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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86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2.08.09 01:45
조회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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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Episode276_시대는 변한다

DUMMY

황궁 안의 작은 별채. 급하게 덧댄 장벽과 잠긴 문.


그 안에 갇힌 두 남녀. 청년은 고요히 잠들어있고, 처녀는 금빛 눈을 가늘게 뜨고 주위를 노려봤다. 누군가 그들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가만히 주시하는 것이다.


전쟁의 끝난지도 벌써 3주. 시대는 변하고 있었다.






ㅡ<하늘을 등지고> 마지막 부, ‘안녕, 다시 만나요’ㅡ






1월 4일 오전 심문기록.


담당자-캐슈(이전 담당자의 전근에 의해 금일 부 교체)


심문 대상 - 사라(18세, 여성), 하온(18세, 남성)


죄목은 반역죄. 현재 황궁 내 별채를 개조하여 임시 구류중.






ㅡ여기서 네가 하는 말은 모두 기록된다. 불만은 없겠지?


사라:괜찮아요. 이미 몇 번 해봤으니까.


ㅡ오늘부터 너희 심문은 내가 맡는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거야.


사라:잘됐네요. 전의 사람은 너무 무례했는데.


ㅡ바라는 것도 많군. 너희는 죄인이란 점은 잊지 않도록.


사라:(침묵)


ㅡ...저기 누워있는 남자가 하온이란 자인가?


사라:하온은 자고있어요. 어차피 곧 따로 뵐 일이 있을테니 나중에 면담하시죠?


ㅡ해가 머리 꼭대기 위에 떠있는데 아직도 자고있다고?


사라:교대로 자고있거든요. 주기적으로. 한명은 망을 보고.


ㅡ이 방 주위에는 삼엄한 경비가 세워져 있어.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사라:가만 자고있다가, 그 경비들이 우릴 죽이려들거란 생각이 먼저 들어서요.


ㅡ섭섭한 소리를 다하는군.


사라:걱정 마세요. 하온은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깨울 수 있어요. 입 벙긋 않고.


ㅡ···지금은 너와 먼저 얘기하도록 하지. 그럼 기본적인 것부터 먼저 묻겠다. 국가와 인류를 배반한 이유는 뭐지?


사라:먼저 배반한 쪽은 나라님이었거든요. 시골에서 조용히 살던 날 여기까지 끌고온 것도, 그래놓고 내 목에 칼을 들이댄 것도 전부요.


ㅡ그렇다면, 복수심 탓에 그대로 반역을 저질렀다는 건가?


사라: 좀 홧김에 시작한 건 있었죠. 처음에는요. 그래도 설마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아니지, 출발지로 돌아온 셈이구나.



***



사라와의 심문은 이후 30분이 더 이어진 뒤 잠시 중단되었다. 심문을 진행한 캐슈가 문 밖을 나서자마자, 십수명의 인간들이 부리나케 움직이며 반역자들을 가둔 별채를 봉인한다.


명목상으론 반역죄를 저지른 자는 살인멸구 당하지 않도록 엄중히 지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긴 하다. 허나 그들의 태도는 반역자를 보호한다기보단 그 반대에 가깝다. 칩입보다 탈출을 더 두려워하는 눈치다.


캐슈는 가져온 도시락통을 비워 점심식사를 마친 후 동료와 짧게 바깥공기를 마셨다.


“첫 면담 감상이 어때?”


담뱃대를 꺼내 불을 붙이는 동료가 짖궂은 투로 묻는다.


캐슈는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면담이라는 어휘가 더 적절하다.

말이야 심문이지, 위협도 고문도 없고. 겁을 줄래야 줄 수도 없는 대화.


“적응이 안되네. 저렇게 고압적인 범죄자는 또 처음이야.”


솔직한 감상이 만족스러웠는지, 동료는 슬쩍 웃음짓고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대화를 이어갔다.


“사실, 어지간히 특이한 죄수여야지. 너도 잘 알아둬. 쟤들 앞에서는 입 조심해야 한다.”


“난 아직도 그 소리를 이해 못했어. 범죄자한테 입을 조심하라는 상황도 처음이고.”


“...명목상으로는 심문이라지만, 실상 칼자루를 쥔 건 저쪽이거든.”


동료가 자조적으로 대꾸한다. 그러나 캐슈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영문을 모르고 있는 맹한 표정에 동료는 담배연기를 훅 내뱉는다.


“그 놈, 인수인계도 똑바로 안해주고 갔네. 이건 일단 기밀사항이니까 너만 알고있어야 한다.”


동료의 낮고 조용한 목소리. 뭔가 중요한 진실이 드러난다는 기대에 캐슈는 신중히 귀를 기울였다.


“지금 상황을 생각해봐. 얼마 전에 나라님이 직접 지휘하셨던 돌가죽 반란진압은 결과가 흐지부지되고, 나라님은 갑자기 저쪽 수장이랑 평화협정같은 소리나 하고있고. 괴상하지?”


캐슈가 고개를 한번 끄덕이자, 이를 신호로 동료의 답이 돌아온다.


“그거, 다 쟤들 때문이야.”


“저런 어린애들이? 고작 둘이서? 무슨 수로?”


당연하다는 듯이 이어지는 불신의 반응. 둘은 이제 막 열여덣이 된 꼬맹이다. 성년이라 한들 결국 여물지 못한 싹에 불과하다.


하지만 동료의 말에는 그 어떤 농담기나 과장도 없었다.


“자고있다던 그 남자애, 아마 새까만 물건을 꼭 붙들고 있을거야. 그게 뭐 엄청 대단한 무기같은거래. 맘만 먹으면 황궁 내 군대가 다 덤벼도 씨알도 안먹힌다더라.”


“그런 위험한 놈들을 황궁 안에 들여놨다는거야?”


“내 말이! 나라님께서 직접 명령하신 바래. 협상하는 동안 돌가죽 반란군 수장이랑 두 반역자 인간은 전부 황궁 안에 들여놓으라고.”


“꼴 돌아가는거 보니 나라님 체면도 말이 아니겠는데. 판단력이 흐려지신건지 뭔지.”


캐슈의 뇌에서 항상 강인하고 무결한 존재로 그려졌던 나라님의 인상도, 방금의 정보로 인해 조금 흐려지고 말았다.


“생각을 해봐. 지금 나라님이 돌가죽이랑 같은 테이블에 앉아 협상을 보고 앉았어. 이 꼴 자체가 말이 안되잖아.”


동료는 여전히 속닥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워낙에 파격적인 사건이라 이야깃거리로도 맛이 좋은 소재였던 것이다.


“그게 다, 저것들이 날뛰지 않고 조용히 있겠다는 조건 하에 성사된거야.”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들.”


더없이 솔직한 대답이다. 그 이유도 여럿 떠오른다. 도대체 무슨 사고구조로, 어떤 사건에 의해 일이 이렇게까지 괴상하게 뒤틀린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뭔가



다시 십수명이 달라붙어 별채를 둘러싼 주문을 해제한다. 처음엔 호들갑 떤다며 비웃었던 캐슈였지만, 지금은 전혀 유난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라와 하온이 있을 방문에 노크를 한다. 꼭 필요한 절차는 아니었지만, 긴장한 모양이다.


이윽고 문짝을 드르륵 밀어젖힌 캐슈였지만, 아까와는 다른 모습에 잠시 당황하고 만다.


이번에 곯아떨어진 쪽은 사라, 그리고 그녀를 대신한 청년이 눈을 새파랗게 뜬 채 캐슈를 맞이하고 있었다.



***







1월 4일 오후 심문기록.


담당자-캐슈


심문 대상 - 사라(18세, 여성), 하온(18세, 남성)


죄목은 반역죄. 현재 황궁 내 별채를 개조하여 임시 구류중.






하온:식사는 잘 하고 오셨나요?


ㅡ으응? 아, 그렇···겠지.


하온:(점잖게 캐슈가 앉을 의자로 손짓한다)


ㅡ아, 그럼.


하온:(기다림)


ㅡ그래, 어··· 그럼, 이번엔 너냐?


하온:예, 아까 사라와 나눈 대화는 잘 들었습니다.


ㅡ···자고있었는데, 들었다고?


하온:네, 사라를 통해 들었어요. 따로 소개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부터 잘 부탁드려요.


ㅡ그, 그래. <-(당황한게 표정으로 다 드러남. 추후 주의 요망)


하온: ···그래서, 어떤 걸 물어보려고 오셨나요?


ㅡ응? 아, 뭐. 하지만 물어보면 대답은 해줄건가?


하온:심문이니까요.


ㅡ뭐, 좋다. 그럼 일단 하나 물어보자. 넌··· 일단, 사람으로 태어난 건 맞지?


하온:아시다시피, 제 아버지는 한때 이곳의 최고위 대신이셨던 울입니다. 혈통의 순수성을 따지고자 하신다면, 부족할 일은 없을겁니다.


ㅡ···그런 뜻으로 물어본 건 아니었다만, 그래. 분명 사람인 건 알겠어. 하지만 어째서 돌가죽 편을 든거지? 사라가 말한대로 고작 복수심탓에 인류 전체를 등질 수가 있는건가?


하온:인간으로서 가족이나 국가, 국민을 등지는 일도 있을터인데, 종족을 등지는 것은 어째서 특별한 것입니까?


ㅡ지금 비꼬는 건가?


하온:...아니요, 저도 반쯤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거랍니다. 사람을 많이 접해온 삶이 아니기에, 모르는 것이 많거든요.


ㅡ그럼 일단 넘어가지.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 이유다. 가족을 등지거나 국가를 등지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닌가.


하온:나라님이, 돌가죽이라는 종족 자체를 멸하고자 하셨기에. 저라도 그들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ㅡ뭔가 더 극단적인 이유를 듣고싶었는데.


하온:돌이킬 수 없는 일만은 막고 싶었습니다.


ㅡ그럼 고작 그게 이 모든 일의 근원이란 뜻인가? 고작··· 네가 ‘착하다’는 이유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주장하려는 거야?


하온: ···제가, 착한게 맞습니까?


ㅡ···


하온:질문이 이상했나요?



(이후로도 더이상 의미있는 대화는 이뤄지지 않음)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말도 안되는 연재주기에 죄송합니다. 사과에 너무 익숙해지는건 좋지 않은 징후인데, 제가 딱 그 꼴이네요ㅠㅠ

이제는 조금 더... 유의미한 변화와 반성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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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276_시대는 변한다 +3 22.08.09 49 2 9쪽
276 Episode275_최초의 악수 +1 22.07.25 23 2 8쪽
275 Episode274_눈물과 위안으로 22.07.21 32 2 8쪽
274 Episode273_비상 +1 22.07.12 26 2 9쪽
273 Episode272_추락 +2 22.07.04 27 3 8쪽
272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2 22.06.27 32 2 7쪽
271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22.06.13 36 2 7쪽
270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22.06.04 27 2 7쪽
269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1 22.05.31 26 2 10쪽
268 Episode267_혜성 충돌(6) +2 22.05.18 40 2 8쪽
267 Episode266_혜성 충돌(5) +2 22.05.17 41 2 10쪽
266 Episode265_혜성 충돌(4) 22.05.15 34 2 8쪽
265 Episode264_혜성 충돌(3) 22.05.10 74 2 8쪽
264 Episode263_혜성 충돌(2) 22.05.03 28 2 8쪽
263 Episode262_혜성 충돌(1) +4 22.04.22 44 3 8쪽
262 Episode261_고요한 역습 22.04.20 91 2 9쪽
261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2 22.04.18 61 2 8쪽
260 Episode259_미래로의 일발(3) +2 22.04.15 27 4 9쪽
259 Episode258_미래로의 일발(2) 22.04.08 43 5 7쪽
258 Episode257_미래로의 일발(1) +2 22.04.05 38 4 9쪽
257 Episode256_최후의 전쟁(5) 22.03.29 34 3 7쪽
256 Episode255_최후의 전쟁(4) +2 22.03.26 53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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