? 그만한 일이다. 재물이 들어가는 것도 그렇지만 회순왕이며 지순왕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선대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대에게 조금 어려운 일이겠지.”

“요여친왕께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어떤 일로 모였는지는 아나 범문정이 제안하고자 하는 일은 아직 상세히 듣지 못하였음은 도르곤이나 지르가랑은 물론이고 섭정친왕회라고 한들 마찬가지였다.


또한 아바타이 역시 지금 어렴풋이 알아챈 것에 지나지 않으니 이들은 범문정이 생각하는 바를 조금 더 자세히 듣고자 하였다.


재차 모이는 시선에 범문정은 조금 전에 일렀던 말을 다시 꺼냈다.


“배를, 저쪽에 보내는 규모를 키우겠습니다. 다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 하도록 하지요.”

“사람은 최소한으로 태우겠다는 뜻인가?”

“예. 대신 위장으로서 회순왕이며 지순왕 전하 가운데 한 분을, 아니 가능하면 두 분 모두를 태우겠습니다. 그리고 두 분은 유구를 통해 돌아오시게 합니다. 대표로는 보국친왕께서 가시니 충분하겠지요.”


회순왕 경중명과 지순왕 상가희의 반발을 염려한 대응책이니 친왕들은 좋은 생각이라고 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단을 크게 함은 명나라에서 헛다리를 짚고 힘을 소모하기 바라는 것에 있으니 그만하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들이 빠져도 보국친왕 아이신기오로 예부슈가 있으니 격식에서 꿀릴 일은 없었다.


“이쪽의 여력을 하나 써서 적의 여력을 둘이나 셋을 깎는다는 판단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영 미적지근함이 있음도 그렇고, 사람도 걱정이군.”

“선원을 이르심이라면 중간에 사람을 모음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래?”


일단 궁리는 하고 있다는 말에 지르가랑은 가벼이 반문하고는 더 의문을 품지 않았다.


뱃길에 대해 아는 것이 적은 편이니 이 이상은 무어라 말할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찬성이다.”

“나 역시 찬성입니다.”

“나도 찬성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지르가랑이 하는 말에 이어서 아바타이, 아지거, 와극달이 차례로 범문정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대답했다.


이제 남은 것은 도르곤뿐이니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쉽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은 이것인 듯하군.”


물론 여기에 더 가미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을 해도 사족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라고 여긴 도르곤은 가장 단순하게 하나의 목적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들의 여력을 덜어 저들의 여력을 배로 지워낸다는 목적에 말이다.


“나 역시 동의하겠다.”


이렇게 다소 아쉬움이 담긴 도르곤의 말을 마지막으로 결론이 지어지니 이 결론은 곧 청나라의 뜻이 되었다.


이에 조선의 제안을 수락함은 물론이고 명나라의 눈을 속이기 위한 일이 시작되니 그들이 의도한 대로 이 일은 곧 명나라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몸이 단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산둥에 들렸다가 소식을 듣게 된 환관 장화였다.



***



“제기랄!”


산둥에 들렸다가 남경으로 돌아가는 길에 장화는 초조함에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며 승질을 부렸다.


예상과 달리 산둥에서 조선의 외조 정랑 윤휴를 만난 것은 좋았다.


앞으로 있을 일이며 내각 대학사 겸 병부상서 양사창과 맺은 약속을 빨리 지킬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전해준 소식은 그로 하여금 당황하게 하였으니, 바로 청나라가 그들과 시기를 같이하여 선단을 움직일 생각이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욱 질이 나쁜 것은 그것이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말이었으니, 장화는 이 일로 인해 간신히 이루어지려던 꿈이 멀리 떠나는 환상을 보았다.


‘안돼!’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 장화는 이를 악물었다.


“간다. 반드시 간다. 녀석들이 앞지른다고? 그러면 내 모든 걸 들여서라도 앞서면 그만이다.”


각오를 강하게 다진 장화의 눈에서 보이는 빛은 강렬함을 넘어서 스산한 광기, 혹은 집착이라고 할 것이 엿보이니 누구도 그의 생각을 막을 수 없어 보였다.


그러나 장화는 미처 알지 못했다.


설마하니 이 소식으로 인해 자신이 적극 추진하는 게 아니라 걱정하여 제지하는 쪽이 될 거라고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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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 538화 감추는 재미 +2 24.03.30 161 16 12쪽
538 537화 모두가 아는 비밀 +2 24.03.29 151 14 13쪽
537 536화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 +4 24.03.28 150 15 12쪽
536 535화 알고도 모른 척하긴 어렵다 +2 24.03.27 153 14 12쪽
535 534화 미룸은 미정이 아니다 +3 24.03.26 163 14 12쪽
534 533화 허황된 이야기 +2 24.03.25 155 14 16쪽
533 532화 덕은 풍성함이 전부가 아니다 +2 24.03.24 165 12 12쪽
532 531화 소망은 성장한다 +4 24.03.23 167 15 15쪽
531 530화 한가함 뒤에 다가오는 것 +2 24.03.22 157 13 12쪽
530 529화 신부 교환 +2 24.03.21 178 14 13쪽
529 528화 어려운 관계 +3 24.03.20 180 13 11쪽
528 527화 친하면 조금이라도 돌아본다 +1 24.03.19 167 15 13쪽
527 526화 연약한 사람 +6 24.03.18 162 18 12쪽
526 525화 물려받은 천성 +1 24.03.17 164 13 12쪽
525 524화 인정받지 못한 아이 +1 24.03.16 188 15 12쪽
524 523화 뜻은 누구나 품을 수 있다 +2 24.03.15 156 16 13쪽
523 522화 병졸과 역관 +4 24.03.14 164 19 12쪽
522 521화 오는 사람, 가는 사람 +3 24.03.13 173 14 13쪽
521 520화 용기 있는 말 +4 24.03.12 174 16 17쪽
520 519화 정통성 +4 24.03.11 180 19 13쪽
519 518화 그대는 옳다 +3 24.03.10 173 14 11쪽
518 517화 거울 같은 사람 +3 24.03.09 174 14 12쪽
517 516화 우선하여 해결할 일 +2 24.03.08 188 17 13쪽
516 515화 맞수 +3 24.03.07 178 17 14쪽
515 514화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7 24.03.06 183 16 13쪽
514 513화 소리는 사람을 모은다 +2 24.03.05 183 15 12쪽
513 512화 비상함은 필요하지 않다 +4 24.03.04 175 17 13쪽
512 511화 민감한 일 +2 24.03.03 190 14 12쪽
511 510화 노인의 일 +3 24.03.02 198 18 13쪽
510 509화 고귀한 이름 +4 24.03.01 174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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