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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067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6.10 21:43
조회
140
추천
12
글자
9쪽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DUMMY

경기도의 한 아파트


탑승자 선발 세 시간 전.


사람들은 각자의 집에서 TV를 보며 초조하게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희 방송국은 오늘 저녁에 있을 탑승자 추첨 상황과 이송 상황, 탑승의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께 발 빠르게 전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세계 소식부터 알려드립니다. 4일 후 도착하는 샬마 구호선 탑승과 관련하여 각 나라의 담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선별 방식을 따르는 나라가 속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 중동 국가, 러시아, 일본은 이미 탑승자를 내정하고 우주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는 소식입니다. 이에 국민들은 선발 기준을 공개하라며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력충돌까지 일어나 아비규환인 모습입니다.


유럽과 호주, 동남아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같은 추첨 형식을 택했는데요, 세 시간 후면 탑승자의 선발이 이루어집니다. 국민들은 비교적 질서 있는 모습으로 추첨에 희망을 거는 모습입니다.


선발을 포기한 사람들의 피난 행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각자의 생존 도구를 챙겨들고 고지대로 몸을 피하고 있습니다.


아직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미국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일부는 사회 지도계층의 자녀들 위주로 탑승자를 꾸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한 장관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때문에 시작이 되었는데요. 아들의 짐을 챙기는 아길레라 의원의 사진이 그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이는 사실과 무관하다며 잠시 후 공정한 선발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TV를 틀면 온통 뉴스뿐이었다. 간간이 옛 영화를 틀어주는 방송국도 있었지만 대부분 난리 통으로 변한 세상에 관한 보도가 흘러나왔다. 그중 발 빠른 몇몇은 인류의 역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추모 영상처럼 트는 곳도 있었다.


각 종교 방송에선 마지막 때를 맞는 사람들의 핏발 선 기도와 외침이 흘러나왔다. 집단으로 모여 종교 의식을 행하는 그들의 광기 어린 얼굴에선 현실을 잊고 싶은 강한 두려움이 묻어 났다.


“맙소사. 다들 난리구나. 여보! 짐은 다 챙긴 거지?”


“뭐가 빠진 거지? 뭘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나 모르겠어. 여보 너무 무서워.”


“최대한 가볍게, 생존 도구 위주로 챙겨. 벙커 위치가 공개되면 바로 출발해야 해. 며칠을 걸어야 할지도 몰라. 물이랑 초콜릿, 과자 같은 거 챙겨.”


“아빠 그냥 집에 있으면 안 돼?”


아이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울음을 터트렸다.


“우리 아들은 비행기 탈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치? 기다려보자. 엄마 아빠가 어떻게든 널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놓을 거야. 무서운 거 아니야. 우리 지금 서바이벌 게임이랑 비슷한 거 하는 거야. 알았지? 비밀 기지를 찾아 떠나는 거지.”


아빠는 불안해 하는 아이를 꼭 끌어 안았다.




하늘을 바삐 나는 군용 헬기 소리를 넋 놓고 듣고 있는 한 남자는 실소를 터트렸다. 가방에 담다 만 금붙이며 통장, 현금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한평생, 이것들 모으고자 똥줄 타게 살아왔는데... 지지리도 운도 없지.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안 살았지. 쓰고 싶은 대로 다 써 버릴걸. 이게 무슨 꼴이냐고. 아! 왜 지금이냐고! 씨발!”




방구석에서 소주 병나발을 불던 한 여자는 창문을 열어젖혔다. 군용 트럭과 탱크가 아파트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녀는 아파트 주민이 다 들을 수 있을 만큼 크게 소리쳤다.


“고소하네! 지들 잘났다고 사람 무시하더니만, 꼴 좋다. 결혼을 했든 안했든, 취직을 했든 못했든 결국은 다 똑같구만! 다 같이 죽는 거야! 하하하. 이제 속이 시원하다!”


여자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그때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소리치는 여자의 팔에 무언가 스치며 아래로 떨어졌다. 여자는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소주병을 놓쳤다.


“뭐야?”


“쿵!”


“뭐가 떨어진 거야?”


놀란 여자는 아파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꺅~!”


옥상에서 떨어진 남자는 머리가 으깨져 죽었다. 붉은 피가 주위로 번졌다.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한 남자가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진 것이었다. 여자는 그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자신을 스친 느낌을 지우고 싶었다. 엉덩이에 손을 문질러 봤지만 끔찍한 느낌은 더욱 선명해졌다.


“으윽! 말도 안 돼. 이건 지옥이야. 생지옥이라고.”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제 각각이었다.



*****


“대통령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지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미친 여자 이야기에 넘어가신 겁니까?”


“맞습니다. 미국 정부도 난리입니다. 한국에서 발표한 담화 때문에 입장이 난처해 졌다고.”


대통령은 예상한 듯 집무실로 들어서는 장관들을 맞았다.


“장관님들. 미국이 뭐라건 왜들 그렇게 신경 쓰는 겁니까? 상관없습니다.”


“아니, 이렇게 독단적으로 판단하실 거면 우리가 왜 있는 겁니까? 무슨 다른 생각이 있으신 거지요?”


“무슨 말씀입니까? 법무부 장관?”


“아니. 우수한 인재들만 가지고도 국가 재건이 어려울지 모르는 데, 이건 너무 무모하단 말입니다. 담화는 그렇게 발표하셨지만 따로 추려 둔 사람이 있지 않느냔 말입니다.”


법무부 장관의 말에 대통령은 피식 웃었다. 그의 웃음을 본 장관이 말을 이었다.


“그렇죠? 아이 참. 나는 대통령님의 큰 뜻을 헤아리지도 못하고... 암. 좋죠. 완벽한 계획이십니다. 국민들을 안심시켜 놓고 볼 일이죠. 누가 어떻게 선발되어 구호선에 탔는지 알게 뭡니까? 잘 하셨습니다.”


법무부 장관의 말에 다른 장관들도 맞장구를 쳤다.


“그. 그러네요. 지금 중국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군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들끓고 있어요.”


대통령은 아무 말 없이 인터폰을 눌렀다.


“그래. 지금 들여보내게.”


대통령의 말에 군인들이 집무실로 들이닥쳤다.


놀란 장관들은 멀뚱히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대통령이 군인에게 말했다.


“이 분들을 빈 회의장에 가두어 주시게. 공정한 선발을 방해하실 분들이니 탑승자 명단이 나올 때까지 모든 통신 수단을 빼앗고 회의실에 가두게.”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대통령님!”


“나 귀 안 먹었네. 소리치지 말아. 혹시 이런 일이 생길까 염려해 당신들을 감시할 인력을 따로 배치해 두었네.


장관. 당신에게 할 말이 참 많았는데, 그동안 참고 또 참았지.


그런데 더는 못 참겠어. 자네를 장관으로 임명하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당신은 모를 걸세. 지금도 똑같지 않은가? 항상 앞과 뒤가 달라. 말은 반지르르하게 해 놓고는 뒤돌아선 자기 이득만 챙기지 않나. 같은 정당이지만 솔직히 당신 짜증나네.


비서 실장의 말에 모든 답이 있었어. 우리는 그런 존재야.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어하는 존재. 나 하나만을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야. 인간이란 동물은.


네가 있어야 내가 있는 그런 뫼비우스의 띠 같은 존재지.


누군가보다 단지 운이 좋아 운명처럼 뽑힌 사람이라면, 누군가의 양보로 구호선에 탑승한 사람이라면, 그들은 낮은 자세로 뭐든 해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들이야말로 미래 한국을 바르게 재건할 수 있는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이네.


그러니 장관님들. 조용히 탑승자 선발을 기다려 주시게. 당신들 중 누군가 옆 장관보다 운이 좋을 수도 있지 않나.”


자신을 잡아끄는 군인의 손을 뿌리치며 법무부 장관이 소리쳤다.


“노망이 제대로 났습니까? 이제 사리판단도 못 해요?”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이 말은 해야겠어. 당신은 오늘부터 장관이 아니야. 오늘부로 법무부 장관을 해임한다.”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정세를 살피느라 미뤄온 말을 뱉어 버렸다. 그에겐 오늘이 요즘 들어 가장 속 시원한 하루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 남겨주시면 하루종일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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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 an******..
    작성일
    21.06.11 09:44
    No. 1

    편하게 읽히지만 가볍지는 않은 글.
    인간과 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네요.
    완결전에 읽게 되서 힘들지만ㅠ
    작가님 응원합니다ㅎㅎ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6 조사나
    작성일
    21.06.11 11:11
    No. 2

    감사합니다. 힘내서 완결까지 달리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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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제 79화. 외전 2(결혼식)> +1 21.07.02 104 7 7쪽
78 <제 78화. 외전 1> 21.06.29 106 7 7쪽
77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21.06.25 114 8 8쪽
76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21.06.23 94 7 8쪽
75 <제 75화. 마지막 연설 > 21.06.22 108 9 7쪽
74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21.06.21 104 10 7쪽
73 <제 73화. 인간 띠 > 21.06.20 99 8 9쪽
72 <제 72화. 습격 > 21.06.20 96 8 8쪽
71 <제 71화. 함선이다!> +2 21.06.19 126 8 8쪽
70 <제 70화. 소용돌이 치는 세상> +2 21.06.18 111 8 7쪽
69 <제 69화. 아리야 > 21.06.17 103 8 8쪽
68 <제 68화. 탑승자 이송 > 21.06.16 107 8 7쪽
67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21.06.15 99 7 7쪽
66 <제 66화. 형이 가! > 21.06.15 106 9 8쪽
65 <제 65화. 어른 아이 > 21.06.14 112 10 7쪽
64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2 21.06.13 122 10 7쪽
63 <제 63화. 선발, 그 후 > 21.06.13 124 11 7쪽
62 <제 62화. 탈영병 > 21.06.12 134 9 8쪽
61 <제 61화. 다시 돌아온 이유 > +2 21.06.12 124 10 8쪽
60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4 21.06.11 166 12 8쪽
59 <제 59화. 정화 캡슐 안에서 > 21.06.11 132 10 7쪽
»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2 21.06.10 141 12 9쪽
57 <제 57화. 번개탄과 리어카 > +2 21.06.09 144 12 8쪽
56 <제 56화. 마트 점장 > +1 21.06.09 146 11 8쪽
55 <제 55화. 대피소에서 > 21.06.08 141 12 8쪽
54 <제 54화. 대국민 특별 담화 > +1 21.06.08 138 12 7쪽
53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21.06.07 145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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