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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114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5.12 21:06
조회
494
추천
26
글자
7쪽

<제 4화. 가자! 플로리다로>

DUMMY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에 사람도 동물도 지쳤습니다. 거리는 한산한 모습이고 실내도 에어컨 없이는 단 몇 분도 견디기 힘듭니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더위인데요. 이상고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닙니다. IPCC가 예상한 대로 작년 지구의 온도는 전체적으로 평균 2도가 올랐습니다.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건지, 전문가를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TV, 라디오, 할 것 없이 매스컴에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상기온 이야기다. 세상이 어찌 되려고 날씨가 이 지랄인지 모르겠다.


마트 안은 에어컨이 빵빵하지만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 창고는 찜통이 따로 없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이 금방 유니폼을 적셨다. 물량확인을 왜 가장 더운 이 시간에 시키는 것인지. 하긴 나를 괴롭혀야 점장의 기분이 좀 풀리겠지. 해고가 되진 않았지만 점장이 우리 집에 왔던 그 날 이후로 나는 모두 꺼리는 일을 도맡아 하는 중이었다. 속까지 좁은 변태 새끼. 시원한 마트 안에서 나를 째려보는 점장에게 살짝 웃어 보였다.


조금만 참자. 이 짓도 이제 곧 끝이다. 플로리다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2주 뒤 출발이다. 제니퍼에게도 메일로 연락을 해 두었다. 생각 같아선 일 년은 미국에서 머물면서 그녀와 이것저것을 파헤치며 지내고 싶지만, 항상 문제는 돈이었다.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게 나에겐 제일 힘든 일이었다.


‘집은 건들지 말자’가 내 철칙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 여행을 계획하는 동안 담보대출 상품을 보며 마음이 조금 흔들린 것은 사실이었다. 나 사는 동안만 동생에게 잠깐 빌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집이다. 그 집은 지켜야 했다. 하나밖에 없는, 언젠가는 돌아올 동생을 위해서···.


아. 하루 빨리 떠나고 싶다. 이번 여행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가볍다. 그저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그녀를 만난다는 것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녀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처럼 철저히 외롭게 지내고 있을까? 가족들은 그녀의 말을 믿어 주었을까? 만나면 묻고 싶은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한 어브덕티(외계인에게 납치된 사람들) 연구가가 그녀를 인터뷰했다. 납치와 생체 실험에 관한 기억을 전부 잊고 지내던 그녀였다. 기억과 흔적을 지우는 것은 그들의 규칙이었다. 그녀는 큰 교통사고를 당한 후 한동안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 뒤 모든 것을 기억해 냈다. 잃었던 기억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세세한 기억이었다. 그 연구가는 인터뷰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전 세계 수많은 어브덕티들을 만나온 그였다. 디테일하고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그녀의 인터뷰는 순식간에 유명해져 100만뷰를 돌파했다. 나도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켜가며 영상을 봤다. 그녀가 이야기한 외계인의 모습은 그들이 확실했다. 샬마. 난 영상을 본 이후로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니. 백 통에 가까운 메일을 보낸 끝에 난 결국 그녀와 연락이 닿았고 드디어 만나는 날이 가까워졌다. 몸은 여기 찜통 창고에 있지만, 마음은 이미 플로리다의 제니퍼와 함께였다.


“띠딩!”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물건을 체크하고 있는데 메일 알림이 울렸다. 옷이 땀에 범벅이 되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기 힘들었다.

“왜 이렇게 되는 게 없어!”

살인적인 더위 때문에 그런지 신경이 곤두섰다. 난 간신히 핸드폰을 꺼내 메일을 확인했다.


제니퍼였다.


<Dear miss Koo Won hee. Can you come here a little earlier?>


나는 메일을 읽어 내려갔다.


<구원희 양에게. 좀 더 일찍 여기로 올 수 있나요? 오늘 이상한 사람을 만났어요. 아무래도 정부에 관한 인터뷰를 한 것이 문제가 된 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최면을 시도했어요. 다행히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곧 내 기억을 없애려는 또 다른 시도가 있겠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가능하면 오늘 떠나줘요. 나도 최대한 몸을 숨기고 당신을 기다릴게요.>


헉.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진정 정부가 개입되어 있고 그것을 은폐하려 드는 것일까? 그나저나 비행기 티켓 날짜를 일찍 당기려면 돈이 더 들 텐데···. 2주를 일을 못 하니 경비도 모자라고. 어쩔 수 없지.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점장이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저 오늘부로 그만둘게요. 인수인계 못 하고 관둬서 죄송합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괜찮아. 중요한 일도 아니고 잡일이나 하던 건데 뭐. 너보다 잘 할 사람 널렸다고! 얼른 가보도록 해. 그동안 자르지도 못하고 죽는 줄 알았네.”


“잘 됐죠? 저도 점장님 얼굴 보는 게 곤욕이었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드릴 말씀이 더 있어요. 지금 빨리 300만 원만 계좌로 넣어줘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일이 그렇게 되었네요. 안 그러면 동영상 마트 직원 공지 톡에 올리겠어요. 계좌번호 여기 있어요.”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이년이 어디?”


나는 핸드폰으로 점장에게 우리 집 CCTV에 찍힌 동영상을 보냈다.


“농담 아니에요. 문자 확인하세요.”


점장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어찌할 줄 모르고 씩씩거렸다. 살짝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곧장 제니퍼에게 가야 했다. 나는 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후 점장 앞에서 동영상을 삭제했다.


“복사본은 없는 거겠지.”


“걱정 말아요. 난 미치긴 했어도 당신 같은 양아치는 아니니까. 그리고 지금 받은 이 돈 그동안 당신이 꼬불친 내 월급보단 훨씬 적은 거 알아요. 나머지는 넣어둬요.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날 채용해줘서 고맙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해서 주는 거예요.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거.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거. 내가 느껴봐서 잘 알아요. 그 더러운 기분. 꿋꿋하게 잘 지내요.”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미친년이라서 좋은 건 어떤 돌발 행동을 해도 사람들이 그러려니 한다는 것이다.


집에 와서 부지런히 짐을 꾸리고 떠날 준비를 마쳤다. 앱을 통해 빨리 출발할 수 있는 티켓을 예매했다. 혹시나 나 없는 동안 동생이 올까 싶어 어릴 적 열쇠를 숨겨두던 벽돌 홈에 쪽지도 넣어 놓았다. 내 평생 이렇게 설레기는 처음이었다.


드디어 날이 밝았다. 그 일이 있을 후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그렇게 나는 예정보다 일찍 제니퍼가 있는 플로리다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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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 22화. 내 동생 구제일> +2 21.05.22 273 17 7쪽
21 <제 21화. 아이가 움직여요.> +1 21.05.21 272 17 7쪽
20 <제 20화. 이제부터 당신을 경호합니다 > 21.05.21 271 17 7쪽
19 <제 19화. 비밀 요원 알렉 > +2 21.05.20 278 19 7쪽
18 <제 18화. 아길레라 > 21.05.20 276 17 7쪽
17 <제 17화. 돌이킬 수 없는 실수 > +2 21.05.19 314 21 11쪽
16 <제 16화. 얼굴 천재들 > 21.05.19 299 20 7쪽
15 <제 15화. 꽃 천재 장한별 > 21.05.18 323 19 7쪽
14 <제 14화. 조건은 단 하나. 구원희 > 21.05.17 331 20 7쪽
13 <제 13화. 외계 외교부 > +1 21.05.17 342 21 7쪽
12 <제 12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 21.05.16 352 20 9쪽
11 <제 11화. 샤일로 > 21.05.16 361 20 7쪽
10 <제 10화. 제니퍼의 일기장 > 21.05.15 364 23 7쪽
9 <제 9화. 제니퍼 > 21.05.15 373 22 8쪽
8 <제 8화. 그날2> +2 21.05.14 373 22 9쪽
7 <제 7화. 그날1> 21.05.14 424 22 7쪽
6 <제 6화. 진통이 와요> 21.05.13 444 27 7쪽
5 <제 5화. 제니퍼를 만나다> 21.05.13 469 23 7쪽
» <제 4화. 가자! 플로리다로> +4 21.05.12 495 26 7쪽
3 <제 3화. 동네 미친 여자 3> +2 21.05.12 523 30 8쪽
2 <제 2화. 동네 미친 여자 2> +1 21.05.12 612 38 8쪽
1 <제 1화. 동네 미친 여자 1> +4 21.05.12 910 5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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