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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096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6.08 23:29
조회
141
추천
12
글자
8쪽

<제 55화. 대피소에서 >

DUMMY

“말도 안 돼! 그럼 구원희가 지껄이던 말이 모두 진짜였던 거야? 외계인 혼혈 새끼를 낳고 왔다고 떠들어 대던 게 모두 사실이었다니. 이거 큰일인데?”


마트 점장은 대피소 강당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뒷걸음치며 중얼거렸다. 사람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담화를 숨죽여 듣고 있었다.


“씨발. 이거 완전 좆됐네. 그년이 날 구호선에 태울 리는 만무하잖아. 아무리 추첨이라지만 선발이 되어도 그년이 반대하고 나선다면 말짱 도루묵이잖아. 아. 이거 미치겠구만!”


마트 점장은 대피소 강당에 줄지어 차려진 임시 거주 텐트로 들어섰다.


“어? 우리 형아다. 형아. 형아. 맛있는 거 갖다 주는 우리 형아.”


100킬로는 나가 보이는 거구의 청년이 점장을 반갑게 맞았다.


“어. 그래. 조용히 있으면 사탕 또 갖다 줄게.”


“어! 진짜! 쉿! 사탕 먹으려면 조용히 해야지.”


청년은 몸은 다 컸지만 어린아이처럼 생각하고 말했다. 청년 옆에서 힘든 몸을 뉘이고 있던 노모가 일어서며 말했다.


“얼굴이 왜 그러냐? 대통령님이 텔레비전에서 뭐라구 한다더만, 뭐 안 좋은 말이라도 한 게냐? 우리 장남 얼굴이 왜 이렇게 똥 씹은 표정인 게야?”


“암것두 아니니. 신경 끄소. 뭐 이상한 말들을 씨부려 쌓는데, 우리는 그냥 여기 안전히 있으면 될 것 같아. 내가 왔다 갔다 하면서 얘기 전할라니까 나가지 말고 텐트 안에 안전히 계쇼.”


“그래. 우리 똑똑한 장남이 하라는 대로 해야지. 늙은 애미나 이 모자란 놈이 나가서 뭘 할 수 있겄냐. 에휴휴. 내가 오래 살아서 이런 꼴을 다 겪는다.


내 평생 이런 환란을 다 겪을 줄 누가 알았겄냐. 전쟁 통에도 우리 동네는 이러질 않았는디.


우리 큰아들이 죽자 살자 벌어서 간신히 마련한 집도 폭삭 가라앉고. 땅이 움직인다고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저놈 잡으려고 길거리로 나와 목숨은 건졌다만. 이게 무슨 꼴이다냐.


내가 얼른 가야 하는디, 이 꼴 저 꼴 안 보려믄 말이여. 어여 밥숟가락을 놔야···.”


“걱정말어. 곧 여기 있는 모두가 숟가락 놓을지 모르니깐.”


“쉿! 쉿! 우리 엄마 밥숟가락 놓으면 내가 밥 다 먹는다. 크하하.”


점장은 한탄 섞인 푸념을 내뱉는 노모와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을 뒤로하고 텐트를 빠져나왔다.


‘아휴. 내 팔자야. 어딜 가도 편안하지 않네. 저 둘 몰래 벙커로 먼저 떠나는 거야. 이참에 벗고 싶었던 짐 훌훌 벗어 버리고 말야. 어차피 저 둘은 벙커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거야. 암. 이건 끔찍한 재난 상황이잖아.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어떻게 해서라도 살 궁리를 해야 해.’


텐트 밖을 서성이는 점장은 복잡하게 밀려오는 생각에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그는 주머니를 뒤적이며 다 구겨진 담뱃갑을 꺼내 들었다.


“에이. 젠장. 두 까치 밖에 안 남았잖아. 미치겠네.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점장은 복잡한 속을 달래고자 강당 밖으로 담배를 물고 나왔다. 사람들은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대통령의 담화를 바짝 긴장하며 듣고 있었다.


“칙. 치익. 화락!”


휘어진 담배를 매만져 곧게 핀 점장은 라이터를 켰다. 순간, 옆 벤치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벤치엔 어디서 본듯한 남자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점장은 불을 붙이려던 라이터를 거두었다.


“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저 사람은? ”


점장은 보디가드가 자신에게 총을 겨눴던 그 날을 회상했다. 보디가드의 호통에 깜짝 놀라 건물 귀퉁이에 몸을 피한 그는 숨을 헐떡이며 몰래 엿보았다.


틀림없는 그였다. 검은 세단에서 내린 남자.


구원희가 자신에게 건넸던 목소리가 또렷이 기억났다.


<이걸 어째. 제일이니? 내 동생 제일이 맞아?>


“구원희 동생이잖아! 제일이라고 그랬지? 이게 재미있게 일이 풀리네. 죽으란 법은 없나 봐.”


마트 점장은 벤치로 다가갔다.


“호. 혹시. 구제일씨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누구신지···.”


“아! 맞네. 맞아. 사진에서 본 어릴 적 모습이 그대로 있구만!”


“저. 저를 아세요?”


“알다마다. 누나가 얼마나 제일씨 이야기를 하던지.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반가워요. 동생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


“아. 이틀 전 누나를 다시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이 난리를 겪네요. 그런데, 누나랑 친하신 분인가 봐요?”


“에휴. 친하다 마다! 솔직히 말해도 될까요?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난 구제일씨를 처남이라고 불러야 했을 거예요.”


“네? 뭐라고요?”


“그쪽 누나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고요. 원희씨가 내 품에 안겨 그쪽 이야기를 하며 얼마나 울어대던지. 아무튼, 만나고 싶었습니다. 구제일씨. 담배 한 대 피우실래요?”


“아···. 네. 한 대 주세요.”


마트 점장은 주머니에 있던 피 같은 담배 돗대를 구제일에게 건넸다.


“씁~ 후욱!”


담배 한 모금을 길게 내뱉으며 점장은 말을 이어 나갔다.


“누나가 안전해서 참 다행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보호하고 있으니 내 마음이 편안해요. 그녀가 살아만 있다면 난 아무것도 다 필요 없어요. 물론 모두 다 살아서 예정된 결혼식을 올린다면야 여한이 없겠지만.”


“결혼? 누난 그런 이야기 없었는데? 게다가 누나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이봐요. 구제일씨. 누나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나요? 온 동네 손가락질받아가며 미친년으로 긴 시간을 살아봐요. 누구한테라도 의지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그리고 나 정도면 준수하지 뭘 그런가요. 미친년 소리 듣던 누나 처지에.”


“네? 뭐라고요?”


“내 말은 그러니까 나라도 있어서 사람들이 누나를 막 대하지 않았다 이 말입니다. 왜요? 내 말이 안 믿어 집니까? 그... 그, 집 거실에 오래된 소파가 있잖아요. 진초록 소가죽으로 만들어진 거. 베란다 창문 앞에 놓인. ”


“아. 네. 아버지가 큰맘 먹고 산 비싼 소파라고 잘 앉지도 못하게 했던···.”


“그. 그래요, 원희씨도 그 얘길 하더라구요. 우린 자주 그 소파에서 사랑을 나누곤···.”


“알겠어요.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셔도 됩니다.”


마트 점장은 씩 웃으며 다 피운 담뱃불을 껐다.


그때였다. 군인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완전 무장을 한 채로 대피소를 빙 둘러섰다.


“이런. 이제 진짜 시작인가 보네.”


“모두 안으로 모이시죠.”


둘은 군인의 지시에 따라 대피소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부터 선발된 탑승자가 안전히 이송될 때까지 모든 상황은 군이 통제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군의 안내를 따라 질서를 지켜 주시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술렁였다.


“뭐야? 다 죽게 된 마당에 이게 뭐 하자는 거야?”


“이곳에서 선발자가 나오게 되면 안전히 시청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선발자를 위협하는 모든 행동은 중범죄로 관여되어 현장에서 즉시 처벌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특별 지시가 있었습니다.”


“이거 완전 독재구만! 이게 나라야? 어!”


“거참. 조용히 있어 봐요. 내가 선발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휴. 나 참!”


“엄마. 군인 아저씨들 무서워.”


“회개하라. 마지막이 가까워 왔느니라.”


소란스러운 사람들 사이로 특수부대원이 보였다. 사진을 들고 누군가를 찾던 군인은 구제일을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왔다.


“혹시 구원희씨 동생, 구제일씨 맞으십니까?”


“그렇습니다.”


구제일 옆에 서 있던 마트 점장의 눈빛이 반짝였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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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제 79화. 외전 2(결혼식)> +1 21.07.02 106 7 7쪽
78 <제 78화. 외전 1> 21.06.29 107 7 7쪽
77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21.06.25 115 8 8쪽
76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21.06.23 95 7 8쪽
75 <제 75화. 마지막 연설 > 21.06.22 109 9 7쪽
74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21.06.21 104 10 7쪽
73 <제 73화. 인간 띠 > 21.06.20 100 8 9쪽
72 <제 72화. 습격 > 21.06.20 97 8 8쪽
71 <제 71화. 함선이다!> +2 21.06.19 126 8 8쪽
70 <제 70화. 소용돌이 치는 세상> +2 21.06.18 112 8 7쪽
69 <제 69화. 아리야 > 21.06.17 103 8 8쪽
68 <제 68화. 탑승자 이송 > 21.06.16 108 8 7쪽
67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21.06.15 100 7 7쪽
66 <제 66화. 형이 가! > 21.06.15 106 9 8쪽
65 <제 65화. 어른 아이 > 21.06.14 112 10 7쪽
64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2 21.06.13 124 10 7쪽
63 <제 63화. 선발, 그 후 > 21.06.13 125 11 7쪽
62 <제 62화. 탈영병 > 21.06.12 135 9 8쪽
61 <제 61화. 다시 돌아온 이유 > +2 21.06.12 124 10 8쪽
60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4 21.06.11 166 12 8쪽
59 <제 59화. 정화 캡슐 안에서 > 21.06.11 133 10 7쪽
58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2 21.06.10 141 12 9쪽
57 <제 57화. 번개탄과 리어카 > +2 21.06.09 146 12 8쪽
56 <제 56화. 마트 점장 > +1 21.06.09 146 11 8쪽
» <제 55화. 대피소에서 > 21.06.08 142 12 8쪽
54 <제 54화. 대국민 특별 담화 > +1 21.06.08 139 12 7쪽
53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21.06.07 146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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