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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나 님의 서재입니다.

넌 나만의 미친 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조사나
그림/삽화
조사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9
최근연재일 :
2021.07.04 16:1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8,103
추천수 :
1,222
글자수 :
265,374

작성
21.07.04 16:13
조회
130
추천
10
글자
8쪽

<제 80화. 외전 3(완결)>

DUMMY

그들은 말없이 눈 앞에 펼쳐진 벅찬 풍경을 가슴에 담았다. 거대한 우주선이 날아오른 지하의 공간은 이젠 커다란 호수처럼 변해있었다.


지하 깊숙이 숨겨져 있던 붉은 바다가 흘러나와 함선이 머물던 자리에 고였다. 하늘을 만나게 된 바다는 푸른 빛과 붉은 빛이 오묘하게 마블링되었다.


“처음 붉은 바다를 봤을 때가 기억나요. 가슴이 뭉클했죠.”


“이 척박한 사막에 버려졌던 거예요?”


“맞아요. 이곳은 샬마인에게 죽음을 의미하죠. 생명이 살 수 없는 이런 땅에 붉은 바다가 숨어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샤일로. 정말 아름다워요. 이런 광경은 처음 봐요.”


“샬마인이 아닌 다른 행성 종족이 이곳에 온 것도 처음이죠.”


“영광이네요.”


“저것 좀 봐요.”


저 멀리 깊은 바다로부터 거대한 생명체가 그들을 향해 헤엄쳐 왔다. 반짝이는 생명체는 고래처럼 커다란 몸집에 공작새 같은 화려한 지느러미를 하고 있었다. 수면 가까이 다가온 신비한 생명체는 처음 보는 하늘을 가까이 보려는 듯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와~! 말도 안 돼.”


구원희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일 만 년 전 멸종했던 동물이에요. 우리와 텔레파시가 가능한 신비한 동물이죠. 지하 깊은 곳 붉은 바다에 살아남아 있었어요. 당신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헤엄쳐 왔대요.”


“나요? 저 아름다운 동물이 날 어떻게 알아요?”


“실은, 시스템이 변화하던 그때, 붉은 바다에 폭탄을 메고 뛰어들었을 때 말이에요.”


“알아요. 당신이 얘기해 주었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는지. 샬마가 변화한 건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에요.”


“사실 그때. 저 친구가 날 살렸어요.”


“네?”


“붉은 바다 깊숙이 잠수하며 나는 하나의 생각에만 집중했어요. 구원희와 나의 아이. 당신이 사랑의 결과라고 말했던 9215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죠.


폭탄을 설치하긴 했지만, 그 후로 난 물속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어요. 처음부터 그 깊은 곳까지 잠수하지 못할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죠. 바닥으로 내려갈 때까지 견뎌낼 순 있지만, 다시 수면 위로 나올 수는 없을 거라는 것은 대략 짐작했었어요.”


“뭐예요? 그럼 죽을 각오로 바다로 뛰어들었던 거예요?”


“그랬어요. 그를 살릴 수 있다면, 함선이 떠오르게 할 수 있다면, 내 죽음은 문제 될 것이 없었죠. 572에게 내가 돌아오지 않아도 예정대로 폭탄을 터트리라고 말해뒀죠.”


“샤일로···. 당신 정말.”


“그런데 저 친구가 날 들어 올렸어요. 아무래도 내 생각을 들은 모양이더라고요. 정신을 차린 나는 저 친구의 큰 눈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어요.”


“텔레파시가 통했나요?”


“그 정도가 아니었어요. 난 저 친구의 눈을 통해 샬마를 봤어요. 언어화되지 않은 동물의 생각 파장은 화려한 그림을 보는 것만 같았어요. 그들의 유전자가 기억하는 자연의 모든 변화와 정보들을 이미지로 보여 줬어요.


문명이 생겨나기 전부터 샬마인이 교만해졌던 시대, 행성이 요동치고 균형을 다시 잡기까지. 저 친구가 전하는 방대한 이야기를 들은 다음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죠.”


“그랬군요. 정말 신기해요. 당신을 살려준 고마운 친구네요.”


구원희는 수면 위로 빼꼼 눈을 내놓은 그 생명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구원희와 눈을 맞춘 신비한 동물은 물을 내뿜으며 수면 아래로 다시 모습을 감췄다. 아름다운 꼬리지느러미를 힘차게 흔들며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정말 잊지 못할 허니문이군요. 이렇게 아름다운 샬마 행성을 보여줘서 고마워요. 우리 지구도 정말 아름다운 곳이···.”


샤일로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그리움이 묻어났다.


“지구도 균형을 찾는 중이죠. 아무도 몰랐던 생명체가 날 도왔던 것처럼,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지 몰라요.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곧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샤일로는 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 주었다.



*****


3년이 다 되어가도록 지구의 화는 멈추지 않았다. 지구 곳곳에서 일어난 지진과 해일, 화산 폭발은 인류가 겪어본 적 없는 강력한 것이었다. 지구 내부에 꿈틀거리던 에너지가 표면으로 뻗쳐 오르자 하늘은 온통 잿빛으로 변했다. 계속되는 폭발로 뿜어져 나온 가스와 재가 두껍게 퍼져나가 햇빛을 가렸다.


인류가 건설한 건축물들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무너져 내렸다. 나라 간 국경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지구본을 다시 만들어야 할 만큼 지형의 변화도 엄청났다. 거대한 땅덩이를 자랑하던 나라들은 대부분 바닷속으로 가라앉았고, 작은 섬들은 솟아 올랐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할 새로운 지구가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두꺼웠던 먼지 구름이 옅어진 틈 사이를 햇볕이 파고들었다.


햇볕이 내려앉은 회색빛의 땅에 초록 이끼가 조금씩 돋아났다. 그 사이로 벌레 한 마리가 가까스로 땅을 비집고 올라왔다. 벌레는 숨을 고르는 듯 햇볕 아래에 잠깐 머물더니 이내 구석진 곳으로 도망쳤다.


저 깊은 바다에서 스르르 무언가가 떠올랐다. 바닷속에서 핵 잠수함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핵연료로 운행하는 잠수함은 연료를 보충할 필요가 없어 바닷속에서 장시간 운행이 가능했다. 바닷속에서 분출되는 마그마와 거센 조류에 휩쓸려 대부분 잠수함은 사라져 버렸지만, 몇 대는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쪽이 확실합니까?”


“맞아. 이 근방에서 신호가 잡혀.”


잠수함의 입구가 열리고 밖으로 나온 몇 명이 탐지기를 손에 들고 말했다.


“이것 좀 보십시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쏟아져 내린 용암이 굳어버린 시커먼 땅을 보며 한 남자가 말했다.


“신호가 잡혔다니까. 포기할 순 없어. 분명 생존자가 존재할 거야.”


잠수함에서 내린 몇 명은 장비를 챙겨 신호가 잡히는 곳으로 향했다.


‘두두두두.‘


바위를 깨트리는 요란한 소리가 한동안 고요했던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벙커 안엔 천장을 뚫다 부러져버린 장비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지친 사람들은 힘없이 누워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더이상 버틸 식량도 산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여보. 무슨 소리 안 들려?”


“소리는 무슨 소리. 이제 환청이 들리나 봐.”


어린 아들과 비밀 기지 안에서 슬픈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던 한 부부가 서로를 바라봤다.


“아빠! 이제 게임이 끝나나 봐! 일어나 봐.”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는 아이는 천정을 가리켰다.


’두두두. 두두두두‘


부서지는 돌 조각이 천정에서 떨어지자 아빠는 재빨리 아이를 품에 안았다. 절대 뚫리지 않을 것 같았던 두꺼운 천정으로 밝은 빛이 새어 들어왔다. 지쳐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거기, 누구 있나요?”


천장 너머로 들려오는 격앙된 남자의 목소리에 어린 남자아이가 대답했다.


“아저씨. 우리가 이긴 거 맞죠? 끝까지 잘 숨어 있었으니까 무서운 괴물이 우리를 용서해 준거죠?”


뚫린 구멍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에 남자는 눈물을 흘렸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이제 괴물은 지나간 거 같아. 이제 밖으로 꺼내줄게.”


어린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달려가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이제 다 끝났어요! 근데, 다시는 이런 게임은 안 할래요.”


“그래. 그러자.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새로 시작하자.”


벙커 안에 사람들은 눈물을 머금고 찬란한 햇빛을 바라보았다.


작가의말

그동안 <넌 나만의 미친여자>를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처음 도전한 웹 소설이어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더 노력해서 좋은 작품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해 주신 독자님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38 셀비샨
    작성일
    21.07.31 16:08
    No. 1

    작가님, 좋은 작품 쓰시느라 수고했어요
    사실 이전에 이미 이 작품을 정주행했었지만 오늘 새삼 댓글을 다는 이유는
    이 좋은 작품을 출품하셨으면 좋겠다 싶은 공모전을 하나 발견해서 쪽지 드리려다가
    쪽지 기능이 그새 사라져 있길래 이곳으로 연락드려요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10430000300

    한번 보세요! 작가님의 이 작품은 정말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아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조사나
    작성일
    21.07.31 18:04
    No. 2

    힘이 되는 댓글 감사합니다. 과학소재단편소설공모전에는 조금 짧은 다른 작품으로 응모해보려 준비하고 있어요. '미친여자' 이 작품은 애정이 가는 제 첫 웹소설인데요, 아무래도 넘 길어서 규격에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튼 응원해주시는 독자님 힘 얻어서 열심히 쓰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8 셀비샨
    작성일
    21.08.02 17:25
    No. 3

    언제나 응원드릴게요 작가님 ^_^)♡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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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80화. 외전 3(완결)> +3 21.07.04 131 10 8쪽
79 <제 79화. 외전 2(결혼식)> +1 21.07.02 106 7 7쪽
78 <제 78화. 외전 1> 21.06.29 107 7 7쪽
77 <제 77화. 다시 만난 그들. > 21.06.25 115 8 8쪽
76 <제 76화. 구호선 안의 풍경 > 21.06.23 95 7 8쪽
75 <제 75화. 마지막 연설 > 21.06.22 109 9 7쪽
74 <제 74화. 무너져가는 땅 > 21.06.21 105 10 7쪽
73 <제 73화. 인간 띠 > 21.06.20 100 8 9쪽
72 <제 72화. 습격 > 21.06.20 97 8 8쪽
71 <제 71화. 함선이다!> +2 21.06.19 126 8 8쪽
70 <제 70화. 소용돌이 치는 세상> +2 21.06.18 112 8 7쪽
69 <제 69화. 아리야 > 21.06.17 104 8 8쪽
68 <제 68화. 탑승자 이송 > 21.06.16 108 8 7쪽
67 <제 67화. 아빠가 미안해 > 21.06.15 100 7 7쪽
66 <제 66화. 형이 가! > 21.06.15 107 9 8쪽
65 <제 65화. 어른 아이 > 21.06.14 112 10 7쪽
64 <제 64화.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2 21.06.13 125 10 7쪽
63 <제 63화. 선발, 그 후 > 21.06.13 125 11 7쪽
62 <제 62화. 탈영병 > 21.06.12 135 9 8쪽
61 <제 61화. 다시 돌아온 이유 > +2 21.06.12 124 10 8쪽
60 <제 60화. 촉촉이 젖은 은밀한 시간 > +4 21.06.11 167 12 8쪽
59 <제 59화. 정화 캡슐 안에서 > 21.06.11 133 10 7쪽
58 <제 58화. 흔들리는 세계 > +2 21.06.10 141 12 9쪽
57 <제 57화. 번개탄과 리어카 > +2 21.06.09 147 12 8쪽
56 <제 56화. 마트 점장 > +1 21.06.09 146 11 8쪽
55 <제 55화. 대피소에서 > 21.06.08 142 12 8쪽
54 <제 54화. 대국민 특별 담화 > +1 21.06.08 139 12 7쪽
53 <제 53화. 대통령이 미쳤나 봐. > 21.06.07 146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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