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091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6.13 22:42
조회
123
추천
10
글자
7쪽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DUMMY

산속을 얼마나 달린 걸까. 구원희는 군용 트럭이 남기고 간 자국을 뒤따라 가고 있었다. 달빛 하나에 의지해 걷는 길이 으스스했다.


“어디에 있는 거야.”


울퉁불퉁한 산길을 내려오다 구원희는 문득 길 밖으로 난 바퀴 자국을 발견했다. 가려진 나뭇가지를 치우자 뉘어진 풀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어? 이쪽으로 차가 지나간 것 같은데?”


바퀴에 밟힌 풀의 흔적을 따라 언덕 아래로 내려가니 널찍한 자갈밭이 펼쳐졌다. 그 옆으로 군용 지프차 한 대가 보였다. 그 뒤로 졸졸 소리를 내며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


“저거 사람 아니야?”


물가에 사람이 눈에 띄었다. 구원희는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특수부대 군복을 입은 군인이 물에 얼굴을 담근 채 엎드려 있었다.


“이봐요? 제일이를 데려온다던 분 아닌가요?”


구원희는 그를 얼른 돌아 눕혔다.


“악!”


물을 마시는 줄로만 알았던 그는 머리에 총을 맞고 죽어 있었다.


“이럴 수가!”


구원희는 처음 보는 끔찍한 광경에 놀라 뒷걸음질 쳤다.


‘쿡’


등에 닿는 딱딱한 감촉이 느껴지자 그녀는 조용히 뒤를 돌아봤다.


“쉿! 소리 지르면 죽여버린다. 조용히 따라와.”


탈영병이었다. 그의 총구는 걸음을 재촉하며 다시 한번 그녀를 쿡 찔렀다. 구원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그에게 이끌려 어디론가 걸었다.


자갈밭을 따라 걸어가니 계곡물이 낮게 흐르는 곳이 나타났다.


“물을 건너.”


‘첨벙. 첨벙’


물을 건너자 동굴같이 움푹 팬 곳이 눈에 띄었다. 그곳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여긴 어떻게 왔어?”


두 손이 묶인 채 구원희 쳐다보는 구제일이 눈에 들어왔다.


“제일아!”


구원희는 동생에게 달려가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위험하게 벙커를 나오면 어떻게 해. 어떻게 된 거야?”


“몰래 빠져나왔어.”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탈영병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들을 이끄는 대장 같아 보였다.


“야! 보초. 혼자인 거 확실해?”


“그렇습니다. 뒤따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구제일 이름을 이야기하길래 혹시나 해서 데려왔습니다.”


“이거. 구제일을 미끼로 이야기 좀 해 볼까 했더니만, 제 발로 찾아오다니. 잘됐군. 니가 그 유명한 지구를 구원할 여자야? ”


“내가 왔으니까 제일이는 이제 그만 풀어 줘. 그리고 이런 짓 그만해. 이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뭐? 조용히 해. 어디서 훈계 질이야? 성질나는데 확 다 죽여버릴까 보다.”


그는 총을 고쳐 들며 구원희에게 겁을 주려 했다. 그의 눈빛엔 살기가 어려 있었다.


“다 죽이면 네 마음이 편하겠어? 이럴 필요 없잖아.”


구원희의 말에 그는 피식하며 웃더니 말을 이었다.


“나 다음 주에 제대였어. 이 그지 같은 군 생활, 이제 끝이구나 하고 날짜만 세고 있었는데. 사람 환장하는 거지. 그러게 처음부터 내가 오기 싫다고 했는데.


군대 좀 빼달라고 꼰대한테 얘기해봤자 통하질 않더라고. 돈은 쌓아놓고 뭐할 거냐고 아무리 얘기해도, 기어이 날 이 꼴로 만들었지 뭐야. 군대를 다녀와야 정신을 차린다나 뭐라나. 씨발.


내가 왜 여기서 그지 같은 탑승자들 이송해야 하는데? 걔네들 뭐 잘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운빨 좋아서 뽑힌 애들 아니야.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처음부터 다 잘못되었어. 돈 있고 빽 있고 똑똑하고. 어?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이끄는 거 아니야? 구호선에도 그렇게 태웠어야지. 그럼 내 자리도 떡하니 생겼을지 몰라. 우리 아빠가 법무부 장관하고 겁나 친하거든.


근데 이게 다 뭐야. 윗대가리들이 하는 말 들었어. 이거 다 니 아이디어라며? 씨발. 쳐 웃기고 있네.


문자도 안 오는 거 보니까 나 떨어진 거 맞지?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쓸데없는 놈들만 잔뜩 태우다가 좆 되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몇 명 데리고 여기 숨었지.


어이. 아줌마가 좀 도와줘야겠어. 아줌마 외계인 전 남친한테 얘기해서 우리 자리 좀 만들어봐. 몇 명 바꿔치기한다고 뭐 달라질 건 없잖아?”


구원희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헛웃음을 날렸다.


“니네 아빠랑 겁나 친하다는 법무부 장관이 그러더라. 구제일, 내 동생도 태워 주겠다고. 그러니까 명단 만드는데 참견하지 말라고.


사실 나 잠깐 흔들렸어. 가만히 있을 걸 그랬나 하고 말야. 내 동생도 탑승자 선발에서 떨어졌거든.”


구원희는 동생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구제일은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옅은 미소를 보였다.


“그런데 있잖아. 지금 보니 정말 다행인 거 같아. 내가 가만히 있었다면 너 같은 놈들이 구호선에 우글우글 했을 거 아냐. 이런저런 명분을 붙여서 탑승자 명단에 끼워 넣었겠지. 그렇게 된다면 미래의 우리나라는 지금과 별로 다를 게 없을 거야.


야! 너 아무리 지랄 발광해봤자 소용없어. 그러니까 그만두고 도망가.”


“근데, 이 아줌마가! 아까부터 말 싸가지 없게 하네.”


“야! 이 새끼야. 싸가지 없는 건 너야! 너 몇 살인데 나한테 반말인데?”


“아. 놔. 꼭 나이 가지구 따지고 들더라. 뭐? 나이 든 게 자랑이냐?”


“그래. 이 새끼야. 니가 아직 어려서 모르나 본데, 나이 든 거 자랑이야! 그 세월들 버텨낸 거, 뭐라도 일궈낸 거, 좆 같아도 참아낸 거. 다 자랑거리라고!


니가 뭘 착각하는 것 같다. 니네 부모가 잘 나간다고 너도 그런 거 아니야. 곁에 있는 사람들이 니 비위 맞추고 있으니까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그 사람들 다들 너 욕해. 너 고꾸라질 때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냥 마음 숨기고 드러워도 참아내고 있는 거야.


그래도 니네 아버지는 너 사람 만들라고 군대도 보내고, 훌륭하시네. 고생하나 안 시키면서 자식 망치는 사람들도 허다한데.


그래서 하는 말인데, 얼른 도망가. 싸가지 없는 너 붙잡고 몇 시간 동안 욕을 퍼부어주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너도 니네 아버지한테 귀한 자식이자너. 그러니 지금 여기서 개죽음 당하지 말고 도망치라고.”


“뭐? 개죽음?”


“곧 들이닥칠 거야.”


탈영병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때, 첨벙이며 물을 건너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요, 먹을 거. 헥헥. 시키는 대로 했으니 이제 좀 풀어주지 그래요? 실은 나 그 여자랑 아무런 사이도···. 어?”


저 멀리 누군가 낑낑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봉지에 가득 무언가를 담아 들고 오는 그의 얼굴엔 다크 써클이 짙게 깔려 있었다. 구원희를 보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그에게 동행했던 탈영병이 총을 겨누며 말했다.


“왜 멈춰. 얼른 앞으로 가.”


"아. 알았다구요."


구원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점장. 당신이 여긴 왜···.”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금 감사합니다. 21.07.12 26 0 -
공지 후원금 감사합니다! 감동. +2 21.06.07 174 0 -
80 <제 80화. 외전 3(완결)> +3 21.07.04 130 10 8쪽
79 <제 79화. 외전 2(결혼식)> +1 21.07.02 106 7 7쪽
78 <제 78화. 외전 1> 21.06.29 107 7 7쪽
77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21.06.25 115 8 8쪽
76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21.06.23 94 7 8쪽
75 <제 75화. 마지막 연설 > 21.06.22 109 9 7쪽
74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21.06.21 104 10 7쪽
73 <제 73화. 인간 띠 > 21.06.20 100 8 9쪽
72 <제 72화. 습격 > 21.06.20 97 8 8쪽
71 <제 71화. 함선이다!> +2 21.06.19 126 8 8쪽
70 <제 70화. 소용돌이 치는 세상> +2 21.06.18 112 8 7쪽
69 <제 69화. 아리야 > 21.06.17 103 8 8쪽
68 <제 68화. 탑승자 이송 > 21.06.16 107 8 7쪽
67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21.06.15 99 7 7쪽
66 <제 66화. 형이 가! > 21.06.15 106 9 8쪽
65 <제 65화. 어른 아이 > 21.06.14 112 10 7쪽
»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2 21.06.13 124 10 7쪽
63 <제 63화. 선발, 그 후 > 21.06.13 125 11 7쪽
62 <제 62화. 탈영병 > 21.06.12 135 9 8쪽
61 <제 61화. 다시 돌아온 이유 > +2 21.06.12 124 10 8쪽
60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4 21.06.11 166 12 8쪽
59 <제 59화. 정화 캡슐 안에서 > 21.06.11 133 10 7쪽
58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2 21.06.10 141 12 9쪽
57 <제 57화. 번개탄과 리어카 > +2 21.06.09 145 12 8쪽
56 <제 56화. 마트 점장 > +1 21.06.09 146 11 8쪽
55 <제 55화. 대피소에서 > 21.06.08 141 12 8쪽
54 <제 54화. 대국민 특별 담화 > +1 21.06.08 139 12 7쪽
53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21.06.07 146 1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