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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115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5.13 22:32
조회
444
추천
27
글자
7쪽

<제 6화. 진통이 와요>

DUMMY

“진통이 와요. 아! 하악! 너무 아파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구원희는 이를 악물며 진통을 이겨내고 있다. 원래 이렇게 상상도 못할 고통을 감내하며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종족의 씨앗이라 몇 배는 더 고통스러운 것인지 그녀는 궁금했다. 하지만 짧은 주기로 다시 찾아오는 산고는 그런 덧없는 생각들을 하얗게 지울 만큼 강렬했다.


“기술이 그렇게나 발전했는데 산통 하나 못 없애나요? 그 흔한 무통 주사도 없어요? 우주를 광속으로 날아다니면 뭐해. 하악! 아! 죽을 것 같아요!”


그녀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대도 그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커다랗고 말랑거리는 투명 분만대 위에서 홀로 진통을 겪는 그녀를 관찰할 뿐이었다. 분만대는 꼭 성형외과에서 쓰는 가슴 보형물처럼 생겼는데 그녀가 어떻게 자세를 잡든 메모리폼처럼 변형되며 그녀의 몸을 지지해 주었다.


그들은 계속되는 실험의 실패 요인을 찾은 것이 분명했다. 자연스러움의 결핍. 무모한 확률게임의 과소평가. 그들은 지구인들이 들어본 적도 없는 수많은 과학적, 생물학적 지식을 갖고 있었으나 인간과 그들의 유전자가 혼합된 아이를 탄생시키는 일은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지구인과 그들의 생식세포를 수정시키는 데 까지는 술술 풀리는 듯 했으나 수정란을 아이로 만드는 과정이 문제였다.

그들의 몸 세포는 면역체계의 진화로 인해 새로운 세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무리 수정란을 그들 여성에게 착상시키려 노력해도 허사로 돌아갈 뿐이었다.


그들은 다음 방법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지구인 여자들을 납치해 난자를 채취하고 수정시켜 착상시켰다.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잠시, 계속되는 유산, 사산은 그들을 또 낙심케 했다. 그들은 사산이 되기 전 일정한 기한을 넘기면 수술로 태아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지만 그 아이들은 몇 분 견디지 못하고 싸늘하게 식고 말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들이 고민하던 문제가 해결될지 말지는 구원희의 출산에 달렸다. 40주까지 채우고 자연적으로 출산이 진행되는 건 구원희가 처음이었다. 그들은 구원희가 지구인의 방식대로 자연분만을 하도록 둘 생각이었다.


지구인들이 캐플러438이라 부르는 태양보다 작은 적색 왜성. 그 항성을 35일 주기로 돌고 있는 행성이 그들의 고향이다. 그들이 ‘샬마‘라 부르는 행성은 지구와 거의 흡사하다. 자신들의 유전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그들은 470광년을 날아왔다.


“정말 미치겠네! 진짜 나 혼자 낳으라는 거야? 아!!! 아!!!”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젤리 형태의 분만대는 구원희의 몸을 스캔하며 생체 정보들을 기록하고 있었다. 혈압. 맥박. 태아의 상태. 여러 각도에서 원희의 몸을 녹화하여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분만장에 급히 들어왔다. 샬마인이었다. 그는 긴장한 듯 보였으나 아무렇지 않은 척 기록들을 살펴봤다. 다른 샬마인들은 역사적인 새 종족의 탄생을 지켜보느라 그의 긴장한 얼굴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는 구원희의 시야에 익숙한 그가 들어왔다. 원희의 머릿속에 그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힘내요. 늦게 와서 미안해요. 수치는 모두 안정적이니 걱정 말아요.>


샬마인들은 발성 기관을 사용해 음파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다. 그들은 테레파시 형식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여러명이 있어도 주파수만 다르면 둘만의 귓속말이 가능했다.


구원희는 처음 머릿속에 메아리치는 여러 음성들 때문에 정신을 잃을 만큼 혼란스러웠지만 점차 한 목소리에 집중해 그 목소리만 듣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밀려드는 잡생각을 떨치려 기분 좋은 상상에 집중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집중‘은 안테나를 세우고 어느 하나에 주파수를 맞추는 대단히 진화된 행위였다.


<우리 종족의 미래가 달린 아이예요. 거의 다 진행된 것 같아요. 아이 머리가 보이니 힘을 내요. 내가 있잖아요.>


원희는 자신을 둘러싼 그들을 둘러봤다. 아무리 집중을 해도 누구 하나 원희에게 따듯한 말을 전해주는 샬마인은 없었다. 모두 생체실험 대상으로만 구원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하나만 그녀에게 집중하며 그녀를 응원하고 있었다.


“아! 아악!”


뼈와 살이 벌어지는 큰 고통이 원희를 관통했다.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온몸이 수축하며 새 생명을 밀어냈고 다리 사이로 아이가 미끄러지며 빠져나왔다. 원희는 본능적으로 두 팔을 내밀어 아이를 받아 올렸다. 원희는 어느 것으로도 경험해보지 못한 큰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며 흐느꼈다. 그들은 엔드로핀과 옥시토신의 치솟는 분비량을 데이터로 볼 뿐,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지는 못했다. 탯줄이 그대로 달린 아이는 원희 품에 안겨 울어댔다. 그들이 다가와 아이를 데려가려 했다. 원희는 두 팔로 아이를 힘껏 끌어안았다. 원희는 지친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어차피 당신들 내 기억 모두 지울 거잖아요. 내 몸의 흔적도 모두 지운 채 다시 지구로 돌려보낸다고 나한테 말했잖아요. 뭐가 그리 급해요. 아이 얼굴은 제대로 보게 해줘요. 부탁이에요.”


그들은 원희의 말에 잠깐 머뭇하더니 아이와의 시간을 허락했다. 아이는 건강한 남자아이였다. 갈색의 반짝이는 머릿결과 큰 키는 샬마인을 닮았지만, 피부는 원희를 닮아 살구빛이 감돌았다. 울던 아이가 엄마 품을 느꼈는지 울음을 멈추고 눈을 떴다. 처음 세상을 담는 아이의 눈이었다. 원희는 저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아기의 눈동자는 양쪽 눈동자 색깔이 다른 오드아이였다. 한쪽은 맑고 찬란한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색, 한쪽은 원희를 닮아 단단해 보이는 짙은 갈색 눈동자였다.


“예쁘기도 하지. 우리 아가.”


원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갑자기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맥박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샬마인들은 걱정하던 일이 벌어질까 놀라며 아이를 그녀의 품에서 떼어가려 했다. 그때 원희는 본능적으로 아이를 가슴에 품었다. 간단히 걸치고 있던 얇은 가운을 벗어 던지고 맨 가슴 피부가 닿도록 아이를 안고 속삭였다.


’난 너의 엄마야. 우리 다신 못 볼 수도 있지만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건 기억해. 저들은 모르지만 넌 실험의 결과가 아니야. 사랑의 결과야.‘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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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 21화. 아이가 움직여요.> +1 21.05.21 272 17 7쪽
20 <제 20화. 이제부터 당신을 경호합니다 > 21.05.21 271 17 7쪽
19 <제 19화. 비밀 요원 알렉 > +2 21.05.20 278 19 7쪽
18 <제 18화. 아길레라 > 21.05.20 276 17 7쪽
17 <제 17화. 돌이킬 수 없는 실수 > +2 21.05.19 314 21 11쪽
16 <제 16화. 얼굴 천재들 > 21.05.19 299 20 7쪽
15 <제 15화. 꽃 천재 장한별 > 21.05.18 323 19 7쪽
14 <제 14화. 조건은 단 하나. 구원희 > 21.05.17 331 20 7쪽
13 <제 13화. 외계 외교부 > +1 21.05.17 342 21 7쪽
12 <제 12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 21.05.16 352 20 9쪽
11 <제 11화. 샤일로 > 21.05.16 361 20 7쪽
10 <제 10화. 제니퍼의 일기장 > 21.05.15 364 23 7쪽
9 <제 9화. 제니퍼 > 21.05.15 373 22 8쪽
8 <제 8화. 그날2> +2 21.05.14 373 22 9쪽
7 <제 7화. 그날1> 21.05.14 424 22 7쪽
» <제 6화. 진통이 와요> 21.05.13 445 27 7쪽
5 <제 5화. 제니퍼를 만나다> 21.05.13 469 23 7쪽
4 <제 4화. 가자! 플로리다로> +4 21.05.12 495 26 7쪽
3 <제 3화. 동네 미친 여자 3> +2 21.05.12 523 30 8쪽
2 <제 2화. 동네 미친 여자 2> +1 21.05.12 612 38 8쪽
1 <제 1화. 동네 미친 여자 1> +4 21.05.12 910 5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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