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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47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2.06.13 23:40
조회
35
추천
2
글자
7쪽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DUMMY

어마어마한 질량을 초고속 생성하며, 만들어진 무기형 촉수를 마구 밀어붙이는 버스터 키트.


몰려드는 날붙이나 이빨, 뿔 등을 모두 부수어 갈아버리며 적을 속박하는 하온의 기적.


그 충돌의 여파가 사방에 뻗어나가며, 주위의 바위나 지형에 부딪쳐 파쇄하고 그 형태를 뒤엎었다.


휘몰아치는 폭풍 사이에서 날아드는 파편, 떨어지는 촉수의 육편. 힘을 잃지 않은 조각들이 주위로 마구 흩어진다. 전장은 혼란에 빠진 채 그 잔해를 피하려 몸부림친다.


허나 그 한가운데서도 서로의 지휘관은 각자 목청터져라 제 부하들을 재촉했고, 전쟁은 여전히 지속되었다. 양 측이 서로를 향해 돌진하며, 전선을 밀고 당기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싸우듯이 맨몸뚱이 어거지로 싸워대는 꼴이다.


하온의 파괴의 기적이 그들이 가진 무기들을 모조리 가루로 만들었으니, 돌가죽과 인간은 공평하게 각자의 주먹으로만 서로를 마주해야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나마 이 전장에 남아있는 무기라고는 먼 옛날 만들어진 황금시대의 재질 뿐이었다. 이를테면 버스터 키트의 여러 주요 부품이 그러했고, 그 위에 박힌 사라의 창이 그러하다.


마크의 대검 역시 부서지지 않았다. 그 무기도 먼 옛날의 유산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나, 지금 당장은 크게 중요치 않다.


따라서, 이 상황은 인간에게 있어 압도적으로 불공평했다. 이 완력의 격차에 대항할 유일한 방법은 흑광석이 가진 기적의 힘 뿐.


따라서 전장의 양상은 실상 기적술사가 인간측 전력의 전부나 마찬가지며, 다른 병사들은 기적의 힘으로 튼튼히 강화되어 질긴 방패막이나 다름없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나라님의 군세는 힘과 생명력의 축복을 받는다. 후방 진열에서 기적술사가 불덩이나 얼음기둥 따위를 던져대는 동안, 힘 없는 병졸이 할 일은 돌가죽의 두꺼운 목을 조르거나 눈을 찔러대는 등의 비루한 술수 뿐이었다.


철퇴가 사라진 변절자 용운도 이전처럼 맘대로 날뛰지는 못하고 있다. 허나 맨손으로 적과 뒤엉키는 그 힘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내지르는 주먹마다 사람 여럿이 나풀대며 튕겨나가고, 무게마저 사라진 병졸들은 사루비의 손바닥에 밀쳐져 도미노처럼 우수수 쓸려나갔다.


특히나 섬멸이 아닌 전진이 목적인 혁명군에게 있어, 적들의 무게를 줄여주는 것은 진형을 밀어내는데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사라 역시 그 옆을 지키며 가담했다. 그녀의 손에도 그 어떤 날붙이 하나 보이지 않는다. 다만 맨손으로 그들과 부딪혀 맨몸으로 포위를 뚫고나갈 뿐이다.


이번엔 별다른 꼼수를 부리지 않기로 했다. 지름길이나 편법 없이 묵묵히 싸워서 혁명군과 함께 전진한다. 버스터 키트에 도달하려면 이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적들이 쏟아내는 기적의 포화를 뚫고 올라서기 위해서는 주위에서 함께 싸우는 돌가죽들의 도움이 절실한 것이다.


모두의 발걸음이 서서히 앞으로 나아간다. 돌가죽의 진형이 나라님의 군세를 야금야금 좀먹어가며 영역을 확장해나간다.


이 모든것이 일어나는 내내, 하온은 계속 버스터 키트에 정지의 기적을 쏟아붓고 있었다. 이를 뚫고 발악해오는 촉수가 밀려들어오면, 오는 족족 파괴의 기적을 내뿜어 분쇄했다.


그들의 행진이 멈추거나 주춤대지 않도록, 사라가 다시한번 버스터 키트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말이다.


또다른 큰 장해물들이 하온의 시야에 들어온다. 지금 전장에서 가장 주시해야 할 것은 다름아닌 기적술사였다.


협곡을 감싼 절벽이 갈라지며 처참히 파괴된다. 떨어져나온 파편과 바위들이 하온의 의사에 따라 공중으로 모여들며 복원된다.


하늘을 뒤덮은 암석의 군체는 일사불란히 움직이며 가끔은 방패가, 가끔은 낙석이 되었으며, 허공에 모여들며 버스터 키트의 발악을 꽉 붙들고 막아내기도 했다.


여기저기 숨은 기적술사가 하온을 계속 성가시게 방해하려 들었으나, 그가 손 한번 휘젓자마자 단번에 나가떨어지고 만다. 적들이 밟고 선 지면이 파괴되며 튀어오른 암석에 떠밀린 것이다.


하온의 의지가 향하는 곳마다 대지는 갈라져 뒤집히고, 죽어가던 몸에는 피가 돌고, 빛의 기적은 광채를 내뿜어 서로 죽이려 드는 자의 시야를 앗아갔다.


허공에 떠 방패가 되어주던 바위들이 밑으로 떨어져내린다. 적들이 다급히 방어진을 펼쳐 바위를 쳐내고 부숴서 궤도를 틀어낸다. 기적술사의 정신이 온통 그리로 쏠린 틈을 타, 혁명군의 진형이 전진하며 전선을 앞으로 밀어냈다.


그러다 가끔 적의 기적 탄환이 바위의 방패를 뚫고 머리에 직격한 순간도 있었지만, 일순간 품었던 희망은 생채기 하나 없는 뺨에 의해 금세 시들어버린다. 바위로 몸을 가리지 않는다 한들, 하온의 육체는 늘 보호의 기적이 지켜주고 있는 탓이다.


온 힘을 다 써 지쳐버린 기적술사 하나가 끝내 주저앉았다. 그들이 믿는 구석이 하나하나 무너지는 모습이 퍽 충격적인 탓이다. 버스터 키트도, 나라님의 대군도, 평생을 갈고닦아온 그들의 기적도 전부 뚫고, 혁명군의 무리가 서서히 가까워진다.


그는 고개를 뒤로 돌려 애타게 누군가를 찾는다. 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아주 희미한 희망이라도 쥐고있는 자는 단 한 사람 뿐이었다.


저편에서 조용히 명상을 하며, 힘을 끌어올리고 있는 남자 하나. 그의 흑광석이 밝게 빛나며 이제껏 모은 힘의 양을 과시한다.


기적술사는 다급히 이 남자에게 묻는다.


“이봐, 힘은 다 모인건가?!”


남자는 마침내 긴 명상으로부터 눈을 떴다. 그의 눈에서 깊은 투지와 각오, 그리고 미약한 두려움이 꿈틀거렸다.


“...그래, 내가 어디를 공격하면 되지?”


“아니, 잠깐! 섣불리 공격해선 안돼, 약점의 위치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허나 다른 동료가 팔을 뻗어 휘젓더니 그의 출정을 만류한다. 함부로 나섰다가 실패라도 한다면, 그들은 정말 마지막 남은 희망을 잃어버리고 만다.


“기적을 쓰는 자들은 모두 모여라! 지금부터 마지막이 될 각오로 하온에게 공격을 시작한다!! 플랜 K다, 모든 발악을 다해야 한다!!!”


죽는대도 상관없다, 하온을 죽이지 못한대도 상관이 없다. 기회 한번만 잡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곧 동료의 각오에 호응한 기적술사들이 서로에게 투지를 전달한다.


자기암시의 주문을 외는 속삭임, 이어지는 기적의 구현이 하나하나 형체를 이뤄 맹렬하게 날아간다.


하온은 그 앞으로 팔을 뻗어, 이글거리는 안광과 함께 파괴의 기적을 쏘아댔다. 그들의 공세가 하늘에서 격추되어 맥없이 사그라든다. 폭발의 합주가 하늘을 새빨갛게 장식한다.


보호의 기적이 있는 이상, 굳이 방어할 필요가 없을텐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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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Episode275_최초의 악수 +1 22.07.25 23 2 8쪽
275 Episode274_눈물과 위안으로 22.07.21 31 2 8쪽
274 Episode273_비상 +1 22.07.12 25 2 9쪽
273 Episode272_추락 +2 22.07.04 27 3 8쪽
272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2 22.06.27 31 2 7쪽
»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22.06.13 36 2 7쪽
270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22.06.04 27 2 7쪽
269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1 22.05.31 26 2 10쪽
268 Episode267_혜성 충돌(6) +2 22.05.18 40 2 8쪽
267 Episode266_혜성 충돌(5) +2 22.05.17 41 2 10쪽
266 Episode265_혜성 충돌(4) 22.05.15 34 2 8쪽
265 Episode264_혜성 충돌(3) 22.05.10 74 2 8쪽
264 Episode263_혜성 충돌(2) 22.05.03 28 2 8쪽
263 Episode262_혜성 충돌(1) +4 22.04.22 44 3 8쪽
262 Episode261_고요한 역습 22.04.20 91 2 9쪽
261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2 22.04.18 61 2 8쪽
260 Episode259_미래로의 일발(3) +2 22.04.15 27 4 9쪽
259 Episode258_미래로의 일발(2) 22.04.08 43 5 7쪽
258 Episode257_미래로의 일발(1) +2 22.04.05 38 4 9쪽
257 Episode256_최후의 전쟁(5) 22.03.29 34 3 7쪽
256 Episode255_최후의 전쟁(4) +2 22.03.26 53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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