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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45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2.05.15 02:22
조회
33
추천
2
글자
8쪽

Episode265_혜성 충돌(4)

DUMMY

사라의 추락이 미처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오기도 전에, 가장 먼저 실패를 알아차린 것은 다름아닌 마음이 이어진 하온이었다.


충격파의 잔향과 함께 뒤섞인 사라의 비명, 그녀의 온 몸을 감전시킨 고통이 하온의 뇌로 파고든다.


그들의 경고가 전해진다. 사라의 설득이 거부당했다. 무한동력장치라는 껍데기에 숨어든 마귀들, 원한을 잊지 않으려는 자들의 분노가 공포의 형태로 하온의 심장까지 침입한다.


섬뜩한 미래의 잔상에 강한 두통을 호소하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전쟁터에서 이러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지만, 지금 이 순간은 터져나오는 폭발음에 눈길을 빼앗겨 모두가 하온에 대해선 안중에도 없었다.


그리고 사라의 추락을 목격한 건 적들 뿐이 아니다. 사루비 역시 그녀의 붉은 머리칼과 새빨간 혈액이 함께 튕겨나간 것을 보았다.


“하온! 사라가 위험하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하온 역시 그 사실을 아주 깊이 직감하고 있었다. 그의 뇌를 쿡쿡 쑤시던 통증이 사라의 기절과 함께 모두 사그라든 탓이다. 저 외딴 곳 한복판에서 홀로 나가떨어진 사라의 몸뚱이는 무방비였다.


고함과 함께, 사루비는 전쟁의 물결을 헤쳐나가 하온의 앞까지 달려들었다.


"하온, 올라타라!!"


하온 역시 순순히 그의 말에 따라 널찍한 등 위로 올라탄다. 한시라도 지체해서는 안되는 탓이다.


"날 치료해라, 그 외에 다른 건 아무것도 신경쓰지 마. 내 등 뒤에 숨어서, 딱 하나에만 집중해!"


이번에도 하온은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건, 좋은 생각이건 나쁜 생각이건 간에, 이에 대해 느긋이 검토할 시간은 1초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사루비는 믿을 수 있는 친구다. 하온은 오직 그것 하나만을 믿고 있었다.


하온이 안전히 제 등에 자리를 잡자마자 사루비는 부리나케 앞으로 돌진했다.


가능한 한 최대의 힘과 속도를, 한눈팔거나 길이 새는 일 없이, 눈 앞을 막는 것이 있다면 손과 발로 걷어차며, 말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혼란에 빠진 인간들의 숲을 일직선으로 헤쳐나갔다.


그 뒤를 따라 세 마리, 또 다섯 마리의 돌가죽이 쫒아온다. 사루비에게 달라붙는 인간무리를 떼어내고,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앞을 뚫어준다. 이어서 따라오는 돌가죽이 또 두 마리 늘었다.


곧 어깨와 배, 가슴에 창이 꽂힌다. 사루비는 억지로 뽑아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달렸다.


폭발로 인한 파편, 치솟는 불길, 탄환과 얼음더미가 몰아쳤다. 그 모든 것을 몸으로 받아내고도,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피가 터져나오는 상처는 금세 하온의 기적에 의해 메꿔지고, 그 고통만을 끌어안은 채 사루비는 달린다.


다리가 부서져도, 팔이 잘려도, 눈이 멀고 심장이 멎고 창자가 튀어나와도 달렸다.


달린다. 멈추지 않고 달린다. 전력으로 달려라. 죽더라도 달려라.



***



용운은 자신의 철퇴를 땅에 내려놓았다. 사라 곁을 지키면서 물밀듯이 들어오는 인간들을 처리하려면, 공간확보가 필요한 사슬무기는 그리 좋은 수단이 아니었다.


대신 그는 맨손을 꽉 쥔 채 팔을 일사불란하게 휘둘렀다. 그 팔에 닿은 병사들은 모두 가벼워지는 기적에 의해 먼지와 같은 무게가 되어, 날아가는 흙먼지를 따라 픽픽 튕겨져 쓰러진다.


사라를 중심으로 밀집하려는 군중과, 그들을 단신으로 멀리 밀쳐내는 단 한 명의 장수.


용운은 이 불합리한 구도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싸웠으며, 그 누구도 사라의 몸에 상처 하나 내도록 두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 병사들 중 단 하나의 목숨도 빼앗지 않았다.


의미없는 돌진에 지친 병사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칠 즈음, 세 명의 기적술사가 매서운 공격과 함께 용운 앞에 나타났다.


용운은 재빨리 사슬을 주워들어 그 공세를 방어했다. 저릿한 감각에 뒤이어 다섯 명의 기적술사가 새로이 등장한다.


저마다 가진 흑광석을 빛내며 각자의 능력을 한껏 뽑아낸다. 막대한 에너지가 뒤틀리고 또 합쳐져 비처럼 쏟아진다. 용운은 생전 처음보는 압도적인 규모의 힘이었다.


“대체 무슨···!!”


용운은 사라를 옆구리에 끼고 간신히 공격을 피한다. 그가 보기에 이 전쟁은 무언가 이상했다. 그가 이전에 따웠던 용맹한 돌가죽들은 어디가고 인간들에게 속수무책이질 않나, 이전에는 별볼일 없던 기적을 가진 이가 여기서는 그 힘이 수 배로 증폭되어 마음대로 분노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런 당혹스런 표정이 적에게 읽히자, 그들은 꼴이 볼만하다는 듯이 용운을 바라보며 히죽 웃어댔다.


"반역자 용운, 버스터 키트의 가호를 받지 못했구나!"


용운의 입장에서는 버스터 키트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다만, 그들의 의기양양한 대사로 미루어보아 대강 짐작이 가는 것은 있었다.


"어쩐지 다들 말도 안되게 실력이 늘었다 싶었는데, 훈련 덕은 아니었나보군."


"모르는게 당연하겠지. 가호를 받으려면 미리 버스터 키트에 우리의 힘을 기억시켜야 하니까. 그동안 네놈은 헛짓거리를 하며 감옥에 가있었고 말이지."


상대는 강자의 여유로서 문외한에게 친절한 설명을 남긴다. 마치 그렇기에 자신이 이기는 것은 이미 당연하다는 듯 말이다.


하지만 저건 오만함은 아니라고 용운도 생각했다. 이는 당연한 자신감이다. 물체를 가볍게 만든다는 수수한 기적 하나만을 가지고 이들에게 계속 저항하는 것은 패배로 직결될 뿐이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어디까지고 버틴다면 희망이 보이기나 할까?


하지만 이는 사소한 고민일 뿐, 용운의 행동에는 일체의 후회도 망설임도 없다.


고작 이 정도의 비합리성은 그가 이제껏 저지른 무모함에 비하면 바닷물 속 피래미에 불과하다.


있는 힘껏 팔을 돌리며 사슬과 무게추를 회전시킨다. 맹렬한 바람이 주위로 퍼진다.


주변의 적들은 자신의 신체가 무척이나 가벼워짐을 느끼며, 서서히 밀려나는 발바닥의 감촉과 함께 밀려나지 않도록 돌진했다.


저마다의 최강의 기적과 함께, 한때 열망했던 사내의 목을 치러 달렸다. 맞이하는 전 대장군의 긴장에 찬 미소가 눈 앞으로 다가온다.


곧이어, 한순간에 십수번의 충돌과 세 번의 강렬한 폭발이 발생한다. 범인의 눈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사나운 공방이었다.



***



힘이 폭주한 버스터 키트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되는 파워로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폭주가 반역자들에게 호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브릭 박사는 마귀의 증오에 감염되어 미쳐버린 것이지, 제어력을 잃은 게 아니다. 오히려 나라님에게 있어 뜻밖의 이득에 가까웠다. 이런 식으로 강해지리라곤 누구도 생각 못했을테니까.


그리하여 구체 꼭대기엔 사라의 창을 그대로 꽂아둔 채로, 브릭의 의지는 촉수를 뻗어 돌가죽을 사정없이 괴롭혔다. 그들을 짓뭉개며 무리를 사정없이 쳐부수고, 서서히 앞으로 전진하며 돌가죽의 싹을 뽑기 위해 땅을 갈았다.


속수무책 외에 다른 표현이 없다. 시체를 밟고 나아가려면 그 자가 또다른 시체가 된다. 결사항전마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할 정도로 버스터 키트는 지금 압도적이었다.


그 참상을 목격한 마크는 나직한 한마디를 중얼거린다.


"...이게, 끝인가."


최선을 다해 싸웠다는 허무한 위안만 남기고, 멸종의 때가 성큼 다가와버렸다.


작가의말

이번 회차와 다음 회차를 볼 때 추천하는 bgm

<Giant robo OST - Historys' greatest decisive b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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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Episode275_최초의 악수 +1 22.07.25 23 2 8쪽
275 Episode274_눈물과 위안으로 22.07.21 31 2 8쪽
274 Episode273_비상 +1 22.07.12 25 2 9쪽
273 Episode272_추락 +2 22.07.04 27 3 8쪽
272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2 22.06.27 31 2 7쪽
271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22.06.13 35 2 7쪽
270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22.06.04 27 2 7쪽
269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1 22.05.31 26 2 10쪽
268 Episode267_혜성 충돌(6) +2 22.05.18 40 2 8쪽
267 Episode266_혜성 충돌(5) +2 22.05.17 41 2 10쪽
» Episode265_혜성 충돌(4) 22.05.15 34 2 8쪽
265 Episode264_혜성 충돌(3) 22.05.10 74 2 8쪽
264 Episode263_혜성 충돌(2) 22.05.03 28 2 8쪽
263 Episode262_혜성 충돌(1) +4 22.04.22 43 3 8쪽
262 Episode261_고요한 역습 22.04.20 91 2 9쪽
261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2 22.04.18 61 2 8쪽
260 Episode259_미래로의 일발(3) +2 22.04.15 27 4 9쪽
259 Episode258_미래로의 일발(2) 22.04.08 43 5 7쪽
258 Episode257_미래로의 일발(1) +2 22.04.05 38 4 9쪽
257 Episode256_최후의 전쟁(5) 22.03.29 34 3 7쪽
256 Episode255_최후의 전쟁(4) +2 22.03.26 53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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