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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124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5.20 20:42
조회
278
추천
19
글자
7쪽

<제 19화. 비밀 요원 알렉 >

DUMMY

아길레라는 답 없는 생각들로 머리가 아파 왔다. 모든 것들이 엮어지지 않은 채 둥둥 떠다니는 우주 속 암석 덩어리 같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오래 할 여유가 없다. 우선 살고 봐야 했다.


인류가 맞닥뜨릴 지구의 반격을 피할 곳이 필요했다. 그들이 원하는 구원희를 가지고 있다면 분명 협상의 여지가 있다. 미국인을 최대한 구호선에 태워야 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제니퍼처럼 최면을 걸어 기억을 없애실 겁니까?“


골똘히 생각하는 아길레라에게 비서가 말을 건넸다. 비서의 목소리에 아길레라는 생각을 멈추고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봐. 그 전처럼 기억을 되찾은 사람들을 찾아내 다시 기억을 없애는 그 따위의 일이 아니야. 이건. 멍청하긴. 이렇게 공을 들이는 걸 보면 중대한 사항이라는 걸 모르겠어?“


”아. 그렇군요. 그럼 어떤 일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것이 맘에 걸립니다. 의원님의 계획대로 제니퍼의 영상으로 보고 힘을 얻은 많은 어브덕티들이 수면 위로 나타나 일이 쉬워진 것은 사실입니다만 왜 굳이 저 여자를...“


”그만해. 그건 기밀 사항이라 말 해 줄 수 없어. 곧 알게 될 거니까 그만 궁금해 하라고. 이제 외계인에게 납치되었었다고 설쳐대는 그 사람들 처리하는 일은 없게 될 거야. 외계인을 숨길 이유가 없어질 테니. 넌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아길레라는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비서관을 바라봤다.



*****



”여기 적힌 주소로 가 주세요.“


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기사에게 쪽지를 내밀었다.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호텔 로비에서 만났던 룸서비스 직원이 재빨리 택시에 올라탔다.


”어머! 뭐예요?“


그는 어느새 청바지에 가죽 재킷으로 갈아 입었다. 백팩도 메고 있었다. 유니폼도 잘 어울렸지만, 가죽 재킷을 입은 그는 섹시라는 단어 그 자체였다.


”어디 가세요? 저랑 같이 가요. 출발해요. 기사님.“


내 옆자리에 바짝 다가앉는 그에게서 올드 스파이스 냄새가 났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 저기요. 퇴근하는 길인가 본데, 제가 급한 일이 있어서 어딜 좀 가는 길이거든요.“


”알아요. 그런데 난 지금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저기요. 기사님. 잠깐 저쪽 지하 주차장에 들려주시죠?“


잘생긴 그는 나를 자신의 곁으로 바짝 끌어 안으며 행선지를 바꿨다.


”이. 이봐요. 오늘 처음 만나긴 했지만 나도 그쪽이 맘에 들어요.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요. 나에겐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 누구 좀 만나고 이따 저녁에 돌아와서 따로 보면 안 될까요? 아저씨! 차 돌리지 마세요. 쪽지의 그곳으로 가주세요.“


나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룸서비스 보이에게 말했다. 저돌적인 그의 모습에 머릿속이 아찔했지만, 최대한 이성을 차리려 노력했다.


그는 귀에 입을 맞추려는 듯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훅하고 끼쳐오는 그의 입김이 나를 감싸자 정수리가 짜릿해졌다.


’얘 도대체 뭐지?‘


그를 밀쳐내야 하는데 그러기 싫었다. 나에게 다가오는 따뜻한 느낌이 좋았다. 될 대로 돼라.


‘아. 정말 이 새끼. 나한테 단단히 미쳤네. 그래. 이 정도는 받아줘도 되겠지? 미친년으로 살아온 보상이라고 생각하지 뭐.’


난 잔뜩 힘을 주어 그를 저지하던 손에 힘을 슬며시 뺐다. 그는 내 귓가에 가까이 다가와 깜짝 놀랄 말을 전했다.


“구원희씨. 잘 들으세요. 긴급한 상황입니다. 당신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구제일 씨를 만나야죠.”


“네? 당신이 그걸 어떻게. 당신 누구예요?”


“놀라지 마세요. 내 이름은 알렉이에요. 러시아 특수 요원이에요. 나는 당신을 도우려는 사람입니다. 아길레라 의원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죠? 피자를 건네줄 때 당신 방의 쪽지를 봤어요. 그 여자는 위험해요. 어서 공항으로 가야 합니다. 구제일과 한국이 당신을 기다려요!”


“아. 알렉.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나는 그가 속삭이는 말을 들으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뒷자리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는 줄로만 아는 택시 기사는 화가 치밀어 올라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뭐 어디로 가라는 거요! 그만 쪽쪽대고 제대로 말해요.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말고!”


구제일. 그렇게 기다리던 내 동생이 날 기다린다고?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택시 기사에게 말했다.


“아. 이 사람이 말한 곳으로 가 주세요. 지하 주차장이요.”


알렉이 나에게 가방 하나를 건넸다. 가방 안엔 갈아입을 옷, 제니퍼의 일기, 항공권이 들어 있었다.


“이걸 어떻게?”


“아까 핸드폰을 건넬 때 해킹을 좀 했어요. 당신 이름으로 예약된 비행기가 잠시 뒤 한국으로 떠납니다. 중요해 보이는 짐만 챙겼어요. 한국에 도착하면 모든 상황을 알게 될 거예요. 가서 겁먹지 말고 한국을 도와요. 당신을 결코 해치려는 것이 아녜요. 먼저 저들을 따돌려야 합니다.


저 뒤에 검은 차 보이죠? 당신을 감시하려 아길레라가 보낸 사람들일 거에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바꿔 타고 공항으로 가요. 내가 그들을 따돌리는 사이 내 친구가 당신을 안전히 한국으로 데려다줄 겁니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차량을 인식한 차단기가 열렸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택시를 따라오던 검은 차도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려 하자 차단기가 고장 났는지 열리지 않았다. 건물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차단기를 살피며 검은 차를 세웠다. 불안해하는 나를 보며 알렉이 말했다.


“우리 요원이에요. 손을 써 놓았어요. 시간이 없어요. 빨리 움직여야 해요.”


기둥을 돌자 뒤따라 오던 검은 차의 시선이 가려졌다. 택시를 바라보는 검은 차 운전자의 입모양이 ’fuck’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기둥을 돌아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자 알렉이 택시 기사에게 소리쳤다.


“잠깐 차 세워요. 어서!”



그 짧은 순간 택시 문이 열렸다.


“어!”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아 끌었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다른 차로 옮겨졌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엔 어느새 나와 같은 옷을 입고 검은색 가발을 쓴 여자가 재빨리 올라탔다. 모든 것은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순식간에 일어났다.


택시 문이 닫히는 틈으로 룸서비스 핫 보이인 줄로만 알았던 알렉이 보였다. 그는 몸을 굽혀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가 나에게 작업을 거는 건 줄로만 알았다. 그를 오해했던 것이 쑥스러워 눈을 바로 보기 힘들었다.


“한국에서 장한별을 만나면 그가 자세한 이야기를 해 줄 거예요. 그리고 구원희 씨. 당신 참 예뻐요. 이런 긴급한 상황만 아니었다면 진짜로 데이트 신청했을 거예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까지 남겨주시면 넘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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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8 청룡출수
    작성일
    21.05.20 23:11
    No. 1

    단숨에 다 읽었네요. 앞으로 전개가 궁금하네요...
    근데 제목은 좀 고쳤으면 싶어요. 그냥 평범한 로맨스 소설인 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조사나
    작성일
    21.05.21 00:55
    No. 2

    귀한 피드백 감사합니다. 제목을 정하고도 한참을 고민했답니다. 다음 작품 제목에는 작품의 성향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더 고민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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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제 22화. 내 동생 구제일> +2 21.05.22 273 17 7쪽
21 <제 21화. 아이가 움직여요.> +1 21.05.21 272 17 7쪽
20 <제 20화. 이제부터 당신을 경호합니다 > 21.05.21 272 17 7쪽
» <제 19화. 비밀 요원 알렉 > +2 21.05.20 279 19 7쪽
18 <제 18화. 아길레라 > 21.05.20 277 17 7쪽
17 <제 17화. 돌이킬 수 없는 실수 > +2 21.05.19 314 21 11쪽
16 <제 16화. 얼굴 천재들 > 21.05.19 300 20 7쪽
15 <제 15화. 꽃 천재 장한별 > 21.05.18 324 19 7쪽
14 <제 14화. 조건은 단 하나. 구원희 > 21.05.17 331 20 7쪽
13 <제 13화. 외계 외교부 > +1 21.05.17 342 21 7쪽
12 <제 12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 21.05.16 352 20 9쪽
11 <제 11화. 샤일로 > 21.05.16 362 20 7쪽
10 <제 10화. 제니퍼의 일기장 > 21.05.15 365 23 7쪽
9 <제 9화. 제니퍼 > 21.05.15 373 22 8쪽
8 <제 8화. 그날2> +2 21.05.14 374 22 9쪽
7 <제 7화. 그날1> 21.05.14 424 22 7쪽
6 <제 6화. 진통이 와요> 21.05.13 445 27 7쪽
5 <제 5화. 제니퍼를 만나다> 21.05.13 470 23 7쪽
4 <제 4화. 가자! 플로리다로> +4 21.05.12 495 26 7쪽
3 <제 3화. 동네 미친 여자 3> +2 21.05.12 523 30 8쪽
2 <제 2화. 동네 미친 여자 2> +1 21.05.12 612 38 8쪽
1 <제 1화. 동네 미친 여자 1> +4 21.05.12 910 5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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