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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36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2.04.15 23:50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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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Episode259_미래로의 일발(3)

DUMMY

사라의 발 밑에 널브러진 쇳조각, 칼날, 갑옷들이 부르르 떨며 공중에 떠오른다. 기현상에 당황하기도 전에, 지면의 쇠붙이들이 모조리 치솟아 사방을 긁어댔다.


사라와 하온에게 쏟아지는 날카로운 칼날들, 튼튼한 사라의 몸이라도 버티지 못하고 갈라져 피를 쏟아낸다. 몇몇 쇳조각은 사루비의 뒤늦은 방어에도 불구하고 하온의 살을 찢고 힘줄을 끊었으며, 그들 뿐만이 아닌 그 주변의 모든 돌가죽에게도 쓰라린 상처들을 새겼다.


그렇게 한껏 흩뿌려진 피가 한데 모여들더니 파도처럼 공간을 누빈다. 곧 점토처럼 굳어지더니 하온에게 뻗어나가는 혈액덩어리.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질량은 그 자체로 위협적이었고, 수시로 형태를 변화시키며 여러갈래로 나눠져 그들을 노렸다.


"하온, 빨리 치료를!!"


사루비의 고함에도 불구하고 하온은 앞으로 손을 뻗었다. 아군 대신 다른 것에 치유의 기적을 사용한 것이다.


동시에 피의 광란이 주춤하더니, 서서히 흩어지며 사방으로 나뉘어진다. 치유의 기적으로 복원되기 시작한 피는 본래 주인의 몸으로 되돌아갔고, 즉시 상처까지 고쳐서 나올 구멍을 메꿔놓았다.


동시에 주위에서 달려드는 적들을 사라가 하나둘씩 쳐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몰아치는 공격들은 평범한 잡졸이 낼만한 힘이 아니었다. 기적에 의해 강화된 그들의 완력에는 사라도 조금씩 힘이 부치기 시작했다.


그 틈을 노려, 땅에서 손의 형상을 빌어 솟아난 바위덩어리가 그녀를 향해 기울어졌다. 그 크기도 무게도 평범한 기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압도적이다.


단숨에 사라와 자리를 바꾼 하온이, 바위손을 자신의 맨손으로 쳐내며 파괴의 기적을 발현했다.

Scan_0009.jpg

하온의 정신력이 가득 스며들어 폭발한 파편들이 우수수 전방을 향해 쏟아졌다. 쪼개진 바위 하나하나가 넓은 범위로 흩어지며 지면과 적을 강타하며 먼지기둥을 일으킨다. 마치 작은 대포 수십개를 묶어 한번에 쏴날린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철갑옷마저 움푹 들어가며 주인의 내장에 고통을 전달한다.


적들의 진형에 큰 구멍이 뚤렸고, 그걸 놓치지 않고 치고 나가는 사라.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적의 기적술사가 내뿜은 음파가 닿자마자 그들의 상처와 통증이 금세 사라지며 원 상태로 돌아왔다.


"뭐, 뭐야?!"


당황해서 그 기적의 발원지를 찾았지만, 음파가 나오는 곳은 저 멀찍이 있는 거대구체의 근처다.


이 멀리까지 음파가 닿는다는 것은, 사실상 이 전장에 있는 나라님의 군세 전원에게 한꺼번에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단 한명이 내뿜은 기적이라기엔 말도 안되게 거대한 규모다.


"저것만이 아냐, 지금 여기있는 기적술사 모두가 말도안되게 힘이 강해졌어!"


하온은 사라의 마음을 읽고 그녀의 질문에 미리 답한다. 적들의 비상식적인 능력에는 하온도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이에 사라는 새로운 의문을 품은 채 하온에게 묻는다.


"그럼 너도?!"


"...나 빼고."


이를 악물고 답하는 하온, 허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기현상의 이유도 대충 유추가 가능했다. 저들의 아군만 인위적으로 힘을 증가시킬 수단이라면 짐작가는건 하나밖에 없다.


저기 저 새카맣고 거대한 구체, 버스터 키트다.



***



한편, 버스터 키트를 조종하는 브릭 박사는 여러모로 고역을 치르고 있다.


이유란 다름이 아니라, 뒤로 물렸던 병사들에게 괜한 돌격을 명령한 수나의 변덕 탓이다.


아까 전까지는 눈 앞에 돌가죽밖에 없었기에 마음껏 날뛰는게 가능했지만, 이젠 그 사이사이로 죽이면 안되는 장애물들이 끼어든 것이다. 마구 난동을 부려도 모자랄 판에 이게 무슨 행패신지, 박사는 속으로 수나에게 귀여운 저주를 퍼붓는다.


브릭에게 있어 이대로 졸병들과 기적술사한테 이 전투를 전부 맡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허나 촉수를 이용한 공격은 이제 훨씬 까다롭고 세심한 조준을 요구했다. 어차피 공포심은 충분히 수급했기에, 실수로 아군을 해쳤다간 사기만 떨어진다.


조심스레 적이 모인 구간에만 버스터 키트의 팔로 콕콕 찔러대며, 박사는 자꾸만 몰아치는 짜증에 이를 악물었다.


그의 몸에 연결된 부품과 전선이 점점 더 깊이 파고든다.



***



허나 실제로는, 버스터 키트에게 더 이상의 도움은 필요 없을 정도로 그들은 압도적이었다.


기적술사의 기적은 하나하나가 전례없을 정도로 강력했고, 그 호위를 받고있는 나라님의 군세 역시 전에 없던 자신감과 용기를 업어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나갔다.


암만 베고 찔러도 어지간해서는 쓰러지지 않는, 이제 통증마저 봉인된 그들의 모습은 이제 돌가죽들에게 도리어 공포였다.


사라는 그 공포 사이를 헤엄쳐 나아갔다. 쏟아지는 기적의 파도와 맹수들의 이빨에 맞서, 그녀가 가진 것은 등 뒤를 지키는 하온의 존재와 손에 든 창 한 자루 뿐이다.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발을 내딛던 와중, 그들이 디딘 땅 전체가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반구형으로 쪼개진 지면이 뒤집히며 그들을 구덩이 아래로 털어넣었다.


지면의 위아래가 완전히 뒤집히자, 마치 밥그릇에 뚜껑이 닫히듯이 반구형 바위에 의해 출구가 봉쇄된다. 반역자 셋은 물론이고, 그 주위에 있던 다른 돌가죽들까지 몽땅 가두기에 충분한 크기의 덫이였다.


그들을 가둔 뚜껑 형태의 바위가 서서히 빛나더니, 용암으로 녹아들며 밑으로 쏟아진다. 동시에 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다급한 사라의 함성이 들려온다.


"섬광파!!!"


이제껏 모아뒀던 충격들이 창을 중심으로 전방위로 뻗어나가고, 쏟아지던 용암도 그 기세를 못이긴 채 몽땅 흩어져 하늘로 솟구쳤다.


하지만 사방에 튀겨진 용암은 아군을 향한 순간 차갑게 식어, 병사들 위로 떨어지는 것은 자그마한 화산암 무더기 뿐이었다.


다시 뚫린 출구 밖으로 사라가 허겁지겁 기어나왔다. 그렇게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직후였으나, 갑자기 나타난 인간들 여럿이 죽기살기로 덤벼오더니 그녀를 꽉 붙든 채 놓아주질 않았다.


"망할, 꺼져···!!"


사라가 다급히 밀쳐내고자 팔을 움직이려 한 순간, 느껴지는 위화감에 심장이 철렁한다.


움직이지 않았다. 부드럽던 석고가 굳어지듯 이 병사들의 몸도 단단히 굳어있다. 그녀를 구속한 채 기적의 힘에 의해 바위로 고정된 것이다.


그 잠깐의 당황과 제한이 전투에서 부르는 것은 죽음 뿐, 즉시 이를 포착한 다른 기적술사가 소매에서 자그마한 송곳을 하나 꺼낸다.


그의 손에서 뻗어나오는 결정이 송곳을 타고 자라더니, 점점 더 길고 날카롭게 뭉치며 창의 형상으로 변했다. 거대한 고드름처럼 살벌하게 변한 송곳이 공중에 떠오르더니, 보라빛 불꽃에 휩싸이며 사라를 향해 날아갔다.


이 모든 것을 두 눈 뜨고 똑똑히 보고도 사라는 피할 수 없었다. 패닉에 빠져 몸을 뒤틀고자 애쓰던 와중, 옆에서 돌가죽 하나의 퉁명스런 고함이 그녀의 고막을 두들긴다.


"이 악물어라ㅡ!!!!"


그 짤막한 경고 직후, 아주아주 크고 무겁고 육중한 망치가 그녀에게 날아든다.


굳어진 적들과 사라를 통째로 타격한 그 일격에 의해, 석상은 산산조각이 나 부서지고 사라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멀찍이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갈 곳을 잃은 공격이 향한 대상은, 망치를 휘둘렀던 그 돌가죽이었다.


결정을 두른 송곳이 망설임없이 돌가죽의 등과 복부를 관통했고, 착탄 동시에 사방으로 결정을 확산시키며 고슴도치마냥 수십개의 가시를 세웠다.


사라를 구한 돌가죽은 온 몸이 꿰뚫려서 즉사, 거기 박힌 결정창은 새로 뻗은 가시들을 사방으로 쏘아올려 주위의 돌가죽까지 마찬가지로 길동무 삼았다. 결정에 옮겨붙었던 보라색 불꽃이 가시를 타고 흐르며 그들이 있는 대지를 불태웠다.


샛노랗던 눈 앞이 시야를 되찾자 마자, 사라가 본 것은 또다른 돌가죽의 얼굴이었다. 자신을 대신해 가시를 등에 꽂은 가련한 돌가죽.


거기에 맘놓고 당황할 틈새도 없었다. 저 멀리서 다른 돌가죽들이 하온을 등에 업고 그녀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여기다, 전부 모여라!!"


"방어벽을 형성해라! 몸을 써서라도 막아라, 두령님의 명령이다!!"


사라를 중심으로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이 진풍경에 그녀는 뭐라 말도 못한 채 상황을 받아들이는데만 급급할 뿐이다.


"어··· 어어···?"


설마하니, 이게 진담일줄은 몰랐는데.


"목숨을 걸고, 사라와 하온을 지키는거다!!!"


지금 혁명군이, 인간에 대한 증오로 뭉친 자들이, 인간을 지키려 싸우고 있었다.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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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Episode275_최초의 악수 +1 22.07.25 23 2 8쪽
275 Episode274_눈물과 위안으로 22.07.21 31 2 8쪽
274 Episode273_비상 +1 22.07.12 25 2 9쪽
273 Episode272_추락 +2 22.07.04 27 3 8쪽
272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2 22.06.27 31 2 7쪽
271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22.06.13 35 2 7쪽
270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22.06.04 27 2 7쪽
269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1 22.05.31 25 2 10쪽
268 Episode267_혜성 충돌(6) +2 22.05.18 39 2 8쪽
267 Episode266_혜성 충돌(5) +2 22.05.17 41 2 10쪽
266 Episode265_혜성 충돌(4) 22.05.15 33 2 8쪽
265 Episode264_혜성 충돌(3) 22.05.10 74 2 8쪽
264 Episode263_혜성 충돌(2) 22.05.03 28 2 8쪽
263 Episode262_혜성 충돌(1) +4 22.04.22 43 3 8쪽
262 Episode261_고요한 역습 22.04.20 91 2 9쪽
261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2 22.04.18 61 2 8쪽
» Episode259_미래로의 일발(3) +2 22.04.15 27 4 9쪽
259 Episode258_미래로의 일발(2) 22.04.08 43 5 7쪽
258 Episode257_미래로의 일발(1) +2 22.04.05 38 4 9쪽
257 Episode256_최후의 전쟁(5) 22.03.29 34 3 7쪽
256 Episode255_최후의 전쟁(4) +2 22.03.26 52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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