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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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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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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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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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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30화 머무는 객, 떠나는 객

DUMMY

230화 머무는 객, 떠나는 객


“전하, 동래에서 장계가 올라왔습니다.”

“동래에서? 읽어보라.”


동래라는 말에 통신사 일인가 싶어서 장계를 읽으라 하니 도승지 이경증은 곧장 장계를 펼치고 읽기 시작했다.


가만히 그 장계 내용을 들은 나는 좋은 소식 몇에 논할 일이 하나 있음을 알고 손가락으로 받침을 두드렸다.


“통신사가 모두 몸 성히 돌아오고 그 역할을 무사히 마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도승지는 각 승지들과 논하여 육조에 신의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 전하라.”

“예, 전하.”


일단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말을 해준 나는 남은 일을 고민했다.


나 자신은 그리 거리낌이 없는 일이나, 조정 신료들과 백성들이 어찌 받아들일지가 걱정스러웠다.


고민해도 쉬이 답이 나오지 않으나 무한정 이 고민만 붙잡을 수도 없던 나는 미간에 주름을 잡히는 걸 느끼며 입을 열었다.


“이미 저들과 화약이 있으며 그 관계에 예전에 비하면 좋다고 하나 이 일은 함부로 논하기 어렵다. 신료들을 소집하라. 이 일은 조정에서 가부를 논하겠다.”



***



“아버님이 말씀하신 것이 하나 틀리지 않구나.”


동래에 도착한 회답사 겸 감찰관 야규 미츠요시는 벌써 며칠이고 동래에 머물고 있는 자신의 상세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도착하고 이삼일은 일본과 다른 풍경과 문화를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으나 체재하는 날이 길어지니 걱정만 들었다.


“소식이 가긴 한 건가? 설마하니 몇 년이고 여기에만 있다가 에도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되어서야 아비에게도 그렇고 쇼군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니 미츠요시는 일이 그렇게 될 경우 책임지고 할복이라도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막상 에도에 있는 그 아비 야규 무네노리나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츠가 들으면 머리를 쥘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끄응.”


그러나 그걸 알지 못하는 미츠요시는 그 고민이 깊어지는 걸 느끼며 앓는소리 냈다.


“계시오? 나 심기원이오.”

“아, 예!”


그나마 말을 나누어 봄 직한 사람이 찾아옴을 알리니 미츠요시는 반색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에 심기원은 다소 당황하였으나 곧 평정을 되찾고 찾아온 용건을 입에 담았다.


“험험, 내 듣기로는 그대가 일본에서 오는 이들을 확인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고 들었소이다.”

“감찰관 일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맞습니다. 후추 번주께서 내어준 허가장이 맞는지 확인해야 하고 막부에서 배당한 권한을 올바른 이가 행사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미츠요시가 제가 맡은 일을 숨김없이 이르니 심기원은 다행이라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허면 좀 나오셔야겠소이다. 지금 왜관에 쌀을 팔겠다고 온 이들이 있으니.”

“······벌써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르기에 미츠요시가 당황하며 물으니 심기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대를 부르는 거기도 하오.”


진짜인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츠요시 자신도 당황스러울 정도의 속도니 이해하지 못 할 일도 아니긴 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나가겠습니다.”


예상한 것과 좀 다르긴 하지만 맡은 일이 있으니 미츠요시는 결연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하여 심기원과 함께 왜관으로 향하니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동래 부사 정양필이 그곳에서 지친 얼굴로 두 사람을 맞았다.


“도원수, 오셨습니까!”

“흠흠, 그냥 부사라고 불러주시는 게 좋소이다.”

“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정양필은 심기원이 부담스러운 얼굴로 말하니 급하고 바라는 마음에 너무 올려서 말했다 여기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저, 일본에서 곡식을 팔러 온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응? 아, 그대가 확인해줄 사람이군. 그렇소이다.”


미츠요시가 주저하다가 일본어로 물으니 이미 동래부사로서 귀와 입이 제법 트였던 정양필은 역관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대답했다.


그 말에 미츠요시는 문득 생각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말을 왜 이렇게 잘해?’


자신은 정작 사신과 같은 일로 와서 말에 능하지 못하니 조금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이고 일부터 함이 마땅하다 여긴 미츠요시는 목을 가다듬으며 다시 물었다.


“제가 보고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래 주면 좋겠소이다. 내 확인도 없이 동래에 사람을 들이다가는 경을 칠지도 몰라서 말이지.”


정양필은 그렇게 말하고 사람 두엇을 불러서 안내하게 하니 미츠요시는 곧 일본에서 왔다는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할 수 있었다.


“아, 그대가 야규 공이시군.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야규 미츠노리로, 조촐하나마 감찰관이라는 직무를 맡고 있습니다. 귀공은 어디서 오신 어느 분이시며 후추 번 번주께서 내어 주신 허가장이 있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어렵지 않지. 이 사람은 야마우치 타다요시라고 하오. 보잘것없으나 쇼군께 은혜를 입어 토사 번 번주를 맡고 있소이다.”


토사 번 번주라는 말에 미츠요시는 당황했다.


“버, 번주께서 어쩐 일로 직접 오셨습니까?”

“계속하지는 못해도 큰일이니 그 시작을 살핌이 당연하지 않겠소. 그리고 빨리 와야 남들보다 많이 알고 직접 와야 정확히 아는 법이지.”


타다요시는 그렇게 말하더니 속에 뼈를 담아서 말했다.


“이제 옛 전국 시대처럼 아랫사람에게 그냥 맡기기만 하는 시대가 아니어서 말이지. 아, 가져왔느냐?”

“예, 번주님.”


다가온 무사 하나에게 말하니 그는 공손히 가져온 함을 열어서 보였다.


거기에 담긴 허가장을 집어 든 타다요시는 그것을 미츠요시에게 내밀었다.


“보시지요.”

“확인하겠습니다.”


속성이라고는 하나 떠나기 전에 확실하게 살필 내용을 머리에 주입한 미츠요시는 이 허가장이 진짜이며, 눈앞에 있는 야마우치 타다요시 명의로 나온 것을 알았다.


“확인했습니다. 이곳에서 내리고 돌아가십니까?”

“가능하면 올라가서 조선왕께도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어렵겠소이까?”

“그건······.”


아직 그 자신도 허가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가타부타 이야기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그를 도와준 것은 호기심에 함께 따라온 심기원이었다.


“들으니 알현을 비라신다고요?”

“음? 그쪽은······아, 통신사시군요. 다시 뵙습니다.”


타다요시가 심기원을 알아보고 예를 차리니 심기원은 마주 인사하며 다시 물었다.


“한양으로 향하고 싶으신 것이오?”

“그렇습니다. 감사라도 한 마디 드릴까 해서 말입니다.”

“감사?”

“이렇게 양국을 다시 화평하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 이득을 보게 하시니 참으로 기껍지 않습니까? 은혜를 입은 것이니 당연히 그 인사를 드려야지요.”


매끄럽게 이야기하니 그 진심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말이었다.


심기원은 그 진심이 없음을 느끼고 한순간 눈썹을 꿈틀거렸으나 이내네 평정을 가장하며 고개를 저었다.


“당장 올라가시는 건 어렵소이다. 상께서 아직 이 사람들조차 오도록 허락하지 않으셨으니 말이오.”

“아, 상경이 어려운 것은 이곳도 그런가 봅니다.”


적당히 현실에 맞추어 둘러댄 말이나 타다요시는 제가 아는 상식에 맞추어 이해하였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미련을 버렸다.


“어쩔 수 없지요. 허면 말씀을 남겨둘 테니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심정으로 했던 일이기에 타다요시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확인이 끝났다면 잠시 쉴 곳을 내어 받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타다요시가 묻는 말에 미츠요시는 슬쩍 심기원에게 시선을 주어 눈으로 물으니 심기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능합니다. 잠시 이곳에서 기다려주십쇼.”

“물론입니다.”



***



대답은 미츠요시가 하였고 허락은 심기원이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나 정작 수고한 것은 동래부사 정양필이었다.


며칠 동래에 머무르며 양곡을 팔고 사갈 것을 흥정한 타다요시는 떠날 때가 되니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딱 좋아.’


이득도 그렇고 거리나 그 험함도 그렇고 그에게 여러모로 적당했다.


불만을 돌리는 일은 물론이고 수익은 상당하여 영지를 가꾸는 일에 도움이 될 것을 확인하니 타다요시는 토사 번으로 돌아가지 않고 곧장 상인 놈들을 찾아가서 급히 사람과 양곡을 모은 보람이 있었다.


더불어서 어느 정도 후추 번에 공을 들이고 조선에 공을 들이면 될지도 윤곽은 잡혔으니 여러모로 좋은 일이었다.


심지어 이 모든 것을 제 돈이 아니라 막부의 돈으로 하였으니 타다요시에게는 이만큼 좋은 여행이 또 어디에 있겠나 싶었다.


‘이제 돌아가서 아랫것들을 이 일에 종사하게 하면 그걸로 여러 문제가 해결이군. 토사는 앞으로 평안 무사하겠어.’

“아먀우치 공, 안에 계십니까?”


즐거운 단꿈을 꾸던 타다요시는 바깥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그 미래 그리기를 잠시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규 공, 어쩐 일이십니까?”

“별다른 일은 아니고, 제가 이제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상경? 에도 말입니, 아니 한양이군요.”


어리둥절하여 묻던 타다요시는 뒤늦게 이곳이 일본이 아니라 조선임을 기억하며 말을 바꾸었다.


그러나 그것을 자신에게 어째서 이르는지 감을 잡지 못한 타다요시는 의아함을 감추지 않고 물었다.


“좋은 일입니다. 헌데 굳이 그걸 제게 알려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만.”

“아, 당분간은 제가 이곳에 있지 못해서 말입니다. 헌데 야마우치 공께서 예정보다 일찍 이렇게 오시는 걸 보니 아무래도 당장이라도 찾아오는 이가 몇이건 있을 수 있겠다 여겼습니다.”

“그렇지요.”


본인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었으니 타다요시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타다요시는 당황을 금치 못하였으니, 미츠요시는 그에게 생각지 못한 일을 제안했다.


“그, 죄송하지만 이곳에서 다른 번주들이 오시면 잠시 머물러 달라고 말씀하여 주시겠습니까? 보름 정도면 될 듯합니다.”

“······예? 제가 말입니까?”

“부탁할 사람이 달리 없습니다. 저와 동행한 자들은 하나 같이 연로하고 그 지위도 높지 않습니다. 정식으로 쇼군께 직책을 맡은 것은 저뿐이고요.”

“그것은······.”


타다요시는 쇼군에게 들은 것이 있기에 이러한 사정을 모르진 않았다.


하지만 사정 아는 것과 별개로 이런 부탁은 들어주기 어려운 것이니 쉬이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하물며 그는 토사 번주다.


솔직히 말해, 에도 막부든 조선이든 상관없이 토사 번이 가장 중요한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보름가량을 더 머물러달라고 하니 머리가 여러모로 복잡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미 너무 빠듯한데.’


그가 조금 더 길게 비운다고 작당 모의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지만, 그 사이에 위아래 반목이 더 심하여져서는 곤란했다.


내보내는 일에 양쪽 다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니 말이다.


‘끄응.’


생각지도 못한 일에 고민이 길어지니 그 고민함을 알고 미츠요시가 슬쩍 말을 덧붙였다.


“제가 쇼군께도 사정을 설명하고 청하겠습니다. 보름, 거기서 더 길어져도 스무날 남짓이면 충분합니다. 이 은혜는 제가 꼭 기억하겠습니다.”

“흐음.”


쇼군께 말도 청하여 주고 미츠요시에게 은혜를 입힌다고 생각하니 부담을 감수할만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슬그머니 타다요시의 머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조금 더 고민하여 저울을 달아보던 타다요시는 이윽고 그 저울이 기우는 방향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바로 쇼군께 연락하여 허락을 맡고 토사 번 돌봄을 허락하여 주신다면 제가 이 일을 맡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츠요시는 진심으로 감사를 담아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본 타다요시는 곧 예를 갖추어 마주 고개를 숙였다.


그리하여 동래에 토사 번주 야마우치 타다요시가 잠시 머무는 일이 결정되니 그 결정이 있던 당일 통신사 일행과 미츠요시를 비롯한 적은 수의 일본인들은 한양을 향했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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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240화 이가 없는 입술 +2 23.06.02 374 22 13쪽
240 239화 정할 수 없는 괴로움 +2 23.06.01 370 23 15쪽
239 238화 거기서 거기다 +1 23.05.31 363 26 13쪽
238 237화 사람의 생각은 +1 23.05.30 377 25 15쪽
237 236화 한 해로 한 해를 감당치 못하면 그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 23.05.29 371 24 13쪽
236 235화 원숭이와 너구리 +4 23.05.28 389 24 16쪽
235 234화 동향 사람 +2 23.05.27 364 21 14쪽
234 233화 조선에 정년은 없다 +3 23.05.26 380 22 13쪽
233 232화 표명은 그 자체로 힘이 있다 +1 23.05.25 351 25 15쪽
232 231화 남는 자의 고민 +2 23.05.24 355 21 13쪽
» 230화 머무는 객, 떠나는 객 23.05.23 377 19 12쪽
230 229화 어렵다고 하여 멈출 수는 없다 +1 23.05.22 380 18 14쪽
229 228화 소문은 자극적이다 23.05.21 382 20 15쪽
228 227화 복록의 약조 +2 23.05.20 365 21 18쪽
227 226화 불은 모든 것을 태우고서야 잦아든다 +2 23.05.19 366 19 13쪽
226 225화 불씨는 작다 +4 23.05.18 374 20 16쪽
225 224화 장작을 모으는 법 +1 23.05.17 387 16 15쪽
224 223화 천하가 여기에 있다 +2 23.05.16 397 19 11쪽
223 222화 바라는 것은 23.05.15 397 23 12쪽
222 221화 배부른 사람은 모른다 +1 23.05.14 405 21 13쪽
221 220화 선택이 가능하다면 사람은 고른다 +2 23.05.13 408 20 13쪽
220 219화 전쟁은 도박이다 +1 23.05.12 447 21 12쪽
219 218화 타협과 양보는 때때로 일방적이다 +2 23.05.11 432 22 13쪽
218 217화 청개구리 +1 23.05.10 420 17 13쪽
217 216화 의심은 아래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1 23.05.09 431 18 13쪽
216 215화 일을 미루면 이자가 붙는다 +1 23.05.08 423 23 15쪽
215 214화 전쟁과 정치는 한 몸이다 +2 23.05.07 465 18 12쪽
214 213화 양동 +3 23.05.06 456 20 13쪽
213 212화 천명으로 가는 길 +1 23.05.05 446 22 12쪽
212 211화 도박은 없다 +2 23.05.04 434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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