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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48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2.06.27 00:23
조회
31
추천
2
글자
7쪽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DUMMY

사라가 전진한다.


뒤에서 밀어주는 이들의 핏방울이 그녀의 몸을 새빨갛게 달군다. 전신이 붉은 빛의 비호를 받아 무섭도록 빛나는 그녀의 눈빛이 눈 앞의 인간들을 모조리 질리게 만든다.


진형은 그녀를 필두로 버스터 키트를 향해 가까워진다. 방패가 되어주는 이들이 화살처럼 꿰뚫는 기적의 공격을 받아내고, 무수히 많은 몸뚱이가 스러지며 사라의 발판이 되어준다.


그들도 안다. 사라는 돌가죽의 아군이 아니었다. 세상과 맞지 않는 논리를 내걸고 외딴 중재자를 고집하는 정신병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최소한 적은 아니라는 것 역시 모두가 알기에, 모두가 목숨을 바쳤다.


사라는 그 죽음을 밟고나가야 했다. 파편과 충격에 살이 찢어지는 와중, 하온의 치유의 힘이 전장을 훑으면 그것으로 새 살을 채워, 그럴 틈조차 없이 죽어버린 돌가죽의 시체를 지나치면서.


그녀의 의지가 버스터 키트의 정지된 의식마저 감지할 정도로 강렬해진 순간, 브릭 박사의 숨가쁜 의식이 촉수의 압박을 더욱 가속시킨다.


이대로면 분명 끝장난다. 도대체 사라가 무엇을 하려는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저 눈에 서린 독기만 보더라도 결코 허락해선 안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성가신 정지의 기적이 버스터 키트의 발을 묶고있는 한, 이대로 사라를 두었다간 패배가 가깝다. 적은 야금야금, 느리지만 공포스러울 정도로 우직하게 자신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공격이건 방어건 도주건 우선 하온을 떨쳐내는 것이 먼저다. 브릭은 유일하게 속박을 벗어나있는 한쪽 촉수를 더 과격하게 움직여본다.


허나 필사적인 것은 하온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계속 버스터키트의 움직임을 막지 않는다면 패배는 곧장 혁명군에게 그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버스터 키트의 힘이라면 지금 날뛰는 촉수 한 쪽 만으로 충분히 혁명군 전부를 도륙할 수 있다. 일체의 구멍 없이 철저하게 막아내야 한다!


이리저리 움직이고, 불규칙하게 밀어붙이는 촉수의 움직임을 따라, 하온의 팔과 시선이 부던히 움직이며 파괴의 기적을 발산한다.


그 여파로 인해 주위의 바위며 절벽, 지면이 폭발한다. 파괴의 부산물이 전장을 휩쓸고, 부서진 촉수의 조각과 파편이 하늘을 뒤덮는다.


매캐한 연기, 사방에서 날아드는 공격들, 그 때 그의 시야에 들어온 예기치 못한 무언가.


어느 한 순간, 하온은 그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버렸다. 적의 공격은 그 잠깐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어쩌다 그랬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위기에 처한 사라의 모습에 놀랐을수도 있고, 동시에 여러 일을 해내려니 순서가 꼬였을 수도 있다. 이제껏 계속 혹사시킨 마음의 집중력이 끝내 경련을 일으킨걸지도 모른다.


애초에, 전쟁이란 혼돈 사이에서 정신을 놓지 않는게 가능키나 한지도 알 수 없다.


초록빛 번갯불이 팡 하고 터지며, 하온의 몸 오른쪽에 직격해 폭발을 일으켰다. 사방으로 분산되는 스파크와 확산하는 불꽃, 매캐한 연기가 퍼져나간다.


하온이 보호의 기적을 펼치지 못한 것은 한순간에 불과하다. 육신의 위기를 알아챈 그의 무의식은 즉시 스스로의 신체를 방어했고, 연기가 걷히자 하온은 사지 멀쩡한 채, 그저 오른팔에 옅은 화상만이 새겨져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하온은 당황하고 만다. 화상의 쓰라림은 지금 신경쓸 바가 아니었다. 다만 그의 오른팔을 감싸던 소매가 불타 사라졌다는 것이 문제였다.


맨살이 드러난 그의 팔뚝에는 푸르게 빛나는 돌이 하나 묶여있다. 할머니께서 들키지 않도록 잘 숨기라 조언해주신, 그분들이 물려준 소중한 흑광석이 대놓고 눈에 띄이게 되었다.


마치 절호의 기회를 잡은듯이, 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외친다.


“오른쪽 팔에 있다!!!”


이에 하온은 당황하여 다급히 바위벽을 끌어모으고 방어테세를 갖춘다. 허나 지나친 긴장은 해로운 법이기에,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켜본다.


이제껏 조심했던 것은 만에 하나를 대비했을 뿐이다. 암만 저들이 여전히 버스터 키트의 힘 절반을 가졌대도, 이제와서 흑광석을 깨부술 방법이 있을리가 없다. 흑광석은 본디 파괴할 수 없는 종류의 재질이다. 웬만한 주술따윈 암만 강력해진들···


그러나 다음 순간 하온의 눈 앞에 서슬퍼런 적들의 눈빛이 다가온다. 조금이라도 생각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신속한 돌진이었다.


적은 몇 명인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다섯. 모두 저마다의 능력과 기술을 무기로써 두른 채 맹렬히 가속하고 있다.


하온은 엉키고 뒤엉켜 다가오는 그들에게 조약돌을 하나 내던진다. 그 조약돌에 걸린 치유의 기적은 곧 주위의 거대한 바위들을 끌어당기면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낙석이 그들을 감싸 짓뭉갠다.


하온을 향하던 돌진은 바위에 가로막혀 그대로 폭발했고, 막대한 힘이 전부 커다란 돌멩이를 부수는데만 낭비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조각들과 먼지 사이를 뚫고 여전히 가속해오는 누군가가 있다.


하온은 반사적으로 오른팔을 뻗었다. 사람 셋이서 험악한 얼굴을 들이밀고 날아오는 그 모습에, 아까는 느끼지 못했던 섬짓한 감각을 느낀다.


그들에게 어떠한 비장의 수가 숨어있음을 여실히 알게 되자마자, 그의 흑광석이 빛을 뿜으며 정지의 기적을 발현시킨다.


흉악한 모습 그대로 공중에 멈추는 적의 돌격. 일순간 치솟은 긴장이 탁 풀려 숨을 내쉰다.


그리고, 이 잠깐의 방심마저도 허용하지 않고, 이제껏 그들의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누군가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그 남자, 아까 전부터 계속 힘을 모아왔고, 죽음을 결의한 듯 굳은 표정을 한 사내.


이제껏 그에게 달려들던 기적술사들은 모두 이 한 사람을 감싸기 위한 방패막에 불과하다.


사내의 몸이 하온을 향해 발사된다. 그 몸이 빛의 입자에 휩싸이고, 신체 말단부터 서서히 분해와 재생을 거듭한다.


나선형으로 돌아가며 서서히 파괴되는 자신의 육체를 이끌고, 피를 토하는 고통을 속에 담아만 둔 채로, 사내는 하온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하온에게는··· 더이상 막을 방법이 없었다. 본디 막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보호의 기적은 하온의 육체를 완벽하게 보호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내가 노리는 것은 그의 육신이 아니다. 처음부터 목표는 오직 하나. 하온의 오른팔에 묶인 기적의 원천이다.


하온의 흑광석과 사내의 팔이 닿았다. 사내의 몸은 그 즉시 산산히 분해되어 흑광석에 스며들었고, 본디 같은 존재였던 것처럼 그 운명이 묶여버렸다. 떨쳐내려는 하온의 발악도 이젠 무의미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동료의 눈물을 뒤로 하고, 사내는 마음 속으로 세계와 작별의 인사를 나눈다.


직후 사내의 존재는 소멸했다. 그의 형체가 깨끗이 바스라지며 분해되는 동시에, 일체화했던 하온의 흑광석 역시 산산조각이 나 사그라든다.


그렇게, 하온은 모든 힘을 잃었다.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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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Episode275_최초의 악수 +1 22.07.25 23 2 8쪽
275 Episode274_눈물과 위안으로 22.07.21 31 2 8쪽
274 Episode273_비상 +1 22.07.12 25 2 9쪽
273 Episode272_추락 +2 22.07.04 27 3 8쪽
»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2 22.06.27 32 2 7쪽
271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22.06.13 36 2 7쪽
270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22.06.04 27 2 7쪽
269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1 22.05.31 26 2 10쪽
268 Episode267_혜성 충돌(6) +2 22.05.18 40 2 8쪽
267 Episode266_혜성 충돌(5) +2 22.05.17 41 2 10쪽
266 Episode265_혜성 충돌(4) 22.05.15 34 2 8쪽
265 Episode264_혜성 충돌(3) 22.05.10 74 2 8쪽
264 Episode263_혜성 충돌(2) 22.05.03 28 2 8쪽
263 Episode262_혜성 충돌(1) +4 22.04.22 44 3 8쪽
262 Episode261_고요한 역습 22.04.20 91 2 9쪽
261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2 22.04.18 61 2 8쪽
260 Episode259_미래로의 일발(3) +2 22.04.15 27 4 9쪽
259 Episode258_미래로의 일발(2) 22.04.08 43 5 7쪽
258 Episode257_미래로의 일발(1) +2 22.04.05 38 4 9쪽
257 Episode256_최후의 전쟁(5) 22.03.29 34 3 7쪽
256 Episode255_최후의 전쟁(4) +2 22.03.26 53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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