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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123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5.20 12:27
조회
276
추천
17
글자
7쪽

<제 18화. 아길레라 >

DUMMY

나는 호텔 회의실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미국의 기밀문서를 몰래 촬영한 사진 파일이었다. 화질이 좋지 않았다. 화면 속 문서엔 50개에 달하는 외계 종족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렇게나 많은 외계 문명이 존재하고 있다니!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구나. 하.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병이 또 도졌다며 나를 단단히 돌은 여자로 취급하겠지.‘


문서 속 어렴풋이 보이는 샬마라는 이름이 나의 심장을 뛰게 했다.


‘샤일로. 당신 별의 존재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기뻐요. 아무도 믿지 않는다 해도.“


화면의 글씨만 바라봐도 그를 다시 만난 것만 같았다. 미국 플로리다까지 헛걸음한 것은 아니었다. 아길레라를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어? 이게 뭐지?“


사진 속 문서 아래에 무언가가 보였다. 나는 그곳을 확대했다. 1786?. 다음 장 사진을 보니 다른 번호가 살짝 보였다. 쪽지에 적어둔 번호가 문서 아래에 가려져 있었다. 저게 무슨 번호일까? 혹시?


나는 구글을 켜고 1786을 쳐 본다. 미국 플로리다의 지역 번호였다. 이 문서를 전달받아야 했던 어떤 사람의 전화번호일지 몰랐다. 아길레라일까? 나는 몇 장의 사진 파일을 훑어보며 잘 보이지 않는 번호의 퍼즐을 맞추려 애를 썼다.


”Excuse me. 이거 당신 핸드폰 아닌가요?“


골똘히 문서를 보며 숫자를 받아 적는 내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씨발. 애 떨어질 뻔했네.“


나는 깜짝 놀라 화면을 얼른 닫고는 USB를 뽑아 주머니에 넣었다.


”놀라셨으면 죄송합니다. 바닥에 이게 떨어져 있어서요.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보셨나요?“


나는 언짢은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내 핸드폰을 내밀며 웃음 짓는 남자가 보였다. 숨이 멎을 것 같은 그의 모습. 룸서비스 보이. 날 그렇게나 갈구하는 눈으로 바라보던 요 녀석. 나는 구겼던 인상을 빠르게 펴며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요. 이게 언제 떨어져 있었지?“


나는 그를 보며 씽긋 웃었다. 가까이서 보니 눈썹이 아주 진했다. 깊은 눈매와 잘 어울리는 섹시한 눈썹이었다.


내가 젊었을 때 유행한 영화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 에드워드를 보는 것 같았다. 창백해 보이는 하얀 피부와 구레나룻이 날 긴장하게 했다. 내가 영화 속 벨라가 된 상상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무엇을 열심히 찾으시던데···. 그래서 핸드폰이 떨어진 것을 모르셨겠죠. 아까 피자 시키셨던 분 맞죠?“


”아. 네. 참 친절하시군요.“


정신 차려야 했다. 나도 참 주책이다. 여기까지 와서 무슨 생각 하는 건지. 얼른 아길레라를 찾아야 하는데. 하루빨리 일을 마무리 짓고 한국으로 돌아가 동생도 찾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 잘 생긴 핫 보이를 보고 넋을 잃다니. 나 자신이 한심했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나는 줄행랑치듯 호텔을 빠져나갔다.


”여보세요. 혹시 아길레라예요?“


인적이 드문 카페 안. 나는 벌써 몇 번째 틀린 번호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컴퓨터 화면 속에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번호를 0부터 9까지 대입하며 전화번호를 찾고 있었다.


”.....“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나는 전화를 끊으려 했다.


”네. 제가 아길레라입니다. 그런데 누구시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자세를 고쳐 바르게 앉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니퍼의 친구 구원희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왔어요.“


”안녕하세요. 구원희씨. 무슨 일이죠?“


”제니퍼가 당신을 찾아보라고 했어요. 당신이 날 도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난 제니퍼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에요. 그들에게 납치되었었죠.“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렇게 전화로 하는 것은 위험해요. 따로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구원희씨. 택시를 타요. 지금 내 쪽으로 올 수 있나요?“


”지금요? 그런데 혹시 제니퍼의 일을 알고 계시나요? 제니퍼가 기억을 잃은 것 같아요. 위험하다고 말씀하신 것이 그런 일들인가요?“


”맙소사. 제니퍼도 결국 그렇게 되었군요. 그들이 가만히 둘리 없죠. 계속 은폐하려 들 거예요. 당신 나라에서는 괜찮았나요? 납치되었을 때를 어떻게 기억하죠?“


”저는 괜찮았어요. 제가 원해서 기억이 남아있죠. 샤일로가 그렇게 해 줬어요. 그가 내 기억을 지우지 않았어요. 그 이야긴 만나서 해요. 우리나라에선 어차피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미친 여자가 되었죠.


보통 상식에서 어긋나는 것을 사람들은 무지하게 싫어하더군요. 아무튼, 정부가 은폐하려 애쓰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웃들이 알아서 나를 고립시키던걸요.


미안해요. 초면에. 말이 많았어요. 내 처지를 말할 사람이 필요 했나 봐요. 당신이 날 믿어주니 기분이 들떠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구원희씨. 바로 여기로 와주세요. 제가 당신을 도울 수 있어요.“


전화를 끊은 나는 마음속 걸려있던 오래된 것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미친년이라 손가락질하지 않는 상황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동안 철저히 외롭게 버텨냈던 세월이 머리에 스쳤다. 괜히 눈물이 났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택시를 잡았다.


*****


”됐어. 구원희가 잠시 뒤에 도착할 거야. 그 어디에도 우리가 손 쓴 흔적이 남아있으면 안 돼. 만발의 준비를 하라고. 제 발로 저 문을 들어오면 되는 거야.“


아길레라는 긴장하며 손톱을 튕겼다. 구원희를 손에 넣으면 미국의 미래를 담보 받는 것이다. 어쨌든 그들이 구호선을 보내는 데 조건으로 건 것은 구원희 단 하나다. 아길레라는 그녀와 나눈 잠깐의 이야기를 되뇌었다. 분명 자신이 원해서 기억한다고 구원희는 말했다.


”샤일로라고 했지. 샤일로는 누구일까···.“


아길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료엔 분명 샬마인들은 이름이 없다. 가족이나 개인적인 생활의 개념이 없는 종족이었다. 그들은 종족과 자신의 행성을 하나의 유기체로 생각했다. 각각의 개인은 그것을 이루는 하나의 세포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살아가는 종족.


그런 종족이 우리를 도와준다는 것은 분명 자신들의 행성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생명을 사랑하는 감정 따윈 전혀 없는 그들이니까. 도대체 샬마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구원희가 가지고 있다. 그 여자에겐 도대체 어떤 것이 숨겨져 있을까? 분명 대단한 유전적 요소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취하려 샬마인들은 지구로 오고 있다. 샤일로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리고 그들이 찾는 구원희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여자일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호작과 추전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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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 22화. 내 동생 구제일> +2 21.05.22 273 17 7쪽
21 <제 21화. 아이가 움직여요.> +1 21.05.21 272 17 7쪽
20 <제 20화. 이제부터 당신을 경호합니다 > 21.05.21 272 17 7쪽
19 <제 19화. 비밀 요원 알렉 > +2 21.05.20 278 19 7쪽
» <제 18화. 아길레라 > 21.05.20 277 17 7쪽
17 <제 17화. 돌이킬 수 없는 실수 > +2 21.05.19 314 21 11쪽
16 <제 16화. 얼굴 천재들 > 21.05.19 300 20 7쪽
15 <제 15화. 꽃 천재 장한별 > 21.05.18 324 19 7쪽
14 <제 14화. 조건은 단 하나. 구원희 > 21.05.17 331 20 7쪽
13 <제 13화. 외계 외교부 > +1 21.05.17 342 21 7쪽
12 <제 12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 21.05.16 352 20 9쪽
11 <제 11화. 샤일로 > 21.05.16 362 20 7쪽
10 <제 10화. 제니퍼의 일기장 > 21.05.15 365 23 7쪽
9 <제 9화. 제니퍼 > 21.05.15 373 22 8쪽
8 <제 8화. 그날2> +2 21.05.14 374 22 9쪽
7 <제 7화. 그날1> 21.05.14 424 22 7쪽
6 <제 6화. 진통이 와요> 21.05.13 445 27 7쪽
5 <제 5화. 제니퍼를 만나다> 21.05.13 470 23 7쪽
4 <제 4화. 가자! 플로리다로> +4 21.05.12 495 26 7쪽
3 <제 3화. 동네 미친 여자 3> +2 21.05.12 523 30 8쪽
2 <제 2화. 동네 미친 여자 2> +1 21.05.12 612 38 8쪽
1 <제 1화. 동네 미친 여자 1> +4 21.05.12 910 5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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