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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062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6.11 22:36
조회
165
추천
12
글자
8쪽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DUMMY

비밀 대화를 나누는 샤일로와 구원희, 둘의 눈에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불꽃이 일었다.


“걱정 말아요. 샤일로. 당신이 겪는 몸의 변화, 그건 지극히 정상이에요. 나도 그래요.”


“그런가요? 이 증상을 어떻게 없앨 수 있죠?”


“못 없애요. 우리는 서로를 원하는 거예요. 서로를 가질 때까지 그 증상은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다른 개체를 어떻게 가질 수 있나요?”


“지구에서 하는 표현이에요. 우리에겐 일어나지 못할 일이지요.”


구원희는 뒤돌아서며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샬마인들의 체형에 맞춰진 정화 캡슐은 구원희가 누워도 공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샤일로는 텔레파시로 정화 캡슐을 작동 시켰다.


‘이잉. 칙.’


캡슐의 전원이 켜지며 세척 액을 분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구원희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상체를 일으키며 샤일로에게 물었다.


“샤일로. 세척 캡슐 안에서도 모든 게 기록되나요?”


“그건 아닙니다. 정화 캡슐에 들어가 있는 짧은 시간은 기록되지 않아요. 그렇게 중요한 시간은 아니니까요.”


“그래요? 샤일로. 지금 옷 벗을 수 있어요?”


“옷이요? 왜···.”


“벗을 수 있냐고요.”


“평소엔 맘대로 로브를 벗을 수는 없어요. 이건 단순한 의류의 개념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근처에 정화 캡슐이 감지되면 세척 모드로 변환돼 얼마동안은 옷과 분리될 수 있죠.”


“그러니까 지금 벗을 수 있다는 소리네요?”


“그럴 순 있겠지만. 그럴 이유가 없죠.”


캡슐은 둥그런 문을 닫으려다 상체를 일으킨 구원희를 감지하곤 경고등을 반짝였다.


“똑바로 누워요. 문이 닫히지 않잖아요.”


“샤일로 빨리 옷을 벗어요. 당장이요.”


“왜. 그러는 거죠?”


“아무것도 묻지 말고 지금 빨리요. 나를 믿어봐요.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라요.”


샤일로는 어리둥절했지만 구원희의 말을 믿으며 옷을 벗었다. 정화 캡슐을 감지한 로브는 그 자리에 빳빳하게 서서 주인이 세척을 마칠 동안 잠깐 모든 기록을 멈추었다.


구원희는 얼른 손을 뻗어 샤일로를 캡슐 안으로 잡아 끌었다.


“어!”


샤일로는 영문도 모른 채 그녀의 손에 이끌려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지잉!”


어떻게 된 건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캡슐의 유리 문은 굳게 닫혔다. 비좁긴 했지만 구원희와 샤일로 둘이 눕기엔 충분했다.


“치이익!”


세척 액의 분사가 시작되고 둘은 가까이서 눈을 맞췄다.


“갇혔어요. 정화 캡슐에 우리 둘이 갇혔다고요.”


“그래요. 샤일로.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을까요? 이렇게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을 공간이 있었는데도···. 시간이 얼마 없어요.”


구원희는 샤일로에게 입을 맞췄다.


“아까 당신이 말했잖아요. 참지 않아도 돼요. 여기선 나를 만져도 아무도 몰라요. 당신 마음 가는 대로 해요. 샤일로.”


구원희의 말에 샤일로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의 입술과 살결, 숨소리 하나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였다.


“치. 치익! 쏴!”


캡슐 안에 공기 방울을 머금은 물이 소용돌이치며 차오르고 있었다. 캡슐 안의 둘은 몸을 밀착시킨 채 두 눈을 감았다.


부드러운 공기 방울이 몸을 감싸며 둘을 간지럽혔다. 털끝 하나하나까지 감각이 있는 듯 느껴졌다.


둘의 입술은 포개져 떨어질 줄 몰랐다. 태양풍이 불어온 날 그녀가 가르쳐 주었던 그대로 샤일로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입을 살짝 벌려 그녀의 아랫 입술을 덥석 물고는 혀끝으로 감촉을 느꼈다. 한 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다른 한 손은 샤일로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가슴에 얹었다.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자 몸에 열이 올랐다.


그녀도 싫지 않은 듯 몸을 자신에게 더 밀착 시키자 샤일로의 손길은 더 거세졌다.


“괜찮은가요? 혹시 아프진 않아요?”


입을 사용하지 않는 그들의 대화 방법은 키스를 멈추지 않고서도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괜찮아요. 샤일로. 사랑해요.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요. 너무 행복해요.”


조심스러웠던 샤일로의 손길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그도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콸. 콰르륵.”


영원과도 같던 몇 초가 지나고 둘을 감싸고 있던 공기 방울과 물이 캡슐의 아래쪽으로 빠져나갔다. 구원희와 샤일로는 그제야 키스를 멈추고 서로의 젖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촉촉하게 젖은 샤일로의 마리 칼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물기가 남은 그의 피부는 오팔 빛으로 반짝였다. 구원희는 아름답고 섹시한 그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신비하게 반짝이는 그녀의 검은 눈망울은 우주를 담은 것만 같았다. 촉촉한 그녀의 머릿결은 더 짙어 보였다. 샤일로는 한참 동안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담았다.


‘슈웅! 휘. 휘익!‘


건조를 위한 따뜻한 바람이 둘을 감쌌다. 기다란 샤일로의 갈색 머리와 구원희의 검은 머리가 캡슐 안에 휘날렸다. 두 사람은 우스꽝스러운 서로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구원희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대며 웃었다.


“너무 웃기게 생겼어요. 모습이 이상하다고요. 샤일로. 이런 당신의 모습을 보게 되다니. 항상 정확하고 단정한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헝클어진 머리도 나쁘진 않네요. 펑키해. 큭큭.”


“나도 당신처럼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야속하게도 정화 캡슐 안에서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몸이 말랐다. 캡슐의 유리 문이 열렸다. 두 사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캡슐에서 나와 옷을 입었다. 마음을 숨기려 애를 쓰는 두 사람이었지만 구원희의 얼굴엔 미소가 번지고 있었고, 샤일로의 체온은 떨어질 줄 모르고 있었다.


샤일로는 구원희를 침대에 눕히고 맡은 임무를 마무리했다. 애써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있었지만, 그의 신경은 온통 그녀에게 쏠려 있었다.


구원희의 가슴을 만지던 촉감이 손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제 수면에 들어야 합니다. 출산할 때까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럼 나는 이만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샤일로는 딱딱하게 말을 전하고 방을 나섰다. 등 뒤로 그녀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샤일로. 내일 샤워 시간이 기대되네요. 당신도 잘 자요.”


샤일로는 그녀의 방에서 나와 시스템의 기록을 살펴보았다. 그녀와의 은밀한 시간을 기록한 데이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를 믿어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구원희를 만나러 가기 전, 샤일로는 자신의 방에 있는 정화 캡슐에 홀로 누워 있었다. 입 끝을 올리려 애써봤지만 잘되지 않았다. 이제부터 샤일로는 아침마다 샤워 캡슐 안에서 웃음을 연습할 생각이었다.


한 달여 밖에 안 남은 그녀와의 시간. 그 안에 샤일로는 어떻게든 근사한 미소를 연습해야 했다. 캡슐 안에서 그녀를 향해 웃어주고 싶었다.


모든 생체 실험 기록을 지워야 하는 시스템의 규율에 따라 결국은 잊어버릴 기억 속 한 장면이겠지만···.


시간 속으로 사라질 그녀의 기억에서라도 그는 웃는 모습으로 남길 원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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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 80화. 외전 3(완결)> +3 21.07.04 128 10 8쪽
79 <제 79화. 외전 2(결혼식)> +1 21.07.02 104 7 7쪽
78 <제 78화. 외전 1> 21.06.29 106 7 7쪽
77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21.06.25 114 8 8쪽
76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21.06.23 94 7 8쪽
75 <제 75화. 마지막 연설 > 21.06.22 108 9 7쪽
74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21.06.21 104 10 7쪽
73 <제 73화. 인간 띠 > 21.06.20 99 8 9쪽
72 <제 72화. 습격 > 21.06.20 95 8 8쪽
71 <제 71화. 함선이다!> +2 21.06.19 125 8 8쪽
70 <제 70화. 소용돌이 치는 세상> +2 21.06.18 110 8 7쪽
69 <제 69화. 아리야 > 21.06.17 102 8 8쪽
68 <제 68화. 탑승자 이송 > 21.06.16 107 8 7쪽
67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21.06.15 99 7 7쪽
66 <제 66화. 형이 가! > 21.06.15 106 9 8쪽
65 <제 65화. 어른 아이 > 21.06.14 112 10 7쪽
64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2 21.06.13 122 10 7쪽
63 <제 63화. 선발, 그 후 > 21.06.13 124 11 7쪽
62 <제 62화. 탈영병 > 21.06.12 134 9 8쪽
61 <제 61화. 다시 돌아온 이유 > +2 21.06.12 124 10 8쪽
»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4 21.06.11 166 12 8쪽
59 <제 59화. 정화 캡슐 안에서 > 21.06.11 132 10 7쪽
58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2 21.06.10 140 12 9쪽
57 <제 57화. 번개탄과 리어카 > +2 21.06.09 144 12 8쪽
56 <제 56화. 마트 점장 > +1 21.06.09 146 11 8쪽
55 <제 55화. 대피소에서 > 21.06.08 141 12 8쪽
54 <제 54화. 대국민 특별 담화 > +1 21.06.08 138 12 7쪽
53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21.06.07 145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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