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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079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7.02 00:31
조회
105
추천
7
글자
7쪽

<제 79화. 외전 2(결혼식)>

DUMMY

<우주 표류 986일>


함선 안엔 오랜만에 활기가 가득했다. 각 나라의 사람들이 조금씩 모은 장식품으로 버진로드를 꾸미고 있었다.


“거기. 좀 팽팽하게 당겨 봐.”


“됐어? 이 정도면?”


우주선 안엔 더이상 이념 싸움이나 종교 갈등이 없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함선 안의 사람들은 서로가 필요했다. 지구가 고향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그들의 마음속엔 끈끈한 가족 애가 싹트고 있었다.


“아니. 거기 말고. 저쪽에 장식이 부족해. 리본을 그쪽에 달아 봐.”


발꿈치를 들고 낑낑거리며 리본을 다는 일본인 곁으로 스웨덴 사람이 다가섰다.

남자 평균 키가 181이 넘는 그들은 샬마인과 키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


“이리 줘. 내가 달게.”


“어허. 그럼 되겠네. 하하”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그들은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었다. 팔레스타인도 이스라엘도 신이 약속한 땅을 잃으니 서로를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미국도 러시아도. 유럽 국가들과 한국, 일본도. 사람들은 서로에게 향했던 날 선 칼을 거두고 오직 지구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지구를 떠나고서야 진정한 화합을 이룬 셈이었다.


“드레스는 어떻게 되고 있어?”


“거의 다 되어가요!”


각국의 흰 조각 천들을 이어 붙여 만들고 있는 구원희의 드레스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것이었다.


단아하면서도 유니크한 드레스 치마엔 각 나라의 전통 무늬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지구촌이 구원희의 드레스에 다 들어 있었다.


구호선 안에 지구인을 돕던 샬마인들은 신기한 듯 이 모든 광경을 구경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난 이렇게 호들갑 떠는 거 안 좋아하는데. 나이 먹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구원희는 자신의 방에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누나. 사람들 정성을 봐서라도 기분 좋은 척 좀 해.”


“고맙긴 하지만···. 이런 건 내 성격상 맞지 않는데···.”


부담스러워하는 구원희의 곁으로 샤일로가 다가섰다. 그는 신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사랑을 공표하는 행사에 이렇게 많은 노력을 들이다니. 지구인들은 정말 창의적인 종족이에요.”


“뭐가 그리 신나요. 샤일로? 샬마인 최초로 유부남이 되는 게 그렇게 좋아요?”


구원희의 머리를 매만져주던 제니퍼가 샤일로에게 물었다.


“유부남. 그게 뭐죠?”


“이제 좋은 시절 다 갔다는 이야기죠. 부인이 있는 남자라는 뜻이니까요.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어도 이제 만날 수 없어요. 호호.”


“구원희 씨만이 내 가슴을 채울 수 있습니다.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을 이유가 없습니다. 지구인들은 그것을 슬퍼합니까?”


“흠. 지구엔 그런 사람이 꽤 많죠. 하지만 당신은 절대로 그러지 않을 것 같네요. 남자 하난 제대로 골랐네요. 구원희씨.”


제니퍼의 말에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9215가 구원희 방으로 들어섰다. 샬마 행성에서 결혼식을 보기 위해 이제 막 구호선에 도착한 그였다.


“구일호! 반갑구나. 어서 오렴. 밖에 다들 난리지?”


그녀는 두 팔을 벌려 다 큰 아들을 안았다.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 사랑을 더 표현하고픈 그녀였다.


“우주 표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이 우울해하는 것 같았는데, 모처럼 에너지가 가득한 것 같아 보기 좋아요.”


“맞아. 다들 들떠 있다고. 누나. 이건 단순한 결혼식이 아니야. 뭐랄까. 지구의 오랜 풍습을 샬마인들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랄까. 사람들 모두 오랜만에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어. 가족의 탄생을 축하해 주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이니까. 그러니 즐겨. 누난 충분히 축하받을 자격이 있어.”


구원희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오랜만에 한 화장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나쁘지만은 않았다. 어릴 적 상상하던 어린 신부의 모습은 아니지만, 중년의 신부 얼굴도 나름 여유 있어 보였다.


“그런데, 두 분이 뭔가를 위반하셨나요?”


“뭐? 일호야. 그게 무슨 말이야?”


구원희는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9215를 바라봤다.


“사람들이 구원희와 샤일로가 속도위반을 해도 아주 대단히 했다고···.”


“큭큭. 그러네. 두 사람이 위반했지. 그것도 광속으로 말이야. 하하하.”


구제일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구원희의 얼굴에도 그제야 미소가 번졌다. 9215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다들 나가요! 드레스로 갈아입어야 할 시간이에요.”


샬마인 205는 방으로 들어서며 제니퍼에게 완성된 드레스를 건넸다. 그리곤 구제일 옆에 다정히 서서 그에게 속삭였다.


“저런 옷을 입으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지네요.”


“그럼 다음번엔 우리가 결혼할까요?”


구제일은 205의 허리를 감싸며 방을 나섰다.



*****


“신부 입장합니다.”


제니퍼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지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지구를 떠나오며 배낭에 챙겨온 각국의 작은 악기들이 묘한 느낌의 선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함선 안에 울려 퍼지는 음악을 처음 들은 샬마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샤일로는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길게 늘어진 하얀 드레스는 샬마인들의 로브처럼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의상의 모양만으로 사람을 변신하게 만드는 지구인의 재주는 마법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샤일로는 처음 보는 그녀의 달라진 모습에 적응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화려한 드레스가 자신의 그녀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버렸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이르자 그의 얼굴이 어둡게 변하기 시작했다.


구원희는 그의 마음을 들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떨리는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땅만 보며 버진로드를 걷고 있던 그녀였다. 아이같이 불안해하는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오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반짝이는 샤일로만 눈앞에 있을 뿐이었다.


<걱정 말아요. 아무리 화려한 옷이라도, 아무리 값나가는 장식품이어도 그 안에 나를 바꿀 수는 없어요.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에요. 진짜 중요한 건 겉이 아니라 안에 있죠. 나를 봐요. 난 그대로예요. 당신만 사랑하는, 당신에게 미친 여자라고요.>


둘만의 텔레파시로 전해지는 그녀의 음성을 들으며 샤일로는 안정을 되찾았다. 구원희는 그를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당신은 나만의 미친 여자입니다.”


샤일로와 구원희는 두 손을 맞잡았다. 멈춰진 시간 안에 둘만 있는 것 같았다.

우주의 각기 다른 좌표에 존재하던 그 둘은 오랜 시간을 지나 결국 하나가 되었다. 그들을 축복하듯 알 수 없는 기운이 오색 빚을 내며 구호선을 감싸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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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 80화. 외전 3(완결)> +3 21.07.04 129 10 8쪽
» <제 79화. 외전 2(결혼식)> +1 21.07.02 106 7 7쪽
78 <제 78화. 외전 1> 21.06.29 106 7 7쪽
77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21.06.25 114 8 8쪽
76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21.06.23 94 7 8쪽
75 <제 75화. 마지막 연설 > 21.06.22 108 9 7쪽
74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21.06.21 104 10 7쪽
73 <제 73화. 인간 띠 > 21.06.20 100 8 9쪽
72 <제 72화. 습격 > 21.06.20 97 8 8쪽
71 <제 71화. 함선이다!> +2 21.06.19 126 8 8쪽
70 <제 70화. 소용돌이 치는 세상> +2 21.06.18 111 8 7쪽
69 <제 69화. 아리야 > 21.06.17 103 8 8쪽
68 <제 68화. 탑승자 이송 > 21.06.16 107 8 7쪽
67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21.06.15 99 7 7쪽
66 <제 66화. 형이 가! > 21.06.15 106 9 8쪽
65 <제 65화. 어른 아이 > 21.06.14 112 10 7쪽
64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2 21.06.13 123 10 7쪽
63 <제 63화. 선발, 그 후 > 21.06.13 124 11 7쪽
62 <제 62화. 탈영병 > 21.06.12 134 9 8쪽
61 <제 61화. 다시 돌아온 이유 > +2 21.06.12 124 10 8쪽
60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4 21.06.11 166 12 8쪽
59 <제 59화. 정화 캡슐 안에서 > 21.06.11 133 10 7쪽
58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2 21.06.10 141 12 9쪽
57 <제 57화. 번개탄과 리어카 > +2 21.06.09 145 12 8쪽
56 <제 56화. 마트 점장 > +1 21.06.09 146 11 8쪽
55 <제 55화. 대피소에서 > 21.06.08 141 12 8쪽
54 <제 54화. 대국민 특별 담화 > +1 21.06.08 139 12 7쪽
53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21.06.07 145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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