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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088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6.25 00:37
조회
114
추천
8
글자
8쪽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DUMMY

구원희는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빛을 향해 걸었다.


복도를 지나자 확 트인 광장이 눈에 들어왔다. 한 데 모인 전 세계 탑승자들이 그녀를 바라봤다.


모두가 그녀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샬마가 어떻게 지구인을 구하러 오게 되었는지.

그녀가 20년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왜 그녀가 미친 여자로 불렸는지.

그녀가 대통령에게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그녀가 보인 용기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사람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자 그녀는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제일아. 나 너무 쪽팔려.”


구원희는 동생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그럴 필요 없어. 이 사람들 모두 누나를 궁금해하고 있었어. 그들의 눈빛을 봐. 존경이 담겨있잖아. 이젠 누나를 미친 여자라 부를 사람은 없어. 당당해도 돼.”


구원희가 앞으로 나아가자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그녀에게 미소를 보냈다. 익숙한 얼굴들도 있었다.


장한별 장관이 그녀를 보더니 가까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괜찮을 줄 알았어요.”


구원희는 장한별의 인사에 미소로 대답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흑인 여자가 다가와 그녀에게 인사했다.


“가나를 대표해서 감사하단 말 전합니다.”


“별말씀을요.”


구원희는 장한별의 팔짱을 끼는 그녀를 보고 조금은 놀란 듯 웃어 보였다.

의외의 조합이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사람들 사이에 서 있던 미트 점장이 그녀와 눈을 마주치자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떨궜다. 구원희는 그에게 다가갔다.


“점장님. 그러실 필요 없어요.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들이잖아요. 과거는 잊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해요.”


구원희의 말 한마디에 점장은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미안했어요. 구원희씨.”




저 멀리 그녀를 보고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하는 제니퍼가 보였다. 그녀 옆엔 사진에서 봤던 어린 딸이 웃고 있었다.


“원희 씨!”


“제니퍼. 우리가 겪은 일들은 결코 거짓이 아니에요.”


“이제 알아요. 그들이 모두 기억나게 해 줬어요.”


“그들을 벌써 만났어요?”


구원희는 제니퍼의 말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초라하게 살아온 자신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가 나를 보고 실망하지는 않을지. 너무나 꿈꿔온 순간이었지만 그만큼 두려웠던 이 순간.


<겁먹지 말아요.>


구원희의 머릿속에 그의 음성이 들려왔다. 20년 전에 들었던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실제처럼 들려왔다. 그녀는 환청이라고 생각했다.


‘그려러고 했는데 막상 당신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만 같네요. 숨어버리고 싶어요. 내가 너무 초라해 보여요’


<구원희씨는 여전히 아름다운 걸요.>


환청이 아니었다. 구원희는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이 조용히 물러서며 길을 만들었다. 저 멀리 서 있는 샤일로가 보였다.


“아! 흑흑.”


구원희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희끗해진 그의 머릿결이 지나가버린 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약간은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그의 푸른 눈망울. 근육으로 더 다부져진 넓은 어깨.

꿈속에 그리던 그를 마주하자 그녀의 가슴에서 울컥하니 뭔가가 올라왔다.


구원희는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그를 보면 웃어주리라 생각했던 그녀였지만 울음이 먼저 터지고 말았다. 20년 간 꾹꾹 눌러왔던 설움이 폭발하자 그녀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되었다.


“아. 샤일로. 너무 보고 싶었어요.”


샤일로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와 섰다. 사람들이 그들을 둘러쌌다. 같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더러 보였다.


“아. 이런 모습 보이기 싫었는데... 보지 말아요. 당신이 좋아했던 미소를 근사하게 지어주려 했단 말이에요. 아. 흑흑흑. 이렇게 우는 못생긴 얼굴을 보이네요. 왜 하필 지금 눈물이 터지는 건지···. 씩씩하게 보이고 싶었는데.”


구원희는 얼굴을 숙이며 말끝을 흐렸다.


샤일로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턱 끝에 닿자 온기가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요. 우는 모습도 예뻐요.”


구원희는 처음 듣는 샤일로의 음성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다. 당신. 목소리가.”


샤일로는 놀라는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나도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실컷 울어도 돼요. 지구인의 눈물엔 신비한 치유 능력이 있잖아요. 울고 있지만 기쁜 당신의 마음이 느껴져요.”


그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따뜻하고 듬직했다. 단단한 그의 가슴과 팔이 그녀를 감싸자 그제야 두근거리던 심장이 안정을 되찾았다.


“구원희 씨. 이제 내가 당신에게 미소를 지어 보일 차례예요.”


샤일로는 구원희를 떼어내며 허리를 숙였다. 그녀의 얼굴 가까이 몸을 숙인 그는 너무나도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20년을 연습한 미소였다. 한 치의 가식도, 계산도 없는 순수한 마음의 표현. 그녀를 만난 기쁨과 그동안의 그리움, 그녀를 향한 커다란 사랑이 담긴 근사한 미소였다.


“샤일로!”


녹아버릴 것만 같은 그의 미소를 보며 구원희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놀라지 말고 저길 봐요. 9215가 당신을 애타게 기다렸어요.”


구원희는 그의 말에 9215가 누군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멀리서 걸어오는 살굿빛 피부를 가진 9215를 보자 당장 그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렸다.


“아! 맙소사.”


그녀는 샤일로의 손을 의지한 채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마. 맞지? 우리 아들이지?”


그녀는 반짝이는 그의 오드아이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품에 안겨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이었다.

평생을 따라다니던 마음의 돌덩어리였다.

건강한 모습의 그를 보자 구원희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이제 그는 샬마를 이끄는 우리의 사령관이예요."


"이럴 수가!"


그녀는 이제는 자신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의 볼을 어루만졌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널 한시도 잊은 적 없어. 넌 나에게 사랑 그 자체였어.”


그녀의 말을 들은 9215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샬마인의 눈에 맺힌 눈물을 처음 본 다른 구성원들이 놀라 9215를 바라봤다.


그의 눈물은 영롱한 진주처럼 아름답게 반짝거리며 또르르 떨어졌다.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지구인들처럼 불러보고 싶었어요. 어.머.니.

당신의 사랑이 모두를 살렸어요. 나도. 샬마도. 지구도.”


그녀는 9215를 끌어안았다. 그녀 뒤에 서 있던 샤일로도 그 둘을 감싸 안았다.


사람들은 우주 공간을 뛰어넘은 그들의 사랑을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누군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그 소리는 함선 전체로 점점 번져 나갔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에 정신을 차린 샤일로와 9215, 구원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다른 듯 닮아 있고, 닮은 듯 다른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눈물을 머금고 활짝 웃는 그리웠던 그녀의 얼굴을 보자 샤일로는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입술을 덥석 물며 키스했다. 그리웠던 그의 입술을 느끼며 구원희는 눈을 감았다.


사람들의 뜨거운 환호성이 우주에 떠 있는 거대 함선을 가득 메웠다.



-End-


작가의말

지금까지 함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지는 외전도 기대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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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 80화. 외전 3(완결)> +3 21.07.04 130 10 8쪽
79 <제 79화. 외전 2(결혼식)> +1 21.07.02 106 7 7쪽
78 <제 78화. 외전 1> 21.06.29 106 7 7쪽
»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21.06.25 115 8 8쪽
76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21.06.23 94 7 8쪽
75 <제 75화. 마지막 연설 > 21.06.22 109 9 7쪽
74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21.06.21 104 10 7쪽
73 <제 73화. 인간 띠 > 21.06.20 100 8 9쪽
72 <제 72화. 습격 > 21.06.20 97 8 8쪽
71 <제 71화. 함선이다!> +2 21.06.19 126 8 8쪽
70 <제 70화. 소용돌이 치는 세상> +2 21.06.18 111 8 7쪽
69 <제 69화. 아리야 > 21.06.17 103 8 8쪽
68 <제 68화. 탑승자 이송 > 21.06.16 107 8 7쪽
67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21.06.15 99 7 7쪽
66 <제 66화. 형이 가! > 21.06.15 106 9 8쪽
65 <제 65화. 어른 아이 > 21.06.14 112 10 7쪽
64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2 21.06.13 123 10 7쪽
63 <제 63화. 선발, 그 후 > 21.06.13 125 11 7쪽
62 <제 62화. 탈영병 > 21.06.12 135 9 8쪽
61 <제 61화. 다시 돌아온 이유 > +2 21.06.12 124 10 8쪽
60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4 21.06.11 166 12 8쪽
59 <제 59화. 정화 캡슐 안에서 > 21.06.11 133 10 7쪽
58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2 21.06.10 141 12 9쪽
57 <제 57화. 번개탄과 리어카 > +2 21.06.09 145 12 8쪽
56 <제 56화. 마트 점장 > +1 21.06.09 146 11 8쪽
55 <제 55화. 대피소에서 > 21.06.08 141 12 8쪽
54 <제 54화. 대국민 특별 담화 > +1 21.06.08 139 12 7쪽
53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21.06.07 146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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