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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061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6.21 23:03
조회
103
추천
10
글자
7쪽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DUMMY

’두구 두구 두구.‘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봤다. KARI의 하늘 위엔 어느새 도착한 커다란 수송 헬기가 떠 있었다.


“이런. 씨발!”


구원희를 쏜 남자는 하늘을 바라보며 짜증 섞인 표정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무장한 남자는 헬기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총알은 남아있지 않았다.


“에이씨!”


남자는 총을 바닥에 던지고 띠를 만든 사람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팔짱을 낀 사람들은 온몸에 힘을 주며 사력을 다해 보호막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부웅.‘


그들 뒤로 움츠리고 있던 탑승자들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안 돼! 누나!”


구제일은 바닥에 쓰러진 구원희를 향해 달렸다. 자신을 들어 올리고 있는 빛 바깥으로 벗어난 그는 정신을 잃어가는 누나를 끌어 안았다.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구원희 씨!”


광장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건물 꼭대기에서 대통령은 총을 맞은 구원희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우루루루. 쾅! 쾅!”


굉음이 들려왔다. 커다란 소리와 동시에 비상사태임을 알리는 싸이렌이 울렸다.


“뭐. 뭐지? 무슨 일이야?”


사람들은 놀라 엉거주춤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지. 지진이다! 피해!”


땅이 흔들렸다. 일당들은 사색이 되어 사람들을 비집고 원 안으로 들어가려 버둥거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


팔짱을 낀 사람들은 이를 악물고 팔에 힘을 주며 그들을 막아냈다.


“아이씨! 좀 비켜! 이 개새끼들아!”


일당들은 자신을 막아서는 사람들의 귀를 물어 뜯기도 하고 다리 사이로 기어들어 가기도 하며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가려 용을 썼다.


‘탕! 탕!’


“악!”


하늘 위에서 지원군이 일당을 향해 총을 쐈다. 일당들은 하나둘 총에 맞아 쓰러졌다.




“어서 옥상으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헬기가 도착했습니다!”


경호원은 지원군에게 지시를 내리던 대통령에게 말했다.


“알겠네.”


그들은 건물을 나와 흔들리는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여깁니다! 서두르십시오! 건물이 곧 무너집니다.”


헬기에서 줄로 된 사다리를 옥상으로 내던지며 군인이 소리쳤다. 대통령은 사다리를 붙잡았다. 그는 간신히 헬기에 올라 몸을 피할 수 있었다.


헬기에 탄 대통령은 들고 있던 무전기로 다급하게 지시를 내렸다.


“어서 구원희씨를 우주선에 태워야 해! 그들이 살릴 수 있어.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위험하다고.”





“누나! 일어나 봐.”


“제일아...”


“샤일로를 보러 가야지. 누나 아들을 만나야 하잖아. 여기서 이렇게 죽으면 안 돼.”


“이상해. 너무 조용해.”


“뭐라고?”


구원희의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시끄럽던 주위가 조용해지는 것을 느끼며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군인이 휘청거리며 남매에게 다가왔다.


“다른 분들은 모두 탑승했습니다. 어서 비행선을 타셔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구원희 씨를 살릴 수 있는 건 그들입니다!”


구제일은 그의 말을 듣고 누나를 번쩍 들어 안았다. 그는 흔들리는 땅을 버텨내며 빛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밝은 빛은 마지막으로 두 사람을 힘껏 끌어 올렸다.


“누나. 조금만 버텨.”


“.....”


구원희는 눈이 부셨다. 밝은 빛이 가루가 된 듯 그녀의 피부에 살며시 내려 앉았다. 20년 전 느꼈던 것과 같았다. 다시 만난 샬마의 빛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녀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구원희는 따뜻함과 포근함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얼굴 위로 흘러 떨어진 눈물 한 방울이 흔들리는 땅 위로 똑 떨어졌다.


“누나! 누나!”


하늘로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 뒤로 구제일의 외침만 맴돌았다.




*****



서해 먼바다에서 시작된 끔찍한 지진은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었다. 군산과 서천 보령의 도시들은 거대한 쓰나미에 휩쓸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변했다. 지층을 뒤흔드는 강한 진동은 논산을 지나 대전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탑승자들이 모두 떠난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띠를 이루고 있던 사람들은 안도의 한 숨을 내 쉬며 팔짱을 풀었다.


“엄마. 아빠. 괜찮아?”


뜯겨진 귀에서 피가 흐르는 아빠를 보며 딸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 정도는 괜찮아. 다들 다친 데는 없지? 야. 우리 가족 진짜 멋있었다. 저 세상 가서도 칭찬받을 거리 하나 만든 것 같아 기분 좋네. 이리 와.”


아빠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가족을 끌어안았다.


“엄마, 아빠는 나에겐 항상 멋진 어른이었어. 진짜 사랑해.”


흔들리는 땅 위에서 세 가족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마지막을 기다렸다.




“어서. 일어나십시오! 사다리를 꼭 붙잡으세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목소리에 세 가족은 놀라 뒤를 돌아봤다. 지원군은 커다란 수송 헬기에 탑승자를 보호했던 사람들을 실어 올리고 있었다.


비상 용품을 벙커로 실어 나르느라 조금은 늦게 도착한 수송 헬기엔 사람들을 태울 자리가 넉넉했다. 선한 마음으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사다리를 기어올라 헬기에 몸을 실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이곳에 모인 그들이었다.


사람들은 헬기 안에서 무너져가는 땅을 바라보았다. KARI를 습격했던 일당들은 건물들과 함께 갈라지는 땅속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살았어. 엄마, 아빠. 흑흑.”


“그래. 차를 돌려 여기로 와서 우리가 살았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엄마는 하늘을 바라보고 중얼거렸다.





대통령은 벙커로 이동하는 헬기 안에서 땅을 바라보았다.


높게 솟아있던 빌딩들은 진도 15의 강한 지진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반듯하게 닦여있던 도로도 논바닥 달라지듯 쩍쩍 갈라졌다.


위로, 옆으로.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뻗어 나가던 인간의 흔적은 갈 곳을 잃고 무너져 내렸다.

긴 줄을 이루던 피난 차량들도 흙 먼지와 쓰러진 나무에 뒤덮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해 있었다.


지진이 지나간 후 다시금 잔잔해지는 땅 위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뿌옇게 일던 흙 먼지가 조금은 수그러드는 모양새였다.


더 이상의 비명 소리도 굉음도 들리지 않았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빗소리만 가득한 풍경이 펼쳐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한 처참한 현장이었지만 이상하리만큼 평온해 보이는 풍경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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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 80화. 외전 3(완결)> +3 21.07.04 128 10 8쪽
79 <제 79화. 외전 2(결혼식)> +1 21.07.02 104 7 7쪽
78 <제 78화. 외전 1> 21.06.29 106 7 7쪽
77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21.06.25 114 8 8쪽
76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21.06.23 94 7 8쪽
75 <제 75화. 마지막 연설 > 21.06.22 108 9 7쪽
»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21.06.21 104 10 7쪽
73 <제 73화. 인간 띠 > 21.06.20 99 8 9쪽
72 <제 72화. 습격 > 21.06.20 95 8 8쪽
71 <제 71화. 함선이다!> +2 21.06.19 125 8 8쪽
70 <제 70화. 소용돌이 치는 세상> +2 21.06.18 110 8 7쪽
69 <제 69화. 아리야 > 21.06.17 102 8 8쪽
68 <제 68화. 탑승자 이송 > 21.06.16 107 8 7쪽
67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21.06.15 99 7 7쪽
66 <제 66화. 형이 가! > 21.06.15 106 9 8쪽
65 <제 65화. 어른 아이 > 21.06.14 112 10 7쪽
64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2 21.06.13 122 10 7쪽
63 <제 63화. 선발, 그 후 > 21.06.13 124 11 7쪽
62 <제 62화. 탈영병 > 21.06.12 134 9 8쪽
61 <제 61화. 다시 돌아온 이유 > +2 21.06.12 124 10 8쪽
60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4 21.06.11 165 12 8쪽
59 <제 59화. 정화 캡슐 안에서 > 21.06.11 132 10 7쪽
58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2 21.06.10 140 12 9쪽
57 <제 57화. 번개탄과 리어카 > +2 21.06.09 144 12 8쪽
56 <제 56화. 마트 점장 > +1 21.06.09 146 11 8쪽
55 <제 55화. 대피소에서 > 21.06.08 141 12 8쪽
54 <제 54화. 대국민 특별 담화 > +1 21.06.08 138 12 7쪽
53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21.06.07 145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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