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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083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6.12 23:46
조회
134
추천
9
글자
8쪽

<제 62화. 탈영병 >

DUMMY

“제 동생 말이에요. 아까 대피소에서 출발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구원희는 초조하게 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올 때가 되었는데...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벙커 안에서 그녀를 지키던 특수 대원이 작은 방을 나섰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 대피소에서 찾았다고 했는데. 이제 곧 선발이 시작될 텐데... 미치겠네.”


구원희는 무슨 일이 생긴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에 앉아있지 못하고 벙커 안을 서성였다.


천운으로 동생이 탑승자로 선발되어 같이 구호선에 탑승하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확률이란 것이 계속해서 불안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만일 제일이가 선발되지 않는다면...”


갈라지고 불타오를 지구에 동생을 남겨 놓고 구호선을 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구원희였다.


“아니야! 될 수도 있잖아. 자꾸 나쁜 생각하지 말자.”


구원희는 답답한 마음에 방을 나서 샤워실 쪽으로 향했다. 세수라도 하면 복잡한 생각을 잠재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탈영병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미 정상이 아닙니다. 멘탈이 무너졌어요.”


“규모는 파악됐나? 지금 군이 흔들리면 다 끝장이야!”


복도 끝에서 국방부 장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원희는 몸을 숨기고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지금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잠시 후 탑승자 선발이 끝난 다음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벙커 근처에 탈영병들이 모이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벙커를 점령하려 들 수도 있어요. 어떻게 할까요?”


“더이상 규모가 커지지 않도록 빨리 찾아내 사살하게. 군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탑승자에 뽑히지 못한 국민들을 최대한 수용하고 통제해야 하는데... 아무튼 최대한 기밀에 부치고 움직이게나. 대령. 군의 사기가 흔들리면 안 된다고.”


그때였다. 멀리서 뛰어오는 특수 대원이 장관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장관님. 구제일을 데려오고 있는 대원이 연락두절 상태입니다.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뭐라고? 안 되는데.”


“벙커에 거의 다 도착했다는 연락을 교신한 뒤로 아무 말이 없습니다.”


“혹시... 탈영병들이 빼돌린 게 분명해. 이를 어쩐다?”


구원희는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제일이가 탈영병한테 잡혀 있을지 모른다고?’


그녀는 입을 틀어 막으며 장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띠리리링.”


국방부 장관의 품 안에서 전화가 울렸다. 장관은 심각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네. 대통령님. 알겠습니다. 아... 네. 네.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도착 전입니다.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장관님.”


전화를 끊은 장관을 향해 대령이 물었다.


“지금 탑승자 명단이 추려졌다네. 명단 파일을 전송 하셨다 하네. 선발된 사람들 각자의 핸드폰으로도 문자가 발송되었어. 이제 군은 그들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를 짜서 이송 작전에 들어가야 해. 긴장하게. 이제부터 시작이야. 그들이 구호선에 무사히 오를 수 있느냐 아니냐는 이제 우리 손에 달렸어.”


파일은 열어보는 장관의 손이 파리하게 떨렸다. 이 순간만큼은 그도 국방부 장관이 아닌 한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자식이며 누군가의 아버지였다.


자신은 아니더라도 그의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명단에 들어있길 바라는 장관이었다.


‘이럴 수가!’


명단을 본 장관의 얼굴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가득 찼다.


“구제일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관님.”


특수대원의 말에 정신을 차린 국방부 장관은 말을 이었다.


“탑승자 이송 조를 짠 다음 남은 병력을 모아 근처를 수색한다. 구제일씨는 여기 탑승자 명단에 없지만, 대통령님이 특별히 지시하셨다.


구제일. 그가 탑승하지 못함으로 기회조차 없던 많은 이들이 살 수 있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어.


그의 신변을 확보해야 해. 시간이 없어.


탈영병 그들은 지금 군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어.


구제일씨를 무기로 어떻게든 협상을 하려 하겠지. 구제일씨의 안전이 확보되는 대로 바로 포탄을 쓰게. 모두 다 사살해야 해. 빠를 수록 좋네. 어서 움직이자고.”


이야기를 나누던 장관과 군인들은 상황실을 향해 달렸다.

그들이 떠난 복도의 코너. 입을 틀어 막은 채 바닥에 주저 앉은 구원희는 다리에 힘이 쭉 빠져 일어설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결국, 탑승하지 못하게 됐어. 흑흑흑. 제일아.”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았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벽을 잡고 걸었다.


“불쌍한 제일이. 이렇게 떠날 순 없어.”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뜻을 굽힐 순 없었다. 장관들이 짜 놓은 말도 안 되는 탑승자 명단에 동의할 수 없었다. 지금 다시 시간을 돌린다 해도 그녀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맞이한 이 잔인한 현실은 그녀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저 멀리 분주한 국방부 장관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지시를 내린 장관은 차에 올라탔다.


“벙커 입구 열게. 지금 나가봐야 겠네. 탑승자 중에 내가 직접 이송할 사람이 있어.”


“장관님. 위험합니다. 폭동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 아닙니까. 여기서 지휘를 맡으셔야 합니다.”


“잔말 말고 문을 열어!”


장관의 호통에 숲으로 위장되어 있던 벙커의 입구가 열렸다. 바깥에서 불어오는 공기가 벙커 입구를 지나 구원희의 얼굴에 부딪혔다.


구원희는 눈물을 닦았다. 며칠 만에 맡는 산 내음을 가슴 속 깊이 들이 쉬었다.


저기 바깥 어딘가에 있을 구제일이 그려졌다. 불쌍한 동생을 한 번만 다시 볼 수 있다면... 구원희는 두리번 거리며 상황을 살폈다.


“장관님. 차라리 제가 가겠습니다. 저를 보내 주십시오!”


“명령이다. 비켜! 각자 5인 1조가 되어 지정 탑승자를 이송하도록 명령을 하달했네. 자네가 여기 남아 남은 일을 통솔해주게.”


대령은 장관을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구원희의 눈에 틈이 보였다. 열려진 입구 앞에 쌓아놓은 비상용품이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었다. 그 뒤로 숨으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넋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어. 분명 근처에 있을 거야. 내가 나서야 해.’


구원희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장관들이 하자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면 살 수 있던 구제일. 동생이 자신을 원망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언성이 높아지는 장관과 대령의 목소리에 관심이 집중되자 구원희는 물건 뒤로 조심스레 몸을 숨겼다. 서너 발자국만 더 가면 벙커 밖이었다. 어둠이 내린 밤바람에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출발해!”


“우우웅~”


장관의 명령에 그를 태운 군용 트럭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벙커 밖으로 달렸다.


‘지금이야!‘


구원희는 때를 놓치지 않고 트럭과 동시에 밖으로 달려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잠시 후 벙커의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한 구원희는 오래전 그날 밤처럼 깊은 숲속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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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 80화. 외전 3(완결)> +3 21.07.04 129 10 8쪽
79 <제 79화. 외전 2(결혼식)> +1 21.07.02 106 7 7쪽
78 <제 78화. 외전 1> 21.06.29 106 7 7쪽
77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21.06.25 114 8 8쪽
76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21.06.23 94 7 8쪽
75 <제 75화. 마지막 연설 > 21.06.22 108 9 7쪽
74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21.06.21 104 10 7쪽
73 <제 73화. 인간 띠 > 21.06.20 100 8 9쪽
72 <제 72화. 습격 > 21.06.20 97 8 8쪽
71 <제 71화. 함선이다!> +2 21.06.19 126 8 8쪽
70 <제 70화. 소용돌이 치는 세상> +2 21.06.18 111 8 7쪽
69 <제 69화. 아리야 > 21.06.17 103 8 8쪽
68 <제 68화. 탑승자 이송 > 21.06.16 107 8 7쪽
67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21.06.15 99 7 7쪽
66 <제 66화. 형이 가! > 21.06.15 106 9 8쪽
65 <제 65화. 어른 아이 > 21.06.14 112 10 7쪽
64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2 21.06.13 123 10 7쪽
63 <제 63화. 선발, 그 후 > 21.06.13 125 11 7쪽
» <제 62화. 탈영병 > 21.06.12 135 9 8쪽
61 <제 61화. 다시 돌아온 이유 > +2 21.06.12 124 10 8쪽
60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4 21.06.11 166 12 8쪽
59 <제 59화. 정화 캡슐 안에서 > 21.06.11 133 10 7쪽
58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2 21.06.10 141 12 9쪽
57 <제 57화. 번개탄과 리어카 > +2 21.06.09 145 12 8쪽
56 <제 56화. 마트 점장 > +1 21.06.09 146 11 8쪽
55 <제 55화. 대피소에서 > 21.06.08 141 12 8쪽
54 <제 54화. 대국민 특별 담화 > +1 21.06.08 139 12 7쪽
53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21.06.07 145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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