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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086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6.22 23:59
조회
108
추천
9
글자
7쪽

<제 75화. 마지막 연설 >

DUMMY

’쏴아! 쏴아!‘


늦여름 굵은 빗줄기는 시원하게 쏟아지며 땅을 적셨다.


“...”


사람들은 조용해졌다. 아무 말 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봤다.


건물 잔해에 깔린 가족의 시신을 끌어안고 오열하던 사람도.

가까스로 벙커에 도착해 안도의 숨을 몰아쉬는 사람도.

수송 헬기에 올라 땅을 내려다보던 사람도.

샬마의 구호선에 오른 사람도.


모두 자연의 커다란 힘 앞에 할 말을 잃었다.


세계 곳곳으로 날아갔던 비행선들은 각 나라의 탑승자들을 싣고 구호선으로 돌아왔다. 전 세계 다양한 인종의 20만 명 탑승자가 구호선에 모두 모였다.


’웅~ 웅~‘


탑승자를 모두 실은 구호선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왔다. 거대 함선은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돌며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주로 떠날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곧 떠나려나 봐.”


“이제 어떻게 해. 흑흑.”


남은 사람들은 하늘에 떠 있는 함선을 바라봤다. 다시는 보지 못 할 놀랄 만한 풍경에 넋을 잃는 것도 잠시, 그들이 떠난 후 밀려올 커다란 재앙들을 생각하며 사람들은 몸서리를 쳤다.


“후우우웅~ 쓩!”


거대 우주선은 비구름을 뚫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두워지는 하늘 너머로.


“잘가. 형아.”

“사랑해. 딸.”


남겨진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멀어져 가는 구호선을 바라보았다. 하늘로 사라지는 거대 함선은 작은 별이 되어 아름답게 반짝 빛났다.




****


잠시 후 대통령의 마지막 연설이 있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인류 역사상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을 해냈습니다. 바로 우리의 일부를 우주로 떠나보낸 것이지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습니다. 그들은 언젠가 지구로 다시 돌아와 우리가 미쳐 다 이루지 못한 꿈들을 이룰 것입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우리에겐 분명 눈부신 미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구호선에 탑승한 이들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이기심과 오만함, 어리석음을 말입니다. 오늘의 위기를 교훈으로 삼아 그들은 더욱더 현명하고 낮은 자세로 미래를 일구어 갈 것입니다.


또한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이곳,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의 사랑과 염원을. 탑승자들이 무사히 구호선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국민 여러분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남겨진 이들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우주로 떠났습니다.


가슴에 심어진 그 따뜻한 씨앗은 언젠가 무성하게 가지를 뻗어 튼실한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한 여자의 답답하리만큼 한결같던 사랑이었습니다. 바로 우리가 미친 여자라 손가락질 하던 구원희 씨였습니다.


샬마인들에게 큰 사랑을 보여준 구원희 씨에게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내던지는 사랑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린 생명 대신 괴한들이 쏜 총에 맞아 중상을 입은 채 구호선에 탑승하였습니다. 구원희 씨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빕니다. 샬마인들이 그녀를 살려낼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는 더 중요한 일들을 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들을 사랑의 힘으로 대피시킨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


바로 살아남는 것입니다.


몇 시간 전 있었던 서해 지진은 시작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갈라지고 흔들리는 땅 위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을 것이고, 절망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이룩해 놓은 모든 것들을 화난 땅과 바다가 집어삼킬 것입니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하찮아질 것입니다. 우리가 지키려고 했던 것들은 허무하게 사라질 것입니다. 지구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지구는 모든 것을 리셋하길 원합니다. 인간의 욕심이 하늘 높은지 모르고 솟구치기 전으로, 평온하게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던 태초의 모습처럼. 잘못된 것들을 엎어 버리고 다시 시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꼭 살아남아 지구가 원하는 대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샬마의 사령관이 외계 외교부를 통해 전해 온 메시지를 여러분께 읽어드리며 저의 마지막 연설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샬마는 지구와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별입니다. 푸른 바다와 하늘이 아름답습니다. 모든 것이 조화롭습니다. 하지만 샬마에도 행성이 요동치던 격변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갈라지고 폭발하는 행성 안에서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폭발하던 마그마가 집어삼킨 비행선 안에 있던 사람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돕고 나누며 일만 년을 살아냈습니다.


결국, 그들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고, 샬마의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구호선이 바로 지하 깊숙이 묻혀있던 거대 함선입니다.


신비한 우주 안에 사는 우리는 알 수 없는 힘이 이끄는 아주 작은 확률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 힘을 지구에선 희망, 사랑, 기적 같은 단어들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구인들에겐 설명하지 못할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을 믿길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는 긴 잠에 들어야 할 시간입니다. 각 벙커에는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비해 놓았습니다. 무너진 잔해를 뚫고 나올 수 있는 장비들도 그 안에 모두 들어있습니다.


여러분. 살아주십시오. 살아서 구조를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 주십시오. 우주로 떠난 사람들이 돌아왔을 때, 집에 잘 왔다고 환영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샬마인들의 말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그들의 말대로 우리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우주에 존재 해야 하는 이유, 사라지면 안 되는 종족이라는 것. 그것을 보여줍시다.


이 혼란의 시대에, 여러분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대통령이 된 이후로 골치 아픈 일들 천지였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솔직히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허허허.

국민 여러분, 이제야 진짜 대통령이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이제 제 마지막 연설을 끝내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행운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이 뉴스를 마지막으로 모든 방송을 마칩니다. 그동안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마지막 뉴스를 전한 아나운서로 남게 되어 기쁩니다.


'삐~'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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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 80화. 외전 3(완결)> +3 21.07.04 129 10 8쪽
79 <제 79화. 외전 2(결혼식)> +1 21.07.02 106 7 7쪽
78 <제 78화. 외전 1> 21.06.29 106 7 7쪽
77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21.06.25 114 8 8쪽
76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21.06.23 94 7 8쪽
» <제 75화. 마지막 연설 > 21.06.22 109 9 7쪽
74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21.06.21 104 10 7쪽
73 <제 73화. 인간 띠 > 21.06.20 100 8 9쪽
72 <제 72화. 습격 > 21.06.20 97 8 8쪽
71 <제 71화. 함선이다!> +2 21.06.19 126 8 8쪽
70 <제 70화. 소용돌이 치는 세상> +2 21.06.18 111 8 7쪽
69 <제 69화. 아리야 > 21.06.17 103 8 8쪽
68 <제 68화. 탑승자 이송 > 21.06.16 107 8 7쪽
67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21.06.15 99 7 7쪽
66 <제 66화. 형이 가! > 21.06.15 106 9 8쪽
65 <제 65화. 어른 아이 > 21.06.14 112 10 7쪽
64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2 21.06.13 123 10 7쪽
63 <제 63화. 선발, 그 후 > 21.06.13 125 11 7쪽
62 <제 62화. 탈영병 > 21.06.12 135 9 8쪽
61 <제 61화. 다시 돌아온 이유 > +2 21.06.12 124 10 8쪽
60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4 21.06.11 166 12 8쪽
59 <제 59화. 정화 캡슐 안에서 > 21.06.11 133 10 7쪽
58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2 21.06.10 141 12 9쪽
57 <제 57화. 번개탄과 리어카 > +2 21.06.09 145 12 8쪽
56 <제 56화. 마트 점장 > +1 21.06.09 146 11 8쪽
55 <제 55화. 대피소에서 > 21.06.08 141 12 8쪽
54 <제 54화. 대국민 특별 담화 > +1 21.06.08 139 12 7쪽
53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21.06.07 146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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