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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117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5.14 23:53
조회
373
추천
22
글자
9쪽

<제 8화. 그날2>

DUMMY

아리가 날 불러 낸 목적은 따로 있었던 거죠. 보란 듯이 날 깔아뭉개고 싶었나 봐요. 뭐라고 떠들어대던 난 빨리 집에만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밖엔 없었어요. 한 친구가 내리고 우리 동네로 향하고 있을 때 아리 아빠에게 전화가 왔어요.


“아! 진짜! 친구들하고 놀고 있다고요. 오늘만 봐주면 안 돼요? 아···. 알았어요. 뭐라고요? 열두 시라니! 20분도 안 남았잖아요. 알았어. 알았다고요!”


짜증을 내며 아리는 전화를 끊었어요. 아리는 나를 한 번 째려보고는 남근우에게 말했죠.


“오늘까지 늦으면 아빠가 카드 압수하겠대. 오늘은 안될 것 같아. 내일 일어나면 전화해. 얼른 차 돌려서 나 먼저 내려주고 쟤는 아무 데나 내려줘.”


아리가 집 앞에 내릴 때 나도 따라 내리려 했지만 남근우는 다른 생각이 있었어요. 내가 내리지 못하도록 급하게 차를 출발시키자 아리의 표정이 근우의 생각을 읽은 듯 일그러지기 시작했죠.


“나 그냥 내려줘. 내가 알아서 갈 테니까!”


“그럴 순 없지. 밤길에 아가씨를 그렇게 보낼 수 있나. 여자친구의 절친을. 어디 납치라도 되면 어쩌려고 그러시나. 내가 잘 모실게.”


근우의 실 미소가 너무나 소름 끼쳤어요. 그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죠.


“이쪽으로 가면 채석장인 거 몰라? 왜 이 길로 오는 건데?”


심장이 두근거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어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밖엔 없었죠. 근우는 채석장 귀퉁이에 차를 댔어요. 눈빛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어요. 차 문을 잠그고는 운전석 의자를 뒤로 젖히고 뒷자리에 있는 내게 순식간에 달려들었죠.


“야! 뭐 하는 짓이야! 너 아리랑 사귄다며. 이러지 마! 정신 차리라고!! 이거 범죄야.”


“니 년. 끝까지 날 발톱에 때만큼도 생각 안 하는 거 보니까 화가 나서 그런지 내 거기가 불뚝불뚝 솟는데 어쩌냐. 다른 년들은 못 들러붙어서 안달인데 넌 뭐가 그렇게 뻣뻣한데? 어? 너라고 다를 줄 알아? 돈 앞에 무릎도 꿇고 그러는 거지! 니가 못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 그 잘 난 콧대 꺾는 법을 강제로라도 교육해야겠어. 순순히 이리와 봐. 나한테 좀 혼나자. 흐흐.”


근우는 나에게 달려들어 옷을 벗기기 시작했어요. 힘이 잔뜩 들어간 거친 손길에 옷 여기저기가 찢겨 졌죠. 외투가 벗겨지자 원피스 속으로 손을 넣고는 속옷을 찢었죠. 내가 소리를 지를수록 그 녀석은 더 흥분되는 것 같았어요. 내 무릎에 단단한 것이 느껴졌어요. 순간 나는 무릎을 힘껏 세워 녀석의 그곳을 가격했어요.


소리를 지르며 정신 못 차리는 사이 문을 열 수 있었죠. 그 지독했던 차에서 뛰쳐나와 나는 달리고 또 달렸어요. 길을 따라 뛰는데 등 뒤에서 불빛이 비쳤어요. 정신을 차린 근우가 차를 몰고 나를 따라오는 게 아니겠어요.


근우는 어쩌면 정말로 나를 들이받으려 했을지 모르죠. 내가 발을 헛디뎌 길옆 고랑으로 넘어지지 않았다면 곧바로 차에 치였을 거예요. 근우는 차를 세우고 내리려 했어요. 나는 죽을 힘을 다해 산으로, 어두 컴컴한 나무 사이로 도망치기 시작했죠. 근우는 내 등에 대고 소리쳤어요.


“구원희! 너 참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구나. 가만히 있으면 금방 끝날걸. 너 잡히면 죽인다!”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얼마나 뛰었는지 몰라요. 다리에 힘이 풀려 더는 달릴 수 없었죠. 바위에 몸을 숨기는 것밖에 할 수 없었어요. 죽음과도 같은 순간이었어요. 숨을 죽이고 이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죠.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에도 온 신경이 곤두섰어요. 발소리가 들렸어요.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멈췄죠. 바위 뒤에서 근우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찾았다. 구원희···. 헉. 헉.”


그놈 목소리에 소름이 쫙 돋았어요. 심장이 요동치면서 눈앞이 흐려지고 있었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죠. 하늘에서 나에게 다가오는 밝은 빛을 보았는데 잘 못 본 거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착각이 아니었죠. 잠시 후 그 빚이 내 앞에 멈췄고 눈이 부셔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때는 UFO나 외계인 같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어요. 난 그저 남근우에게 쫓기던 상황이 끝난 것에 안도했어요. 내가 딛고 있던 땅이 점점 멀어지며 내가 공중에 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런 나를 잔뜩 겁먹은 얼굴로 쳐다보는 남근우를 보았을 때 생각했죠. 뭔가 더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요.


*****


나는 커피 한 모금을 천천히 들이킨 뒤 제니퍼를 바라봤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한 그녀이니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겠지. 나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당신도 알고 있는 내용일 거예요. 당신이 인터뷰한 내용과 아주 비슷하죠.


정신을 차렸을 땐 온통 새하얀 방이었어요. 내 옷은 모두 벗겨져 있었고 간단한 가운만 입혀져 있었어요.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생소했죠. 잠시 후 그들이 들어왔어요. 놀라서 몸은 움츠렸지만,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외모는 아니었죠. 아니, 그들은 아름다웠어요. 당신도 봤잖아요.


지구인이 아니라는 것은 한눈에 알았죠. 반짝이는 피부 때문에요. 자세히 보니 물고기 비늘 같은 모양으로 빛나고 있었어요. 그들은 중세시대 느낌이 나는 기다란 로브를 입고 있었죠. 로브의 소재는 처음 보는 것이었어요. 움직일 때마다 자연스럽게 물결치는 실크 같다가도 철갑처럼 단단해 보이기도 했죠.


그들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내 머릿속에 그들의 음성이 들려왔어요. 놀란 나를 진정시키며 설명해 주었죠. 어떠한 감정도 실리지 않은 일정한 톤이었어요. 목소리라고 표현할 수 없는 울림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나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어요.


<당신을 해치려는 것이 아닙니다. 겁먹을 필요 없어요. 당신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당신들 누구죠? 여긴 어디예요?”


<당신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겪어 본 결과 지구인은 자신이 어떤 현상의 원인을 알고 있다고 인지한 후, 나름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단계에 들어서야 불안을 잠재우더군요. 커다란 우주의 시선에서 보면 근시안적인 발상이지만 말이에요.>


그들이 하얀 벽면으로 시선을 돌리자 벽들은 커다란 모니터로 기능을 전환했어요. 모든 것이 생각만으로 움직였죠. 그들의 행성에서 시작되는 영상은 그들이 왜 지구로 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이미지 들이었죠. 그들의 행성은 지구만큼이나 아름다웠어요. 작은 태양에 적응된 그들의 피부는 우주의 강한 플라즈마를 견뎌내기에 역부족이라는 내용으로 이해되었어요. 그래서 470광년을 날아 유전자 정보가 거의 비슷한 지구에 파견되었다는 내용이었죠.


“그래서 나한테 원하는 것이 뭐죠? 진짜로 무사히 돌려 보내주는 거죠? ”


<실험이 끝난 뒤 당신의 몸에 남은 흔적과 당신의 기억을 모두 지울 겁니다. 지금 나누는 대화도 있었던 일들도 모두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당신의 마음이 편안하길 바랍니다.>


“그러니까 나한테 원하는 게 뭐냐고요!”


그들의 차가운 얼굴과 흔들림 없는 모습이 갑자기 두렵게 느껴져 나는 소리쳤죠.


<생식세포를 먼저 채취할 겁니다. 당신이 잠든 사이 기본 검사는 끝났습니다. 당신의 난소에서 곧 배란될 성숙한 난자를 스캔했습니다.>


난자채취라는 말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어요. TV에서 봤던 것 같아요. 불임 치료하는 부부들의 다큐멘터리 같은 거요. 어떤 방식으로 난자를 채취할지는 뻔해 보였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다리를 쫙 벌리고 능욕을 당할 상상을 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죠. 나는 소리쳤어요.


“아!! 싫어! 나 내버려 둬. 집으로 보내 달라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했지만 입고 있던 옷이 움직일 수 없도록 날 결박했어요. 얇은 천인 줄 알았는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외계 물질로 만들어진 옷이었나 봐요.

한없이 부드럽다가도 분자의 배열을 바꾸어 절대 뚫을 수 없을 만큼 단단해지기도 했죠. 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렇게 난 시험대에 눕게 되었어요. 내 몸을 비추는 타원형의 둥근 조명이 기억에 남아요. 나는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어요. 다리 사이를 파고들 끔찍한 의료도구들을 상상하며 눈을 감았죠.


하지만 내가 생각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아랫배에 잠깐 콕 하는 느낌만 날 뿐이었죠. 똑바로 누워있는 채로 말이에요. 그들의 발전된 기술은 나의 상상을 너무나 무색하게 만들었죠. 내 몸의 실핏줄, 세포 하나까지 보이는 스캔 기술로 세포의 정확한 좌표를 찾아내 정밀한 도구로 순식간에 채취했어요.


<수정란 이식은 지구 시간으로 24시간 후입니다.>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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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8 유카리안
    작성일
    21.05.30 23:15
    No. 1

    남자 한명도 없어졌다고 했는데 걔가 저 새끼는 아니겠죠? 납치됐다 돌아오니 저딴 쓰레기 새끼랑 도망갔다는 소문 나있으면 멀쩡한 사람도 돌아버릴거 같은데요 아 개빡친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조사나
    작성일
    21.05.31 00:34
    No. 2

    24화부터 그날의 진실이 드러납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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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만의 미친 여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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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 13화. 외계 외교부 > +1 21.05.17 342 2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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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 9화. 제니퍼 > 21.05.15 373 2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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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 5화. 제니퍼를 만나다> 21.05.13 469 2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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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 2화. 동네 미친 여자 2> +1 21.05.12 612 3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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