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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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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최근연재일 :
2024.09.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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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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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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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3.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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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531화 소망은 성장한다

DUMMY

531화 소망은 성장한다


한양에 도착한 이후 본 것들은 도쿠가와 오키코에게 있어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조선왕을 시작으로 조선의 세자며 세자빈이라는 이들이 그녀에게 주는 감각이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사람들,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츠에 상황 고미즈노오 그리고 고륜영안공주 비양고와 예친왕 아이신기오로 다이샨에 이르기까지 오키코는 그들에게서 강한 열망과 같은 걸 느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가 그러했으니, 그녀가 보기에 차이는 이제 타오르고자 하거나 한창 타오르고 있거나 그도 아니면 타오르고 천천히 그 힘을 줄여 가고 있는 것만 차이가 있었다.


하여 그녀는 조선왕 역시 그러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였고, 그 짐작은 훌륭하게 빗나갔다.


대신 조선왕에게서 느낀 것은 열기가 아닌 바람이었으니 그녀는 그것을 신기하게 여겼다.


이어서 조선의 세자라는 사람과 세자빈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들 역시 열기보다는 바람에 가깝다고 느꼈으니 오키코는 이 일들을 기억에 담아두고자 했다.


다만 한양에서 남은 기억은 그것이 다니, 한양에서 본 번화함은 그녀에게 있어서 놀랍긴 하지만 그렇게 깊게 다가오진 못했다.


대신 그녀에게 여러모로 크고 깊게 다가온 것은 제물포였다.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보면 금발에 코가 큰 이가 있고, 왼쪽을 보면 적발에 가무잡잡한 이가 보인다.


어느 쪽도 그가 익히 알며 보아온 사람들, 일본인은 물론이고 청나라인과 조선인과 비교하여도 그 다름이 확 눈에 띄니 과연 여기는 특별하다는 게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보는 곳마다 복색과 언어 그리고 가끔가다가 사람들이 먹는 것들을 보면 보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이렇듯 별천지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제물포 광경을 보고 호기심이 샘솟는 걸 느낀 오키코가 이것저것 물어보고자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무엇을 먼저 입에 담아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새로운 것이 많으니 그녀는 그것을 정하느라 당분간은 교신사 야규 미츠요시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이제 곧 바다인데, 지금이라면 양선과 조선배는 물론이고 명나라 배와 청나라 배도 얼마간 있을 겁니다.”

“예?”


그러다가 이상하다고 여길 말을 귀에 들은 오키코는 당황한 얼굴로 소리를 내니 미츠요시는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명과 청은 전쟁 중이고, 아직도 서로를 향한 칼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다릅니다. 목적이 싸우고자 함이 아님을 증명하고 조선에서 표를 받은 이들은 자유로이 오가며 거래하고 있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조선에서는 가능합니다.”

단언한 미츠요시는 곧이어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며 말을 덧붙였다.


“이제 곧 있을 삼국 대항해 역시 그런 점을 잘 드러내고 있지요.”

“삼국 대항해?”

“아, 그러고 보니 이것은 알기 어려우시겠습니다.”


그럴 수 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미츠요시는 잠시 생각하더니 설명이 아니라 변명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말을 꺼냈다.


“흠흠. 일단 에도에서는 이 일을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현재 정책과 맞지 않아 이번은 넘기기로 하였다고 들었습니다. 허니 모르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쇼군께서 하시는 일에 제가 관여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바깥에 나가는 사람은 집안일을 세세하게 알지 못하듯 안에 있는 사람은 바깥일에 세세하지 않은 법이지요.”


당연한 일로 치부하는 오키코의 말에 미츠요시는 안도하는 한숨을 소리 없이 내고는 혹여 다른 말이 나올까 걱정하며 말을 이었다.


“흠흠, 아무튼 말씀드리자면 삼국 대항해는 세 나라가 협력하며 경쟁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조선이 심판인 선의의 경쟁, 그 정도로 보시면 마땅하겠지요.”

“재밌는 표현이네요.”


재밌다고 한 오키코는 문득 시선을 정면으로 주었다가 이제는 한껏 익숙해진 바다 내음을 맡았다.


제물포에 들어올 때부터 느끼긴 했지만 한층 강렬해진 향에 그녀는 바다가 목전이라는 걸 알고 다시 입을 열었다.


“바다군요.”


그러면서 가마 사이를 열어 바깥을 본 그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저게 양선입니까?”

“가장 큰 배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맞습니다.”

“저렇게 큰 배가 있다니······.”

“조선 배도 작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양선은 본디 목적이 목적이니 그 크기가 남다르지요.”


목적이 다르다는 말에 오키코가 흥미를 품게 무섭게 설명을 보태는 목소리가 있었으니, 그는 후추 번 번주 소 요시나리였다.


“제가 들으니 서양 배들은 먼바다를, 그러니까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바다를 건너서 나라에서 나라로 오가는 이들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사람도 많이 필요하고 먹을 것이며 마실 것은 물론이고 그만한 고생을 한 보람을 더욱 크게 하기 위해 사고팔 물건도 많이 싣는다고 합니다.”

“상선이라는 말인가요?”

“그런 셈이지만, 그 규모가 남다른 상선이지요. 당장 우리 일본에서 쓰는 배에 비하면 조선 배보다 큰 것이 적은데 저들은 더하니 실로 그에 목숨을 건 이들이 아니겠습니까.”


다름을 말하나 속에 담긴 것은 부러움이니 저런 배가 몇 척이고 있다면 참으로 든든하여 에도에서도 그들을 더 중하게 대우하지 않을까 하는 미약한 바람이 드러나 있었다.


물론 대마도라는 부족한 땅에서 살아가는 이에게는 저러한 양선은 있어도 곤란한 애물단지임을 잘 아는 요시나리는 금세 그 욕심을 내려놓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요시나리가 욕심을 내려놓은 것과 달리 오키코는 호기심을 내려놓을 필요가 없으니 그녀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상선을 그렇게 크게 만들고 여기까지 보내다니, 다른 배는 얼마나 큰가요?”

“하하, 저도 본 것은 저것이 다라 잘 모릅니다. 다만 조선에 부탁하여 삼국 대항해에 사람 몇을 함께 보내기로 하였으니 그들이 돌아오면 그때나 알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츠요시는 웃음 짓고는 짐짓 호기로운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걱정이 조금 있었으니, 비단 오키코가 물은 것은 그 의도와 별개로 조선과 일본 모두 품은 의문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상선이 저만하다면, 군함은 어떤가?


어느 날 조선 중추부(中樞府)에서 제기된 의견은 전 평안도 병마절도사이자 영중추부사였으며 이제는 작고하여 충장(忠壯)이라는 시호를 받은 유림이 남기고 간 의문이었다.


본디 훈련도감을 필두로 조선군제며 병법 개혁에 몰두하던 이들이었으나 일을 돌보고자 하면 그 시야는 땅과 바다를 가리지 않게 되는 법이니, 이 문제는 한동안 중추부에 적을 둔 이들을 괴롭혔다.


물어보자니 일개 상인인 이들이 그에 대해 잘 알까 싶었다.


안다고 하여도 제대로 알려줄지도 의문이었고 말이다.


하여 그들은 알음알음 슬쩍슬쩍 알아보았는데, 그 활동은 제물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기간도 짧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미츠요시도 어느 순간 조선에서 품은 의문을 알게 되었다.


동시에 그 의문은 곧 미츠요시의 의문이자 일본의, 아니 더욱 정확히는 에도의 의문이 되었다.


물론 전에도 이러한 의문이 막부며 일본 내에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배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탈 수 있는 인원은 제한되어 있고 그 드나드는 일 역시 데지마로 대표되는 쇄국을 통해 통제하고 있으니 그간 일본에서는 더 살필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삼국 대항해라는 것이 준비되고 있음을 아니 이제는 대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집에서 가만히 있음은 제 자유지만 남들이 자꾸 집에 세간을 들이는 모습을 보면 저도 원하게 되는 법이이다.


또한 제 욕심이며 집안 사람들 욕심을 누른다고 한들 그들이 튼튼한 농기구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면 언제고 그게 혹시나 내 머리에 떨어지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는 게 나라를 다스리는 자들의 사고방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미츠요시는 돌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타인이 묻는 것에는 다소 경계적으로 대답한다.


특히나 그 사람이 낯설고 위협적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반대로 익숙하고 편함에 더해 제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다소 입이 가벼워지니, 추가적인 요소가 있다면 더욱 그러했다.


미츠요시가 보기에 오키코는 그러한 추가적 요소가 있는 사람이니 슬쩍 끼워들게 하여 찔러봄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흐흐, 마침 있구나.’


생각을 하고는 이제는 눈에 익은 양선 위쪽을 살피니 다를까 아마카와 출신 바스쿠며 동향이지만 이제 안타깝게도 돌아갈 수 없는 처지인 시로타가 보였다.


“거기 바스쿠 공에 시로타가 아닌가! 마침 잘되었군!”



***



“내가 듣기로 바스쿠 자네는 이제 곧 있을 삼국 대항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지? 여기 귀한 분께 그 이야기 좀 해드리게.”


미츠요시가 하는 말에 바스쿠며 시로타는 연신 눈치를 살폈다.


그런 그들에게 미츠요시가 그가 이른 ‘귀한 분’에게 소개하는 말이 들렸다.


“이쪽 바스쿠 공은 조선의 통교견문사행감찰원이라는 곳의 부제조입니다.”

“양인이 말입니까?”

“하하, 양인이지만 이 자는 그간 조선에서 열심히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그에 그치지 않고 여러 일을 잘 해내니 조선에서 그를 신용하여 이제 삼국 대항해라는 큰일에 조력을 청하니 큰 자리에 올랐지요. 그렇지, 일본으로 치면 다이묘 수준은 되었다고 하면 얼추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공가 가운데 하나로 인정되었다고 보아도 적당하겠습니다.”


미츠요시가 하는 말이며 안에서 잠깐이나마 나온 목소리가 가늘고 여리다는 걸 종합하니 시로타는 저도 모르게 안색을 굳혔다.


‘다이묘만이 아니라 공가를? 이분은 혹시 교토의 분이신가?’


이 정도는 눈치는 있었으나 그 이상을 상상할 힘은 없던 시로타에게 미츠요시가 목을 가다듬고 말을 건넸다.


“흠흠. 시로타.”

“예, 말씀하시지요.”

“바스쿠 공은 아마 잘 모를 테니 내가 자네에게 이분을 알려드리겠네. 그러면 자네가 잘 설명하게.”


불현듯 자신을 덮치는 크나큰 불안감에 시로타는 거절하고 싶다는 생각이 말이 되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그럴 수 없어 간신히 참으니 미츠요시가 그에게 청천벽력이나 다름이 없는 말을 들려주었다.


“여기 이분은 도쿠가와 오키코라는 분으로, 본래는 메이쇼 천황이시며 이제는 쇼군의 딸로 적을 옮겨서 청나라 황제와 혼약하러 가시는 분이네.”

“!?”


어찌나 놀랐는지 시로타는 말도 하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는데, 그 크게 뜬 정도가 심히 커서 혹여 눈가가 찢어지진 않았을까 걱정스러울 지경이었다.


“쇼, 쇼군의 따님, 아니 그전에 처, 천황 폐하!?”


머릿속에 넣은 순간 폭탄처럼 사방을 휘젓는 말들에 시로타는 제가 들은 말이 너무나도 허구와도 같이 느껴졌다.


허나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미츠요시를 보고 있으니 이것은 허구도 꿈도 아니라는 게 절실히 느껴졌다.


그렇게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다는 걸 아주 제대로 느끼고 있는 시로타를 향해 바스쿠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누구시라냐?”

“그, 그게······.”


안에서 수많은 말이 올라왔다가 사라지니 이는 도무지 무슨 말이 적당한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우습게도 그 말들 가운데는 바스쿠를 향한 것이 아니라 시로타 자신을 향한 것도 있었으니 그건 바로 당장 무릎 꿇고 보라는 외침이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가장 커지니 결국 시로타는 더 견디지 못하고 외치고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일본의 왕족이시고 이제 곧 청나라 황제께서 비로 맞으실 분입니다! 비루한 놈이 인사가 늦었습니다!”


비명과 같이 외침에는 그나마 바스쿠를 배려함인지 일부 사실이 생략되어 있었다.


하지만 외침은 물론이고 시로타가 바닥에 엎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바스쿠는 크게 당황하며 고개를 깊게 숙였다.


“아이고, 저는 바스쿠 바르톨로메오라고 합니다! 이리 귀한 분은 처음, 아니 두 번, 아니 세 번인가?”


그간 본 귀한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 바스쿠는 제 말을 혼동하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무엇이든 물으십쇼! 제가 아는 거라면 뭐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삼국 대항해라는 것부터 듣고 싶네요. 그리고 배 이야기도 좀 들려주면 좋겠어요.”

“무, 물론입니다.”


오키코가 묻는 말에 미츠요시는 슬쩍 물러나서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어느 정도는 쓸만한 정보가 나오겠어.’


그의 생각이 옳다고 하듯 혼비백산한 바스쿠는 오키코가 묻는 말은 물론이고 미츠요시나 요시나리가 중간중간에 묻는 말에도 성실히 답하여 거짓이 없이 알려주었다.


“당신의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요?”

“포르투갈은 개척자가 많은 나라로, 저희는 뱃길을 통해 많은 걸 알아낸 걸 자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상선 말고 다른 배는, 가령 군함은 뭐가 유명하지?”

“아, 그것이라면 쉽 오브 라인(전열함)과 프리깃(호위함)이 대표적입니다. 그 외에도 제 상선과 비슷한 것들도 있지요.”


“자네들처럼 여기에 올 수 있는 자들이 누가 있을까?”

“그, 글쎄요. 단순히 항해 능력만 치면 섬나라, 아니, 아니지. 잉글랜드 놈들도 가능하고 아마 프랑스나 오스만 이교도들도 가능하긴 할 겁니다.”


이 외에도 여러 질문이 오가니 바스쿠는 몰랐지만 어느새 주변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조선 관리들도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잘 기억해두고 있었다.


그렇데 졸지에 제물포에서 아는 것을 바닥까지 끄집어서 이야기하던 바스쿠가 해방된 것은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였다.


“고생했습니다. 저자에게 무언가 선물을 주고 싶은데, 무엇이 좋을까요?”

“나중에 제가 재물과 감사 인사를 따로 더 하겠습니다. 다만 지금 무언가를 주고 싶다면 그를 기억하여 청나라에서 편의를 줌이 좋겠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걱정스럽게 묻는 오키코의 말에는 막 결혼한 후에 그런 일을 벌이면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뜻이었고, 미츠요시 역시 그러한 말뜻을 어렵지 않게 알고 다시 입을 열었다.


“작은 일이니 괜찮을 것입니다. 정히 어렵다고 여기시면 황태후나 내각대학사께 먼저 부탁하여 신세를 갚고 싶다고 청하십쇼. 그러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먼처 허락을 구하라는 말에 오키코는 살짝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바스쿠와 아까 만난 순간부터 바닥에 공손히 앉아 통역하는 일에 힘쓴 시로타를 본 그녀는 포근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 일은 반드시 기억하여 갚겠습니다. 당신들의 일은 잊지 않을게요.”


오키코가 하는 말에 미츠요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일렀다.


‘아주 좋은 말씀입니다. 저도 잊지 않겠습니다. 오늘 들은 것들을 반드시 기억하여 이 일을 막부에 전해야하니 말입니다.’


미츠요시가 다짐하는 것에 맞추어 가마를 중심으로 한 행렬은 제물포 조선 관청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가니, 그는 미처 몰랐다.


오키코 역시 이날 대화를 통해서 한 가지 다짐하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렇게나 다양하고 많구나.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작가의말

[첨언 - 동서양의 배]

 

해금령으로 대표되는 중국은 정화의 대항해 이후로 수군은 그야말로 내리막길을 걸었다고 합니다.

 

이 점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게 임진왜란 당시 기록으로, 명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온 배가 작아 해전에서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당시 명나라 수군제독이던 진린은 조선의 판옥선을 보고 크게 탐냈으며, 이순신이 선물하자 크게 기뻐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조선과 일본은 지형상 해금령이 있다고 해도 아주 무시할 수는 없는 처지라 상대적으로 낫기는 했습니다.

 

특히나 조선의 배는 당시 삼국 가운데 가장 성능이 좋다고 할 정도였고, 화력에 있어서도 가장 뛰어났다고 합니다.

 

일본 역시 판옥선과 비슷한 급인 안택선 및 그보다 작은 세키부네라는 배들을 여럿 이용하여 규모라는 측면에서는 만만치 않았으니 얕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큰 개선 없이 19세기까지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당시 서양에서는 1588년에 아크로열이라는 배를 만들었데, 이 배의 크기는 판옥선과 비교하여 2.5배에 달합니다.

 

또한 이후로도 계속 발전이 이루어져 19세기 정도 되면 양쪽 격차가 상당히 커지게 됩니다.

 

실제로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한 해전에서 유럽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압도적은 우위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기술 등한시가 아니라 필요와 필요 없음에 의함이 큰데, 당시 서양은 무역 및 약탈 경제가 활발하여 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었기에 발전이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동양에서는 큰 배란 양곡을 실어 나르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충분하고 연안에서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다면 충분하다고 여기곤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유지비에 대한 시선 차이로 여기기도 합니다.

 

서양에서는 배를 만들어서 쓰면 그대로 유지비는 물론이고 그 이상이 벌리지만 동양에서는 만들면 한정적인 용도로 인해 결국 보선 꼴이 나기 십상이었기 때문입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비르지니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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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68 ageha19
    작성일
    24.03.23 21:10
    No. 1

    새장의 새가 창 너머 바깥에서 다른 새들이 지저귀는 소릴 들은 격이군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3 개객끼
    작성일
    24.03.23 21:26
    No. 2

    14페이지에 시로타여야 할 것이 미츠요시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미츠요시가 덴노를 시위하고 있는데 덴노라고 놀랄 이유가 없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8 금빛시계
    작성일
    24.03.23 21:51
    No. 3

    해당 부분 수정되었습니다.
    도움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감상 되시길 바라고, 평안하고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wa******..
    작성일
    24.06.23 18:23
    No. 4

    역사를 모르니 기술 등한시라는 말이 나오는거죠.
    각자가 처한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보는게 맞다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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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 541화 원로 +1 24.04.02 161 15 12쪽
541 540화 세 경쟁자 +2 24.04.01 161 14 14쪽
540 539화 목패 협약 +4 24.03.31 155 15 16쪽
539 538화 감추는 재미 +2 24.03.30 162 16 12쪽
538 537화 모두가 아는 비밀 +2 24.03.29 152 14 13쪽
537 536화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 +4 24.03.28 151 15 12쪽
536 535화 알고도 모른 척하긴 어렵다 +2 24.03.27 154 14 12쪽
535 534화 미룸은 미정이 아니다 +3 24.03.26 163 14 12쪽
534 533화 허황된 이야기 +2 24.03.25 156 14 16쪽
533 532화 덕은 풍성함이 전부가 아니다 +2 24.03.24 166 12 12쪽
» 531화 소망은 성장한다 +4 24.03.23 169 15 15쪽
531 530화 한가함 뒤에 다가오는 것 +2 24.03.22 158 13 12쪽
530 529화 신부 교환 +2 24.03.21 179 14 13쪽
529 528화 어려운 관계 +3 24.03.20 180 13 11쪽
528 527화 친하면 조금이라도 돌아본다 +1 24.03.19 167 15 13쪽
527 526화 연약한 사람 +6 24.03.18 164 18 12쪽
526 525화 물려받은 천성 +1 24.03.17 164 13 12쪽
525 524화 인정받지 못한 아이 +1 24.03.16 189 15 12쪽
524 523화 뜻은 누구나 품을 수 있다 +2 24.03.15 157 16 13쪽
523 522화 병졸과 역관 +4 24.03.14 167 19 12쪽
522 521화 오는 사람, 가는 사람 +3 24.03.13 176 14 13쪽
521 520화 용기 있는 말 +4 24.03.12 176 16 17쪽
520 519화 정통성 +4 24.03.11 183 19 13쪽
519 518화 그대는 옳다 +3 24.03.10 176 14 11쪽
518 517화 거울 같은 사람 +3 24.03.09 176 14 12쪽
517 516화 우선하여 해결할 일 +2 24.03.08 190 17 13쪽
516 515화 맞수 +3 24.03.07 180 17 14쪽
515 514화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7 24.03.06 185 16 13쪽
514 513화 소리는 사람을 모은다 +2 24.03.05 186 15 12쪽
513 512화 비상함은 필요하지 않다 +4 24.03.04 178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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