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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092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6.23 23:31
조회
94
추천
7
글자
8쪽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DUMMY

구호선에서 창밖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모든 이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나는 곳, 더 아끼고 사랑했어야 할 지구를 멀리서 바라보며 먹먹한 가슴을 서로의 온기로 토닥였다.


끝을 알 수 없게 넓게 펼쳐진 우주에서 사람들은 내가 아닌 너를 보았다. 혼자는 살아갈 수 없는 현실에서 그들의 시선은 넓어지고 따뜻해졌다. 이제는 우주선에 탄 사람들이 가족이었다.



장한별은 천천히 우주선 안을 걸었다. 그동안 문서로만 봐 오던 외계 문명을 실제로 마주하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인간은 상상도 못 할 발전된 그들의 기술은 장한별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그를 태운 건 그를 사랑했던 한 여인이었다.


“한별아. 나 혼자 도저히 못 가겠어. 가족과 함께 여기 남고 싶어. 넌 항상 우주에 미쳐있었잖아. 너의 영혼은 어쩌면 이곳보다 더 넓은 우주에 어울리는지 몰라. 네가 가. 사람들은 네가 필요해.”


그녀의 전화를 받은 장한별은 그동안 자신이 몰랐던 또 다른 깊이의 사랑을 느꼈다.


“아. 아니. 내가 어떻게···.”


“넌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나에게 다가와 준 고마운 사람이야. 두꺼운 안경에 가려져 조그맣게 보이던 내 눈을 보며 예쁘다고 말해주던 너를 잊은 적이 없어.”


“넌 정말 아름다워. 바보 같은 사람들이 그걸 보지 못하는 거지.”


“큭큭. 이렇게 스윗하니까 더 눈물이 난다. 한별아. 넌 사랑이 많은 사람이야. 묻혀있는 사람들의 장점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고 할까? 너의 그 능력을 꼭 의미 있게 쓰길 바래. 진정한 사랑을 해 봐. 이제 여자들 그만 좀 울리고. 알겠지?”


전화를 끊고 장한별은 깊은 생각에 빠져 한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의 말은 그의 가슴 한가운데 큼직하게 박혀 버렸다.



샬마인들은 자신이 맡은 구역의 사람들에게 우주선에 관한 설명을 하며 질서 있게 무리를 돌보고 있었다.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샬마인의 텔레파시가 신기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장한별은 개인 공간이 길게 늘어선 복도를 지나 구호선의 중심에 있는 광장을 향해 걸었다. 가운데 광장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은 복도들에선 다양한 언어들이 흘러나왔다. 한 나라의 탑승자들은 같은 복도의 공간이 배정되었다.


장한별은 천천히 구호선을 걸으며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세계 여행을 하는 것만 같았다. 한 복도엔 두꺼운 털 모자를 쓴 러시아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 옆 복도엔 나체에 가까운 아프리카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눈에 보는 지구촌이네.”


사람들은 언제든 광장으로 나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 곳곳에 벌써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사교성 좋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앞으로 재미있는 일들이 많아지겠네.”


언젠가 해 보고 싶었던 세계 일주를 아이러니하게도 지구 바깥에서 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뭐가 그렇게 웃겨?”


장한별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봤다.


“애나!”


그는 눈앞에 서 있는 애나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만나게 되네. 장한별.”


“너도 구호선에 탔구나! 다행이다. 여기서 만나니 더 반가운데?”


장한별은 애나를 꼭 끌어안았다.


“이거 놔!”


애나는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


“장한별. 니가 그렇게 나를 차버리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가나의 대통령이 되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되찾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 손에 잡히지 않는 너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거든.”


장한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럼. 우리 다시···.”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애나는 말을 잘랐다.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 안 그래? 세상은 아니 우주는 이렇게 넓은데, 왜 너에게 그렇게 마음을 두고 있었는지···. 큭큭. 한별아. 저기 좀 봐. 샬마인들은 정말 너무나 아름다워. 아무리 잘생긴 너도 저들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심성은 또 어떻고. 누구처럼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야. 저들은 진실하고 우직해. 완전 멋있다니까?”


“애. 애나?”


“아무튼, 장한별. 반갑다.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앞으로 우리 잘 지내보자!”


손을 흔들며 멀어져가는 애나를 보며 장한별은 묘한 질투심에 휩싸였다. 그녀의 찰랑찰랑 곱슬거리는 머리칼이며 탄탄한 뒷모습이 그의 심장을 아프게 만들었다.


“애나! 얘기 좀 하자!”


장한별은 그녀를 쫓아 걸었다.



****


광장을 지나 조용한 복도 끝 방에 놓인 의료 캡슐 안엔 구원희가 누워 있었다. 불안정한 호흡과 맥박을 보이는 그녀의 몸을 스캔한 컴퓨터는 곧바로 수술을 진행했다. 그녀 배에 박힌 총알을 꺼내고 손상된 조직을 봉합하고 재생시켰다.


빠져나간 체액은 그녀의 굵은 혈관과 연결된 튜브를 통해 재빠르게 채워졌다.

인공지능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녀의 몸을 다치기 이전으로 되돌리고 있었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캡슐 안에선 진통 효과가 있는 가스와 충분한 산소를 만들어냈다.


캡슐 안 기계가 뚫려있던 피부 조직을 재생시키고 수술을 끝냈다. 그녀의 호흡이 점차 안정되었다.


캡슐의 유리 문이 열리자 구원희는 큰 숨을 내쉬었다.


“누나. 눈 좀 떠봐.”


“아. 제일아.”


그녀는 흐릿한 시야에 들어오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정신을 차리려 몸을 일으켜 앉았다.


“이제 좀 정신이 들어?”


“응 괜찮아. 몸이 가뿐해. 여긴···.”


구원희는 자신이 누워 있던 캡슐을 보며 말끝을 흐렸다.


“맞아. 샬마의 우주선이야. 전 세계 사람들 모두 구호선에 무사히 탑승했어.”


구원희는 고개를 돌려 우주선 창을 바라봤다.


푸르른 지구가 창밖으로 보였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리의 고향.

점점 작아지는 지구는 물방울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버둥거리며 살아왔을까.

지천에 널린 아름다움을 만끽하지도 못하고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왔을까.


구원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언젠가는 돌아올 지구를 바라보며 그 안의 모든 생명이 무사하길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나가봐야지. 누나.”


그녀는 동생 손을 잡았다. 문이 스르르 열리자 기다란 복도가 펼쳐졌다. 구원희는 손을 뻗어 복도의 벽을 매만졌다. 그녀가 기억하던 샬마 우주선의 모습이었다.


20년 전 처음 그를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겁에 질린 자신의 머릿속에 전해지던 그의 음성이 또렷하게 들려오는 듯했다.


<겁먹지 말아요.>


구원희는 나지막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젠 겁나지 않아요. 샤일로.”


저 멀리 밝은 빛이 보였다.

그토록 그려온 상상이 현실이 되다니...

그녀는 샬마의 우주선 안을 걷고 있는 지금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긴 복도를 지나는 그녀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두근거렸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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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 80화. 외전 3(완결)> +3 21.07.04 130 10 8쪽
79 <제 79화. 외전 2(결혼식)> +1 21.07.02 106 7 7쪽
78 <제 78화. 외전 1> 21.06.29 107 7 7쪽
77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21.06.25 115 8 8쪽
»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21.06.23 95 7 8쪽
75 <제 75화. 마지막 연설 > 21.06.22 109 9 7쪽
74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21.06.21 104 10 7쪽
73 <제 73화. 인간 띠 > 21.06.20 100 8 9쪽
72 <제 72화. 습격 > 21.06.20 97 8 8쪽
71 <제 71화. 함선이다!> +2 21.06.19 126 8 8쪽
70 <제 70화. 소용돌이 치는 세상> +2 21.06.18 112 8 7쪽
69 <제 69화. 아리야 > 21.06.17 103 8 8쪽
68 <제 68화. 탑승자 이송 > 21.06.16 107 8 7쪽
67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21.06.15 99 7 7쪽
66 <제 66화. 형이 가! > 21.06.15 106 9 8쪽
65 <제 65화. 어른 아이 > 21.06.14 112 10 7쪽
64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2 21.06.13 124 10 7쪽
63 <제 63화. 선발, 그 후 > 21.06.13 125 11 7쪽
62 <제 62화. 탈영병 > 21.06.12 135 9 8쪽
61 <제 61화. 다시 돌아온 이유 > +2 21.06.12 124 10 8쪽
60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4 21.06.11 166 12 8쪽
59 <제 59화. 정화 캡슐 안에서 > 21.06.11 133 10 7쪽
58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2 21.06.10 141 12 9쪽
57 <제 57화. 번개탄과 리어카 > +2 21.06.09 145 12 8쪽
56 <제 56화. 마트 점장 > +1 21.06.09 146 11 8쪽
55 <제 55화. 대피소에서 > 21.06.08 141 12 8쪽
54 <제 54화. 대국민 특별 담화 > +1 21.06.08 139 12 7쪽
53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21.06.07 146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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