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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093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6.15 21:55
조회
99
추천
7
글자
7쪽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DUMMY

두 시간을 내달린 국방부 장관은 경기도 분당의 한 아파트 앞에 멈춰 섰다.


“여기서 기다려. 나 혼자 올라갔다 오겠다.”


장관의 말에 동행한 군인들은 아파트 주차장에 머물렀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버튼을 누르는 장관의 얼굴에 초조함이 가득했다. 얼마 만에 만나는 딸인지···.


장관은 마지막으로 본 딸의 얼굴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5학년, 앳된 딸의 얼굴에 드리웠던 슬픔을 모른 척하며 돌아섰던 그였다.


“딩동. 딩동.”


“누구세요?”


“....”


인터폰을 바라본 여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당신이 어떻게 여길···.”


떨리는 손으로 현관문을 연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장관을 맞았다.


“알고 온 거예요?”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들어와요.”


장관을 어색하게 집으로 들어섰다. 아기자기한 집안 곳곳엔 사진이 가득했다. 유명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 속에 전처와 딸의 웃는 얼굴이 더없이 환했다.


자신과 이혼하기 전의 아내는 항상 무기력했다. 시들시들했던 화분의 꽃이 되살아난 듯 환해진 아내의 얼굴에 장관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좋아 보이네.”


“이제 세상의 종말이 올지 모른다는데,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우리 딸이 탑승하게 되어서. 명단 보고 온 거죠?”


“그래. 마지막으로 가는 길, 함께 하고 싶어서 왔어. 예진이는 어디 있어?”


“지금 울고불고 난리예요.”


“얼굴 좀 볼 수 있을까?”


“잠시만요.”


여자는 딸의 방문을 두드렸다.


“예진아. 잠깐만 나와볼래?”


시뻘건 눈으로 방을 나서는 딸은 장관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어엿한 대학생. 예쁜 아가씨로 자란 딸을 보니 장관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이렇게 직접 보니까 좋구나.”


“아. 아빠.”


딸의 얼굴엔 다 지우지 못한 공포가 가득했다.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르는지 딸은 문 앞에 서서 어찌할 줄 몰라 했다.


“아빠가 다 알고 오신 것 같아. 그러지 말고 어서 가 봐.”


엄마의 손길에 떠밀려 딸은 어색하게 아빠가 앉아있는 소파로 다가갔다.


“많이 컸네. 이리 와 앉아봐.”


각 잡힌 자세로 소파에 앉는 딸을 보며 장관은 과거에 자신이 가족에게 행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그때는 그게 잘못된 건인지도 알지 못했다. 왜 그렇게 아내가 우울증 약을 먹어 대는지, 하나밖에 없는 딸은 왜 그렇게 자신을 멀리하는지, 장관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가족의 골은 깊어만 갔다.


“편하게 앉아. 뭘 그리 얼어있어.”


“아빠만 보면 나도 모르게···.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널 이송하러 왔어.”


“네? 아빠가 직접?”


“명단에 적힌 네 이름을 보고 너무 기뻤다.”


“아빠도 그런 감정이 있어요?”


“.....”


그 한마디에 장관은 딸이 자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군에서와 똑같이 엄격한 규율로 가족을 대하며 그것이 위엄 있는 가장이라 여겨왔던 자신의 잘못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자신을 때리는 것만 같았다.


“짐은 다 챙겼니?”


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엄마 혼자 두고 못 갈 것 같아요. 엄마 나 없으면 다시 우울증이 도질 게 뻔해요. 불쌍한 우리 엄마 두고 나 혼자 어떻게···.”


“엄마는 걱정하지 마. 아빠가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놓을게.”


“그래. 예진아. 네가 구호선을 못 타는 게 훨씬 더 끔찍해. 하늘이 내려준 기회인데. 엄마는 괜찮아. 아빠가 왔잖아.”


“....”


예진은 훌쩍이며 엄마 아빠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둘이 같이 있는 모습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려 살 수 없던 예진이었다. 아빠가 퇴근할 때만 되면 어두워지는 엄마의 얼굴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아빠를 위험 대상으로만 여기며 살아왔다. 엄마의 우울증이 깊어지자 정신이 약해 빠져서 그렇다며 엄마에게 폭언을 퍼붓던 아빠를 많이도 원망했었다.


“어떻게 아빠를 믿어?”


“예진아···.”


장관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빠가. 잘못했다. 많이 미안해. 그때는 아빠가 몰랐어. 내가 아는 방식으로 내 식구를 지키고 싶었던 것 뿐인데. 그게 모두를 병들게 하는지, 그땐 알지 못했어.


두 사람을 떠나보내고 미친 듯이 일에만 집중했어. 그래서 이렇게 장관까지 되었지만, 나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더라고. 허무했어.”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하시면 뭐가 달리 지나요? 아빠를 벗어나서 간신히 평화를 찾은 우리 모녀예요. 둘만 의지하며 여기까지 버텨 왔다고요. 그런데, 이런 상황이 오다니. 탑승권 그냥 다른 사람한테 줄래요. 그거 갖고 싶은 사람 많을 거 아녜요.”


장관은 소파에서 일어나 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머!”


처음 보는 그의 그런 모습에 놀란 엄마는 놀라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빠···.”


“탑승자 이송 조를 짜야 하는데, 네 이름이 있더구나. 다른 사람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직감했다.


어떻게 보면 엄마 아빠는 마음 한 번 맞추지 못하고 세월을 흘려보낸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같은 마음으로 하나를 바라고 있어. 네가 안전하길, 너의 삶을 살 수 있길 온 마음으로 바란다.


그렇지 여보?”


자신을 보며 묻는 장관을 보며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러니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게 해주지 않을래?


지금부터 너를 안전하게 이송할 거다. 훈련을 마치고 구호선에 오를 때까지 누구 하나 해코지 못 하도록 지켜낼 거라고.”


아빠의 말을 들은 예진은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장관의 허리춤에 있는 무전기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치익. 장관님. 이제 출발하셔야 합니다.>


전처는 중요한 물건들을 싸 놓은 배낭을 딸에게 건넸다. 예진은 배낭을 받아 들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현관을 나섰다.


“아! 잠깐만!”


전처는 방으로 들어가 박스 안에서 무언가를 찾았다. 그 안에 들어있던 작은 사진 하나를 딸에게 건넸다. 사진 속엔 행복해 보이는 세 식구가 있었다. 군복을 입은 아빠 목마를 탄 어린 딸, 그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엄마의 사진이었다.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이야. 네가 어렸을 때 찍은 가족사진이야. 간직해줘. 사랑해 우리 딸.”


예진은 사진을 받아 들었다. 행복했던 때도 있었던 가족의 모습을 보니 참아왔던 눈물이 또 한 번 울컥 쏟아졌다.



날이 밝았다. 사람들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아침을 맞고 있었다. 그 시각 샬마의 거대 함선은 지구를 향해 최대 속력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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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 80화. 외전 3(완결)> +3 21.07.04 130 10 8쪽
79 <제 79화. 외전 2(결혼식)> +1 21.07.02 106 7 7쪽
78 <제 78화. 외전 1> 21.06.29 107 7 7쪽
77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21.06.25 115 8 8쪽
76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21.06.23 95 7 8쪽
75 <제 75화. 마지막 연설 > 21.06.22 109 9 7쪽
74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21.06.21 104 10 7쪽
73 <제 73화. 인간 띠 > 21.06.20 100 8 9쪽
72 <제 72화. 습격 > 21.06.20 97 8 8쪽
71 <제 71화. 함선이다!> +2 21.06.19 126 8 8쪽
70 <제 70화. 소용돌이 치는 세상> +2 21.06.18 112 8 7쪽
69 <제 69화. 아리야 > 21.06.17 103 8 8쪽
68 <제 68화. 탑승자 이송 > 21.06.16 107 8 7쪽
»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21.06.15 100 7 7쪽
66 <제 66화. 형이 가! > 21.06.15 106 9 8쪽
65 <제 65화. 어른 아이 > 21.06.14 112 10 7쪽
64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2 21.06.13 124 10 7쪽
63 <제 63화. 선발, 그 후 > 21.06.13 125 11 7쪽
62 <제 62화. 탈영병 > 21.06.12 135 9 8쪽
61 <제 61화. 다시 돌아온 이유 > +2 21.06.12 124 10 8쪽
60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4 21.06.11 166 12 8쪽
59 <제 59화. 정화 캡슐 안에서 > 21.06.11 133 10 7쪽
58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2 21.06.10 141 12 9쪽
57 <제 57화. 번개탄과 리어카 > +2 21.06.09 145 12 8쪽
56 <제 56화. 마트 점장 > +1 21.06.09 146 11 8쪽
55 <제 55화. 대피소에서 > 21.06.08 141 12 8쪽
54 <제 54화. 대국민 특별 담화 > +1 21.06.08 139 12 7쪽
53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21.06.07 146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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