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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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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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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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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9화 전쟁은 도박이다

DUMMY

219화 전쟁은 도박이다


“이겼다!”

“상승장군 홍승주 천세!”

“홍승주 장군 천세, 천세!”

“대명은 영원하다! 황제 폐하 만세!”


사방에 시체가 가득하고 피비린내에 더해 화약 특유의 향이 가득했다.


그러한 풍경 속에서 명나라 병사들은 그 시신 대다수가 청나라 사람이라는 걸 쉬이 알아보고 기뻐했다.


대승.


그야말로 대승이었다.


아무리 단단하게 지키며 그들은 거의 피해가 없다시피 하였다고 하나 적들과 끊임없이 교전을 벌인 병사들은 이것으로 마치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기뻐했다.


몇몇은 그들을 이끈 장군 홍승주를 부르고 또 몇몇은 전에 홍승주가 외친 것을 기억하며 숭정제를 찬양했다.


그러나 홍승주는 그들처럼 대승을 순순히 기뻐할 수가 없었다.


화약이며 병사들의 목숨이며 지금까지와 달리 아끼지 않고 갈아 넣었으니 승리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이 전투가 마지막이며 이곳이 심양이었다면 홍승주도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심양이 아니며 오늘 승리한 전투가 마지막도 아니니 홍승주는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다.


“장군, 괜찮으십니까?”


그 기뻐하지 못하는 얼굴을 보고 부장이 조용히 귀엣말을 건네니 홍승주는 그 물음에 쓰게 웃으며 금세 표정을 고쳤다.


도착점이 아니라고 해서 기뻐하지 않을 수는 있으나 그 걱정을 얼굴에 드러내는 건 기껏 승리로 오른 사기를 깎아 먹는 일이니 지양함이 마땅했다.


“······피로가 좀 있을 따름이네. 그간 대치가 조금 길지 않았나. 나는 이만 들어가서 북경에 보낼 장계를 써야겠네.”


말하면서 본래 없어도 될 희생과 소모를 생각하고 앞으로 더할 것을 생각하니 안쓰러움이 든 홍승주는 적어도 그 지금 당장은 즐거움을 주고자 생각하며 말을 덧붙였다.


“일이 먼저니 나는 어렵지만 그래도 승리는 확실히 느껴야지. 그대는 가서 병사들을 조금 풀어주고 고기와 술을 베풀게. 장수들도 얼마간은 허락하지.”

“예, 장군!”


홍승주가 하는 말에 부장은 기쁨을 숨기지 못하는 얼굴로 웃었다.


그 해맑은 얼굴에 다시금 그를 부장으로 세운 이유를 떠올리며 걱정이 들었다.


그냥 넘길까 하였으나 앞으로 일을 생각하면 이런 작은 일을 간과하여 무엇하나 어긋남을 허용하기 어려웠기에 홍승주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경계를 게을리함은 용납할 수 없다는 걸 기억하게.”

“물론입니다.”


작은 경고에 보였던 기쁨을 지우며 진중하게 대답하니 한결 마음이 놓였음인가, 그는 발걸음을 조금 가볍게 하여서 막사로 향했다.


‘괜찮을 것이다.’


그저 완벽에서 십중팔구로 바뀌었을 뿐이다. 


여전히 승산은 그에게, 명나라에 있었다.


홍승주는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앞으로 있을 일에서 눈을 돌렸다.


숭정제가 이른 것처럼 ‘확실한’ 공적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공적을 ‘더워지기 전’이라는 시기에 맞추려면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았다.



***



정친왕 아이신기오로 지르가랑이 이끄는 군이 패배한 사실은 곧장 심양에 전해졌다.


“패배했다?”

“예, 한이시여.”


대역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린 팔기를 보며 홍타이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상태로 얼마간 생각하던 홍타이지는 그 음성에서 분노나 기타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내지 않고 말을 건넸다.


“알았다. 이만 물러가서 쉬어라. 필시 고단할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잠시 어리둥절했으나 그 말에 팔기는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그를 물린 후 다시 생각에 잠긴 홍타이지는 가만히 사람을 불러 일렀다.


“예친왕을 불러와라.”


말한 이의 권위를 증명하듯 그 나직한 명령은 금세 예친왕 도르곤을 그 앞에 세우게 했다.


“지르가랑이 졌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팔기가 전한 사실을 고하니 예친왕 도르곤은 덤덤하게 대답하였다.


그 모습에 홍타이지는 미간에 주름을 잡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으로 끝이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을 뿐입니다.”


공손이 고개 숙이며 대답한 도르곤은 진심을 담아서 말을 덧붙였다.


“물론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하여 바란 일은 아닙니다.”

“그래, 그렇겠지. 이걸로 4만에 이르는 팔기가 소멸하고 1만여에 이르는 팔기가 저들 가운데 고립되었다. 이것이 네가 말한 길이냐?”

“도중이니 길이나 멈춘다면 길이 아닙니다.”

“그럼 앞으로 나아갈 길은 어디냐? 나에게는 잘 보이지 않으니 길이 있는지 의심스럽구나.”


홍타이지가 대놓고 묻는 말에도 도르곤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입을 열어서 물었다.


“지르가랑은 어떻게 졌습니까?”


이 물음에 홍타이지는 팔기에게 들은 것을 간략히 일러주었다.


적들이 그간 보이던 수세를 버리고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고, 이에 중과부적으로 패했다고 말이다.


“흐음, 제 예상보다 빠르군요.”

“빠르다? 무엇이? 패배하는 것이?”

“저들이 이렇게 공세로 돌아서는 것 말입니다. 저는 지르가랑이 패배한 후에나 그러할 줄 알았습니다.”


지르가랑이 패배하는 것이 상정 내, 아니 그것을 넘어서 마치 필요한 일이었다는 듯이 말하니 홍타이지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나는 전에 분명히 말했다. 요토를 쓰면서 녀석이 사석(死石)이 되지 않게 하라고. 그것은 당연히 지르가랑이나 그 녀석이 이끌던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듯, 저는 그 패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패배가 아니라 부족하여 물러남을 상정하였고, 그로 인해 저들이 저 큰 것에 욕심을 낼 것이라 여겼을 뿐입니다.”

“욕심? 그 욕심을 억제하기 위해 요토를 북경으로 보낸 것이라고 할 생각이냐?”


도르곤이 하는 말에 홍타이지는 여전히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여러모로 거부감이 드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버릴 생각으로 움직이는 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인명을 마구 버리고 소모하는 것은 만주족답지 않았다.


“욕심을 억제한다라. 가능하다면 저도 그리했겠습니다. 하지만 한께서도 이미 아시다시피, 욕심은 억제하는 것보다 부추기는 것이 더 쉽습니다.”

“위협으로 부추기는 건 오로지 안전을 향한 욕구뿐이다.”

“저만한 군을 일으킨 이들이 북경을 1만 남짓으로 위협받는다고 저 대군을 돌이키겠습니까. 욕심이 있는데 말입니다.”

“과연.”


욕심을 부추긴다는 말을 그제야 이해한 홍타이지는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안전을 욕심내기에는 들인 것이 많지. 많아도 너무 많아. 그리고 저들 역시 뒤가 없다.”

“뒤가 없는 것은 여전히 의혹이긴 합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크긴 하나 저 명나라 것들이 워낙 징그럽게 많아야지요.”

“하하, 네 말이 맞다. 하지만 그것도 머지않았겠지?”

“물론입니다. 또한 버일러 요토가 후방을 어지럽히고 저들을 조금씩 갉아먹을 것이니 우리는 이제 욕심에 눈이 먼 명나라 군대를 잡아먹으면 됩니다.”


앞으로 할 일을 이른 도르곤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만주에서 청나라는 무적입니다. 그리고 저들을 여름이 오기 전에 모두 없이 한다면 강북은 우리 청나라의 것입니다. 고작 금주나 산해관과 같은 곳은 동떨어진 섬이 될 것이고요.”

“훌륭하다. 그러면 이제 할 일은 명백하군.”


홍타이지는 위엄이 담긴 얼굴로 입을 열어 명령했다.


“도르곤, 모두를 모아라. 결전에 나서겠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굳이 저들에게 일말의 가능성을 안겨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주에서 우리는 무적이다. 네가 한 말이다.”


방금 말한 것을 직접 말하여 일깨워 주는 말을 홍타이지가 입에 담으니 도르곤은 그 말을 긍정했다.


“물론입니다. 만주에서, 청나라 강역에서 우리는 패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입은 손실이 크니 굳이 맞서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그 마주함으로 인해 발악하면 많은 장수와 병사는 물론이고 한께서 그 몸에 상함을 입으실까 두렵습니다.”

“흐음. 그러면 무엇을 노리자는 거냐?”

“당연히 저들이 의지할 모든 곳입니다.”

“노릴 필요가 없는 곳이라고 들었던 거 같은데.”


의아함을 담아 묻는 홍타이지를 향해 도르곤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물론 그렇지만, 동시에 한 번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확실히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손해 없이 하번 찔러볼 만하다고 하면 해보는 것이 마땅하지 않습니까.”


도르곤은 그렇게 말하더니 홍타이지가 마음에 들어 할 말을 입에 담았다.


“북경과 비슷하게 하면 그리 많은 숫자를 움직일 필요도 없지요.”



***



“자, 장군!”

“······무슨 일이냐.”


금주성을 지키는 장수, 조대수는 급박하게 달려오는 부장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대청 방어선의 최전선인 금주다.


이곳에서 이리 급히 달려올 일이라면 하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의아한 생각도 없지는 않았는데, 이미 북경에서 홍승주가 대군을 이끌고 청나라 땅 깊숙이 들어가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쁜 예감은 언제나 빗나가지 않는 법, 조대수가 귀에 들은 말은 익히 예상했으며 듣기 바라지 않았던 말이었다.


“청나라 놈들이 성 바깥에 나타났습니다!”

“빌어먹을.”


짧게 된소리를 내어 기분을 드러낸 조대수는 급히 무장을 챙기고 외쳤다.


“전투를 준비하고 당장 북경에 전령을 보내라!”



***



“여진족 놈들이 미쳤나?”


산해관을 지키는 젊은 제독 오삼계는 바깥에 보이는 청나라 깃발들을 보며 당황을 금치 못했다.


“홍승주 대인께서 이끄는 군은 어찌하고 여길 노려?”


산해관은 천혜의 요새로서 그 병사가 병기만 쓸 줄 알면 능히 일당십은 물론이고 일당백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장소를 대명 대군을 무시하고 노리다니, 이는 상리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상리에서 벗어나건 말건 바깥에 보이는 깃발들은 분명히 청나라의 것이니 무시할 수 없던 오삼계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그가 해야 할 말을 했다.


“방어를 준비하고 북경에 전령을 보내라. 아무래도 놈들이 홍승주 대인께서 이끄는 군에 심히 맞아 도박하는 듯싶다.”



***



그렇게 북방을 지키는 두 주요 거점에서 전령들이 북경을 향해서 달렸다.


그러나 그 전령들은 하나도 북경에 도달하지 못하였으니, 북경 근처에 진영을 차리고 연일 사방에 정찰을 뿌리는 요토 덕분이었다.


“커헉!?”

“이걸로 셋. 더 있을 거 같나?”

“전령이면 더 있겠지. 한 일곱, 아니 스물일곱은 더 잡는다고 생각해라.”

“틀린 말은 아니군.”


통신 기술이 확립된 후라면 모를까, 이 시대에 사람을 덜렁 하나만 보내서 소식이 전해지길 바라는 건 과한 욕심이자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러니 동료가 하는 말처럼 적어도 일곱, 많으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전령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현명했다.


“오늘은 바쁘겠어.”


점령에는 적어도 수만, 수십만에 이르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허나 그저 죽이고 떠남에는 그렇게 많이 필요치 않으며 사방의 길을 막아 오가는 일과 소통을 어지럽게 하는 건 1만이 아니라 그 절반으로도 충분하니, 명나라에서 이 단절을 알게 된 것은 상당한 시일이 흐른 후였다.


다만 모든 일이 청나라에게 좋게만 흘러가지는 않았으니, 명나라가 이 단절에 대해 눈치챌 무렵에는 감추고 있던 사실 하나가 같이 드러나게 되었다.


북경을 위협하는 청나라 군에게 지원군은 없으며 그들의 숫자가 고작해야 1만 남짓이라는 치명적인 사실이 말이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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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240화 이가 없는 입술 +2 23.06.02 374 22 13쪽
240 239화 정할 수 없는 괴로움 +2 23.06.01 370 23 15쪽
239 238화 거기서 거기다 +1 23.05.31 362 26 13쪽
238 237화 사람의 생각은 +1 23.05.30 376 25 15쪽
237 236화 한 해로 한 해를 감당치 못하면 그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 23.05.29 371 24 13쪽
236 235화 원숭이와 너구리 +4 23.05.28 389 24 16쪽
235 234화 동향 사람 +2 23.05.27 364 21 14쪽
234 233화 조선에 정년은 없다 +3 23.05.26 379 22 13쪽
233 232화 표명은 그 자체로 힘이 있다 +1 23.05.25 351 25 15쪽
232 231화 남는 자의 고민 +2 23.05.24 354 21 13쪽
231 230화 머무는 객, 떠나는 객 23.05.23 376 19 12쪽
230 229화 어렵다고 하여 멈출 수는 없다 +1 23.05.22 379 18 14쪽
229 228화 소문은 자극적이다 23.05.21 381 20 15쪽
228 227화 복록의 약조 +2 23.05.20 365 21 18쪽
227 226화 불은 모든 것을 태우고서야 잦아든다 +2 23.05.19 366 19 13쪽
226 225화 불씨는 작다 +4 23.05.18 374 20 16쪽
225 224화 장작을 모으는 법 +1 23.05.17 387 16 15쪽
224 223화 천하가 여기에 있다 +2 23.05.16 396 19 11쪽
223 222화 바라는 것은 23.05.15 397 23 12쪽
222 221화 배부른 사람은 모른다 +1 23.05.14 405 21 13쪽
221 220화 선택이 가능하다면 사람은 고른다 +2 23.05.13 408 20 13쪽
» 219화 전쟁은 도박이다 +1 23.05.12 447 21 12쪽
219 218화 타협과 양보는 때때로 일방적이다 +2 23.05.11 432 22 13쪽
218 217화 청개구리 +1 23.05.10 419 17 13쪽
217 216화 의심은 아래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1 23.05.09 431 18 13쪽
216 215화 일을 미루면 이자가 붙는다 +1 23.05.08 423 23 15쪽
215 214화 전쟁과 정치는 한 몸이다 +2 23.05.07 464 18 12쪽
214 213화 양동 +3 23.05.06 455 20 13쪽
213 212화 천명으로 가는 길 +1 23.05.05 445 22 12쪽
212 211화 도박은 없다 +2 23.05.04 434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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