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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296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2.05.10 01:32
조회
73
추천
2
글자
8쪽

Episode264_혜성 충돌(3)

DUMMY

브릭 박사의 필사적인 손은, 창의 날에 피가 흐르든 살이 찢기든 개의치 않고 제 혼을 바칠 기세로 침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좀처럼 비키지 않는 서로의 끈질김에 질려서, 사라도 그에게 성토하고 박사도 사라에게 힐난한다.


"사람 맘대로 이런 짓을 하는게 아녜요!!"


"그 사람들 덕에 보호받아온 주제에···!!!"


박사의 팔이 버스터 키트의 표면에서 몇 개 더 솟아올랐다. 전부 사라의 몸에 엉겨붙어 밀쳐내려고 발악을 해댔지만, 발악이라면 사라도 지지 않는 일이다.


그 중심부, 마귀의 원한과 분노가 뒤섞인 흑광석을 향해 그녀의 모든 발악을 쏟아붓는다. 창을 쥔 두 주먹을 꾸욱 누르며 근육이 박살날 기세로 용을 썼다.



악착같이 버틴다, 꽉 악물었던 이빨에서 피가 흐르고, 전류가 저릿저릿한 근육에서 힘이 빠지려는 것을 억지로 부여잡으며, 조금씩 조금씩 창을 접근시켰다.


조금만··· 1센티··· 3미리···! 이제 아주 조금만 더···! 티끌, 먼지만큼의 거리를 남겨두고.


그리고 마침내 그 창끝이 닿았다.


사라의 정신이 무한동력장치와 이어졌다.


단 한 순간, 그 즉시 일어난 수 차례의 교류, 표현하지 못할 발악, 사투, 자그마한 꼼수까지.


그렇게 1초도 지나지 않아,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사라의 몸은 저 멀리로 날아가버렸다.


“어어···?!”


몸 전체에 가해진 충격으로 인해, 그녀의 내장이 뒤틀리고 머리가 흔들려 의식이 깜빡거린다. 흐려지는 시야를 간신히 유지하다 본 것은, 완전히 찢겨서 떨어져나간 제 팔의 단면부.


본래 그녀와 하나였던 오른팔은 이제 너무 멀어진 버스터 키트의 꼭대기, 거기 박힌 은창에 걸린 채 힘없이 나풀대다 이내 미끄러져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그걸 마지막으로 눈 앞의 화상이 갑작스레 사라진다. 서서히 사그라드는 의식 속에서, 사라는 눈물흘리며 절망한다.


그들은··· 사라의 설득을 단칼에 거부해버렸다. 썩을 인간이 하는 호소 따위, 믿을 것이 못되는 것이다.


그 거부의 여파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반쯤 버스터 키트에 녹아들었던 브릭 박사에게도 강한 충격이 다다른 것이다.


말하자면 완전히 스위치가 날아가버렸다. 자아며 지능이며 할 것 없이 모조리 흙탕물이 된 브릭 박사의 정신과 육체는, 끝내 버스터 키트에 스며들어 완전히 일체화한 것이다.



***



저 멀리서 빨간머리가 갑자기 날아오더니만, 또 영문모를 충격파와 함께 도로 나가떨어진다.


이 놀라운 광경에는 수나도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마터면 제대로 맞붙기도 전에 일이 끝나버리는게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아무래도 기우였던 모양이다.


“본래는 용운 하나만 염두에 뒀었는데, 어지간히도 운이 좋은 놈들이었군···!!”


물론 그녀가 가진 이론 내에서는 사라가 버스터 키트에 접촉한다고 달라질 일은 하나도 없었다. 고작 창 하나에 뚫릴 정도로 버스터 키트는 나약한 무기체계가 아니다(사라와 은창 속 마귀 사이의 기막힌 타협에 대해 그녀가 어찌 상상이나 하겠는가).


그래도··· 진심으로 식겁했다.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반역자들은 역시 방심할 수 없는 놈들이다. 언제나 상상도 못하는 일들을 기어코 해내는 작자가 아닌가.


“떨어진 사라를 찾아내! 추적해서 필히 멸살해라!”


주위의 기적술사들에게 다급히 명령한다. 모두 곧장 명을 받들어 산개한다. 일분일초라도 지체해선 안된다. 무슨 짓거리를 할지 모르는 놈들이다. 조금의 여유라도 허용했다간 끝이다!



***



추락한 사라의 몸은 차가운 땅바닥에서 힘을 잃은 채 널브러져있었다.


그 사방이 창칼과 눈과 속닥임으로 가득 찬다. 여지껏 그들을 괴롭혀온 반란분자이자 종족의 역적, 빨간머리의 괴수가 끝내 움직임을 멈추고 쓰러져있다.


창이 곧장 달려들지 못하고 망설이는 것은, 역시 그녀가 두려워서다. 또 어떻게든 악을 써서 일어났다간 곧장 봉을 맞고 나가떨어질테니까.


하지만 여기서 물러섰다간 일이 더욱 두려워질 것임을 아는 병사들이 하나둘씩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쳐 쓰러진 짐승은 서둘러 숨통을 끊어주는게 서로에 대한 예의 아닌가.


그들은 날카로운 서슬을 갖다대고, 서서히 접근하다가, 조금씩 팔을 올렸다. 다섯자루의 창이 높이 올라가더니 곧 힘껏 내리찍혀 가라앉는다.


하지만 사라의 피부는 뚫리지 않았다.


그리고 병사의 감각이 느끼는 강렬한 위화감, 부자연스러운 가벼움. 동시에 하늘에서 철구가 떨어져 그들 한가운데로 비집고 들어갔다.


뒤따르는 용운의 팔이 사라의 주위를 휘젓는다. 새털만도 못하게 가벼워진 그들의 몸이 이리저리 흩날리며 서로를 밀치고 거리를 벌렸다.


“물러서라!!”


한때 그들을 통솔했던 자의 우렁찬 외침이 그 뒤를 이었고,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사라를 감싸는 위치에서 인간 군세를 적대하는 용운의 선명한 태도였다.


아까 전 호풍장군의 전언이 사실이었음을 눈으로 확인한 병사는 망연자실하게 중얼댄다.


“...정말 인간을 배신하신겁니까?”


“그렇게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길게 말로 설명해봤자 구차할 뿐더러, 전장은 일장연설을 허락할만큼 여유롭지 못한 곳이다. 다만 철구를 멘 사슬을 끌어당기며, 용운은 싸움의 의지를 굳게 다졌다.


“허나 나로서는, 인간이 이 이상 죄를 짓는 걸 두고보기 싫었다.”


그럴바엔 차라리 내가 죄를 지어버릴 심산이다. 그런건 이미 평생 도가 텄다.



***



브릭 박사와 일체화된 버스터 키트가 맹렬히 진동한다. 무한동력장치에서 뿜어져나오는 막대한 에너지가 이 거대병기의 구석구석을 가득 채운다. 더 많은 팔과 육편, 뼈와 가시가 솟아나온다.


그 괴상한 흉물들이 버스터 키트에 달린 무한궤도를 휘감았다. 이곳까지 도달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이제는 그의 진로에 방해만 될 뿐이다. 몇번의 손짓만에 무한궤도는 박살이 나서 산산히 분해되어버렸다.


그러나 거대구체가 얹혀있던 밑받침이 사라지고 나서도 구는 가라앉지 않았다. 동시에 전장의 눈들이 목격한 것은 땅으로부터 솟아오르는 거대한 손의 형상이다.


마치 환상처럼, 대지와 인간을 통과해 유유히 솟아오르는 손가락들. 그 다섯 가락과 이를 잇는 손바닥이 버스터 키트에 닿는다. 동시에 실체를 가진 손이 굳세게 구체의 무게를 지탱해준다.


또다른 손이 하나둘씩, 곧 십수개의 크고작은 손이 구체에 달라붙는다. 건네준 손은 사그라들고, 새로 떠받들 손이 지면에서 솟아난다.


그런 주고받기에 의해 구체는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제 구체를 구속하는 것은 없었다. 고장난 무한궤도며, 조종자의 미숙한 정신이며 낮은 시야는 더이상 방해가 되지 않는다.


버스터 키트의 힘이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구체의 정면에서 거대한 얼굴이 돋아난다. 시끄러운 괴성과 함께 도드라지는 용모는 필시 그 미친 박사의 것임이 분명했다.


버스터 키트에 완전히 녹아들어서 장치의 수족을 떠안게된 박사, 이제 돌가죽들의 운명은 브릭이라는 한 개인의 손에 달린 셈이다.


“여기 있는 모든 인간은···!! 내가 책임지고 지키겠다아악!!”


그리고 당연히도, 새롭게 강림한 신은 인간을 위협하는 짐승을 용서치 않는다.

버스터키트 폭주.png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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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Episode275_최초의 악수 +1 22.07.25 23 2 8쪽
275 Episode274_눈물과 위안으로 22.07.21 31 2 8쪽
274 Episode273_비상 +1 22.07.12 25 2 9쪽
273 Episode272_추락 +2 22.07.04 27 3 8쪽
272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2 22.06.27 30 2 7쪽
271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22.06.13 34 2 7쪽
270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22.06.04 26 2 7쪽
269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1 22.05.31 25 2 10쪽
268 Episode267_혜성 충돌(6) +2 22.05.18 39 2 8쪽
267 Episode266_혜성 충돌(5) +2 22.05.17 41 2 10쪽
266 Episode265_혜성 충돌(4) 22.05.15 33 2 8쪽
» Episode264_혜성 충돌(3) 22.05.10 74 2 8쪽
264 Episode263_혜성 충돌(2) 22.05.03 27 2 8쪽
263 Episode262_혜성 충돌(1) +4 22.04.22 43 3 8쪽
262 Episode261_고요한 역습 22.04.20 89 2 9쪽
261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2 22.04.18 59 2 8쪽
260 Episode259_미래로의 일발(3) +2 22.04.15 26 4 9쪽
259 Episode258_미래로의 일발(2) 22.04.08 41 5 7쪽
258 Episode257_미래로의 일발(1) +2 22.04.05 37 4 9쪽
257 Episode256_최후의 전쟁(5) 22.03.29 33 3 7쪽
256 Episode255_최후의 전쟁(4) +2 22.03.26 52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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