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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33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2.06.04 03:17
조회
26
추천
2
글자
7쪽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DUMMY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힘이, 정말 세상을 다 뒤덮고도 남을 정도로 빠르고 육중한 공격이, 하온의 손짓 하나로 우뚝 멈춰서버렸다.


그 어떤 바위나 강철도 우습게 찢어버릴, 마구 폭주하며 발산하는 파괴충동이, 정지의 기적에 갖혀 어떤 소음도 없이 잠잠해졌다.


다만 그 직전까지 밀어냈던 바람만이 전장을 훅 휩쓸며 무의미한 흙먼지를 일으켰을 뿐. 그 압력이 온 몸을 스쳐감을 느끼며 병사들은 등줄기에 한기를 느낀다.


압력을 느낀 것은 나라님의 기적술사도 마찬가지였다. 개미 앞의 코끼리나 다름없던 압도적인 위압감이 무색하게, 단 한명의 팔에 맥을 못추리고 구속된 그 꼴이 창피할 정도다.


하온이 버스터 키트의 움직임을 멈추는데 정신이 팔린 틈을 타, 그를 노리고 짜여진 온갖 공격 기적의 화망이 다시한번 쏟아진다.


하지만 팔 한짝에 맥을 추리지 못하는 건 그들도 똑같다.


하온은 자신에게 밀려드는 맹공을 확인하자마자 곧장 보호의 기적을 발동한다. 이제 어떤 투사체나 전격, 포격이 날아오던 그에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그를 공중에서 떠받치던 바위만이 애꿎게도 박살이 나서 후두둑 떨어졌지만, 제 발바닥만 걸칠 크기의 돌멩이면 충분하다는 듯 개의치 않는다.


공세가 잦아들자마자 밑에서 자신을 공격한 기적술사의 위치를 확인한다. 사실상 하온이 선공권을 가진 셈이다.


오른팔로 버스터 키트의 촉수를 계속 잡아둔 채, 왼팔로는 손가락으로 적의 방향을 따라 주욱 그어 정신적인 가늠자로 삼는다.


그 경로를 따라 지면이 파괴되며 폭발한다. 땅을 갈아엎으며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는 격류가 적을 하나둘씩 덮쳐 집어삼키고, 지나간 대지에는 깊이 패인 흉터만이 남았다.


폭발의 연쇄가 끝날 즈음엔 주위의 기적술사는 모조리 나가떨어진지 오래, 온 몸에 바위탄환을 맞고 어지러운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였다.


‘하필이면 가장 힘을 받아서는 안되는 자가 힘을 받아버렸다.’


하나에 집중하지 않은 대가로 여러 개의 기적을 동시에 익힌 남자에게, 출력의 한계를 없애준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지금의 하온만큼 무적이라는 의미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인간이 과연 더 있을까?


“바우자, 아무래도 더이상 수가 없는 것 같다.”


멀찍이서 그의 힘을 지켜본 기적술사 하나가 자신의 옆에 선 남자에게 속닥인다.


그 바우자란 남자는 몇 초를 생각으로 허비하다, 이내 각오가 섰는지 조용하 눈을 감고는 대꾸한다.


“...준비하도록 하겠다. 내게 힘을 불어넣어다오.”


바우자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때아닌 명상과 함께, 주문을 외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것도 저토록 착잡하고 비장한 투로 말이다.



***



방해꾼의 작당이 사그라든 동안, 하온은 맘놓고 버스터 키트의 움직임을 속박하는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버스터 키트의 공격이 가지는 힘과 의지는 그야말로 괴수라 할만큼 어마어마해, 이를 억누르려면 하온의 정지의 기적도 그만큼 막대한 출력이 필요했다.


지금의 하온이 아무리 강해졌더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버겁다.


그렇게 하온이 버스터 키트를 억누르는 동안, 밑에서는 돌가죽들이 그의 동료를 감싸며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피차 양 측 다 무기라곤 없는 상황에서, 돌가죽은 타고난 완력으로, 인간은 발전시킨 기적으로 서로를 상대하며 맞부딪쳤다.


그 기적으로 강화된 일반병사들의 위력도 만만히 볼 것은 아니어서, 치열하게 오가는 공방 사이 돌가죽의 진형은 아주 미세한 차이로만 앞서나가고 있었다.


적의 방어진을 밀어내고, 방패를 박살내가며 한발짝 한발짝, 느리기는 하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목적지는 오로지 하나, 사라의 창이 꽃혀있는 버스터 키트의 코어다. 지금 장치가 멈춰있는 틈에 앞으로 주욱 나아간다면, 사라에게는 필시 적을 쫓아낼 어떤 계획이 있을 것이다.


그 계획의 정체를 아는 돌가죽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 외에 더 기댈만한 것을 아는 자도 없었다. 그녀를 믿을 수밖에 없다. 믿고 이대로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버스터 키트의 폭주의식은 도무지 정지를 용납하지 않는다.


갑작스런 변화를 감지한 하온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일이 순탄치 않게 되었다.


완전히 멈춰있어야 할 촉수가, 조금씩 떨려오더니 한뼘 한뼘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가진 공격 의지가 느껴져 하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저 집념과 분노, 필시 무한동력장치 안에 갇힌 원혼들의 것일테지만, 그것을 이끌어내는 인간의 의지가 하나 더 있다.


곧 저편에서 괴성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하온의 힘조차 이겨내고, 질릴 정도로 광기에 찬 악바리. 이는 당연히도, 이젠 인간의 형상조차 포기한 브릭 박사의 외마디 절규였다.


“잠들어있는 원령이여, 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그대의 원한이 난 보인다!!”


박사의 발악에 감응하듯 장치의 촉수가 더 거세게 떨려온다. 맥박뛰는 형체가 조금씩 일그러지며 요동친다.


“무엇이 그토록 미운지 모르겠지만, 아무렴 좋지! 좋다, 날뛰어보자!! 아직 힘이 남아있음을 내가 안다!!”


더욱 흉악하고, 더욱 커다란 무기의 형태를 덕지덕지 바른듯이, 살벌한 형상으로 변화한 버스터 키트의 팔 한쪽이 서서히 하온의 정지의 기적을 깨트리고 있었다.


“어디 저 자의 피를 마셔보자!!!”


브릭 박사의 마지막 고함과 동시에, 버스터 키트의 촉수는 속박을 벗어났다.


하온의 제어를 뿌리치고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무기형태의 촉수. 이 괴수병기의 팔이 다시금 힘을 얻어 돌진한다.


온갖 힘과 무기와 증오를 두르고 날아가는 거대한 손톱. 마주보는 자가 누구라도 그곳에서 상대의 영역을 모조리 쳐부술만한 능력과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희생양들의 선봉에 선 하온이, 두 팔을 모두 앞으로 뻗고 온 힘을 다해 집중한다.


자신의 앞까지 밀려드는 거대한 촉수가 갑작스레 쪼개지고 여러 갈래로 부서지기 시작한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촉수는 금세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진다. 하온의 파괴의 기적이 날아드는 적의 공격을 전부 갈아버렸다.


하지만 속박을 벗어난 촉수는 금세 다시 조직을 생성해 다시 뻗어나간다.


다시 재생된 촉수가 무섭게 치고들어오자, 하온의 파괴의 기적이 다시한번 그 전체로 퍼져나가 박살을 내버린다.


그러면 또 폭주하는 촉수의 재생력. 한쪽에서 그 격류를 파괴시키며 소거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이를 재생산하며 새로운 무기를 계속 앞으로 밀어내고 있다.

최종전1.png

전장의 중심에서 충돌한 두 거대한 힘이, 살벌하기 그지없는 줄다리기를 시작하고 말았다.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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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Episode274_눈물과 위안으로 22.07.21 31 2 8쪽
274 Episode273_비상 +1 22.07.12 25 2 9쪽
273 Episode272_추락 +2 22.07.04 27 3 8쪽
272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2 22.06.27 31 2 7쪽
271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22.06.13 35 2 7쪽
»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22.06.04 27 2 7쪽
269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1 22.05.31 25 2 10쪽
268 Episode267_혜성 충돌(6) +2 22.05.18 39 2 8쪽
267 Episode266_혜성 충돌(5) +2 22.05.17 41 2 10쪽
266 Episode265_혜성 충돌(4) 22.05.15 33 2 8쪽
265 Episode264_혜성 충돌(3) 22.05.10 74 2 8쪽
264 Episode263_혜성 충돌(2) 22.05.03 28 2 8쪽
263 Episode262_혜성 충돌(1) +4 22.04.22 43 3 8쪽
262 Episode261_고요한 역습 22.04.20 91 2 9쪽
261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2 22.04.18 61 2 8쪽
260 Episode259_미래로의 일발(3) +2 22.04.15 26 4 9쪽
259 Episode258_미래로의 일발(2) 22.04.08 43 5 7쪽
258 Episode257_미래로의 일발(1) +2 22.04.05 38 4 9쪽
257 Episode256_최후의 전쟁(5) 22.03.29 34 3 7쪽
256 Episode255_최후의 전쟁(4) +2 22.03.26 52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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