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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441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2.05.1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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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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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Episode266_혜성 충돌(5)

DUMMY

선두를 달리던 사루비는 문득, 그들의 등을 밀어주던 시선이 하나하나 스러져감을 느꼈다.


사루비가 앞을 향해 나아갈수록, 그들의 앞길을 열어주던 돌가죽들의 수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누구는 적의 기적에 격추되었고, 다른 돌가죽은 날아든 창을 대신 맞은 채 땅에 굴렀다. 폭발에 휩쓸리고, 적의 속박에 이끌렸다.


갑주처럼 두르고 있던 혁명군의 동료가 하나둘씩 나가떨어진다. 그러나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사루비는 눈앞만 봐도 벅차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고난이 그의 몸을 두들긴다. 장대비에 맞는 모래성처럼, 스쳐 지나가는 하나하나가 그의 육신을 흐트러트리고 형체를 뜯어놓았다.


하온의 치유가 끊긴 힘줄을 이어 붙이고 뭉개진 근육을 복구시킨다. 그러면 금세 또 그것을 혹사해 앞으로 나아가도록 펌프질한다.


또 하나의 돌가죽이 바닥에 쓰러진다. 이제 남은 것은 하온과 사루비 뿐이다.


저 앞으로 보이는 심상치 않은 전투와, 매섭게 움직이는 용운의 사슬과 무게추.


남은 거리는 아주 조금, 그러나 그 앞을 가득 메운 것은 시퍼런 눈을 뜨고 있는 나라님의 군세, 그들의 날을 세운 무기였다.


다른 돌가죽들은 전부 나가떨어졌다. 갑주는 사라졌고 이제 빈약한 맨몸만으로 적들의 파도에 부딪히게 된다.


그 사실만을 지각할 뿐, 사루비는 다른 무엇도 생각하지 않았다. 변함없이 발을 내디뎌, 앞을 향해 돌진했다.



***




사라를 지키기 위한 용운의 싸움은 그야말로 끝이 없었다. 집채만 한 규모의 공격이 수십번은 오간 듯하다. 사방에서 그의 숨통을 노리고 달려드는 들개떼 앞에서 횃불을 휘두르듯, 사슬을 쥐고 휘두르는 애잔한 모습.


그런 용운의 몸은 이미 많은 부상에 의해 너덜너덜해졌다. 몸 구석구석이 지끈거리고, 사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여전히 꿋꿋하게 싸우는 것이다.


도무지 지칠 줄 모르는 그의 투쟁에 한 번쯤 박수를 쳐줄 만도 하건만, 적들은 그리하지 않았다. 되려 코웃음 치는 기적술사 하나가 그에게 조소를 하나 던졌다.


“용운, 네가 아직 살아있는 것은 네가 잘 싸워서라 생각하겠지?”


사실 용운은, 그가 농담을 던지건 조롱하건 그걸 알아들을 정신조차 없었다. 다만 언제 어디서 다가올지 모르는 적의 공격을 찾아 시퍼렇게 뜬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을 뿐.


한때 가장 높은 존재 중 하나였던 전 대장군의 그런 모습에 희열을 느꼈는지, 그 기적술사는 코웃음과 함께 손을 휘둘러 가늘고 억센 철사를 내뿜었다.


용운은 무게추를 잡고 휘둘러 자신을 속박하려 날아든 철사를 쳐냈다. 아주 잠깐만 동작이 굼떴다면 금세 덩굴처럼 그의 몸을 휘감았을 터다.


이어서 날아드는 적의 분신이 세 개, 그 인간의 형체가 팔을 뻗어 손날을 만들더니, 그를 포위한 채 동시에 내리친다.


다급히 하늘 위로 도주한 용운, 그를 빗겨간 손날은 지면에 충돌함과 동시에 그 위로 거대한 균열을 남긴다. 동시에 다른 기적술사의 힘으로 대지는 입체 퍼즐처럼 쪼개져, 공중으로 떠올라 용운의 주위를 포위한다.


흩어진 분신들이 이번엔 그 바위를 손날로 깎아낸다. 이에 의해 갈려 나간 바위의 파편들은 무서운 속도로 용운과 사라를 향해 돌진했고, 용운이 다급히 하늘로 뛰어오르지 않았다면 분명 곤죽이 되었을 것이다.


함께 치솟는 바위를 밟아 몇 번을 더 도약한다. 그 뒤로 숨어서 파편과 공격을 피하고는, 또다시 도약해 이번엔 마지막 도움닫기를 준비했다.


용운은 이를 겨우 얻은 기회라 생각했다. 이제껏 도망칠 기회를 잡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통에, 도리어 발판을 마련해준 셈이니 오히려 고맙다. 아예 하늘 위로 날아 그들의 추적을 피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하늘에 뛰어오르기 직전의 순간, 용운은 위협을 깨닫고는 식겁하여 다시 지면에 내리 앉았다.


용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며 바라본 하늘에는 여러 줄과 도형과 각종 형체가 둥둥 떠 있다.


그건 누가 보더래도 용운을 옭아매기 위한 함정이었다. 여태껏 그가 쳐낸 철사, 불꽃, 전류와 각종 빛깔이,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은 채 빛으로 짜인 거미줄에 걸려있었다.


공중에 떠 있던 바위는 손날에 의해 깎이고 변형되면서 점점 매끄럽고 날카로워졌다. 이제는 마치 도끼처럼 그에게 모서리를 들이밀고 있다.


다른 기적술사가 자기암시를 걸자, 바위의 표면이 번쩍이며 거울처럼 주위를 반사한다. 설령 그가 아무리 강한 일격을 날려도 부서지지 않도록, 강도와 경도 모두를 강화하는 기적이다.


그 바위를 얽어매는 거미줄이 또 철사로 엮여 촘촘한 망이 짜인다. 예쁜 보석을 꿰는 백색 줄처럼, 용운 하나만을 겨냥한 교수대와 올가미 줄이 한꺼번에 형태를 갖춘다.


불이며 전류며 각종 기류가 뒤섞여 혼합된 에너지가 바위 위로 덧씌워진다. 그 화려한 빛이 새파래진 용운의 얼굴을 비춘다.


거울에 비친 상은 서로 여러 번 반사되어, 자신과 적들의 얼굴 수십 개가 용운을 둘러싸고 있다.


실에 촘촘히 묶여, 일체의 퇴로조차 없도록 설계된 이 진형을 뚫고나갈 방도가 없다. 다른 누군가가 떼를 지어 도와주러 오더라도 이젠 용운을 구해줄 수 없다. 단 0.1 퍼센트의 확률조차도 허용하지 않고자 정성껏 만들어낸 파리지옥이다.


단 한 명의 힘으로는 결코 이겨낼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용운은 외톨이 반역자일뿐더러 이젠 쥐덫에 걸린 쥐 신세에 불과했다. 희망이고 뭐고 간에, 없는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제야 용운은 방금 적이 내뱉은 조소를 이해하고는 이를 악문 채 중얼거렸다.


“결국 네 의도대로란 거냐···?”


용운이 강적이라는 사실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섣불리 숨통을 끊으려 했다가 빈틈을 보이면 금세 도망쳐 일을 복잡하게 만들 작자다.


그래서 그의 도주를 막는 데만 주력한 채, 물밑에서는 확실히 숨통을 끊어낼 비장의 한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혹시 모를 가능성까지 뿌리뽑기 위한 이 안전책은 세 명의 기적을 엮고, 네 명의 기적으로 강화한 뒤, 두 명의 기적으로 조합되어 한 명의 기적에 의해 움직인다.


완벽하게 배합된 그들의 정신은 하나의 거대한 기적으로 작동하여, 톱니바퀴의 움직임이 완전히 새로운 움직임을 낳듯이 한 차원을 넘어선 형태의 기적으로 변모하였다.


전장 어디서 보더라도 눈에 띄는 진형의 거대함과 화려함, 그리고 두 명의 손짓에 의해 거미줄이 서서히 움직인다. 바위가 진동하며 점점 거리를 좁혀오다, 점차 속도가 붙으며 용운에게 돌진해온다.


용운은 사라를 제 품에 껴안아, 최소한 자기 몸으로라도 가려보려 했다. 물론 이 진형 안에서 용운의 몸은 조금의 방어 효과도 없을 터다.


다만 용운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을 뿐이다.


마치 도끼같이 보이는 바위들이 있는 힘껏 그의 목을 노려 날아든다. 마치 단두대처럼, 수십 가지 곳에서 비추는 빛깔들을 번쩍 반사하면서.


용운이 죽음을 1초 앞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어마어마한 질량, 에너지, 위력, 기적의 힘이 들이닥치는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주위를 둘러본 용운도 이 영문 모를 상황에 당황한다. 이제 한 뼘씩만 더 다가왔다면 용운의 숨통을 끊었을 그 무수한 기적과 바위들이 용운 앞에서 우뚝 멈춰 서 있었다.


용운도, 적도 모두 알고 있다. 이런 짓을 할만한 놈은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온의 정지의 기적!!”


“하지만 그럴 리가 있나···?!!”


모두가 당혹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돌린다. 저편에서 달려오는 돌가죽과 그 등 위에 올라탄 한 청년, 분명 사루비와 하온이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그럴 수는 없다. 어떻게?


“진형 재배치, 하온이다!!”


“있는 대로 퍼부어!!”


충격을 추스를 새도 없이 기적술사들이 그 손을 뻗어 하온을 향해 매서운 공격을 퍼붓는다. 이를 포착한 하온이 외쳤다.


“사루비, 멈춰!”


그의 말에 따라 사루비가 즉시 지면에 발을 마찰시켰다. 하온은 그 관성에 몸을 맡기고 혼자 앞으로 뛰쳐나가, 적들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어마어마한 파편이 튀고, 흙먼지, 폭발, 크레이터가 여기저기 퍼져나간다. 그러나 이 파괴의 격류를 뚫고 모습을 드러낸 하온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막아라ㅡ!!!”


생각해보면 그렇게 다급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모든 적들이 하온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사색이 되어 달려들었다. 지금 하온이 와봤자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진형은 이미 발동되었고, 하온 혼자의 힘으로 사라를 구한다는 건 흰 코끼리 앞에서 대드는 흰개미만도 못한 행위다.


그럼에도 가만둘 수 없었다. 뭔가를 저지를 것만 같은 불안한 기류가 하온의 저 섬짓한 태도에 서려 있다.


날아드는 기적과 공격을 모조리 다 쳐내고, 연기를 뚫고 하온은 계속 달렸다. 그리고 적이 짜놓은 거창하고 화려한 진형에 도달했을 때, 하온은 팔을 쭉 뻗고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매끈한 바위에 손을 얹었다.


하온의 손가락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손바닥과 닿은 순간, 상과 상이 맞닿은 순간, 파괴의 기적이 발동한다.


거울의 표면이 깨지며, 하나 비추던 하온의 얼굴이 수십 개의 파편으로 나누어지며, 균열은 바위 전체로 퍼져나간다.


완벽했던 진형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렸다. 사방으로 휘날리는 빛나는 거울 결정이 시끄럽게 번쩍이며 하온의 앞을 밝혔다.


“그럴 리가!!?”


이에 모든 적이 경악하고야 만다. 그럴 리가 없다!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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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Episode274_눈물과 위안으로 22.07.21 32 2 8쪽
274 Episode273_비상 +1 22.07.12 26 2 9쪽
273 Episode272_추락 +2 22.07.04 28 3 8쪽
272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2 22.06.27 32 2 7쪽
271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22.06.13 37 2 7쪽
270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22.06.04 27 2 7쪽
269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1 22.05.31 26 2 10쪽
268 Episode267_혜성 충돌(6) +2 22.05.18 41 2 8쪽
» Episode266_혜성 충돌(5) +2 22.05.17 42 2 10쪽
266 Episode265_혜성 충돌(4) 22.05.15 35 2 8쪽
265 Episode264_혜성 충돌(3) 22.05.10 75 2 8쪽
264 Episode263_혜성 충돌(2) 22.05.03 28 2 8쪽
263 Episode262_혜성 충돌(1) +4 22.04.22 44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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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2 22.04.18 6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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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Episode256_최후의 전쟁(5) 22.03.29 34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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