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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084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6.07 22:32
조회
145
추천
11
글자
8쪽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DUMMY

“샤일로. 말 해봐요.”


구원희는 자신 옆에 앉은 샤일로에게 머리를 살포시 기댔다. 그의 팔이 구원희의 어깨를 감쌌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 바다의 짠 내음이 바람에 섞여 날아왔다. 이름 모를 풀이 무성한 언덕에 앉아 샤일로와 구원희는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철썩. 쏴. 철썩. 쏴.”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엔 커다란 달이 세 개나 떠 있었다. 밤하늘 별을 비추는 밤바다는 검게 일렁이다가 붉게 변하기도 하고 푸르게 보이기도 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바다의 색이 신비롭게 느껴졌다.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


구원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하늘에 떠 있는 세 개의 달 중 푸른색 달이 갈라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달이 아니었다. 지구였다.


“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당신이 말해봐요. 당신이 나라면?”


밤하늘에 떠 있는 지구에 나 있는 실금들이 점점 번져가고 있었다. 유리창에 금이 가듯, 뻗어가는 선들을 따라 지구의 색이 빨갛게 변하고 있었다.


샤일로는 아무말 없이 구원희를 바라보았다.


“그냥 저렇게 놔두면 안 되잖아요. 샤일로. 말 좀 해봐요. 읍!”


샤일로는 갑자기 구원희에게 입을 맞췄다. 달콤한 그의 키스에 그녀는 잠시 모든 걸 잊을 수 있었다.


“웅. 쏴아.”


커다란 구호선이 둘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샤일로와 구원희는 그 소리에 놀라 키스를 멈추고 하늘을 바라봤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날 두고 가지마! 난 어떡하라고!”


“누나! 나도 데려가야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구원희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분명 언덕엔 샤일로와 자신 뿐이었는데... 소리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구원희는 귀를 막았다.


“아악! 미쳐버릴 것 같아!”


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구원희의 귀엔 그녀를 꼭 끌어안은 샤일로의 심장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는 품안에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할지 알고 있어요. 당신이 말하던 사랑이 이끄는 대로 가요.”


구원희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꿈인걸 알았지만, 샤일로의 품이 너무 따뜻했기에 꿈속에 더 머물고만 싶었다.



*****


“대통령님 시간이 없습니다. 내일 오전으로 날짜를 잡았습니다.”


책상에 앉아 고민이 깊은 대통령은 깍지 낀 두 손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대통령님?”


“어? 그. 그래. 내일이라고? 군은 모두 준비된 건가?”


“그렇습니다. 모든 군에 지시를 내렸습니다. 맡은 구역을 통제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내일 발표만 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고개를 들어 비서 실장을 바라봤다.


“결정은 하셨는지요?”


“구원희씨의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


“이성적으로 판단하셔야 합니다. 앞으로 이 나라를 재건해야 하는 사람들을 뽑는 일입니다. 그 여자 이야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셔도...”


“그러니까 말이야. 앞으로 새로 시작하는 인류에게 우리는 무엇을 바래야 한단 말인가?”


“우리 민족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하겠지요.”


대통령은 말없이 비서 실장을 바라보았다.


“자네도 무척이나 겁이 나지?”


“아. 아니... ”


“탑승자 명단에 들었으면 좋겠지? 마음이 복잡할 거야. 나처럼...”


“전 그저, 대통령님을 보좌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됐어. 그런 틀에 박힌 이야기 말고!”


대통령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들고 모니터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모니터 속엔 서울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진 피해를 복구하고자 사람들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대통령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컵을 든 그의 손은 떨고 있었다.


“나는 지금 너무 무섭다네. 반 만년을 이어온 우리나라가, 아니 4만년을 이어온 인류의 역사가 공룡이 장식했던 한 시대처럼, 과거로 지나가 버릴 수 있다는 것이 난 몸서리 처지게 무섭단 말일세.


할 수만 있다면 난 어떻게 해서든 구호선에 타고 싶네. 내 식구들을 모두 태우고 말이야. 하지만 이 생각은 모두 이기심이겠지.


왜 하필, 난 이런 결정을 해야 하는 시대에 대통령이 된 것일까? 모든 것이 원망스럽네.


근엄한 척, 이 자리에 서 있지만 나도 한낱 인간일 뿐이야. 허허허.


이제 분명해졌네. 난 가치를 정해야 해. 나에게 맡겨질 운명이 그것을 하라 하네. 그래서 내가 힘들었나 봐.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어.


비서 실장. 자네. 참 열심히 살았지. 항상 발로 뛰는 사람이었어. 그래,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기억해줬으면 좋겠는가?”


비서 실장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아간 사람이 내 아빠였다고, 내 남편이었다고, 내 이웃이었다고... 그들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대통령은 그의 말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이제 분명해졌다는 듯 큰 한숨을 내쉬었다.


*****


“오늘 무슨 담화를 발표한다고?”


“얼마 전에 있었던 지진 때문이겠지. 서울에 피해가 컸잖아.”


예정되어 있던 대국민 담화를 기다리는 국민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 리가 없었다. 여느 휴일처럼, 점심을 준비하며 뉴스에 귀 기울였다.


서울 대피소에 모인 사람들도 중앙에 설치된 모니터로 몰려들었다.


“안녕하십니까. MBS 뉴스 특보입니다. 잠시 후 청와대의 특별 대국민 담화가 곧 시작됩니다. 현장 연결하겠습니다.”


“시작한다.”


온 국민의 관심이 TV로 쏠렸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이번 지진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계실 피해 시민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삶의 터전을 잃은 참담한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이번 지진은 갑작스럽게 시작되어, 피해가 컸습니다.


.... ”


대통령은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연설대 위에 놓인 물을 벌컥 마셨다. 꽤 긴 시간 동안 정적이 흘렀다.


“뭐야? 왜 그다음 말을 안 해? 방송사고 아니야?”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마음을 가다듬은 대통령은 정면의 카메라를 응시했다. 눈물을 머금은 그의 표정이 뭔가 심상치 않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먼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며, 실제 상황임을 알려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놀라지 마시고 제 이야기를 들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 위기를 현명하게 헤쳐 나가야 합니다.


어제 있었던 지진은 본 지진이 아닙니다. 앞으로 더 강력한 지진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과 유럽에 이어 호주에서도 큰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모두 뉴스를 통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잠자고 있던 땅속 에너지가 곧 폭발할 것입니다. 우리는 담대해져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터전을 잃는 참담한 상황이 계속해서 펼쳐지더라도, 우리는 희망을 잃지 말고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


“뭐라는 거야?”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야?”


사람들은 TV로 더 가까이 다가 앉으며 그의 말에 온 감각을 곤두세웠다.


“한 가지 더, 그동안 각 나라의 정상만 공유하던 1급 기밀을 오늘, 국민 여러분께 밝히려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 넓은 우주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지적 생명체들이 문명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담화의 내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지금 뭐라고 발표를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


혹시, 대통령이 미친 거 아니야?”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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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 80화. 외전 3(완결)> +3 21.07.04 129 10 8쪽
79 <제 79화. 외전 2(결혼식)> +1 21.07.02 106 7 7쪽
78 <제 78화. 외전 1> 21.06.29 106 7 7쪽
77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21.06.25 114 8 8쪽
76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21.06.23 94 7 8쪽
75 <제 75화. 마지막 연설 > 21.06.22 108 9 7쪽
74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21.06.21 104 10 7쪽
73 <제 73화. 인간 띠 > 21.06.20 100 8 9쪽
72 <제 72화. 습격 > 21.06.20 97 8 8쪽
71 <제 71화. 함선이다!> +2 21.06.19 126 8 8쪽
70 <제 70화. 소용돌이 치는 세상> +2 21.06.18 111 8 7쪽
69 <제 69화. 아리야 > 21.06.17 103 8 8쪽
68 <제 68화. 탑승자 이송 > 21.06.16 107 8 7쪽
67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21.06.15 99 7 7쪽
66 <제 66화. 형이 가! > 21.06.15 106 9 8쪽
65 <제 65화. 어른 아이 > 21.06.14 112 10 7쪽
64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2 21.06.13 123 10 7쪽
63 <제 63화. 선발, 그 후 > 21.06.13 125 11 7쪽
62 <제 62화. 탈영병 > 21.06.12 135 9 8쪽
61 <제 61화. 다시 돌아온 이유 > +2 21.06.12 124 10 8쪽
60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4 21.06.11 166 12 8쪽
59 <제 59화. 정화 캡슐 안에서 > 21.06.11 133 10 7쪽
58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2 21.06.10 141 12 9쪽
57 <제 57화. 번개탄과 리어카 > +2 21.06.09 145 12 8쪽
56 <제 56화. 마트 점장 > +1 21.06.09 146 11 8쪽
55 <제 55화. 대피소에서 > 21.06.08 141 12 8쪽
54 <제 54화. 대국민 특별 담화 > +1 21.06.08 139 12 7쪽
»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21.06.07 146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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