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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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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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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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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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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18화 그대는 옳다

DUMMY

518화 그대는 옳다


뜻이 정해졌으면 실행에 뜸을 들일 이유가 없으니 산둥 아문 첨정 송시열은 곧장 궐 앞으로 향하고자 했다.


그러나 바로 행하고자 하는 것은 그만의 생각이었는지 승정원 주서 송준길이며 외조 정랑 윤휴는 그를 불러세웠다.


“성상께서 내리신 말씀은 함께 들었으나 첨정께서 어떻게 풀고자 함인지는 아직 듣지 못하였습니다.”

“명보 형님 말씀 대롭니다. 이대로 나가서 소싯적 일을 재현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다면 그만두십쇼.”


윤휴의 말에 송시열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제게 시선이 오자 윤휴는 작금 상황을 일러주었다.


“사론이 분분하게 양분되었던 지난날, 그리고 과거가 있기 전에 사람들이 백가쟁명 운운하던 것과 지금은 또 다릅니다. 전자가 그 세가 비등하였음을 말할 것도 없고, 후자 역시 목소리 높인 이들만 치자면 비록 그 소리가 중구난방할지언정 비교할만 하였습니다. 허나 이번은 아닙니다.”


이번은 아니라고 하는 말에 송시열은 이렇다저렇다 대답하지 않았는데, 그를 기이하게 여긴 윤휴는 다시금 말을 하고자 입을 열었다.


그러나 소리는 그의 입이 아닌 송준길의 입에서 나왔다.


“정랑께서 하신 말이 옳습니다. 갈라진 사론 가운데 하나를 대표하여 나섬은 누구도 흉을 보지 않을 것이나 이번은 그저 목소리 하나가 있어 주장할 뿐이고 동조하는 이도 없지요.”

“자칫하면 이 사람이 근래 부끄럽게 불리는 호칭이며 칭송받음을 내세워서 그를 내리누르려고 한다고 하겠지요. 아니면 조정의 권위를 내세운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을 겁니다.”


송준길이 하는 말을 들은 송시열이 침묵을 깨도 낸 말은 자신도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에 윤휴와 송준길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는데, 당장 이대로 궐 바깥으로 나가서 허목과 논하기를 시작하면 그러한 시선을 피할 길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허목을 궐을 향하여 소리치고 있고, 지금 송시열이며 송준길 그리고 윤휴는 궐에서 나가는 중이다.


그러니 나가서 논하면 자연스레 그들은 궐을 대변하는 것이고 허목은 홀로 항변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 분명하였는데, 이러한 구도는 방금 이야기한 구도 그대로였다.


또한 생각이 있는 이라면 그러한 이치를 자연히 떠올릴 것이니 이도 좋은 일은 아니었다.


당장은 송시열이 옳다고 듣을 수는 있을지 모르나 나중에, 특히 관련자들이 없어진 후에는 그 시각이 바뀔 수도 있으니 결국은 오명을 피하지 못할 터였다.


그 우려하는 일이 눈을 통하여 그대로 드러나니 송시열은 소리 없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거 참, 두 분은 이 사람과 같이 성상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이시지 않았소? 그런데 왜 그런 걱정을 하시는지 당최 모르겠습니다.”

“들었지요. 헌데 정말 가서 오래된 일 돌보자고 하실 것은 아니니 그다음에 이른 것들을 논하려는 게 아닙니까.”

“명보 형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논할 것은 한 사람으로 나라가 흔들리는 것을 막음이 가하다고 하실 것이니 어찌 걱정하지 않겠습니까.”


송준길과 윤휴가 각각 걱정을 드러내는 말에 송시열은 그저 웃었다.


“하하, 이거 오해가 있었군. 하긴, 사람의 말이라는 게 언제나 그렇지.”


오해가 있다고 한 송시열은 두 사람을 향해 당당하게 일렀다.


“나는 궐 앞에 있는 그 사람과 논박하러 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를 긍정하러 가는 와중이니, 잘 모르시겠다면 두 분은 그저 지켜봄이 낫겠습니다.”


허목을 긍정하러 간다는 말에 송준길이며 윤휴는 누가 먼저라고 할 거 없이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이내에 그 말을 이해하였으니 두 사람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정말 가능하다면 좋지만 위험한 일입니다. 자칫하면 같이 엮여서 의금부 신세를 지게 될 것입니다. ”

“그게 아니라도 사람들은 송자라는 이름이 과하였다고 혹평하겠지요.”

“성상께서 하신 말씀을 이 사람은 믿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호칭은 예나 지금이나 내게는 과분합니다.”


걱정을 가득 내비치는 두 사람을 달랜 송시열은 다시 가던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니 그 가는 길에는 궐 바깥으로 향하는 문 그리고 허목이 있었다.



***



“그대가 근자에 주장하는 일이 있다고 하는 허 모시오?”


궐 앞에서 소리치며 있기를 얼마나 하였을까.


잠시 떠둔 물 한 모금 마시고 쉬던 허목은 제 앞에 선 이, 송시열을 보더니 그 위아래를 살폈다.


“그 나이에 참상관이라니, 임금께서 드디어 이 사람에게 비답을 내려주실 생각이 드셨나 봅니다.”


송시열도 나이가 적지만은 않아서 이제 곧 불혹이다.


하지만 참상관에서 그치는 이도 수두룩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낮은 지위는 아니니, 첨정의 품계가 종4품이라는 걸 고려하면 당상관이 목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허목의 말을 틀렸다고 할 수 없었으니, 송시열은 새삼 예전에 비해 자신이 상당히 높이 올랐음을 자각했다.


‘산성에서 어리숙한 소리 하던 녀석이 이제는 첨정이구나.’


자신에게 나직이 이른 송시열은 가슴에 불이 이는 것을 느끼나 그와 별개로 눈과 입은 차분하게 움직였다.


“이 사람은 산둥 아문 첨정 송시열이라고 하오.”

“······이거 이름 높은 송자를 내가 알아뵈지 못했습니다.”


송시열이 자신을 밝히니 허목은 예의를 갖추는 한편 경계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곳에 온 사람이 전에 신풍 부원군의 일로 유명하여진 송시열이니 그저 뜻을 전하거나 들음이 아니라 무언가 하고자 왔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이 자리에서 논변하고자 함이라고 여긴 허목은 빠르게 자신이 주장하던 것이며 그 뒷받침으로 세울 증거들을 되새겼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짦은 시간 동안 되새긴 허목은 자신만만한 눈빛으로 송시열을 보며 기다리니, 과연 입이 열리며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그 말은 그가 예상하였던 말들, ‘이것이 어찌 옳은 말인가’나 ‘말이 과하다’와 같은 것들이 아니었다.


“내 오늘 진정한 사대부를 보았으니 감탄하였소. 그대는 정녕 훌륭하오.”

“······지금 뭐라고?”

“조금 돌려 말한 덕에 잘 알아듣지 못하신 모양이오. 허면 더욱 확실하게 말하고자 하니, 당신이 맞소이다.”


온갖 말들을 들었지만 자신이 옳다고 하는 말은 개중에 하나도 없었던지라 허목은 당황하며 무슨 말을 더 꺼내야할지 알지 못했다.


그런 허목에게 송시열은 웃는 얼굴로 물었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나중에라도 고침이 마땅하니, 그것은 세월을 가리지 않음이 옳소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어리숙하여 아직 한 가지 깨닫지 못하였으니 허 선생께 가르침을 구하고자 합니다.”


그저 말이 다가 아니라고 하듯 송시열은 그 자리에서 절을 올리고 바닥에 앉았다.


그 모습에 허목은 더욱 당황하여 엉거주춤하였는데, 당황한 가운데 이것은 해야겠다고 여긴 것인지 그는 송시열과 마찬가지로 절하고 마주 앉았다.


“잘못된 것을 고치고자 하는 선생의 말씀에 따르고자 하면 방도가 있어야 합니다. 선생께서는 이 일을 어떻게 고침이 맞다고 보시오?”

“······크흠. 당연히 노산군을 정식으로 종묘에 올리고 추증과 복위를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대우도 동반되어야 하니, 비록 지금은 끊어진 가계라고 한들 능은 남아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지당한 말씀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고개를 끄덕여 수긍한 송시열은 웃음을 짙게 하니, 허목은 기이하게도 그 웃음에 크게 경계심을 느꼈다.


‘대체 왜? 아니, 상대는 송자라고 하여 이름이 높은 이다. 이대로 끝낼 리가 없겠지.’


세상 풍파라는 말이 자신을 위해 있다고 하여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허목은 많은 일을 겪었다.


그러니 돌연히 명성 높은 이가 나타나 그를 도와주는 건 언감생심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 실제로 일어난 지금도 여전히 의심이 마음 한켠에 있었다.


그러한 허목에게 다시금 송시열의 말이 들리니, 그 말들은 그가 품은 경계심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알려주었다.


“국통은 누더기와 같다. 그러면 노산군을 추증하고 복위하는 것으로 끝입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건지 이 사람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대가 말하였으니, 정통은 노산군께 있소. 허면 세조 대왕은 찬탈자며, 그 이후는 모두 그 가계며 혈통이오.”


찬탈이라는 말에 허목은 새삼스럽게 자신이 주장한 말들이 어렵고 위험함을 실감했다.


그러나 이미 목은 내놓고 왔으니 주저할 생각은 일절 없던 그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것이 맞습니다.”

“허면 이제 우리가 논하고 알아야 할 것은 이것이니, 당금 성상께서 자리에 앉아계심이 옳은지 아닌지외다. 선생께서는 필시 이러한 일을 논하고자 하실 거라고 여겼는데, 아닙니까?”


노산군이 적통이며 세조 대왕은 찬탈자다.


그러나 그 가계는 이어져 지금까지도 조선을 다스리니, 지금 임금 자리에 있는 이도 마찬가지다.


하여 그가 그곳에 계속 있음이 옳은가, 아닌가?


이러한 물음에 허목은 잠시 눈알을 굴렸다.


지금까지 그가 주장한 것도 목을 내놓았다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과격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송시열이 묻는 것은 그 이상이었으니, 여기서 말하기에 따라서 그의 앞날이 크게 달라질 터였다.


‘아니, 달라질 것은 없다.’


이미 주장할 만큼 주장하였으니 돌이킴은 없다.


그렇게 다짐한 허목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책임을 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책임이라. 이미 누대에 걸친 일이오, 적통이 바뀌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이 나라는 사대부의 나라니 응당 노산군의 뜻을, 그것이 어렵다면 문종 대왕이나 세종 대왕의 뜻을 이을 분이 자리에 앉으심이 마땅합니다.”



***



“저, 저, 저!”

“아니, 저자가 진정으로 실성을 하였나!?”

“하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

“어허, 경을 칠 소리 하지 말게! 삼족이 다 죽어 대가 끊기고 싶으신가!”


송시열이 나타났을 때 그를 알아본 사대부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기대를 품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흐른다 싶더니 궐 앞에서 당금 주상 전하를 포함한 전대까지 싸잡아서 정통성 운운하는 말이 오가니 지나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주목하던 이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등골이 절로 서늘해지는 말들에 그들은 무의식중에 걸음을 반걸음 정도 물리기도 하였는데, 그걸 자각한 이들은 부끄러움에 걸음을 다시 내밀거나 혹은 더 나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이들이 공통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허목이 진정 미쳤거나 아니면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담이 크다는 점이었다.


그가 처음에 외침도 그러하나 정당한가 부당한가를 제치고 당당하게 궐 앞에서 역적모의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셈이니 말이다.


그렇게 당황하며 살피던 중 눈치 빠른 이들은 송시열이 기다렸다는 듯이 웃음을 지은 것을 보았다.


무언가 있음을 드러내는 웃음에 기대를 담아서 보니 송시열은 그 기대에 응하듯 바로 입을 열어 허목에게 말했다.


“말씀은 실로 옳습니다. 다만 선생께서 말씀하신 대로면 그저 과거를 고침으로 충분하실 터이니 힘은 그만 쓰셔도 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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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67 ageha19
    작성일
    24.03.10 21:19
    No. 1

    '뜻'을 잇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정작 세종이나 문종의 그 뜻이 무엇인지 본인은 이해하고 있는지... '순교자 코스프레'에 도취되어 진짜 중요한 핵심을 놓치는 듯.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99 천년고목
    작성일
    24.03.10 22:35
    No. 2

    잘 보고 갑니다. 흥미롭네요. 원 역사에서 세조의 원 뜻이 아니었다. 이런식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던 한계를 어떻게 정리하실지.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65 g9******..
    작성일
    24.03.11 07:08
    No. 3

    어라..임금님..도망각..잡으시나..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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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 538화 감추는 재미 +2 24.03.30 161 16 12쪽
538 537화 모두가 아는 비밀 +2 24.03.29 151 14 13쪽
537 536화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 +4 24.03.28 150 15 12쪽
536 535화 알고도 모른 척하긴 어렵다 +2 24.03.27 153 14 12쪽
535 534화 미룸은 미정이 아니다 +3 24.03.26 163 14 12쪽
534 533화 허황된 이야기 +2 24.03.25 155 14 16쪽
533 532화 덕은 풍성함이 전부가 아니다 +2 24.03.24 165 12 12쪽
532 531화 소망은 성장한다 +4 24.03.23 167 15 15쪽
531 530화 한가함 뒤에 다가오는 것 +2 24.03.22 157 13 12쪽
530 529화 신부 교환 +2 24.03.21 178 14 13쪽
529 528화 어려운 관계 +3 24.03.20 180 13 11쪽
528 527화 친하면 조금이라도 돌아본다 +1 24.03.19 167 15 13쪽
527 526화 연약한 사람 +6 24.03.18 162 18 12쪽
526 525화 물려받은 천성 +1 24.03.17 164 13 12쪽
525 524화 인정받지 못한 아이 +1 24.03.16 188 15 12쪽
524 523화 뜻은 누구나 품을 수 있다 +2 24.03.15 156 16 13쪽
523 522화 병졸과 역관 +4 24.03.14 164 19 12쪽
522 521화 오는 사람, 가는 사람 +3 24.03.13 173 14 13쪽
521 520화 용기 있는 말 +4 24.03.12 174 16 17쪽
520 519화 정통성 +4 24.03.11 180 19 13쪽
» 518화 그대는 옳다 +3 24.03.10 174 14 11쪽
518 517화 거울 같은 사람 +3 24.03.09 175 14 12쪽
517 516화 우선하여 해결할 일 +2 24.03.08 188 17 13쪽
516 515화 맞수 +3 24.03.07 178 17 14쪽
515 514화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7 24.03.06 183 16 13쪽
514 513화 소리는 사람을 모은다 +2 24.03.05 184 15 12쪽
513 512화 비상함은 필요하지 않다 +4 24.03.04 175 17 13쪽
512 511화 민감한 일 +2 24.03.03 191 14 12쪽
511 510화 노인의 일 +3 24.03.02 198 18 13쪽
510 509화 고귀한 이름 +4 24.03.01 175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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