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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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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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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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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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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95,305

작성
23.05.04 21:05
조회
433
추천
19
글자
11쪽

211화 도박은 없다

DUMMY

211화 도박은 없다


“청나라 기병이 접근합니다!”

“당황할 필요 없다! 목책은 튼튼하고 화포는 많으니 그대로 쏘아서 쫓아 버려라!”

“예!”


오가는 말에 응하듯 곧장 천지를 울리는 화포 소리가 들렸다.


“으아악!”

“쳇, 또냐!”

“후퇴, 후퇴!”


자신들을 노리며 쏘아진 화포에 몇몇 운 없는 팔기가 땅에 그 몸을 누이니 청나라 기병들은 일절 미련을 보이지 않고 말머리를 돌렸다.


“적들이 물러간다! 또 이겼다!”


명나라 군대 가운데 누군가 승리를 입에 담으니 곧 환성이 울렸다.


와아아아-----!!!


“황제 폐하 만세! 만만세!”

“상승장군 홍승주 천세! 천천세!”


병졸이고 장수고 가리지 않고 그 외침에 거리낌이 없고 사기는 드높으니 지금 명나라 군은 실로 천병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몇몇 사람은 이 상황이 평범하지 않음을 알고 있으니, 군을 이끄는 홍승주는 바로 그 몇몇에 들어 있었다.


“부장, 오늘 소모한 화약과 병기 그리고 다치고 죽은 이는 없는지 살펴라.”

“예, 장군!”


그 충성심을 숫자로 표시한다면 그 한도가 몇이건 최대로 쓰여있지 않을까 싶은 얼굴과 목소리로 대답한 부장은 곧장 달려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홍승주는 곧 사람들을 물리고는 이마를 짚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쯧, 아무래도 이제는 득보다 손해가 큰 거 같은데.”


알아보고 오라고 했으나 이미 다양한 전장을 거치며 싸운 홍승주다.


오늘 쓴 화포는 전보다 더 횟수가 적으나 그 소모한 화약에 비해 전과는 전보다 더 대단치 않음이 훤히 보였다.


“패배보다는 낫지. 패배보다는.”


전쟁에서 중요한 요소는 세 가지.


하나는 천시고, 둘은 지형이며, 셋은 사람이다.


이 가운데 천시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명나라와 청나라 둘 다 좋지 않았다.


명나라가 군을 움직인 것이 가을 무렵이었고 이제는 겨울 한중간이니 전쟁하기 좋은 계절은 분명히 말해서 아니다.


그러나 양측 모두에게 좋거나 나쁘다면 동등하다 할 수 있으니 이는 괜찮았다.


지형은 청나라가 우위에 있다고 하나 이미 진신갑이 전에 한번 움직여 깊숙이 알았으니 그것도 그리 불리하진 않다.


그럼 이제 중요한 건 사람인데, 명나라는 그 사람에 유리함과 불리함을 모두 갖고 있었다.


그 유리함은 숫자가 많음이오, 불리함은 그 많은 숫자가 제대로 한 사람분 하기 의아한 수준이라는 거였다.


화포로 인해 어찌어찌 숙련도 문제를 해결하였다고 하나 명나라 군대는 기본적으로 저들 청나라 군대에게 여러 번 밀린 전적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럴 때마다 병이 줄었고 다시 모았다.


삽시간에 군대가 다시 생긴듯 보이나 그 내실을 살피면 이야기가 달랐으니, 꼭 새로운 것이 좋은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는 표본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당장은 여러 전투를 거치고 살아남은 숙련병들에게 그러한 신병들을 이끌게 하여 그 간극을 메우고 있으나 개별 전투력이나 의지가 중요하게 되면 명나라 군대는 여실하게 불리했다.


이 간극을 더욱 메우기 위해 홍승주는 출전하기 전부터 고심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바로 철저하게 숫자를 살리며 개개인의 역량이 중요하지 않은 전황으로 만드는 것이니, 그 방식은 진군하는 속도를 줄이고 가는 곳마다 목책을 세우고 방어적으로 전쟁에 임하는 것이었다.


자국의 땅을 벗어나 싸우는 방도로서는 상식적이라 할 수 없으나 홍승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그리고 이 상식적이지 않다 여겨질 전법은 지금까지 효과가 있었다.


장수부터 병졸에 이르기까지 여러번 손쉽게 승리하니 그 사기 하나는 숙련병들만 모인 것과 비하여도 손색이 없게 된 것이다.


본디 날랜 기병을 이용해 사방을 흔드는 방법을 쓰는 청나라에게 있어서 이 방식은 대부분의 전술을 봉쇄하였다고 봐도 무방했다.


더불어서 이제 그 느릿한 행군 속도에도 불구하고 전진한 거리가 제법 되니 성과라고 북경에 몇 번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한계에 달해가는 것이 홍승주의 눈에는 빤히 보였다.


“후우, 대군은 기책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더니 어찌하여 나는 이런 기책이나 내고 있단 말인가.”


답답함을 해소할 길이 없음을 느끼며 중얼거린 홍승주는 바깥에서 사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으며 신색을 의연하게 바꾸었다.


“장군, 말씀하신 것들을 알아 왔습니다.”

“들어와라.”

“예.”


부장이 돌아와서 이르는 말에 그를 들이니 곧 보고가 시작되었다.


“부상자는 거의 없고 사상자는 전무합니다. 또한 오늘의 화약 소모는······.”


가만히 부장이 고하는 말을 귀에 듣던 홍승주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


“남은 병량이나 화약 그리고 목재는 충분한가?”


매번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 부장 역시 모르진 않았다.


그렇기에 홍승주가 묻는 말에 부장은 잠시 어두운 얼굴을 하였으나 이내에 입을 열어 사실을 고했다.


“그, 이동을 하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지금처럼 이동하면 봄이 올 때면 간당간당해질 거 같습니다.”

“보급이 추가로 있어도?”

“지금 오는 것에 더해서 더 많이 온다면 모를까, 같은 수준이면 그렇습니다.”


부장이 고하는 말에 홍승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하면 그가 생각했던 최악에는 아직 달하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허면 당분간은 이곳에서 대기하고 뒤쪽에 부대를 보내어 몇몇 주둔지에 남긴 목책을 회수해라.”

“예, 알겠습니다!”


워낙 느릿하게 움직였기에 촘촘하게 박혔던 목책 진영들에서 그것들을 수거하면 조금이나마 더 이 비효율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전술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더해 목재가 덜 소모되면 그만큼 양곡을 더 가져와서 우위를 계속 점할 수 있다 여긴 홍승주는 멀리 시선을 주며 눈에 힘을 주었다.


‘도박은 없다. 이대로 차근차근 심양까지 간다.’



***



“미친놈들인가?”


정친왕 지르가랑은 오늘도 마찬가지였다는 보고를 들으며 짜증을 한껏 얼굴에 드러냈다.


그것으로 부족하다는 듯이 지르가랑은 미간에 가득 주름을 잡으며 말을 냈다.


“저런 느릿한 속도에 목책을 단단히 세우고 화포를 배치한다. 여기가 우리 청나라 땅이 아니라 명나라 땅이었나 보군.”


그에 동석한 장수들은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어떤 이들은 그 심정을 숨기지 않고 토로하기도 했다.


“겁쟁이들이 숨어서 쏘기만 하고 걸음도 느리니 아주 미치겠습니다.”

“당장 정면에서 붙으면 화포도 피해서 다가갈 것이나 목책으로 가리니 곤란합니다.”

“이러다가 심양까지 저들의 군대가 줄지어 오는 걸 보게 생겼습니다.”

“그건 곤란하지.”


심양까지 오겠다는 말에 지르가랑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거느린 군사는 당장 4만 여로 적지 않았다.


그런 군사가 아무리 배는 있다고 하나 적들을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고 심양까지 보내줄 수야 없는 노릇이었다.


“친왕 전하, 그것만이 곤란의 끝이 아닙니다. 이래서야 전쟁에서 이겨도 이 근방은 당분간 못 씁니다.”

“맞습니다. 당장 근방 사람들이 모두 반대편 얼어붙은 땅이나 조선 근방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면 북경을 얻은 후가 아니면 이 근방은 무주공산이 됩니다. 당연히 어떠한 수확도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끄응.”


당장 전쟁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후에도 곤란함을 논하니 지르가랑의 얼굴에 서린 곤혹감이 한층 강해졌다.


한편으로는 곤혹을 넘어서는 감정이 있으니, 바로 두려움이었다.


‘내가, 이 지르가랑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이상한 일이며 인정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몽고로 시작하여 조선을 누비고 명나라도 여러 차례 격파한 경험이 있는 지르가랑이었다.


약골이라 저들을 폄하한 적은 있을지 몰라도 두려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지르가랑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전투를 치렀기에 눈을 돌리고 싶어도 돌릴 수 없는 사실을 하나 알고 있었다.


“우리 대청에서 저렇게 움직이면 과연 얼마나 군을 유지할 수 있지?”


지르가랑이 툭 던진 질문에 좌중은 일제히 입을 다물고 침묵을 지켰다.


이에 지르가랑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하, 다 쓰러져가도 그 저력은 아직도 남았다는 건가? 천명을 쥔 중원 왕조라는 것은 실로 대단하군.”


당장에 들이닥쳐서 저들을 이길 자신은 있었다.


목책이나 화포 따위, 이미 그들도 대책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르가랑은 그것이 정말 승리로, 단발적인 승리가 아니라 대청이 천명을 쥔다고 하는 가장 큰 승리로 이어지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심양에 계신 한께 사자를 보내라. 놈들의 동태를 전하고 우리는 그동안 저놈들이 물자를 소모하도록 유도하고 보급을 노린다.”

“저들의 보급은 오면서 세운 목책으로 인해 노리기 쉽지 않습니다.”


한 장수가 우려를 표하니 지르가랑은 비릿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그것이 저 장성처럼 늘어선 것도 아니고 이제는 제법 거리가 있지 않나? 정 힘들다면 장성 너머로 가라. 설마하니 자랑스러운 팔기가 장성이나 목책에 막혀서 가지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다소 무리한 말로 들리나 장수들은 우려를 드러낸 이를 포함해 모두 웃었다.


확실히 말해, 그들 만주족에게 그런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 장수들을 보며 지르가랑은 만족스럽게 웃는 한편 속으로 생각했다.


‘이쪽은 이걸로 저 느릿한 움직임은 한층 더 느리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주 말려 죽일 생각이라고 하면 정말 심양까지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 설마 한께서 그걸 노리시는 것인가?’


그것이 아주 형편없다고 하긴 그렇지만 여러모로 걸리며 탐탁지 않은 수법이기에 지르가랑은 저도 모르게 심양이 있는 방향으로 눈을 굴렸다.


그러나 그도 잠시, 그는 그 눈알을 억지로 돌려 다시 정면을 보았다.


지르가랑이 받은 명령은 최대한 저들을 상대하며 지연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당장은 눈앞에 집중하는 게 옳았다.


큰 그림을 볼 수 있으면 좋으나 그것을 그리고 살피는 것은 그가 할 일이 아니었다.


‘이 이상은 한께서 하실 일이다.’


속으로 말하여 그 미혹을 온전히 떨친 지르가랑은 곧 그 결의가 흩어지지 않도록 입을 열어 외쳤다.


“대청은 승리할 것이다! 다이칭 구룬이여 영원하라!”

“““다이칭 구룬이여 영원하라!”””



***



“명나라는 실로 놀랍구나. 설마하니 이러한 전술을 취할 줄이야.”


지르가랑에게 전령을 수시로 받아 전황을 파악하고 있던 홍타이지는 방금 도착한 소식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잠시 생각하던 홍타이지는 곧 그가 가장 군사적인 면에서 믿는다 할 수 있는 두 사람을 둘러보았다.


“잉굴다이, 도르곤.”

“예, 한이시여.”

“말씀하소서.”


두 사람이 이어서 대답하니 홍타이지는 진중한 얼굴로 둘을 보며 물었다.


“전황이 생각과 달리 돌아가고 있다. 처음에 계획한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느냐?”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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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9 샤미드
    작성일
    23.05.04 21:20
    No. 1

    적의.땅에 알박기.. 이것이 바로 인구돼지 국가의 전술인가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65 ageha19
    작성일
    23.05.04 21:39
    No. 2

    그러나 둘 다 피를 확실히 흘리면서도 비명을 참고 있죠. 변수는 양쪽 국가원수의 뚝심이 가를 것 같은데... 이번에도 숭정제가 또 발작하지 않을려나?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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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240화 이가 없는 입술 +2 23.06.02 374 22 13쪽
240 239화 정할 수 없는 괴로움 +2 23.06.01 370 23 15쪽
239 238화 거기서 거기다 +1 23.05.31 362 26 13쪽
238 237화 사람의 생각은 +1 23.05.30 376 25 15쪽
237 236화 한 해로 한 해를 감당치 못하면 그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 23.05.29 370 24 13쪽
236 235화 원숭이와 너구리 +4 23.05.28 388 24 16쪽
235 234화 동향 사람 +2 23.05.27 363 21 14쪽
234 233화 조선에 정년은 없다 +3 23.05.26 379 22 13쪽
233 232화 표명은 그 자체로 힘이 있다 +1 23.05.25 351 25 15쪽
232 231화 남는 자의 고민 +2 23.05.24 353 21 13쪽
231 230화 머무는 객, 떠나는 객 23.05.23 376 19 12쪽
230 229화 어렵다고 하여 멈출 수는 없다 +1 23.05.22 379 18 14쪽
229 228화 소문은 자극적이다 23.05.21 381 20 15쪽
228 227화 복록의 약조 +2 23.05.20 364 21 18쪽
227 226화 불은 모든 것을 태우고서야 잦아든다 +2 23.05.19 366 19 13쪽
226 225화 불씨는 작다 +4 23.05.18 374 20 16쪽
225 224화 장작을 모으는 법 +1 23.05.17 387 16 15쪽
224 223화 천하가 여기에 있다 +2 23.05.16 396 19 11쪽
223 222화 바라는 것은 23.05.15 396 23 12쪽
222 221화 배부른 사람은 모른다 +1 23.05.14 404 21 13쪽
221 220화 선택이 가능하다면 사람은 고른다 +2 23.05.13 407 20 13쪽
220 219화 전쟁은 도박이다 +1 23.05.12 446 21 12쪽
219 218화 타협과 양보는 때때로 일방적이다 +2 23.05.11 432 22 13쪽
218 217화 청개구리 +1 23.05.10 419 17 13쪽
217 216화 의심은 아래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1 23.05.09 431 18 13쪽
216 215화 일을 미루면 이자가 붙는다 +1 23.05.08 422 23 15쪽
215 214화 전쟁과 정치는 한 몸이다 +2 23.05.07 464 18 12쪽
214 213화 양동 +3 23.05.06 455 20 13쪽
213 212화 천명으로 가는 길 +1 23.05.05 445 22 12쪽
» 211화 도박은 없다 +2 23.05.04 434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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