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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118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5.16 10:56
조회
361
추천
20
글자
7쪽

<제 11화. 샤일로 >

DUMMY

19년 전. 샬마 메인 비행체 안.


<너의 임무를 잊었나? 협약을 어기면 지구인이 어떻게 나올지 뻔하지 않은가.

피 실험체의 기억을 지우지 않은 것이 분명한가?>


<죄송합니다. 직위 해제하고 샬마로 돌아가 불이익을 받겠습니다.>


<이해할 수 없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벌였는가?>


<설명하기 힘든 에너지가 저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구원희라는 이름이 아직까지 머릿속에 맴돕니다. 신체 스캔을 한 바로는 아무런 이유를 발견할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 가슴에 통증이 느껴집니다.>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닌가?>


<스캔 결과 아무런 이상 없었습니다.>


<아무튼, 자네의 직무유기와 돌발행동은 시스템의 법령에 따라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지구인의 유전자를 갖은 새로운 종족이 무사히 태어났다. 자네 담당의 피 실험체에서 말이야. 그 점은 참작되어 시스템에서 제외하지는 않겠다.>


<네. 알겠습니다.>


샤-215라 불리는 한 샬마인 남자는 총사령관의 집무실을 나섰다. 자신에게 주어진 불이익이나 질책에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억울하다’나 ‘화가 난다’ 같은 단어는 배워본 적이 없다. 지구보다 만 년은 앞선 샬마의 문명은 이성적, 합리적인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가족, 핏줄이라는 개념도 없다.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자기 자식에게 무언가를 남기려는 지구인 같은 비이성적 특성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사령관의 집무실을 나서는 그는 한 단어를 되뇌고 있었다.


‘샤일로. 샤일로.’


구원희가 자신을 부르던 단어가 자꾸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름을 가져 본 적 없는 그였다. 그녀가 떠난 후에야 그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녀가 전하려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나는 지금부터 당신을 샤일로라고 부를게요. 당신이 내게 알려준 당신 고유번호를 한국말로 발음하면 그래요. 샤-이일오. 크크크 그럴듯하네요. 지구에선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에게 의미를 담아 이름을 붙여줘요. 지구에선 샤일로라는 미국식 이름은 고요하다는 뜻이라고 해요. 맞잖아요. 당신은 고요, 그 자체죠. 입도 벙긋 않고 나랑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자신에게 이름이란 것을 처음 붙여준 그녀가 자꾸 생각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가슴이 자꾸 아픈 이유가 무엇인지 샤일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왜 자꾸만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게 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고향별로 돌아가는 것은 왜 이렇게 못마땅한 것일까?


그는 비행선 밖이 훤히 내다보이게 만들어진 투명 구역을 지나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다가 이내 멈췄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자신에게 문제가 생긴 것만 같았다. 그녀를 만난 후로 모든 게 달라졌다.


투명 선체 밖으로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그 옆에 푸른 지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푸른 별을 보며 그는 다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샤일로. 구원희가 준 이름.“


그는 우주선 밖으로 보이는 지구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샤일로는 복잡한 생각을 뒤로하고 짐을 챙기려 자신의 구역으로 향했다.

자신의 구역으로 가는 길에 이제 막 지구에서 도착한 정찰기 한 대가 본 우주선으로 들어왔다. 납치된 지구인 여자가 정신을 잃은 채 실려 왔다.

그 광경을 본 그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그는 걸음을 재촉해 코너를 돌았다. 복도를 따라 수많은 방이 줄지어 있고 방마다 실험대상들이 갇혀 있었다.


소리를 질러대는 여자, 겁에 질려 구석에 쪼그리고 있는 여자,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눈동자에 초점이 없는 여자까지. 가지각색으로 펼쳐지는 작은 방의 모습들을 샤일로는 천천히 살펴봤다. 구원희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그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모두가 유전적 결함을 제거한 새 종족을 얻기 위해서였다.

모든 샬마인에겐 의무가 주어졌다.

이번 임무는 종족 시스템 보호 의무<그들의 단일 정부에서 시행하는 프로젝트에 무조건적 참여 해야 하는 의무>와 생식세포 제공의 의무<종족 번식의 의무>를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샤일로는 후회라고 표현될 만한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고 있었다.


<지구로 오는 게 아니었어.>


샬마로 돌아갈 준비를 모두 마친 후 그는 순간이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중성미자 터널을 이용한 과학기술은 지구인이 몇 천 년 뒤에나 이룰 수 있는 과학기술이었다.


그는 외계 문명 연구에 호기심이 많은 샬마인이었다. 지구는 다분히 원시적이긴 해도 연구해 보고 싶은 것이 많은 행성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떠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래도록 태양계에 머물며 연구해 보고 싶던 것이 많았는데···.


특히 그는 새로운 샬마 종족을 만들어내는 이번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았다. 번번이 실패하던 그 일을 성공시켜 시스템에 이바지하고 싶었다.


”난 뱃속의 이 아이를 사랑해요. 당신을 닮았을 테니까.“


구원희의 말에 답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른 피 실험체는 하지 않았던 이야기.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한 데이터로 만들어 낼 수도 없고, 이해하기 힘든 단어였다. 구원희의 기억을 지우지 않은 일 때문에 태양계에 더는 머물 순 없지만, 그는 연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샬마로 돌아가면 모든 데이터를 뒤져서라도 공부해 볼 심산이었다.


<잠시만요. 나도 같이 갈 거예요.>


깊은 생각에 빠진 그의 머릿속에 메시지가 전해졌다. 샬마인 여자가 우주선에 탑승하며 생각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고개를 들어 여자를 바라봤다. 여자의 품엔 아이가 안겨있었다. 그녀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아이를 샬마 시스템으로 안전하게 데려가는 역할을 맡았다. 품에 안긴 아이가 눈을 뜨고 그를 바라봤다. 색깔이 다른 양쪽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 우주가 담긴 것만 같았다.


그는 보자마자 알았다. 구원희가 낳은 아이라는 것을. 자신과 구원희를 닮은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쪽이 시려 왔다. 그는 원인 모를 이상한 가슴 통증을 느끼자 한쪽 손을 올려 가슴을 천천히 두드렸다. 고통을 없애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어쩌면 구원희 그녀가 말한 사랑이라는 것이 이 이유 없는 통증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녀를 닮은 아이의 한쪽 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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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 21화. 아이가 움직여요.> +1 21.05.21 272 17 7쪽
20 <제 20화. 이제부터 당신을 경호합니다 > 21.05.21 271 17 7쪽
19 <제 19화. 비밀 요원 알렉 > +2 21.05.20 278 19 7쪽
18 <제 18화. 아길레라 > 21.05.20 276 17 7쪽
17 <제 17화. 돌이킬 수 없는 실수 > +2 21.05.19 314 21 11쪽
16 <제 16화. 얼굴 천재들 > 21.05.19 299 20 7쪽
15 <제 15화. 꽃 천재 장한별 > 21.05.18 323 19 7쪽
14 <제 14화. 조건은 단 하나. 구원희 > 21.05.17 331 20 7쪽
13 <제 13화. 외계 외교부 > +1 21.05.17 342 21 7쪽
12 <제 12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 21.05.16 352 20 9쪽
» <제 11화. 샤일로 > 21.05.16 362 20 7쪽
10 <제 10화. 제니퍼의 일기장 > 21.05.15 365 23 7쪽
9 <제 9화. 제니퍼 > 21.05.15 373 22 8쪽
8 <제 8화. 그날2> +2 21.05.14 374 22 9쪽
7 <제 7화. 그날1> 21.05.14 424 22 7쪽
6 <제 6화. 진통이 와요> 21.05.13 445 27 7쪽
5 <제 5화. 제니퍼를 만나다> 21.05.13 469 23 7쪽
4 <제 4화. 가자! 플로리다로> +4 21.05.12 495 26 7쪽
3 <제 3화. 동네 미친 여자 3> +2 21.05.12 523 30 8쪽
2 <제 2화. 동네 미친 여자 2> +1 21.05.12 612 38 8쪽
1 <제 1화. 동네 미친 여자 1> +4 21.05.12 910 5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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