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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097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6.15 12:06
조회
106
추천
9
글자
8쪽

<제 66화. 형이 가! >

DUMMY

구원희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동생에게 다가갔다.


“괜찮은 거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난 괜찮아. 아무튼, 위험했잖아. 뭐하러 나왔어?”


“네가 잡혀있다는 얘길 듣고 그냥 있을 수 없었어. 탑승자 얘기 들었지... 어떻게 해.내가 너를 두고 어떻게 가니. 흑흑.”


“누나. 괜찮아. 벙커는 안전할 거야. 구호선에 타지 못한다고 다 죽기야 하겠어?


아까 탈영병한테 한 말. 잘했어.


누나가 자랑스러워. 누난 아무나 하지 못한 일을 한 거야. 나 하나 살리고자 불의에 타협했다면 살아서 구호선을 탔다 해도 찜찜했을 거야. 그래야 우리 누나지.


아무리 누가 뭐래도 꿋꿋이 타협하지 않고 미친년으로 산 우리 누나잖아. 안 그래?”


“.....”


구원희는 말없이 동생의 손을 잡았다.


"가자."


둘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계곡물을 건넜다.


“저! 저기! 나는 어쩌라고! 나도 데려가.”


뒤쪽에서 소리치는 점장의 목소리에 구원희는 뒤돌아봤다.


“아. 맞다. 점장.”


점장이 첨벙거리며 둘을 따라 나섰다.


“누나, 약혼자가 있었어?”


“약혼자는 무슨! 저 새끼 나 괴롭히는 못된 마트 점장이었어! 변태 같은 새끼! 널 속이고 여기까지 따라오다니. 잔머리 하나는 끝내주지.”


“뭐라고?”


“니가 오던 날도 집까지 찾아와서는 행패였다니까! 다시는 얼씬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 구원희씨 이것도 인연이지 뭘 그래. 어차피 아침이 지나면 벙커를 일반인에게 공개한다며! 몇 시간 일찍 들어가면 뭐 어때. 우리 사이에. 그러지 말고 구원희씨 나 좀 데려가 줘.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억! 헉헉”


구제일은 점장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그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배를 한 대 갈겼다.


“이런 미친 새끼를 봤나. 어디 터진 주둥이라고 나오는 대로 지껄이냐? 날 잘도 속였겠다? 그동안 누나를 괴롭혀온 주제에 염치도 없는 놈 같으니라고!”


구제일은 점장을 한 대 더 갈기려 손을 쳐들었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며 소리를 쳤다.


“거기 혹시 이수용씨 되십니까?”


눈을 가늘게 뜨며 잔뜩 졸아있던 마트 점장이 놀라며 조심스레 대답했다.


“마. 맞습니다만. 왜요? 제가 뭘 어쨌길래요?”


“이대용 씨 가족 되시죠?”


“대용이? 제 동생 맞는데요.”


“이대용 씨가 탑승권 양도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구제일 씨와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수용 씨를 찾으러 왔습니다. 만나서 다행입니다. 어서 가시죠. 집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저. 정말요? 대용이가?”


마트 점장은 말을 잇지 못하더니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의 어깨가 들썩였다.


“대용이가 나한테···. 이럴 수가. 흑흑. 난 그냥 다 버리고 여기까지 왔는데···.”


구원희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항상 야비하게 보였던 그의 얼굴이 다르게 보였다. 처음 보는 마트 점장의 우는 모습이었다.




*****


“싫어! 안 가! 절대 절대 싫어”


“아이고. 이놈아. 좋은 것이여. 그러지 말고 낼 군인 아저씨 따라가는거여. 알갔지?”


“싫어. 절대로 절대로 엄마랑은 안 떨어져. 난 여기서 엄마랑 있을 거야.”


“엄마는 여기서 할 일이 있응게 너 혼자 가야 혀. 그 문자 받은 사람은 꼭 가야 한댜.”


“안 가. 이거 핸드폰 형한테 다 줘버려. 형이 가라고 해. 내 꺼 다 형 줘.”


아무리 달래도 말을 듣지 않자 노모는 덩치가 큰아들을 데리고 군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이봐유. 야가 문자를 받았는디, 지 형아한테 준다 누만. 그렇게 할 수 있는감요?”


“아! 탑승자로 선발되신 분입니까? 곧 담당 이송 차량이 도착할 겁니다. 양도 원하시는 분이랑 동행하시면 됩니다.”


“근디, 야 형아가 지금 여기에 없소. 몇 시간 전에 누굴 따라나섰는데... 군인이데, 군복이 좀 달랐슈.”


“아. 그렇습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군인은 지휘실로 가더니 다른 부대원이 온 적 있는지,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물었다.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동생을 만나러 가는 차 안.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마트 점장 수용은 동트는 새벽하늘을 바라보았다.


평소 진지한 걸 싫어하는 마트 점장이었지만, 오늘만은 가벼울 수 없었다.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 멀리 대피소 건물이 보였다. 동생을 볼 자신이 없었다.


처음부터 구제일을 따라가지 않았더라면···.

매정하게 둘을 버릴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동생과 노모를 만나러 가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웠을까.


수용은 굳은 얼굴로 대피소 밖을 서성였다. 강당의 문이 열리고 동생과 노모의 모습이 보였다. 멀리서 그를 발견한 동생이 손을 흔들었다.


“우리 형아다! 형아 왔어!”


해맑게 웃는 동생의 얼굴을 보니 다시금 눈물이 차오르는 수용이었다.


“아이고, 우리 장남 왔네. 그래. 이렇게 다시 얼굴 보니 좋구먼. 다신 못 볼 줄 알았지.”


노모는 큰아들을 안으며 기뻐했다. 수용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입을 열지 못하고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다들 빨리 타십시오. 지금 서울 시청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선발된 분과 양도받으실 분 같이 가셔야 합니다.”


군인들은 두 형제를 이송 차량에 태웠다. 아들 둘을 따라나서려는 노모를 군이 제지했다.


“탑승자와 양도자만 이송합니다. 어머니는 여기에서 대기하셔야···.”


노모를 태우지 않는 군인을 보고 동생 대용이 소리를 질러댔다.


“엄마! 우리 엄마. 같이 안타면 난 안 가.”


차 문을 열고 버티는 100킬로의 거구를 말리기 힘들었다.


“시청까지만 어머니를 좀 태워주세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고집이 셉니다. 어머니 없인 어디도 안 움직여요.”


군인들은 시간 내에 탑승자를 이송해야만 했다. 잠시 고민하던 군인은 노모를 차에 태웠다.




한 시간 남짓 달려 서울 시청에 도착했다.


군용 차에서 내리니 탑승자로 선발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저 멀리 군인이 신분을 확인했다. 경비가 삼엄했다. 무장한 전경들이 띠를 만들어 탑승자를 보호하고 있었다. 줄을 선 사람들 모두 얼굴엔 슬픔이 가득했다.


“주민등록번호 810206-1 이대용 씨 맞습니까?”


“네네!”


“확인했습니다. 구호선에 탑승하시겠습니까?”


“아니. 절대 싫어. 우리 형아 타라고 해요. 나는 엄마랑 있을 거예요.”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도하는 것은 아닙니까? 혹시 신변의 위협이 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군이 탑승자를 보호합니다. 다시 한번 묻습니다. 탑승권을 형에게 주신 것, 형이 강제로 달라고 한 것 아닙니까?”


주변에 총을 든 군인이 형제를 둘러쌌다.


“형이 한 거 아니야. 난 엄마랑 있는 게 좋아. 형이 가라고 해요!”


본인의 의사임을 확인한 군이 길을 열었다.


“탑승자 이수용 씨는 안으로 이동하시지요.”


수용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엄마. 대용아. 내가 이렇게 탑승권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어. 난 도망쳤는데···.”


노모는 울먹이는 수용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우리 장남. 그동안 얼마나 짐이 무거웠노. 니가 말 안 해도 애미는 다 알어. 니가 사람들에게 무뚝뚝하고 만날 철없는 것처럼 가볍게 혀고 다녀도 속이 썩어 문드러져서 그런다는 거 다 아누만.


고마웠다. 아들. 이제 아픈 동생이랑 이 늙은 애미 걱정말고 니 삶을 살어. 우리 아덜 그동안 마음고생 한 거 복 받는 거구만. 넌 자격 있어. 암. 어여 가거라. 동생은 내가 잘 건사할 테니.”


수용은 눈물을 흘렸다. 그의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깨지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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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 80화. 외전 3(완결)> +3 21.07.04 130 10 8쪽
79 <제 79화. 외전 2(결혼식)> +1 21.07.02 106 7 7쪽
78 <제 78화. 외전 1> 21.06.29 107 7 7쪽
77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21.06.25 115 8 8쪽
76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21.06.23 95 7 8쪽
75 <제 75화. 마지막 연설 > 21.06.22 109 9 7쪽
74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21.06.21 104 10 7쪽
73 <제 73화. 인간 띠 > 21.06.20 100 8 9쪽
72 <제 72화. 습격 > 21.06.20 97 8 8쪽
71 <제 71화. 함선이다!> +2 21.06.19 126 8 8쪽
70 <제 70화. 소용돌이 치는 세상> +2 21.06.18 112 8 7쪽
69 <제 69화. 아리야 > 21.06.17 103 8 8쪽
68 <제 68화. 탑승자 이송 > 21.06.16 108 8 7쪽
67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21.06.15 100 7 7쪽
» <제 66화. 형이 가! > 21.06.15 107 9 8쪽
65 <제 65화. 어른 아이 > 21.06.14 112 10 7쪽
64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2 21.06.13 124 10 7쪽
63 <제 63화. 선발, 그 후 > 21.06.13 125 11 7쪽
62 <제 62화. 탈영병 > 21.06.12 135 9 8쪽
61 <제 61화. 다시 돌아온 이유 > +2 21.06.12 124 10 8쪽
60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4 21.06.11 166 12 8쪽
59 <제 59화. 정화 캡슐 안에서 > 21.06.11 133 10 7쪽
58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2 21.06.10 141 12 9쪽
57 <제 57화. 번개탄과 리어카 > +2 21.06.09 146 12 8쪽
56 <제 56화. 마트 점장 > +1 21.06.09 146 11 8쪽
55 <제 55화. 대피소에서 > 21.06.08 142 12 8쪽
54 <제 54화. 대국민 특별 담화 > +1 21.06.08 139 12 7쪽
53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21.06.07 146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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