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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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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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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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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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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520화 용기 있는 말

DUMMY

520화 용기 있는 말


‘허업.’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이상하다, 피곤하여 헛것이 들리나?’


송시열이 제 직책인 산둥 아문 첨정을 칭하며 나설 때부터 이 일에 흥미를 가지고 주변에 서성이던 사대부들은 말을 하나하나 귀 기울여서 들었다.


그러던 중에 오가는 소리를 듣던 중 혈통이며 뜻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요순 임금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 그들은 제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들은 그들이 들은 것이 거짓도 헛것도 아님을 일러주니 이들은 이내에 들은 말들이 현실임을 자각하고 서로를 보았다.


헌데 사람들은 하나 같이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눈치지만 말을 함부로 꺼낼 수 없다고 하듯 우물우물 거렸는데, 그나마 한 사람이 어렵게 입을 여니 다들 그 말에 크게 공감했다.


“이, 이거 괜찮은 거 맞나?”


여러 의미가 축약된 말임과 동시에 에둘러 말하여 위험함을 피하는 말이기도 하니 사람들의 입은 곧장 그 방식을 따라서 움직였다.


“······모르겠네, 정말 모르겠어.”

“감히 말하자면 듣는 사람이 어찌 생각하는가에 달린 문제라고 할 수밖에는 없네.”

“저 두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말이네.”


이들이 이렇게 이야기함은 허목이 자신을 대역죄인이라, 역모를 꾸민 것이나 다름없다고 시인하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이 경계하며 두려워하는 것은 송시열이 꺼낸 말이니, 그가 한 말이 받아들이기에 따라선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음을 이곳에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알았기 때문이었다.


‘정통성은 뜻에 있고, 요순의 의리에 있다라.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 위험한 말이 아닌가.’

‘이래서야 뜻을 이어가지 않는 왕은 왕이라 할 수 없고, 심지어 아들이라고 하여도 정통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셈이 아닌가.’

‘역성이 성립하지 않게 되면서 항시 있게 되니 이건, 이건 정말 모르겠다.’


요순의 고사에서 요임금은 제 자식이 없어서 순임금에게 물려준 게 아니었다.


자식이 부족함을 알고 순임금을 찾아서 물려주었다.


이에 비추어 생각하면 송시열이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건 유학적 근본인 사람다움을 위하지 않는 왕은 정통성이 없음을 주장하는 셈이었다.


옛사람들은 이를 민의라, 또는 천명이라 표현하며 왕조 바뀌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고는 했지만 송시열의 말은 조선에 직접적으로 빗대어 말하였으며 지난 반정들을 다시금 긍정하는 일이었으니 한층 더 민감하다고 할 수 있었다.


송시열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당장 내일 산골짝 어드매에서 모르는 이가 일어나서 제가 더 잘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왕위에 앉고자 하면 그가 정녕 그러한가는 둘째치고 그 행위 자체는 긍정하여야 했다.


막말로 이제 조선팔도에 있는 이들은 모두가 임금을 주장할 수 있게 된 셈이니, 송시열과 허목이 하는 말들을 들은 사대부들은 어렴풋이 이 진실을 깨닫고 있었다.


이에 언제나 그렇듯 너무나도 급진적인 발상이니 이들은 누구 하나 이것을 달갑게 여기지 못했다.


그저 화가 여기까지 미치지 않을까, 사화가 전국을 휩쓸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말조차 아낄 따름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궐 앞에 있는 소리는 오로지 허목의 목소리뿐이다 할 지경이 되었는데, 의외로 이 상황은 주변에 모인 사대부들의 생각과 달리 오래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허목을 제하면 목소리 내는 것은 궐에서 나온 이가 아닐까 싶던 예상도 깨어졌다.


“사돈, 당신은 분명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대역죄가 아니라고 나는 감히 말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과한 면이 있어 잘못한 점이 있기는 하나 그대가 하는 말은 누군가 하지 않으면 결국은 유야무야 될 것이니, 이 사람은 오히려 그대가 지금 조선에서 가장 충직한 이라고 여깁니다.”


두 사람이 나가서 허목을 위로하니 하나는 외조 정랑이자 허목과는 사사로이 사돈지간인 윤휴요, 또 하나는 승정원 주서로 누구보다도 허목을 자신에게 겹쳐 보는 송준길이었다.


“가장 파격적인 이와 가장 옛것을 잘 드러내는 이가 이리 합하여 위로하다니, 보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구나.”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말을 누군가 내니 들은 이들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말이 옳았으니, 기실 윤휴와 송준길은 사대부들이 알기로 각각 양극단에 선 것으로 여겨지는 이들이었다.


윤휴로 말하자면 전에 신풍 부원군의 일에서 나서며 신독 김집에게 들은 말로 유명하였으니, 송시열이 당시 주장하던 새로운 유학에서 더욱 나아가고자 과한 말을 냈음을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하여 그는 파격의 극단으로 여겨졌다.


반대로 송준길은 전에 과거에 나가서 정말 훌륭한 답을 내었으나 그 스승인 김집이 ‘완벽한 오답’이라고 공표할 정도다.


물론 지금은 다시금 만회하여 관직에 올랐으나 사람들은 그가 그렇다는 것을 기억하기보다는 널리 알려진 답안의 일을 기억하니 그는 옛것을 대표하는 이로 여겨졌다.


물론 그들이 연이 있음을 아는 사대부도 적지 않으나 어디 그렇다고 하여 뜻이 같다면 지난날 신풍 부원군의 일로 김집과 송시열이 논변하는 일이 성립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니 둘의 친분과 별개로 이러한 사안에는 다른 뜻을 보임이 마땅하거늘, 이렇게 뜻을 같이함은 물론이고 그 같이한 뜻도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한 방향이었으니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다.


“송자에 이어 두 분까지 나서시다니, 이거 부끄러운 일을 보였습니다.”


잠시 고개를 들고 윤휴와 송준길을 번갈아 본 허목은 부끄러움을 언급하나 그 이마에서 흐르는 피며 비장함은 그런 것은 일절 느껴지지 않게 하니 그는 다시 땅에 이마를 대었다.


“허나 이 사람이 죄인이라는 건 확실하니, 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어쩔 수 없다고 말하더니 허목의 뒤에 무릎 꿂은 윤휴는 웃는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


“대역죄가 되지 않도록 이 자리에서 성상께 간구하겠습니다.”

“사돈께서는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어리석은 것은 오로지 저 한 사람에 불과하여 아무도 저나 저의 말에 가까이하지 않았음을 한양 사람들 모두가 압니다. 화는 저에게서 끝날 것입니다.”


이마를 땅에 닿게 한 상태로 이르는 말에 윤휴는 허목의 등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미칠 화가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미칠 화가 두려운 겁니다.”

“나 또한 그러하니, 정랑께서 말씀하신 일에 한 손 보태고자 합니다.”


송준길 또한 윤휴와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 앉으니 허목은 그 기색을 느끼며 곤혹스러움을 담아 물었다.


“이 보잘것없는 이가 무엇이라고 그렇게들 하십니까?”

“명보 형이, 아니 주서가 이미 말하였지요. 이유는 하나, 당신은 충직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저 두 사람이며 나도 이렇게 하는 거지요.”


대답하여 준 것은 허목으로 하여금 깨닫게 하여준 사람, 송시열이었다.


그러나 지금 말한 것은 알 수가 없다고 여긴 허목은 이해할 수 없다는 감정을 가득 담아서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하하, 본디 자신을 아는 것이란 어려운 법이지요. 그러니 제가 한 마디 드리자면, 당신은 충직함과 동시에 가장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송시열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옮겨 윤휴와 송준길 사이에 무릎을 꿇으니 그는 빙그레 웃으며 사방을 향해 외쳤다.


“당금 성상은 그 권세가 크시니, 이는 그분이 정도를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여 우리는 따르고 뜻이 고결함을 이해하여 임금으로 모시니, 실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허나 여기 허 선생께서 나서기 전에 우리는 미처 잘못을 깨닫지 못하였으니, 능히 할 수 있음에도 고치지 않은 일이 있음을 고하지 않은 것입니다!”


송시열이 하는 말에 사대부들의 얼굴이 복잡하게 변했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으니, 이 일이 벌어지게 된 근본은 결국 옛 세조 대왕 시절의 일이 원인이었다.


또한 그것을 이미 중종 대왕 시절에 고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건만 여전함도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때는 그때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또 다름이 마땅하며, 작금 풍조는 매사를 돌아보아 근원을 찾아 살핌에 있으니 분명 허목이 나서기 전에 누구 하나 이 일을 논하고자 하지 않던 것은 유학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두려웠기에, 그렇게 하고 모른 척하면 누구나 편하였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편함을 좇음은 당연하나 너무나도 오래 돌리고 있으면 권도가 정도로 위장하는 법. 여러 사대부께서는 부디 이를 깨닫고 같이 청원하여 주시오. 바른말을 하였다고 하여, 남들이 하기 어려운 말을 하였다고 하여 목숨을 잃다니 안타깝고 있어서는 아니 될 일입니다.”


송시열이 나직이 하는 말에도 사람들은 마음이 동하는 걸 느꼈다.


그러나 여전히 주저함이 있으니 사람들은 갈등하는 얼굴로 자신이 있는 자리와 네 사람이 있는 자리를 번갈아 살폈다.


“이번에 허 선생이 주장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면 결국 누구도 논하지 않았기에 성상께서는 다른 일들을 살피느라 이 일을 생각지 못하셨을 겁니다. 혹은 생각하였다고 한들 어찌 함부로 말할 수 있으셨겠습니까? 어쪄면 이 일은 이대로 묻어져 백년이고 이백년이고 지난 후에야 되었을 일이니, 이날 이 사람이 이끈 방식과는 달리 여러 사람이 상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확신을 품고 하는 말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으니 사대부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이러한 말을 하는 일은 중요히 하여야 합니다. 남아야 합니다. 또한 한 사람이며 두 사람이 나서서 이끄는 일은 있을지언정 그들에게만 의존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부디 사대부들은 뛰어남을 따라가는 범상한 무리가 아니라 뛰어난 무리가 되도록 하십쇼.”


송시열은 이렇게 말하고는 더 권하지 않고 궐을 향하여 자세를 바로 하더니 이마를 땅에 대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둥 아문 첨정이라는 과분한 자리를 받은 송 모가 감히 성상께 청합니다!”

“이, 이보시오!”


등 뒤에서 크게 들리는 말에 허목은 깜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송시열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송시열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부디 이 허목이라는 자를 무도한 무리며 주제넘은 자라고 여기지 말고 참되고 곧게 보아주시길 바랍니다! 비록 부족함이 있었다고 하나 이 일은 언로가 트이게 하는 일이라고 함이 옳습니다! 하여 간절히 청하니, 죄를 주실지언정 대역죄며 다시는 입에 담지 못할 일이 되지 않도록 하여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신 외조 정랑 윤휴 역시 간절히 청합니다!”

“부족하나마 승정원 주서로 직임을 받은 송준길이 역시 청하니, 임금께서는 부디 굽어살피어 주소서!”

“아, 아니 그러지들 마시오!”


세 사람이 연이어 목소리를 올리니 허목은 황망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으니 이들이 하는 양을 보던 주변 사대부들이 굳은 얼굴로 속속히 같이 자리하였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은 고작 생원에 불과한 김 모이나 감히 청합니다!”

“소인 역시 글공부나 조금 떼어 이제야 호국 진사의 진사라는 말에 부끄럽지 않게 된 이오나 감히 청합니다!”

“옳다고 생각하면 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니 저 역시 목을 걸고 청합니다!”


그저 보기만 하며 자신을 타박하고 이상하다 여기던 이들이 이렇게 도우니 허목은 무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뭉클하게 가슴에 차는 걸 느꼈다.


그리하여 눈물이 살짝 고이니, 그는 설령 이 일이 틀어져도 세상 떠남이 두렵고 외렵지 않겠다고 여겼다.


다만 미안함이 있을 터이니 허목은 누구보다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죄를 받아도 좋으니 부디 성상께서는 이들을 돌보소서!”


그렇게 사람들이 외치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궐 안에서 한 사람이 근엄한 얼굴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


가장 앞에 있는 허목은 잘 몰랐지만 송시열이며 윤휴 그리고 송준길은 그의 얼굴을 알았으니 그는 이제는 도승지에 자리한 김육이었다.


“모두 들으시오! 어명이 있으니 들으시오!”


김육이 하는 말에 사람들이 소리를 잦게 하고 그를 주목하였다.


이에 김육은 사방을 둘러보고는 이내에 허목을 보며 어명이 적힌 조서를 펼쳤다.


“허목은 들으라!”

“죄인 허목, 여기 있습니다.”

“그대의 말은 내게 들렸으나 그 일은 실로 어려운 일이며 힘들다고 여겼다. 나는 하고 싶다고 한들 사람들이 지레짐작하여 그르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넘기고픈 생각은 없었으니, 언제고 나설 생각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먼저 나서서 알리고 해결할 단초를 마련하니, 그대는 훌륭하고 용감한 사대부다.”


김육이 읽어감에 따라 듣는 사람들의 표정이 저마다 변했다.


특히나 허목이 그 정도가 심하였는데, 그는 복잡함이 너무 과해 무어라 말하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대의 소란함이며 과오가 적지는 않으니, 그대는 그대가 말한 것처럼 대역에는 미치지 못하나 죄인이라는 것은 틀림이 없다. 하여 벌을 내리고자 함도 마땅하다. 하여 공과 과를 셈하여 하고자 하니, 허목에게 먼 길을 떠날 것을 명하겠다.”


먼 길을 떠날 것을 명한다.


이 말에 허목이며 주변 사대부들은 유배인가 싶었다.


그러나 이어진 말은 사람들의 예상을 깼다.


“이제 시작할 대항해, 그곳에 따라가서 그대는 나가서 보고 오라! 하여 모든 것을 보고 기록하며 살필 것을 명한다! 이는 그대가 목숨을 걸고 행하여야 할 책무며, 품계는 주되 직책은 없을 것이다!”


이 말을 끝으로 조서를 모두 읽은 김육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허목을 노려보며 물었다.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며, 적어도 한 번에 이 년씩 다섯 번은 생각해야 할 일이요. 그럼에도 그대는 어명을 따르겠는가? 상께서 이르시길, 받아들인다면 이것이 그대의 벌이 될 것이나 아니라면 그대에게는 아무런 벌이 없소. 정거도, 유배도, 사약을 내리는 일도 무엇 하나 없을 것이오.”


허목은 김육이 하는 말에 혼란스러웠다.


임금이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죄를 청하였고 정해진 벌함이 하나뿐이라면 그는 거기서 도망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성상의 자비로움을 받아 멀리 가고자 하니, 일개 품계 역시 가당치 않습니다! 저는 백의종군하여 기록을 남길 터이니, 잡부와 같이 여기셔도 무방합니다!”

“허면 명일 의관을 정제하고 이곳으로 오시오. 짐은 가지고 오는 것이 좋을 것이니, 그대는 그대로 곧장 제물포로 갈 것이외다.”


김육은 이리 이르고 사대부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 일 역시 조보로 적혀 사방에 뿌릴 것이니, 여기에 이름을 올리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명일 이곳에 오시오. 이는 성상께서 그대들을 칭찬하여 내리신 것이오.”


이 일에 이름을 올리게 하겠다는 말에 사대부들은 상반된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이 유명하여 짐을 달가워함과 동시에 기록하여 감시하고자 함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내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니, 누구 하나 다시 나오지 않겠다고 마음을 품은 이가 없었다.


옳다고 여겨 나섰으니 그 끝이 죽음이라면 받아들이는 것이 사대부라고 저마다 생각한 것이었다.


“더는 말이 없다면 물러가시오. 이는 첨정과 정랑 그리고 주서도 마찬가지요!”


김육이 외치는 말에 사람들이 분분히 흩어지기 시작하였는데 가장 마지막에 남은 것은 송시열이었다.


윤휴며 송준길도 걸음을 옮기다가 송시열이 가만히 제 자리에 있음을 보고 멈추니 김육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첨정은 이만 가시라는 말을 듣지 못하였소?”

“가기 전에 하나만 여쭙고자 합니다.”

“······말씀하시오.”


물으라는 말에 송시열은 김육을 마주 보며 천천히 물었다.


“성상께서는 어떠하시덥니까?”

“방금 말하여 준 것이 전부며, 내가 말할 수 있는 것 역시 그게 다요.”


김육은 그리 말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렸는데, 문득 그는 나오기 전에 얼핏 보았던 것을 떠올렸다.


‘착각이겠지.’


그가 착각이라고 여긴 것은 성상이 이 일을 명할 때 한 줄기 아쉬움을 보였음이었으니, 그것은 진정으로 있던 일이었다.


허나 본 것은 김육뿐이며 그는 착각이라고 여기어 대수롭지 낳게 여기었으니 절대로 드러나는 일이 없이 묻힐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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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 536화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 +4 24.03.28 150 15 12쪽
536 535화 알고도 모른 척하긴 어렵다 +2 24.03.27 153 14 12쪽
535 534화 미룸은 미정이 아니다 +3 24.03.26 163 14 12쪽
534 533화 허황된 이야기 +2 24.03.25 155 14 16쪽
533 532화 덕은 풍성함이 전부가 아니다 +2 24.03.24 165 12 12쪽
532 531화 소망은 성장한다 +4 24.03.23 167 15 15쪽
531 530화 한가함 뒤에 다가오는 것 +2 24.03.22 157 13 12쪽
530 529화 신부 교환 +2 24.03.21 178 14 13쪽
529 528화 어려운 관계 +3 24.03.20 180 13 11쪽
528 527화 친하면 조금이라도 돌아본다 +1 24.03.19 167 15 13쪽
527 526화 연약한 사람 +6 24.03.18 162 18 12쪽
526 525화 물려받은 천성 +1 24.03.17 164 13 12쪽
525 524화 인정받지 못한 아이 +1 24.03.16 188 15 12쪽
524 523화 뜻은 누구나 품을 수 있다 +2 24.03.15 156 16 13쪽
523 522화 병졸과 역관 +4 24.03.14 164 19 12쪽
522 521화 오는 사람, 가는 사람 +3 24.03.13 174 14 13쪽
» 520화 용기 있는 말 +4 24.03.12 175 16 17쪽
520 519화 정통성 +4 24.03.11 180 19 13쪽
519 518화 그대는 옳다 +3 24.03.10 174 14 11쪽
518 517화 거울 같은 사람 +3 24.03.09 175 14 12쪽
517 516화 우선하여 해결할 일 +2 24.03.08 188 17 13쪽
516 515화 맞수 +3 24.03.07 179 17 14쪽
515 514화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7 24.03.06 184 16 13쪽
514 513화 소리는 사람을 모은다 +2 24.03.05 184 15 12쪽
513 512화 비상함은 필요하지 않다 +4 24.03.04 176 17 13쪽
512 511화 민감한 일 +2 24.03.03 191 14 12쪽
511 510화 노인의 일 +3 24.03.02 198 18 13쪽
510 509화 고귀한 이름 +4 24.03.01 175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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