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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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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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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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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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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14화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DUMMY

514화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허목이라는 자의 일생은 반듯하다고 하긴 어려웠다.


이는 본인의 품성이나 재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으니, 그런 것이라면 허목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떳떳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늘이 그의 순탄함을 시기하였음인가, 아니면 그 성품이 모난 것을 참지 못함인가 그가 걸어온 길들은 주류와 멀었다.


추승 당시만 하여도 유생들 가운데서도 그가 말하면 함부로 그것이 옳다고 여기는 이가 많았고, 실제로 그는 모두가 옳다고 여기는 일을 입에 담고 행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하여 그는 박지계가 추승하는 일을 옳다고 할 때 반듯하게 그것을 속된 일이라, 아첨하는 일이라 평하여 유벌하기를 주장했고 사람들은 모두 그를 옳다고 여겼다.


그러나 때로는 옳고 그름이 중요하지 않기도 하니 추승하는 일이 실로 그러하여 그는 그대로 높은 사람, 그것도 이 조선에서 가장 높은 사람의 눈 밖에 나고 말았다.


그간 쌓았던 우의며 교제가 부질없지는 않았는지 사람들이 저마다 나서서 그를 구할 것을 청하나 뜻은 여전하였으니 결국 허목은 출사를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정거가 풀리기는 하였다.


허나 한번 임금의 눈 밖에 난 자가 나선다고 하면 그 길은 고되기 짝이 없다.


또한 이 일로 인해 허목은 조정에, 임금에, 그리고 나아가서는 그전에 있던 반정에도 회의를 품었다.


그야말로 이 나라며 그간 배운 모든 것에 회의감이며 의문만 드니 그는 이후에 그의 정거가 풀린 후에도 출사하지 않았다.


대신 유학을 더욱 깊게 갈고 닦아서 옳은 길을 어찌하여 통하게 하지 못하였는지 고민했다.


그렇게 한 평생을 몰두하리라, 생각한 것도 잠시 허목은 호란을 맞아 도망하니 당분간은 힘든 생활을 보내야 했다.


그러던 중에 소문이 들리니, 그것은 신풍 부원군 장유의 일이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허목은 당장에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상경할 생각을 품었다.


허나 아직은 공부가 부족함을 상기한 그는 애써 주장하는 바를 삭이고 삭이며 앉았으니, 이후 신독 김집이 나서 장유의 편을 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하면 이 일을 제가 생각한 대로 끝내기에는 충분한 인사라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하여 미련을 고이 접고 다시금 학문에 매진하길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날 장유의 일을 기억하고 지기에게 물은 그는 크게 당황하게 되었다.


-장유의 일이 옳지 않음이 정해졌네.


그가 생각하기에 장유의 일은 안타깝지만 정당한 요구였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니, 그 신독 김집 선생이 나섰음에도 일이 그가 생각하던 것과 달리 흘러갔다고 하니 허목은 그날 생애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추승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나 정거 당하였을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으니, 그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소문을 찾았다.


그리고 그 끝에 그는 알았으니, 송시열이라는 걸출한 인재가 나왔음은 물론이고 그 다른 쪽에 윤선거와 윤휴라는 인재가 있음을 알았다.


더불어서 유학의 갈래가 달라졌음을 들었으니, 그는 이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했다.


장유의 일이 허목이 예상한 대로 흐르지 않았다는 것은 다시 말해 그가 지금까지 한 공부가 헛되었음을 뜻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추승하는 일로 논변하며 임금에게 정거당하였을 때는 오히려 사람들이 두둔하여 그가 옳음을 드러냈으나 이번에는 그 반대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금 파고 들었다.


그러면서 조선 팔도가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참으로 허목에게는 참담하게도, 변하는 모든 것은 그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오랑캐와 군신을 맺어 서로 가까이하니 나라가 피폐하고 오랑캐의 풍습에 물들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나라는 나날이 부유하여 강하여 지고 백성들 살림은 좋아지기 일변이다.


또한 풍습은 이곳으로 전하여지는 것도 없지는 않으나 그저 청나라 풍습이 아니라 사방에서 온갖 풍습이 드니 그것은 그저 신기한 물건이며 편리함으로 남을 뿐이었으니 오랑캐와 같이 변하였다고 할 조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근본적인 사고는 그대로 두며 나아지는 모습이며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니 그 모습은 마치 저기 멀리 있는 명나라 사람들의 태도와 비슷했다.


그렇게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중 왜인들이 나라를 지나가서 청나라로 간다고 하는 말을 들은 후에 허목은 그 모습을 구경하니, 전에 정명가도와 같은 엄한 말을 내던 무도하고 흉악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얌전히 인도에 따르는 것만 보였다.


다소 강압적인 방식으로 보임에도 다툼은 일지 않고 고분고분 순응하니 이후에 알음알음 알아본 바에 따르면 오히려 청나라와 일본 양쪽에서 조선이 감사를 받았음을 알았다.


세상일이 뜻대로 흐르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무엇하나 맞는 게 없으니 허목은 점차 자신을 잃어갔다.


‘대체 나는 무엇을 공부하고 있고 무엇을 하고자 한다는 말인가?’


지독한 회의감이 그를 덮치니 허목은 인생에 마지막 남은 일이라고 여겼던 유학을 더욱 심도 깊게 갈고 닦은 일조차 더는 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본질이 유생이라 무엇이든 탐독하며 파고들지 않고는 배길 수 없던 그는 유학을 놓았을 뿐 대신 다른 것들을 파고들었다.


불씨를 찾아서 알아보고, 도교 교리를 찾았다.


또한 온갖 잡소리라 할 것들을 탐독하였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무엇 하나 그에게 확 와닿는 것이 없었다.


그러한 와중에 윤휴가 서신을 보내어 이르니, 사사로이는 재야에 머무는 인척인 그를 안타까워하고 위하며 새로이 선 유학을 얼마간 정리하여 보낸 것이었다.


인의학이라는 명칭을 심심치 않게 들은 허목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것을 탐독하니, 놀랍게도 그는 거기서 답을 얻었다.


‘아, 그렇구나!’


인(仁)과 의(義)를 중심으로 근본을 탐구하라.


인의학의 뼈대라 할 수 있는 말에 그는 깨달음을 얻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가 얻은 깨달음은 유학의 깨달음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중요한 것은 인과 의, 그것이 갖춰져 있다면 응당 사람은 변할 수 있다. 허나 그것이 유학은 아닐 수도 있다! 그저 맞추는 것이며 예법에 무슨 진리가 있는가! 오로지 도의와 근본이 있을 뿐이야!”


깨달음과 동시에 그는 의문을 품었다.


‘그 근본은, 가장 처음에 시작할 근본은 무엇인가?’


한참을 생각한 허목은 이내에 결론을 내리니, 그 결론은 인의학과는 비슷하게 보이며 한편으로는 그 궤를 달리하는 발상이었다.


송시열이며 윤선거 그리고 윤휴가 주장하였다고 알려진 인의학은 그래도 유학을 중심으로 새로이 탐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허목의 결론은 그들보다 한층 과격하였으니, 그는 유학이 옳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면 그 또한 버리고 새로이 쌓음이 마땅하다고 여긴 것이다.


‘조선의 근본이란 국초를 따져야 마땅하거늘, 유학이 국초에는 좋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고 있으니, 그 비틀림이 시작된 것은······.’


어디서부터 뒤틀렸는가.


이 생각은 허목을 역사로 이끌었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금세 답을 찾은 허목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말, 정명가도 아닌 정청가도로 열렸다는 말을 듣고 나설 때라 여기고 상경하였다.


주저 없이 짐을 싸고 한양으로 올라온 그는 면밀하게 소문을 조합하니, 이내에 상황을 깨우쳤다고 여긴 그는 이 일에 나서기를 겁내지 않았다.


“남을 치기 위해 길을 내어줌은 이웃을 위험에 내몰고 홀로 사는 것이다! 하여 과거 조선은 그것을 거부하였고, 피를 흘려서라도 옳음을 지켰다! 이러한 것은 유학적 도리가 아니오, 오직 지켜야 마땅한 도리입니다! 부디 상께서는 이를 돌아보아 이 일을 막으십시오!”


첫날 하는 말에 사람들은 그럴듯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다음날이 되어 허목이 외치는 말이 변하니, 듣는 사람마다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다.


“군신관계를 지켜야 한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허나 도리를 무시하게 하는 군신은 의미가 없고, 한쪽을 위해 한쪽을 해하는 관계 역시 도리가 아닙니다! 만약 유학이 그걸 막는다면 당장 유학을 버리고 다른 가르침을 좇는다고 하여도 도리를 지켜야 합니다! 진리는 주자에게만 있지 않고, 석가와 태상노군에게도 있습니다!”

“아, 아니 이보시오!”

“아무리 그래도 불씨며 도교의 일을 주장함은 멀리 갔소이다!”


계속 외치는 허목의 말에 몇몇이 참지 못하고 참견했다.


그 말에 허목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이것이 맞소! 사람이 도리를 지킴에 있어서 유학이 방해가 된다면 유학도 치워야 하오! 그저 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본으로 여기고 배움이 마땅하오!”

“집이 조금 부숴졌다고 통채로 허물 생각인가!”


지나가던 사대부 하나가 기겁하며 외치니 허목은 눈을 빛내며 외쳤다.


“유학을 숭상하여 도리를 따진다고 하는 이들이 여러 폐단을 보았음에도 아무것도 고치지 못하였거늘, 유학이 무슨 힘이 있는가! 물론 그 교훈이며 가치는 인정하나, 유학은 낡은 구습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당장 청나라와 군신관계를 지키고자 따르며 왜에 가는 길을 열어줌도 그러하지 않소이까!”

“그것은 그런 일이 아니외다!”


근처에서 답답한 얼굴로 관리 하나가 외치니 허목은 잘 되었다는 얼굴로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게 아니면 무엇이오! 설마하니 조선도 얻을 이득이 있으니 다르다, 그런 말씀이라면 하지 않음이 낫다고 하리이다! 설령 왜란 전으로 돌아가 만력제께서 우리에게 함께 일본 침공하자 하면 그것 역시 거부함이 옳소! 그것은 유학이 문제가 아니라, 이웃의 피로 배를 채우고자 하는 사람답지 못한 짓이기 때문이오! 하늘은 이를 잘 알고 있으니, 전조에서 원나라에 부역할 때에는 바다를 건너는 이들이 고향에 돌아오지 못함으로 죄를 받았소이다!”


허목의 말은 힘이 있으나 그 주장은 다소 어지러움이 있었다.


유학적인 교훈을 가장 깊게 이해하며 동시에 유학이라는 틀을 버리고자 하니 생긴 필연적인 문제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가까우면서 다른 의견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법이니 점차 허목의 말에 그저 아니라고 하기보다는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대는 무엇을 하자고 하시는 거요?”

“유학을 지킬 거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확실하게, 아니라면 유학을 버리고 제대로 지킬 도리를 만들고 따름이 옳다는 것이오! 옛 한 고조의 약법삼장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좋아한 이유는 오로지 누구나 따르기 쉬웠음이니, 유학은 너무 많이 달려와서 그 법이 족쇄가 된지 오래라는 건 이미 전에 신풍 부원군의 일로 드러났소이다!”


이미 있던 일을 끄집어내어 말하니 사대부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들은 아무리 생각하여도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하나 있으니, 전에 말한 논쟁을 시작으로 유학은 이미 그 복잡함을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말은 이해하나 그대의 말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으니, 과한 말로 사람을 혹하는 것은 그만함이 옳겠소.”

“맞소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유생이나 사대부의 일이 아니라 길거리 약장수며 무당들이나 할 소위요.”

“아아, 이렇듯 사대부들은 여전히 모르는가! 이 나라에 유학은 이미 국초와 다르고, 변하여 미혹되었으니 고칠 것이 있거늘!”


소리 높여 국초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하니 사람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귀를 기울였다.


이윽고 허목은 그들에게 하고자 하는 말을 던지니, 그 말을 들은 순간 사람들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미 이 나라의 국통은 정통성이 사라지고 없어 누더기와 같으니, 당연히 잘못에 잘못이 덮여지고 있었소! 허니 이를 고치고자 하면 응당 그 모든 것을 되돌려야 할 것이며, 그렇지 못하다면 유학이라는 껍질은 그만 버리고 다른 길을 나라의 도로 삼아 바르게 함이 마땅할 것이오!”


허목은 이렇게 말한 후에 입을 벌리고 창백하게 변한 사대부들을 향해 일갈했다.


“진리가 어디에 있는가! 유학에? 아니오! 천지사방 어느 도리에도 있으니, 좋은 말을 하는 곳이라면 어디에도 있소! 지키지 못하는 완벽함은 지켜지는 부족함에 미치지 못하는 법이니, 그대들은 속히 깨어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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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 538화 감추는 재미 +2 24.03.30 161 16 12쪽
538 537화 모두가 아는 비밀 +2 24.03.29 151 14 13쪽
537 536화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 +4 24.03.28 150 15 12쪽
536 535화 알고도 모른 척하긴 어렵다 +2 24.03.27 153 14 12쪽
535 534화 미룸은 미정이 아니다 +3 24.03.26 163 14 12쪽
534 533화 허황된 이야기 +2 24.03.25 155 14 16쪽
533 532화 덕은 풍성함이 전부가 아니다 +2 24.03.24 165 12 12쪽
532 531화 소망은 성장한다 +4 24.03.23 167 15 15쪽
531 530화 한가함 뒤에 다가오는 것 +2 24.03.22 157 13 12쪽
530 529화 신부 교환 +2 24.03.21 178 14 13쪽
529 528화 어려운 관계 +3 24.03.20 180 13 11쪽
528 527화 친하면 조금이라도 돌아본다 +1 24.03.19 167 15 13쪽
527 526화 연약한 사람 +6 24.03.18 162 18 12쪽
526 525화 물려받은 천성 +1 24.03.17 164 13 12쪽
525 524화 인정받지 못한 아이 +1 24.03.16 188 15 12쪽
524 523화 뜻은 누구나 품을 수 있다 +2 24.03.15 156 16 13쪽
523 522화 병졸과 역관 +4 24.03.14 164 19 12쪽
522 521화 오는 사람, 가는 사람 +3 24.03.13 173 14 13쪽
521 520화 용기 있는 말 +4 24.03.12 174 16 17쪽
520 519화 정통성 +4 24.03.11 180 19 13쪽
519 518화 그대는 옳다 +3 24.03.10 174 14 11쪽
518 517화 거울 같은 사람 +3 24.03.09 175 14 12쪽
517 516화 우선하여 해결할 일 +2 24.03.08 188 17 13쪽
516 515화 맞수 +3 24.03.07 178 17 14쪽
» 514화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7 24.03.06 184 16 13쪽
514 513화 소리는 사람을 모은다 +2 24.03.05 184 15 12쪽
513 512화 비상함은 필요하지 않다 +4 24.03.04 176 17 13쪽
512 511화 민감한 일 +2 24.03.03 191 14 12쪽
511 510화 노인의 일 +3 24.03.02 198 18 13쪽
510 509화 고귀한 이름 +4 24.03.01 175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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