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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112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5.15 11:40
조회
372
추천
22
글자
8쪽

<제 9화. 제니퍼 >

DUMMY

그제야 난 그들이 날 임신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았죠. 하늘이 노랬어요. 결혼도 해 보지도 못하고 임신이라니. 그것도 외계인의 아이를. 믿을 수가 없었어요. 고도의 기술을 가진 그들이라면 인공 자궁이나 뭐 그런 비슷한 기술 정도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죠. 그들은 결국 내 자궁 안에 새로운 그들의 씨앗을 심었어요. 내가 잠든 사이에 말이에요. 어쨌든 하루아침에 임산부가 된 기분이 어땠는지 당신도 알잖아요. 시간 시간이 지옥 같았어요.


그가 내게 오기 전까지는요. 샤일로···.

맞아요. 제니퍼. 한심하게도 난 아직까지 그를 잊지 못한 채 살아요.


수많은 여자가 납치되어 있었어요. 그가 모두 말해 줬어요. 여자들의 비명 소리도 들렸죠. 아마 그녀들은 자신이 겪은 일을 알지 못하겠죠. 하지만 당신은 기억이 되살아났잖아요. 내가 말한 것들 다 생각나죠?



*****


잠깐의 정적이 제니퍼와 나를 감쌌다. 그녀는 뜻 모를 미소를 머금고는 커피잔을 만지작거렸다.


“나보다 더 디테일하군요. 당신도 참 힘들었겠어요.”


“당신도 힘들었죠? 알잖아요. 어브덕티로 산다는 것이 어떤 건지. 한국엔 그런 단어도 생소해요. 난 20년간 미친 여자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다고요. 당신처럼 내 말을 믿어주는 한 사람만이라도 한국에 있었다면···. 그렇게 지독하게 외롭진 않았을 텐데 말이에요.”


“구원희씨. 너무 힘들게 살지 말아요. 그 정도 했으면 됐어요.”


“잊을 수가 없어요. 그가 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 이 기억이에요. 부탁하고 또 부탁했죠. 기억을 지우지 말아 달라고. 마지막 순간에 그는 차마 내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어요. 난 꼭 다시 만나야 해요.

아! 당신이 이야기했던 것 말이에요. 미국 정부가 외계인과 맺은 비밀 협약 이야기요. 자세히 좀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미국 정부는 이런 일들을 모두 알고 있는 건가요? 지구 밖 생명체들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죠? 어쩌면 그들과 교신을 주고받을 수도 있겠네요?”


“정신 차려요. 구원희씨. 그런 건 다 추측일 뿐이에요. 다시 그들을 만날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어쩌면 당신은 환상적인 꿈을 꾸었을 수도 있죠. 현실을 봐요.”


왜 제니퍼는 저런 이야기를 나에게 하는 걸까? 인터뷰에서 보여줬던 여성 운동가 같은 저돌적인 모습은 어디 가고 나에게 조언이랍시고 뻔한 말을 하는 건지 나는 이해 가질 않았다.


“제니퍼. 우리가 겪은 일이 꿈이었나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잖아요. 하긴 나도 가끔 그렇게 말하기도 했죠. 엄마에게. 돌아가시는 그 순간만이라도 안심하라고, 내가 꿈을 꾼 것 같다고 말을 했어요. 하지만 우린 다르죠. 당신과 나는 알잖아요. 모두 사실인 것을. 솔직해져요. 우리.”


나는 감정이 격해서 나도 모르게 제니퍼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구원희씨. 어쩌면 당신 진짜로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인지도 모르겠군요. 솔직해지자고요? 좋아요. 나는 당신이 한국에서 온다고 했을 때 엄청난 어브덕티 팬이라고 생각했어요. 대부분 사람이 그렇잖아요.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 주면 좋아하죠. 당신이 본 저 사진 속 아이! 그 아이를 데려오려면 돈이 필요해요. 그래서 그 인터뷰도 한 거고요. 나에겐 그냥 돈벌이 수단이에요.”


“그래서요. 돈벌이면 어때요. 그렇다고 사실이 아닌 건 아니잖아요. 당신이 말한 큰 키에 반짝이는 피부. 웨이브 진갈색 머리. 생체 실험. 모두 지어냈을 리가 없잖아요.”


제니퍼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무표정하게 말을 이었다.


“이혼 후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죠. 내가 가진 모두를 잃은 느낌이었어요. 그날도 술을 좀 마셨죠. 전남편과 전화로 싸우고는 술김에 아이를 보러 간다고 운전대를 잡았어요. 결국, 나무를 들이받고 머리를 심하게 다쳤죠. 그때 이후로 이상한 것들이 떠오른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내가 만들어 낸 망상들이죠. 사실 지금은 그게 어떤 기억들이었는지 잘 떠오르지도 않아요. 난 그 망상에 살을 붙여 이야기하고 다닌 것 뿐이에요. 돈 때문에.”


“거짓말···.”


“당신도 하루빨리 망상에서 빠져나오길 바라요. 재미있을 정도만, 미쳐 보이지 않을 정도만 당신이 지어낸 스토리에 빠져있다 나오란 말이에요.”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당신이 말한 것들과 내가 본 것 일치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게 지어낸 거라니요.”


나는 다시 무너지는 하늘 아래 무방비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가 고작 이런 거였다니···. 제니퍼의 말대로 내가 진짜 망상에 빠져 사는 건가?


“메일은 뭔가요? 당신이 그랬잖아요. 빨리 와 달라고. 놀라서 달려왔는데···.”


“내가요? 2주 후에나 온다던 당신이 일찍 와서 놀란 건 나라고요. 메일이라니. 무슨 소린지···.”


“여기 보라구요!”


나는 마지막으로 제니퍼가 보낸 메일을 확인 시켜주려 핸드폰을 뒤진다. 어? 이상하다. 분명 메일을 지운 적이 없는데···.


제니퍼가 보낸 메일은 없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내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진짜 나는 미쳐가는 것일까?


“분명 누가 최면을 당신에게 시도했다면서, 빨리 와 달라고······.”


아! 그럴 수도 있지. 최면. 내가 플로리다로 오는 그 시간 동안 제니퍼가 최면을 당했다면, 다시 그녀의 기억을 조작하고 없앴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믿고 있을 수도 있었다. 누가 그랬는지는 몰라도 100만 뷰를 넘은 인터뷰 내용까지 지울 수는 없으니 그녀가 지어낸 이야기여야 말이 되겠지. 머릿속에서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제니퍼. 내가 착각했나 봐요. 그런데, 하나만 물을게요. 지난 24시간 동안 뭐 했나요?”


“그건 왜 묻죠? 최면 이야길 하려고요? 당신 진짜로 이상한 사람이군요. 이만 나가주겠어요? 혼자 있고 싶어요.”


그녀는 불쾌한 표정으로 나를 밀어냈다.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딩동! 딩동!’


어색함을 깨는 초인종 소리에 제니퍼는 잠시 숨을 돌린 뒤 문을 열어 누군지 확인했다.


“제프! 어쩐 일이야. 우리 집에. 하긴 페덱스 직원이 왜 오긴 왔겠어. 나에게 배달 온 물건이 있어?”


“제니퍼. 손님과 함께 있지?”


“응. 그걸 어떻게 알았어? 멀리서 온 손님이 지금 막 나가려던 참이야.”


제니퍼는 얼굴을 찡그리며 제프에게 내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말에 난 모든 것을 체념하고 트렁크를 한 손으로 끌며 현관으로 향했다.


“혹시 구원희씨?”


제프에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오자 나는 깜짝 놀라 제프와 제니퍼를 번갈아 쳐다봤다. 놀라기는 제니퍼도 마찬가지였다.


“제니퍼. 어제 니가 부탁했었잖아. 오늘, 이 시간쯤 꼭 와서 전해달라고. 구원희에게만 전달하라고. 기억 안 나?”


“내가?”


제니퍼의 얼굴이 굳어지며 입이 벌어졌다. 혼란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제프가 건넨 상자엔 제니퍼의 글씨로 분명히 적혀 있었다.


<내 집에 있는 구원희에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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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 22화. 내 동생 구제일> +2 21.05.22 273 17 7쪽
21 <제 21화. 아이가 움직여요.> +1 21.05.21 272 17 7쪽
20 <제 20화. 이제부터 당신을 경호합니다 > 21.05.21 271 17 7쪽
19 <제 19화. 비밀 요원 알렉 > +2 21.05.20 278 19 7쪽
18 <제 18화. 아길레라 > 21.05.20 276 17 7쪽
17 <제 17화. 돌이킬 수 없는 실수 > +2 21.05.19 314 21 11쪽
16 <제 16화. 얼굴 천재들 > 21.05.19 299 20 7쪽
15 <제 15화. 꽃 천재 장한별 > 21.05.18 323 19 7쪽
14 <제 14화. 조건은 단 하나. 구원희 > 21.05.17 331 20 7쪽
13 <제 13화. 외계 외교부 > +1 21.05.17 342 21 7쪽
12 <제 12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 21.05.16 352 20 9쪽
11 <제 11화. 샤일로 > 21.05.16 361 20 7쪽
10 <제 10화. 제니퍼의 일기장 > 21.05.15 364 23 7쪽
» <제 9화. 제니퍼 > 21.05.15 373 22 8쪽
8 <제 8화. 그날2> +2 21.05.14 373 22 9쪽
7 <제 7화. 그날1> 21.05.14 424 22 7쪽
6 <제 6화. 진통이 와요> 21.05.13 444 27 7쪽
5 <제 5화. 제니퍼를 만나다> 21.05.13 469 23 7쪽
4 <제 4화. 가자! 플로리다로> +4 21.05.12 494 26 7쪽
3 <제 3화. 동네 미친 여자 3> +2 21.05.12 522 30 8쪽
2 <제 2화. 동네 미친 여자 2> +1 21.05.12 612 38 8쪽
1 <제 1화. 동네 미친 여자 1> +4 21.05.12 910 5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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