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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122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5.19 00:47
조회
299
추천
20
글자
7쪽

<제 16화. 얼굴 천재들 >

DUMMY

“어딜 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 할 일이 태산이야.”


연구실로 들어서는 장한별을 향해 알렉이 소리쳤다.


“뭐 정리할 것이 있어서 조금 늦었어. 엘로디 분광사진은 분석 끝난 거야?”


“온종일 별빛을 찍은 사진만 들여다보니까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아직 반도 못했어. 그나저나 장한별. 너 또 헤어진 건 아니지? 정리한다는 게 애나는 아니길 바란다.”


“애나 맞는데? 지금 방금 정리하고 오는 길이야.”


외투를 벗는 장한별을 보고 알렉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쳤어? 애나 같은 여자를 어떻게 그렇게 간단히 정리할 수가 있냐. 걔 몰라? 가나의 유명한 집안 장녀잖아. 공부를 마치고 가나로 돌아가면 걔의 세상이 될걸? 유망한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애나를 모르고 있던 건 아니지?”


“알지. 그래서. 뭐. 그건 애나의 상황이지 나랑은 상관없잖아. 강렬하게 끌리는 감정. 그것 이외의 다른 생각들이 들어오는 게 싫어. 미래를 계산하는 것, 의무감으로 끌려다니는 거 딱 질색이야. ”


장한별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를 뒤적이며 연구에 몰두했다.


“누가 널 말리니. 너의 일부가 되었다는 그 여자들만 불쌍하지. 그런 괴변도 통하다니. 그러면서도 니가 밤길에 무사히 다니는 거 보면 신기하다.”


알렉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포기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알렉. 이거 봤어? 분명 빛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외부 요인에 의해서 흔들리는 게 아닌 것 같아. 더 분석해봐야겠지만 말이야.”


“일정한 주기로 빛이 흔들리고 있다면 그 별을 돌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말이겠지. 지구가 태양을 돌면서 태양 빛을 흔들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이거 분명 뭐가 있는 게 확실해. 반짝이는 항성을 돌고 있는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혹 그 행성이 적절한 온도의 골디락스 존에 위치하고 있다면 대박이지. 외계 생명체를 만날 수도 있을지 몰라.”


“한별아. 교수님 오시기 전에 얼른 자료정리 끝내놓고 한잔하러 가자. 오늘 다시 솔로 된 기념으로 내가 살게. 5일 동안 여기 처박혀 있었더니 미쳐버릴 것 같아.”


한국에서 온 장한별과 러시아 인이지만 영국에서 자란 알렉은 둘도 없는 친구였다. 성격과 외모는 달랐지만 타고난 열정과 재능이 닮은 그들이었다.


살굿빛 피부에 짙은 머리칼. 쌍꺼풀 없는 기다란 눈, 티 없이 맑고 부드러운 얼굴선이 장한별의 매력이라면 알렉은 그와 정반대의 매력을 갖고 있었다. 깊고 짙은 눈매, 아침에 깎아냈지만 금방 야성적으로 차오르는 수염, 거칠어 보이는 턱 선까지.


뭐하나 교차점이 없어 보이는 그들이었지만 둘의 사이는 끈끈했다. 둘을 엮는 끊어지지 않는 줄은 바로 우주였다. 알렉과 장한별의 영혼은 지구에 머물지 않았다. 끊임없이 우주 밖에 있는 것들을 궁금해 했다.


해가 지고 어둑해져서야 연구실을 나서는 장한별과 알렉. 어디 하나 신경 써서 꾸민 것 없는 그들이었지만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잘생긴 얼굴 천재들이었다.


“야. 저기 좀 봐. 쟤네 케임브리지에서 유명한 애들 아니야? 진짜 죽인다.”


“어머, 말로만 듣던 꽃 천재들이네? 너무 비현실적인 인간들이다. 저 둘이 같이 다니니까 더 멋진 걸? 동서양의 조화라고 해야 하나? 오늘 눈 호강한다. 크크”


장한별과 알렉, 그들이 어디를 가든 사람들은 두 꽃 천재들을 보고 수군거렸다.


“치어스! 한별. 오늘은 아무 생각 말고 마시자.”


“그래. 알렉. 오늘 달리자! 한 주 동안 고생했다.”


맥주 잔을 부딪치자 찰랑거리던 거품이 차가운 유리잔을 타고 흘렀다. 두 사람은 단숨에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고개를 젖히며 맥주를 넘길 때마다 목젖이 박력 있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울렁이는 목젖으로 맥주 방울이 흘러 내렸다. 술집에 여자들은 그 광경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캬. 이 맛에 한 주를 버티지.”


“장한별. 넌 그 바쁜 중에도 어떻게 그렇게 연애를 잘 하냐? 그거 알아? 너 참 못된 새끼야. 여자들한테 그렇게 상처를 주다니. 뻔뻔해.”


“너처럼 고상하게 여자를 지켜주는 게 더 못 된 거 아니야? 너 만나는 여자들이 더 상처 받을걸? 여자들은 그런 걸 원하지 않아. 이 바보 새끼야.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알렉? 솔직히 너도 미치겠지? 사람이 솔직해야지. 안 그래? 그 숭고하게 간직하는 총각 딱지는 언제 뗄래? 응? 생긴 거랑은 완전 딴 판이라니까!”


“왜 이래.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 남겨놓은 내 최고의 선물을. 크크. 누군지 모르지만, 내 마지막 사랑이 될 그녀 만을 위해 이 악물고 고이 간직한 내 순결이라고. 너야말로 생긴 거랑 다르지. 안 그래? 원래 너희 나라가 더 보수적이지 않아?”


“모르겠어. 난 너처럼은 못 살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사랑하고 표현해야지. 정열적인 사랑이 얼마나 짜릿한 줄 넌 모를 것이다. 세상엔 사랑스러운 여자들 천지라고.”


“웃기고 있네. 그게 진정한 사랑일까? 정신적으로 깊게 교감하는 사랑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너도 모를 거야. 욕망을 뛰어넘어 한 사람을 오랜 시간 지켜보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이야. 장한별. 제일 오래 사귄 게 얼마나 되냐?”


“미친 새끼. 크크”


오고 가는 대화 속에 두 사람은 기분 좋게 취해갔다. 주변에 있는 여자들의 관심은 두 사람에게 쏠려 있었다. 각각의 테이블에선 어떤 타입이 더 괜찮은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쟤들 이야기 들었지? 너희들 둘 중 어떤 타입이 좋아? 저기 보이는 인형 같은 동양인? 아님, 야생마처럼 생긴 애?”


“글쎄다. 아무리 인형 같아도 저렇게 자유로운 연애관은 난 감당 못 해. 달콤하다가도 한순간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놈이잖아. 평생 누구한테 속하지 못할 남자라고. 난 차라리 저 답답한 백인을 택할래. 저 얼굴 좀 봐라.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잖아.”


“야. 야. 아무리 지치지 않는 야생마같이 생기면 뭐하니. 쟤가 하는 말 못 들었어? 저렇게 섹시한 얼굴로 밤새 이를 악물며 내 털끝도 안 건드린다면 난 답답해 죽어버릴지 몰라! 아무리 그래도 난 저 동양 남자애가 더 맘에 든다 얘.”


“얘들아. 다 조용히 해. 우리가 핏대 세우며 선택한들 무슨 소용이니? 난 다 상관없어. 둘 다 멋있어. 그냥 조용히 눈 호강하면서 맥주나 마실래.”


알렉과 장한별은 주위에서 들리는 말소리엔 관심도 없이 밤이 깊도록 술잔을 부딪쳤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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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 20화. 이제부터 당신을 경호합니다 > 21.05.21 272 17 7쪽
19 <제 19화. 비밀 요원 알렉 > +2 21.05.20 278 19 7쪽
18 <제 18화. 아길레라 > 21.05.20 276 17 7쪽
17 <제 17화. 돌이킬 수 없는 실수 > +2 21.05.19 314 21 11쪽
» <제 16화. 얼굴 천재들 > 21.05.19 300 20 7쪽
15 <제 15화. 꽃 천재 장한별 > 21.05.18 324 19 7쪽
14 <제 14화. 조건은 단 하나. 구원희 > 21.05.17 331 20 7쪽
13 <제 13화. 외계 외교부 > +1 21.05.17 342 21 7쪽
12 <제 12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 21.05.16 352 20 9쪽
11 <제 11화. 샤일로 > 21.05.16 362 20 7쪽
10 <제 10화. 제니퍼의 일기장 > 21.05.15 365 23 7쪽
9 <제 9화. 제니퍼 > 21.05.15 373 22 8쪽
8 <제 8화. 그날2> +2 21.05.14 374 22 9쪽
7 <제 7화. 그날1> 21.05.14 424 22 7쪽
6 <제 6화. 진통이 와요> 21.05.13 445 27 7쪽
5 <제 5화. 제니퍼를 만나다> 21.05.13 470 23 7쪽
4 <제 4화. 가자! 플로리다로> +4 21.05.12 495 26 7쪽
3 <제 3화. 동네 미친 여자 3> +2 21.05.12 523 30 8쪽
2 <제 2화. 동네 미친 여자 2> +1 21.05.12 612 38 8쪽
1 <제 1화. 동네 미친 여자 1> +4 21.05.12 910 5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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