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37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2.05.31 02:46
조회
25
추천
2
글자
10쪽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DUMMY

지금 하온에게 연결된 힘은 버스터 키트가 내뿜는 총 출력의 절반.


적들 전체에게 분배된 것과 동일한 양의 힘이 하온 단 한 명에게 집중되어, 그의 모든 기적과 능력을 까마득한 경지로 증폭시키고 있다.


그 직후 퍼져나간 그 충격파, 어떤 바보라도 전장에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는 것쯤은 쉽게 알아차릴 것이다.


아군 적군 할 것 없이, 오로지 적을 살상하는 무기만이 파괴되어 바스라졌다. 어떻게 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누가 이딴 짓거리를 했는지는 쉽게 유추가 가능하다.


“하온! 그 놈을 찾아, 어서!!”


수나는 다급하게 지휘검을 이리저리 휘둘러댔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비상사태에, 병사들의 패닉을 감당하는 것만도 벅찼다.


“모든 기적술사는 전방으로 나서라! 그리고 병사들은 방어진형으로 전환, 결코 앞으로 나서선 안된다!!”


맨손으론 돌가죽에게 이길 수 없다, 지금 그 누구의 손에도 날붙이나 둔기가 쥐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인간이 자신보다 큰 짐승에 대한 저항력을 상실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하온의 힘에 휩쓸린 버스터 키트의 거체 역시 꼴이 말이 아니었다. 구의 표면에는 거대한 금이 새겨지고, 적들을 짓이기던 촉수도 터지듯이 부서져내렸다.


너무 급격한 변화로 인해 전쟁터는 한참이 마비된 상태다.


영문도 모른 채 빈손이 되어버린 병사들의 허탈감과 혼란만 남아, 모두의 눈이 그 원인을 찾아헤맸다.


그 시선의 중심에 있는 하온의 잔상이 수백개의 동공에 비친다.


하온의 동공에도 비추는 그들의 실루엣을 헤치고, 십수명의 기적술사들이 들이닥치며 그를 향해 손을 뻗는다.


동시에 맹렬한 공격이 하온의 위치로 쏟아진다. 그가 서있는 지면이 넝마짝이 될 정도로 살벌한 폭격이었으나, 그 중 하온의 옷깃에 스친 공격은 단 하나도 없었다.


하온의 몸은 이미 하늘 높이 떠올라 있었다. 자신이 딛은 지면 밑을 스스로 파괴시켜, 그 폭발력에 의해 하늘 위로 튀어오른 바위 위로 올라탄 것이다.


이제 그의 모습을 비추는 동공의 수는 수만개로 변했다. 이제 모두가 이 전장을 변화시킨 주범이 누구인지 똑똑히 눈에 새겼고, 하온은 그들을 내려다보며 매섭게 이를 악물었다.


지금 이 전장 전체를 휩쓴 파괴의 기적은 오로지 하온의 강렬한 의지 하나를 원천으로 한다. 무수한 죽음에 지친 청년의 어리광이다.


“양 측의 군세를 조종하는 지휘관은 들어라!!”


그 정신이 바짝 날을 세워 모두를 찌를듯이 날카롭다. 하온의 언어가 늘어놓는 단어들이 곧 말도 안되는 문장으로 나열되어 인간이며 돌가죽의 귀에 쩌렁쩌렁 울렸다.


“지금 당장 이 싸움을 멈춰,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서로의 평화도 없어!!!”


이번 엄포는 부탁이 아닌 협박이다. 전쟁을 멈추라는 그 문장은 하온이 처음 이 전쟁터로 달려올 때의 연약한 투정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두번째로 내뱉어진 그의 말이 가지는 영향력은 이전과는 천지차이였다. 지금 그에게는 그만한 힘과 자격이 쥐어졌다. 자칫하다간 정말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그것을 이루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나 불안감이 엄습한다.


한편, 그의 엄포를 들은 인간 측의 지휘관, 수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중얼댄다.


“내가 멈추란다고 멈춰지는 세상이었으면 좋을텐데 말이지.”


마크 역시 하온에게 온전히 동조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금 당장에 하온의 이상이나 비폭력주의가 그의 마음에 들어찰 틈새는 없었고, 다만 그의 머리를 채우는 것은 눈 앞의 적들 뿐이었다.


이대로 하온이 도와준다면, 돌가죽이 저들을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염치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만일 그가 끝까지 손을 거두지 않는다면 어쩌면···!


기적술사도 같은 생각을 했다. 하온을 이대로 두면 돌가죽에게 승리가 넘어간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혈기만 넘치는 젊은이에게 힘이 쥐어지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세상에 없었다.


하늘에 떠오른 하온은 올라탄 바위를 정지의 기적으로 멈춰 그대로 체공했다. 따라서 지금 그의 맨몸이 무수한 적들의 시야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었다.


그 즉시 수십, 수백갈래의 주술이며 공격, 기적이 하온을 향해 발사된다. 지상을 빼곡히 메우는 거대한 파괴의 열기가 모여들어 오직 단 한 명을 노린다.


그러나 하온은 눈 하나 깜짝을 안했다. 다만 몸을 수그려서 바위에 손을 댄다.


그렇게 흘려보낸 치유의 기적으로 갑작스레 적들이 딛었던 지형 전체가 요동친다.


본디 하온의 바위가 박혀있던 대지가 본래의 형상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하온의 의지가 그리 원하였기에, 바위는 지면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 대신 근처의 지반 전체가 바위를 따라 빠르게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하나로 뭉치려는 인력은 하여금 무수히 많고 거대한 돌덩이를 끌어들였다.


하늘을 가득 메운 암석의 행렬, 지반이 다 뒤집어진 탓에 인간의 진형은 완전히 개박살이 났다. 허둥지둥 몸을 일으키려다 하늘을 보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는 거대한 바위들이 마치 하늘 위의 섬처럼 그 위용을 뽐낸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웅대하고 두려운 광경이다. 그런 대단한 힘을 끌어내놓고서도, 일체의 피로나 흐트러짐도 찾을 수 없는 하온의 모습은 더욱 두려웠다.


하온의 근처를 감싸듯 모여든 그 바위가 마치 방패와 같이 적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굉음과 함께 먼지와 불꽃이 피어났지만, 이 요란한 법석은 무의미한 파괴만을 일으켰을 뿐.


도리어 그들이 부순 바위 파편이 밑으로 쏟아져내리면서, 기적술사는 방어진을 펼치느라 힘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들을 강하게 짓누르는 건 바위 뿐만이 아니다. 정신이 팔려 문득 앞을 보면, 거기선 흉악한 몸집의 돌가죽들이 기세등등하게 돌격해와 그들의 동료들을 맨손으로 때려패는게 아닌가.


지금, 모든 병기가 사라진 시점에서 인간이 돌가죽에게 맞설 무기는 기적밖에 없다. 그러나 하온의 존재로 인해 기적술사는 맘놓고 돌가죽과 싸워볼 수도 없다.


곧 브릭 박사 역시 동족의 위기를 감지했다. 버스터 키트에 녹아든 상태에서도 인류를 향한 그의 애정은 날카로움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파괴의 기적을 단 한번 방출한 것으로 버스터 키트의 촉수가 터져버렸고, 그가 정성을 담아 조립한 기계 외피와 부품에 금이 가버렸다.


하온은 위험하다. 이대로 두어선 안된다. 특히나, 그 힘의 원천이 자신이 설계해 자신이 조종하는 버스터 키트라는 점이 브릭 박사의 책임감을 자극했다.


곧 버스터 키트가 다시 공중에 떠오른다. 그 체구를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빠른 회복이었다.


지면에서 다시 수십개의 팔이 올라와 무게를 지탱하고, 구체가 앞으로 밀쳐지며 하온을 향했다. 곧 그 옆구리에서 다시금 울컥울컥 기이한 형체가 솟아오른다.


가시며 혈관, 지네의 다리나 뿔, 눈알, 잇몸과 같은 온갖 괴상한 것이 부풀어오르다, 하나로 엮여 뭉치며 거대한 팔의 형상을 만든다. 그 회복 역시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버스터 키트의 부활을 알아챈 하온이 팔을 뻗으려 하자, 놀란 기적술사들이 다시금 일제사격을 퍼붓는다. 버스터 키트는 그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하온이 또다시 손을 대게 만들 수는 없다.


설령 죽이진 못하더래도 불구를 만들어야 한다. 설령 그조차 못한다면, 최소한 집중할 수 없도록 주의라도 돌려야 했다. 모두의 간절한 마음이 탄환으로 변해 모조리 하온에게 쏟아진다.


그러나 이런 살벌한 공격이 자신을 향하는데도 그는 고개 한번 돌리지 않는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여전히 버스터 키트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아무런 이변도 없었다. 적들의 공격은 하온의 몸체에 정통으로 명중했으며, 어마어마한 연쇄폭발과 화학작용, 불과 얼음의 화려한 춤사위나 빛들의 비명이 작열하는 태양처럼 눈부셨다.


태양과도 같은 그 진노는 한참을 이어갔다. 모두가 뒷생각 안하고


그 빛이 사그라들었을 때도, 하온은 여전히 버스터 키트를 바라보았다.


그의 몸 역시 여전히 멀쩡했다. 아무런 이변도 없다.


기적술사의 뇌리에 불길한 생각이 엄습했다. 이는 무엇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추론이기도 했다. 그 점이 가장 불길한 것이다.


하온이 가진 보호의 기적, 스스로의 몸을 완전한 무적으로 만들어 방어하는 그 능력이 버스터 키트의 힘을 만났다.


“보호의 기적이 상시 적용되는건가···?!”


티 없이 말짱한 몸도, 여지껏 보인 하온의 유난스런 여유도 모두 그 탓이다. 그렇다면, 그들로서는, 어떻게 생각해도 빈틈이 없지 않은가?


뒤이어 버스터 키트의 거대한 촉수가 하온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왔다. 브릭 박사가 한계까지 힘을 끌어모아 뻗은 일격이다.


그 질량이며, 속도며, 모든 방면에서 이 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도 남을 어마어마한 위력이다. 설령 하온의 몸이 버틴들, 그의 뒤에 서있는 돌가죽들은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다면 전쟁은 이긴 셈이다. 그렇게 회심의 미소를 지은 브릭의 표정이, 다음 순간 사정없이 일그러진다.


이번에도 하온은 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손을 뻗어 내뿜은 힘은 파괴의 기적도 아니었다.


어차피 파괴시켜도 곧바로 재생된다는, 버스터 키트의 골치아픈 특성을 피하려면 이 편이 제일 나을 것이다.


하온은 정지의 기적을 써서, 촉수가 날아오던 그대로 공중에 고정시켰다.


아까 전까지 그토록 위압적이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버스터 키트의 팔은 우뚝 멈춰서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작가의말

기껏 군대를 나왔더니 뜬금없이 일할 곳이 생겨서, 핑계가 생겼다는 이유로 간이 부었나봅니다.


일주일간 아무 말도 없이 업로드가 없었던 것에 깊은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또 이런 것을 핑계삼지는 않으려 합니다. 군대에 있을 적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게 많은 여유와 기회가 그동안 있었으니까요.

온전히 저의 책임으로 안고가면서, 앞으로는 최선을 다해 연재해나가겠습니다.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늘을 등지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최근 계속 업데이트가 없었던 이유 +2 22.09.26 88 0 -
공지 이번주 뒤늦은 휴재공지... +2 22.04.28 34 0 -
공지 닉변했습니다 +1 22.03.17 90 0 -
공지 비록 군대여도 삽화는 넣습니다 +2 21.06.10 258 0 -
공지 <<더욱 중요>> 돌아왔읍니다... +2 21.01.31 245 0 -
공지 <<중요>> 피치못할 사정으로 연재주기를 변경합니다. +3 20.12.02 208 0 -
공지 변경된 표지 및 하늘을 등지고 아트 갤러리 +6 20.05.21 421 0 -
공지 삽화를 추가하기 시작했습니다. +6 20.01.19 693 0 -
277 Episode276_시대는 변한다 +3 22.08.09 48 2 9쪽
276 Episode275_최초의 악수 +1 22.07.25 23 2 8쪽
275 Episode274_눈물과 위안으로 22.07.21 31 2 8쪽
274 Episode273_비상 +1 22.07.12 25 2 9쪽
273 Episode272_추락 +2 22.07.04 27 3 8쪽
272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2 22.06.27 31 2 7쪽
271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22.06.13 35 2 7쪽
270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22.06.04 27 2 7쪽
»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1 22.05.31 26 2 10쪽
268 Episode267_혜성 충돌(6) +2 22.05.18 39 2 8쪽
267 Episode266_혜성 충돌(5) +2 22.05.17 41 2 10쪽
266 Episode265_혜성 충돌(4) 22.05.15 33 2 8쪽
265 Episode264_혜성 충돌(3) 22.05.10 74 2 8쪽
264 Episode263_혜성 충돌(2) 22.05.03 28 2 8쪽
263 Episode262_혜성 충돌(1) +4 22.04.22 43 3 8쪽
262 Episode261_고요한 역습 22.04.20 91 2 9쪽
261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2 22.04.18 61 2 8쪽
260 Episode259_미래로의 일발(3) +2 22.04.15 27 4 9쪽
259 Episode258_미래로의 일발(2) 22.04.08 43 5 7쪽
258 Episode257_미래로의 일발(1) +2 22.04.05 38 4 9쪽
257 Episode256_최후의 전쟁(5) 22.03.29 34 3 7쪽
256 Episode255_최후의 전쟁(4) +2 22.03.26 52 3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