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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064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6.17 13:05
조회
102
추천
8
글자
8쪽

<제 69화. 아리야 >

DUMMY

“지금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유아리?”


구원희는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네 맞습니다. 유아리 씨가 탑승권을 양도하셨습니다.”


구제일의 두 눈이 빠져나올 듯 커졌다.


“지금. 유아리가 한국에 있단 말입니까? 어떻게 된 일이죠?”


“네. 그렇습니다. 대피소 근처에 쓰러져 있는 유아리씨를 군이 발견했어요. 깨어난 지 얼마 안 돼 신원 파악이 늦어졌습니다.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중 탑승자로 뽑힌 사람은 그 나라 정부에서 인계하여 구호선에 태우기로 되어있었습니다.


저희는 당연히 호주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되어 호주 정부에 사실을 알렸죠. 그런데 유아리씨가 담화를 발표하기 직전 호주를 떠나 한국에 와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어 우선 유아리씨도 대전으로 향하는 헬기를 탔습니다.


그곳에서 구제일씨를 만나 양도하고 싶은 사람이 맞는지 직접 확인한 뒤 절차를 밟을 겁니다. 그러니 어서 이동하시죠.”


“이럴 수가!”


구원희와 구제일은 말을 잇지 못한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


대전으로 이동하는 헬기 안에서 구제일은 많은 생각에 잠겼다.


‘유아리가 나에게 탑승권을 주다니. 왜 쓰러져 있었던 건데...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골똘히 생각에 잠긴 구제일을 보며 구원희도 선뜻 뭐라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동생과 유아리를 지나간 시간 속에 숨어있던 진심이라는 것이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두 남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대전에 도착했다.


“모두 조심해서 내리십시오.”


전국 각지에서 탑승자를 실은 헬기가 속속 도착했다. 구호선에 탑승할 사람들이 긴장 가득한 얼굴로 헬기에서 내렸다.


흰 가운을 입은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탑승자들은 KARI(한국항공우주연구원) 안으로 들어섰다. 격납고 같이 생긴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벽면에 붙은 커다란 태극기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탑승자들은 생전 처음 보는 실험 기계들을 보고는 약간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탑승자 분들. 우선 간단한 신체 계측을 먼저 하겠습니다.”


관계자들은 기다란 책상에 앉아 신분이며 키, 몸무게, 혈액형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대통령이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대통령이야.”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대통령은 곧바로 구원희와 구제일에게 다가갔다.


“오셨군요. 서울에서 오는 길에 보고 받았습니다. 누가 구제일씨에게 탑승권을 양도 했다지요? 다행입니다. 그분이 구제일 씨를 따로 뵙고 싶어한다 들었습니다.


구제일씨. 사연이 있는 것 같아 시간을 좀 드리겠습니다. 따로 장소를 마련해 놨습니다. 저쪽으로 가시지요.”


“....”


구제일은 대통령을 따라 작은 방으로 향했다. 구원희도 동생을 따랐다.


“여깁니다. 안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마지막 인사를 나누시길 바랍니다. 많은 시간은 드릴 수 없어요. 그럼. 두 분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대통령님. 배려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를 하는 구제일을 향해 미소를 지은 대통령은 자리를 피해주었다.


“어서 들어가 봐. 둘이 나눌 이야기가 많을 거 아냐.”


구원희의 말에 구제일은 살며시 문을 열었다.



말없이 서서 창밖을 바라보던 유아리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는 뒤를 돌아봤다. 시간은 그녀에게서 젊음과 생기를 빼앗아 갔지만, 씽긋 웃는 고양이 같은 눈매만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제일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네.”


“유. 유아리.”


두 사람 사이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나 많이 원망했지?”


“....”


“나 너무 미워하지 말아줘. 나 타지에서 벌 많이 받았어. 흐흐흐.”


허탈한 듯 웃는 그녀의 웃음에 쓴맛이 배어났다.


“유아리. 왜. 나한테 탑승권을 주는 거야?”


“내가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그러려고 내가 죽지 못했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구제일은 심상치 않은 대답에 그녀에게 한 발작 다가갔다. 그녀는 긴장이 풀린 듯 방안의 작은 소파 위로 힘없이 털썩 앉았다.


“괜찮아?”


“야. 구제일. 너 태우려고 나 참 많이 버텼다. 혹시나 나 아픈 거 알게 되면 탑승자로 선발된 거 취소할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 꼿꼿이 서 있느라 힘들었어. 다행히 한국엔 내 진료 기록이 없어서 나만 괜찮은 척하면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거든.”


“아. 아프다고?”


그제야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는 구제일에게 손을 뻗었다. 구제일은 언제나 그랬듯 그녀를 저항할 수 없었다. 유아리의 손을 잡고 그녀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그래. 나 어차피 구호선 못 타.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니가 탑승권 가져. 나 많이 아프거든.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의사가 말해줬어. 너무 고통스러워서 죽으려고 목을 매달았는데, 죽지 못했어. 하늘이 아직은 아니라고 그러더라고.


너를 만나야 했기 때문이었나 봐.


제일아. 많이 미안했어. 괜히 나하고 얽혀서 너 참 힘들었겠다.”


구제일은 그녀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파왔다. 많이 아프다는 말에 그동안 가슴에 품었던 미움마저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를 가슴에 끌어안았다.


“그래. 나 너 많이 원망했어. 그렇게 미운데도 자꾸 생각이 나더라. 아리야. 그래도 이건 아니지. 이렇게 고통을 겪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하. 이렇게 니가 안아주니까 아픈지도 모르겠다. 나 아픈 거 혼자만 알고 있어줘. 아. 하악!”


유아리는 칼로 찌르듯 아파오는 배를 움켜쥐었다.


“이렇게 아픈데, 약이라도 구해 달라고 말해 볼게. 잠깐만.”


“안 돼! 모르게 해야 해. 마지막 부탁 좀 들어줘. 네가 문제 없이 구호선에 올라야 내가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


“아리야!”


“마지막이 되니까 알겠더라고. 날 진짜로 생각해준 건 너희 남매밖에 없었어. 그게 참 고마웠어.”


유아리는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풀어 구제일의 손에 쥐어 주었다. 구제일은 자신의 손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내려보았다. 자신이 유아리에게 고백하며 주었던 반지. 모든 일의 시작이었던 반지였다.


“니가 나한테 줬던 사랑, 이제 내가 너한테 돌려줄게. 잘 간직해줘.”


유아리는 구제일에게 입을 맞추었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 처음 그 반지를 주고 받았던 그 때의 어린 남, 여가 된 것 같았다.


잘 못 흘려보낸 시간들이 다시 써진다면 제일과 아리는 진정한 사랑을 나누었을 지 몰랐다.


둘은 눈물을 흘리며 슬픈 마지막 키스를 나누었다.


“제일아. 이제 가 봐야지. 얼른.”


구제일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눈물을 닦았다.


“유아리. 고맙다.”


유아리는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나 너무 피곤하다. 잠깐만 여기서 좀 쉴게. 어서 가. 구제일.”


방을 나서는 구제일을 바라보며 유아리는 소파에 기대 누웠다. 잠이 쏟아졌다. 지친 유아리는 아픈 이후 처음으로 수면제 없이 단잠에 빠졌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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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 80화. 외전 3(완결)> +3 21.07.04 128 10 8쪽
79 <제 79화. 외전 2(결혼식)> +1 21.07.02 104 7 7쪽
78 <제 78화. 외전 1> 21.06.29 106 7 7쪽
77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21.06.25 114 8 8쪽
76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21.06.23 94 7 8쪽
75 <제 75화. 마지막 연설 > 21.06.22 108 9 7쪽
74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21.06.21 104 10 7쪽
73 <제 73화. 인간 띠 > 21.06.20 99 8 9쪽
72 <제 72화. 습격 > 21.06.20 95 8 8쪽
71 <제 71화. 함선이다!> +2 21.06.19 126 8 8쪽
70 <제 70화. 소용돌이 치는 세상> +2 21.06.18 110 8 7쪽
» <제 69화. 아리야 > 21.06.17 103 8 8쪽
68 <제 68화. 탑승자 이송 > 21.06.16 107 8 7쪽
67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21.06.15 99 7 7쪽
66 <제 66화. 형이 가! > 21.06.15 106 9 8쪽
65 <제 65화. 어른 아이 > 21.06.14 112 10 7쪽
64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2 21.06.13 122 10 7쪽
63 <제 63화. 선발, 그 후 > 21.06.13 124 11 7쪽
62 <제 62화. 탈영병 > 21.06.12 134 9 8쪽
61 <제 61화. 다시 돌아온 이유 > +2 21.06.12 124 10 8쪽
60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4 21.06.11 166 12 8쪽
59 <제 59화. 정화 캡슐 안에서 > 21.06.11 132 10 7쪽
58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2 21.06.10 140 12 9쪽
57 <제 57화. 번개탄과 리어카 > +2 21.06.09 144 12 8쪽
56 <제 56화. 마트 점장 > +1 21.06.09 146 11 8쪽
55 <제 55화. 대피소에서 > 21.06.08 141 12 8쪽
54 <제 54화. 대국민 특별 담화 > +1 21.06.08 138 12 7쪽
53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21.06.07 145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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