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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32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2.04.18 23:37
조회
60
추천
2
글자
8쪽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DUMMY

두 인간을 구하기 위해 돌가죽들이 방패가 되어준다니. 수나의 눈에도 비친 그 광경은, 비록 이해관계에 따랐을지라도 분명 재밌고도 놀라운 모습이다.


“돌가죽도 너희를 돕고있어···!”


그들은 반역자들을 믿고있었다. 뭔가를 바꿔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수나는 그들의 모습을 진득이 바라보다가, 이내 깊은 생각에 잠겼다.



***



너희를 만나고 또 놓아준 뒤 모든 나날이 나에겐 고민이였고 번뇌였다.


무언가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은 나에게 사명과 같은 것이었고, 너희는 그런 나에게 너무나 큰 골칫덩이였다.


그랬다. 너희는 나에게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홀로 만들어낸 진리라는 허상속에서 나는 너무나 안락했기에, 그 밖에 나있는 너희들을 보고있자면 늘 속이 답답했다.


그런데 오늘 여기까지 도달한 너희를 본 순간, 나도 마음을 굳혔다.


어쩌면 오만이며 나태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나는 처음으로 그 고민에서 탈피해보려 한다. 너희도, 나도, 모두가 옳았다.


현실과 타협할 줄 아는 것을 어른스러움이라 하고 또 그것은 옳은 것이라지만, 아이와도 같이 세상물정 모르는, 선량한 망상을 일삼는 자라고 해서 내가 무엇을 비난해야 할까?


젊은 몽상가들아, 너희는 미래의 아이들이다.


그 누구도 올거라 장담못하는, 길이 있는지도 몰라 가능하리라 믿을 수도 없는 미래. 만일 우리 역사 그 어느 순간에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고 끌어안는 날이 오게 된다면.


그 때, 그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너희와 같은 아이일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 너희가 정말 세상을 바꿀지도 몰라. 너희가 정말··· 정말 그런 아이들이라면.


그래, 그러면 그 날이 올때까지, 어른들이 너희를 지켜줄터다. 마음껏 현실에 무릎꿇고 손을 더럽혀줄테다.


우리가 한발짝이라도 몽상 속의 천국에 더 가까워 질 수 있게 해준다고, 그걸 확인시켜준다면 나는 기꺼이 너희들만을 쫓아서 갈거다.


그러니 이제부터다. 난 너희마저 시험에 들게 할 참이다. 우리에게 다정함을 줄 수 있다고 내게 확신을 전해줘. 비정한 사회로부터, 나에게서 살아남아라.


비겁한 사람이라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만은 너희의 방식대로 당당히 싸워라. 내가 따를 수 있는, 진정으로 순수한 자라는 것을 증명해다오.


나도 이제, 가슴을 펴고 당당히 싸우겠다!



***



"출격ㅡ!!!”


수나의 장검이 섬광을 비추며 하온과 사라를 겨냥한다. 그 반사광을 신호삼아 이리저리 휘둘러, 계곡을 빼곡히 메운 병사들에게 섬세하게 지시를 내린다.


그녀의 지휘 하에 점점 더 촘촘해지고 교묘해지는 방어전선, 여전히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돌가죽과 살아남는 것 만으로 급급한 반역자들.


그들을 감싸다가 적들의 폭격세례에 당해 우수수 쓸려나가는 혁명군.


사라는 황망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그들의 희생과 죽음 하나하나를 눈에 아로새겼다.


이건 무의미한 소모전이다, 이러다간 남는 것 하나 없이 모조리 죽어버린다.


'사라, 이 적진을 정면에서 상대하는건 자살행위야, 어떻게든 한번에 뚫고나갈 방법을··· 사라?!'


함께 정신없이 싸우던 하온, 순간 사라의 심정을 잃고 당황해 속삭였다.


"사라, 함부로 나가면···!"


"더는 못봐줘!!"


하지만 사라는 멈추지 않는다. 당초부터, 사라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고 사는 인간이 아니며 발 내딛기 전에 이것저것 재보는 성격도 아니다.


"나는 이것들을 구해주려고 왔지, 너희 등에 숨으려고 이곳까지 온게 아냐! 이런게 아니란말야!!! 나는···! 마귀들은···!!"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는 사라의 눈동자가 이글거린다. 당황한 돌가죽들을 제치고, 사라는 전선 앞에 서서 은창을 높이 들어올렸다.


"누구 하나 죽는 꼴 보기 싫어서 여기까지 왔단말이다ㅡ!!"


그리고 힘껏 내리찍었다, 앞의 그 누구라도 일격에 짓뭉개버릴 정도로 강력한 충격이었지만, 창은 그 무엇도 베어가르지 않고 단지 지면을 세게 치며 먼지와 바위들을 주위에 흩뿌렸다.


연기가 일며 시야가 가려지고, 매캐한 황토색에 갇힌 병졸들이 기침을 하며 콜록댈 때, 사라의 천둥과 같은 호통이 먼지를 뚫고 사방에 울려퍼졌다.


"죽기 싫으면 전부 꺼져!!!!"


음파 다음으로 그들에게 전달된 것은 사라의 호쾌한 일격으로, 두꺼운 봉이 그들의 배와 얼굴을 후려쳐 강렬한 타격음과 동시에 멀찍이 날려버렸다.


그녀의 급격한 공세에 당황한 기적술사들의 반격이 하나둘씩 날아왔다. 수나는 날아오는 포탄을 쳐내고, 폭발력과 광채를 창으로 흡수하며, 그 떨림을 꽉 억누른 채로 다시 눈 앞의 병졸을 집어던졌다.


팔이 얼얼해 손에 힘이 풀릴 즈음엔 제 팔뚝을 깨물며 다시 감각을 깨웠다. 적을 때릴 때는 힘을 아끼면서 치되, 다시 덤빌 수 없도록 고통과 기절을 안겨주었다. 숨통만큼은 결코 끊지 않는다.


모두를 지킬 수 없다는 건 안다. 사라는 고작 한 명의 인간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누구보다도 강인한 인간이다. 최소한 내 바로 뒤에 있는 돌가죽과, 내 바로 앞에 있는 적들의 목숨만은 죽게 내버려둘 수 없다.


그녀가 쥔 은창 역시, 그것을 믿고 자신에게 힘을 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사라의 용맹한 모습에 돌가죽도 자극을 받기 시작했는지, 하나둘씩 진형을 강화하며 사기를 드높혔다. 지키고자 하는 대상이 가장 앞에서 싸우는 것만큼 수치와 믿음을 동시에 주는 일도 더 없다.


그녀의 모든 생각과 감정에 동조하는 하온 역시 가슴에 투지가 용솟음쳤다. 저 넘치는 활력! 다시 사라와 함께 싸운다는 것이 어느때보다도 실감이 나는 순간이다.


곧 흑광석에 한껏 집중력을 쏟아부은 뒤, 하온도 사라를 거들고자 발맞춰 뛰쳐나갔다. 그녀에게 질세라, 더 힘껏 소리지른다.


"살고싶다면 전부 여길 지켜요!!!!!"


정말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인간과 돌가죽이 함께 전선을 지킨다는, 최소 만년간은 전례가 없었던 이 결속에 힘입어, 마크 역시 대검을 꼬나쥐고 힘차게 외친다.


"모두 살아서, 이겨서 돌아가자!!!"


적들의 치솟는 열기를 포착한 수나는 이에 날카롭게 반응했다. 적의 기세가 드높아진다면 한번 강하게 꺾어낼 필요가 있었다. 즉시 지휘검을 몇번 휘둘러 진형을 조정하더니 새로운 명령을 내린다.


"앞열, 잠시 뒤로 물러서!!"


높고 강렬한 고동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진다. 그 신호를 알아들은 병사들 모두 전투자세를 유지하며 진형을 뒤로 정렬했다.


그들이 메웠던 공간에 졸병들이 쑥 빠지자마자, 가려져있던 기적술사들이 앞으로 나서며 전열 앞을 메웠다. 모두 손을 돌가죽에게 겨냥한 채 자기암시를 위한 주문을 외고 있었다.


수나의 검이 찰캉 소리를 내며 그들을 향해 기울어지자, 버스터 키트의 힘을 빌어 역대 최대 규모의 기적세례를 퍼붓는다. 이번 전쟁에서만 몇 번을 기록했는지 모를 '역대 최대'다.


"섬광파ㅡ!!!"


이에 맞서, 사라도 다시 한번 창을 뻗어 역대 최대를 경신한다. 부딪치는 두 격류, 어떻게든 버티려 피를 토한다. 비록 압도적인 적의 공격을 옆으로 흘려내는게 전부일지라도, 끝까지 두 다리로 서있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위안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


충돌의 여파는 기류를 타고 소용돌이가 되어 몰아쳤다. 돌가죽의 거구마저 흩어지고 날아가는 맹렬한 재해였다. 절벽의 한 구석이 박살나며 무너져내리고, 떨어져내리는 바위가 전장을 누비며 운 나쁜 것들을 뭉개버렸다.


눈과 귀가 멀어버릴 것 같다. 온 몸에 상처가 새겨지고 또 벌어진다. 사라의 내장이 극심한 부담에 뒤틀리며 고통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라는 손을 놓지 않는다.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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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Episode275_최초의 악수 +1 22.07.25 23 2 8쪽
275 Episode274_눈물과 위안으로 22.07.21 31 2 8쪽
274 Episode273_비상 +1 22.07.12 25 2 9쪽
273 Episode272_추락 +2 22.07.04 27 3 8쪽
272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2 22.06.27 31 2 7쪽
271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22.06.13 35 2 7쪽
270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22.06.04 26 2 7쪽
269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1 22.05.31 25 2 10쪽
268 Episode267_혜성 충돌(6) +2 22.05.18 39 2 8쪽
267 Episode266_혜성 충돌(5) +2 22.05.17 41 2 10쪽
266 Episode265_혜성 충돌(4) 22.05.15 33 2 8쪽
265 Episode264_혜성 충돌(3) 22.05.10 74 2 8쪽
264 Episode263_혜성 충돌(2) 22.05.03 28 2 8쪽
263 Episode262_혜성 충돌(1) +4 22.04.22 43 3 8쪽
262 Episode261_고요한 역습 22.04.20 91 2 9쪽
»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2 22.04.18 61 2 8쪽
260 Episode259_미래로의 일발(3) +2 22.04.15 26 4 9쪽
259 Episode258_미래로의 일발(2) 22.04.08 43 5 7쪽
258 Episode257_미래로의 일발(1) +2 22.04.05 38 4 9쪽
257 Episode256_최후의 전쟁(5) 22.03.29 34 3 7쪽
256 Episode255_최후의 전쟁(4) +2 22.03.26 52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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