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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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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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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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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17화 거울 같은 사람

DUMMY

517화 거울 같은 사람


“허면 저는 말을 전하였으니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선전관이 하는 말에 산둥 아문 첨정 송시열이며 승정원 주서 송준길은 크게 당황했다.


이런 큰 소란을 알려주고는 그냥 간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게 다란 말이오? 성상께서 더 말씀하신 그런 것은 없소?”

“제가 전하라고 들은 것은 다 말하였으니, 첨정께서는 부디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정중하게 말한 선전관은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송시열을 향해 다시 말했다.


“상께서 이르신 것은 오로지 제물포에서 기다렸다가 첨정께 이 이야기를 전하라고 하신 것이니, 그 외에는 아무런 하명이 없으셨습니다. 다만······.”


말끝을 흐린 선전관은 잠시 주저하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아무런 뜻이 없지는 않으실 겁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말을 마지막으로 선전관은 곧장 말에 올라서 한양을 향하였는데,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송시열이며 송준길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이 그나마 정신을 차리게 된 것은 하선하는 일을 모두 마친 외조 정랑 윤휴가 다가와서 이상하다는 듯이 물은 때였다.


“아니, 두 분께서는 여기서 우두커니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하선 작업이 모두 끝났습니다. 여기 이러지 마시고 관청에 가서 잠시 쉬고 바로 한양에 가셔야지요.”


윤휴가 하는 말에 송시열과 송준길은 저마다 시선을 맞추니 이내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휴를 잡아끌었다.


“어? 어?”


당황하여 제대로 말을 내지 못하고 있던 윤휴를 향해 그나마 입을 열어 말한 것은 송시열이었다.


“관청에서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 가만히 따라오거라.”



***



“문 좀 닫아주십쇼.”


관청에 들어온 송시열이 송준길에게 청하니 그는 곧장 문고리를 닫아걸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여 닫았음을 알리니 송시열은 잠시 생각하다가 먼저 공언했다.


“이 자리는 첨정이며 주서 그리고 정랑이라는 직책은 내려놓고 논하고자 합니다. 단지 한 사람의 유생, 선비, 사대부로서 논하고자 하니 기탄없이 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네.”


송준길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니 윤휴는 궁금함이 크게 샘솟는 걸 느끼며 물었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진중하십니까?”

“후우.”


그 ‘무슨 일’을 논하기 참 마음에 어려움을 느끼니 송시열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임금이 알려주었다는 것을 제하고자 송시열은 본디 알지 못하였다면 몰라도 알아버린 일에 눈을 돌리고 모르쇠로 있는 건 하지 못할 짓이라 여기는 이였다.


그는 한번 심호흡하여 숨을 고르고는 천천히 입을 열어서 선전관이 전해준 일들을 입에 담았다.


“한양에서 일이 있었다.”


한번 운을 떼기 시작하니 의외로 말이 술술 잘 나오니 들은 것을 고스란히 윤휴에게 전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말을 들은 윤휴는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당황하며 물었다.


“대체 어떻게 살아 있답니까?”


아무리 당금 학풍이며 국풍이 변화하였다고 하나 쉬이 용납되기 어려운 일이었으니, 사실상 역모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 들으니 허목을 향하여 힐난하는 소리는 많아도 동의하는 소리는 적다고 하니 그만하면 확실하게 살아있는 게 용한 수준이었다.


송시열 또한 처음에는 같은 생각이었다.


허나 관청으로 오면서 나름대로 기억을 되새겨 허목이라는 이가 누군지 떠올리니 이게 그렇게 처결하기 조금 껄끄럽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 전에 한번 성상께서 감정껏 처리하고 물러나신 일이 있다. 공교롭게도 그 일 역시 이번 일의 주인공이라 할 허목과 연이 있으니, 함부로 대하기 어렵지.”

“전이라? 아, 그러고 보니 결국 성상께서 원하시는 대로 되긴 했다면 정원군을 추승하신 일은 고집과 독선으로 하신 일. 분명 사람들은 이 일과 그 일을 겹쳐 볼 것이니 섣불리 접근하면 화가 미칠 것이니, 과연 영보가 하는 말이 옳다.”


송준길이 말을 보하니 그제야 윤휴도 허목이라는 이름이 그저 제게 인척으로 가까운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끄응. 이거 참.”


한편으로 그 허목에게 자신이 보낸 서신이 있음을 기억한 윤휴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전에 허목에게 서신을 보낸 일이 있는데, 그것이 이 일에 영향을 주었다고 여기십니까?”

“서신? 그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더냐?”


송시열이 뜻밖이라는 얼굴로 물으니 윤휴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을 늘어놓았다.


“그는 오리 대감의 손녀사위입니다.”

“오리 대감? 완평 부원군 이원익 대감 말인가?”


송준길이 살짝 놀라며 물으니 윤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송시열은 알겠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그분의 서녀가 네 내자되는 이였지. 첩이라고 하나 부부의 합함은 실로 경사라, 내 전에 축하로 몇몇 예물과 시구를 선물한 기억이 있다.”

“그 덕인지 자식도 보았고 건강히 자라고 있습니다.”


윤휴는 감사하는 말을 입에 담은 후에 곧장 제가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알려주었다.


“전에 신풍 부원군의 일이 매듭지어졌을 때 사방에 서신을 보냈습니다. 이러한 일이 있었고 이렇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그것으로 끝은 아니겠지. 네 성격상 왜 옳고 그른 지를 말하였을 터, 아니냐?”

“하하, 영보 형님은 속이지 못하겠네요.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가만히 생각하던 송시열은 선전관이 전한 말들이며 윤휴의 말을 조합하더니 쓰게 웃었다.


“허참.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그렇긴 한데, 아주 영향이 없다고 하기도 어렵겠다.”

“아, 역시 그렇습니까?”


곤란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는 윤휴에게 이어서 말한 것은 송준길이었다.


“여기에 자리한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듯, 새로운 기조는 근원을 살펴 그 이유를 먼저 캐는 것이지. 그러자면 당연히 과거를 살펴야 하니, 아마도 그도 비슷하게 시작했겠지.”


마치 허목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는 듯이 말한 송준길은 고개를 주억이며 말을 이었다.


“다만 도착한 방향이 너무 다르니, 그는 전에 정거당한 이후 아무래도 여러 일을 겪은 모양이다. 어쩌면······.”


송준길이 돌연 말끝을 흐리며 말하기를 아끼니 송시열이며 윤휴 두 사람은 그의 입을 주목했다.


그 시선에 송준길은 마치 제 치부를 드러내는 심정으로 마지못해 말했다.


“······실망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간 공부에, 경험에, 삶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학에 말이다.”


유학에 실망하였다는 말에 무언가 와닿는 것이 있으니, 송시열과 윤휴도 전에 새로이 유학 주장하기까지는 여러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실마리를 얻어서 일신한 내용을 주장하고 나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만일 그들이 답을 얻지 못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두 사람은 이 일을 그저 어리석은 일이나 과격한 일로 치부할 수 없었다.


“아마 저라면 더욱 지키려고 했을 겁니다. 성상께서 깨우쳐 주시기 전에는 그러했으니 말입니다.”

“저는 지금 허목이 말하는 것이 제 입에서 나왔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서로 시인하여 이르니 송준길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나도 한때 뒤처짐에 곤란함을 느끼고 부끄러움을 느꼈으며 갈증을 느끼던 나날이 있었다. 아마 허목이라는 자도 이러한 감정을 느꼈을 터, 어찌 보면 그는 우리 모두의 다른 면을 비추는 거울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그래.”


송준길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세를 곧게 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허면 첨정이며 정랑은 물론이고 이 사람도 할 일이 정해진 모양입니다. 가서 부딪칩시다.”


부딪치자는 말에 송시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전관이 굳이 와서 이렇게 한양에서 있었던 일을 속히 알린 것에는 그러한 의도도 있을 터, 송시열은 제가 할 일이 정해졌다고 여기며 마음을 굳게 잡았다.



***



뜻을 정하였다고 하지만 일이라는 것은 순서가 있는 법이라, 송시열이며 송준길, 그리고 윤휴는 일단 한양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하여 그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허목을 살피는 게 아니라 궐에 들어가서 임금에게 일을 알리는 것이었다.


“신 산둥 아문 첨정 송시열, 지엄하신 주상 전하를 뵙습니다.”

“이 윤 모가 아뢰니, 제물포에서 떠나 산둥에 갔던 일이며 겪은 일들을 성상께 고하고자 합니다.”

“승정원 주서 송준길, 말씀하신 대로 보고 기록하여 돌아왔나이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대답은 그들의 다름을 보이니, 임금은 그들을 한 번씩 보더니 물었다.


“그대들이 무사히 돌아온 것은 나는 기쁘게 생각한다. 또한 산둥이며 제물포 그리고 이후에 있을 대항해에 일이 순조로움을 미리 들어서 알고 있으니, 그 또한 기쁘게 생각한다.”


임금의 말에 세 사람은 이 말의 속뜻을 알고 긴장했다.


지금 나오는 말들을 가만히 살피면 치하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다 알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옳다고 하듯 이어서 들린 말은 그들을 떨리게 했다.


“그러니 먼저 묻고 싶다. 이미 선전관을 통하여 알리게 하였는데 그대들은 어찌 생각하는가? 비록 전에 있던 셋과는 하나가 다르나 능히 전에 비할 만하다고 여기니 나올 대답도 전처럼 훌륭하리라 여긴다.”


외조 정랑 윤선거를 대신하여 자리한 송준길은 이 말에 다소 미묘한 얼굴이 되었으니, 인정받은 것을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고작 대체품으로 여기는 말에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양방을 확실히 알기 전에 한 목소리가 대답하니, 그는 송시열이었다.


“성상께서 미욱한 신들을 위하여 전하여 주신 것은 새겨들었으니, 분명 소신들은 이 일에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며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습니다. 다만 그전에 감히 지존의 뜻을 알고자 하니, 부디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사대부가 왕에게 말함은 허락을 받고 아니고 할 일이 아니다. 그러한 것이 필요하다면 궐 앞에서 항상 외치는 목소리는 진즉에 사라졌을 것이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섬뜩하게도 들리는 말이니 송시열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이었다.


“허면 아뢰겠습니다. 성상께서는 가함을 논하고자 하십니까, 아니면 불가함을 논하고자 하십니까?”

“오래도록 남은 일을 정리할 때가 되긴 하였지. 피는 그분을 이었으나 생각은 다르다. 허나 내가 한 일을 돌이키면 누구보다도 닮았으니, 나는 말하기 어렵다.”


논하기 어렵다고 한 임금은 송시열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송시열이 긴장하니, 임금이 잠시 말없이 바라보는 시간은 송시열에게 있어서 여삼추 같았다.


“허나 한편으로 매번 이렇게 사람 하나가 나서서 외치는 일이 온 나라가 요동하는 것도 달갑지는 않다.”

“그것은 옳은 말이며 옳지 않은 말입니다.”


송시열이 담대하게 말하자 임금은 빙그레 웃었다.


“그대가 말한 것이 맞소. 이는 필요하지만 필요하지 않은 일이니, 당장은 필요함을 인정하여야 하겠지. 어쩌면 주기적으로 그럴 것이고.”


말을 하고 몇 번이고 고개를 주억인 임금은 알아서 하라는 투로 말하며 손을 내저었다.


“물러가서 좋을 대로 하시오. 나는 상황을 살피며 그대들의 뒤를 따를 것이니, 그 끝이 내가 이 자리에서 내리는 일이라고 하여도 개의치 않소. 설령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통성이 확고부동한 이라도 대적하여 그 권세를 빼앗고자 하는 법이니, 바다 건너에서 있는 일이 이를 알려주고 있지. 다만 하나만 바라자면, 우리가 외인들을 대할 때는 항상 당당하였으면 좋겠소이다.”


임금이 뜻을 밝히 이르니 자리한 송시열이며 송준길 그리고 윤휴는 저마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대표하여 송시열이 말하니, 그 말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주상 전하께서 하언하셨으니 신들은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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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67 ageha19
    작성일
    24.03.09 21:26
    No. 1

    빙의 전 능양군이 싸지른 X이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었군요. 그나마 신하들이 깨우친 뒤라서 다행이지...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58 루이미너스
    작성일
    24.03.11 09:59
    No. 2

    누군지 ㄸ올리니 > 떠올리니 오타인듯 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8 금빛시계
    작성일
    24.03.11 23:03
    No. 3

    오타 수정되었습니다.
    도움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감상 되시고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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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 538화 감추는 재미 +2 24.03.30 161 16 12쪽
538 537화 모두가 아는 비밀 +2 24.03.29 151 14 13쪽
537 536화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 +4 24.03.28 150 15 12쪽
536 535화 알고도 모른 척하긴 어렵다 +2 24.03.27 153 14 12쪽
535 534화 미룸은 미정이 아니다 +3 24.03.26 163 14 12쪽
534 533화 허황된 이야기 +2 24.03.25 155 14 16쪽
533 532화 덕은 풍성함이 전부가 아니다 +2 24.03.24 165 12 12쪽
532 531화 소망은 성장한다 +4 24.03.23 167 15 15쪽
531 530화 한가함 뒤에 다가오는 것 +2 24.03.22 157 13 12쪽
530 529화 신부 교환 +2 24.03.21 178 14 13쪽
529 528화 어려운 관계 +3 24.03.20 180 13 11쪽
528 527화 친하면 조금이라도 돌아본다 +1 24.03.19 167 15 13쪽
527 526화 연약한 사람 +6 24.03.18 162 18 12쪽
526 525화 물려받은 천성 +1 24.03.17 164 13 12쪽
525 524화 인정받지 못한 아이 +1 24.03.16 188 15 12쪽
524 523화 뜻은 누구나 품을 수 있다 +2 24.03.15 156 16 13쪽
523 522화 병졸과 역관 +4 24.03.14 164 19 12쪽
522 521화 오는 사람, 가는 사람 +3 24.03.13 173 14 13쪽
521 520화 용기 있는 말 +4 24.03.12 174 16 17쪽
520 519화 정통성 +4 24.03.11 180 19 13쪽
519 518화 그대는 옳다 +3 24.03.10 173 14 11쪽
» 517화 거울 같은 사람 +3 24.03.09 175 14 12쪽
517 516화 우선하여 해결할 일 +2 24.03.08 188 17 13쪽
516 515화 맞수 +3 24.03.07 178 17 14쪽
515 514화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7 24.03.06 183 16 13쪽
514 513화 소리는 사람을 모은다 +2 24.03.05 183 15 12쪽
513 512화 비상함은 필요하지 않다 +4 24.03.04 175 17 13쪽
512 511화 민감한 일 +2 24.03.03 191 14 12쪽
511 510화 노인의 일 +3 24.03.02 198 18 13쪽
510 509화 고귀한 이름 +4 24.03.01 175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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