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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41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2.05.18 17:18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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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Episode267_혜성 충돌(6)

DUMMY

하온이 정지의 기적으로 진형의 돌진을 멈췄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단 한 명의 정신력이 아무리 뛰어난들, 열 명의 기적술사가 엮은 이 최대의 주술을 당해낼리가 없다.


멈추지 못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모든 바위와 공격이 정지해버렸다.


그리고 이젠 그 거대한 바위를, 온갖 기적으로 단단해지고 강화된 그 단두대의 칼날을 하온이 파괴의 기적으로 부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럴 수는 없다. 단 한 명의 힘이, 그것도 버스터 키트의 가호를 받은 기적술사 열 명의 힘을 넘어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논리적으로 맞는 일이 하나 없다!


그런데도 그는 가뿐히 진형을 꿰뚫어버렸고, 이젠 그 안으로 들어가서는 헐레벌떡 사라를 챙겨 나왔다. 용운의 혈투에도 불구하고 넝마 짝이 다 돼버린 사라의 형체가 하온의 품에 안겨서 덜렁댔다.


곧 사루비도 그를 따라 깨진 거울조각과 바위들의 앞까지 도달했다. 하온을 맞이하며 손을 뻗고는 그를 팔로 꽉 끌어안아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했다.


동시에 누군가가 손을 뻗어 그 팔뚝을 잡아챈다. 웬 피떡이 자신에게 손을 대었기에 당황한 사루비였으나, 직후 온몸이 감지한 위화감에 의해 곧바로 그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피떡의 정체는 용운, 돌가죽의 몸을 이토록 가볍게 바꾸는 자는 이 인간뿐이다.


“늦지 않았다, 막아라!!”


진형을 빠져나온 그들을 적들이 떼 지어 가로막는다. 달려드는 기적술사와 병사, 장군들 저마다 하나하나 자신의 필사적인 일격을 준비하며 이리로 칼끝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반역자들은 그들을 상대해주지 않는다. 사루비의 강인한 다리가 땅을 쾅 후려치자, 용운에 의해 가벼워진 신체는 하늘 높이 밀쳐지며 그들의 포위망을 한참 넘기고 날아갔다.


“말도 안 돼···!!”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눈앞에서 바라본 적은, 절망에 빠져서 그 말만을 나지막이 중얼대고 있었다.



***



얼핏 듣자면 새의 음성과도 같고, 또 거기에 수만가지 짐승과 비명이 섞인 듯한 괴상한 소리를 내며, 버스터 키트가 울부짖는다.


그 한가운데에 커다랗게 돌출된 얼굴이 뒤틀리고 있다. 거기에 담긴 브릭 박사의 의지가 심기 불편한 태도를 내비치는 것이다.


동시에 버스터 키트를 떠밀던 손들이 본래의 방향을 거스르고, 이 거대한 구체를 뒤로 밀어내며 서서히 후퇴시킨다.


하지만 이건 전략적인 판단이 아니었다. 그저 당황했을 뿐이다. 브릭 박사는 뭔가에 너무나 당황하여, 자신마저 제어할 수 없는 장치의 의지에 혼란스러워하며, 마치 겁을 먹은 것처럼 점점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뭐야···?!”


수나는 자신의 명령에 없던 버스터 키트의 행동에 당황했다. 물론 브릭 박사가 여지껏 그녀의 명령을 똑바로 들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의 논리는 오로지 전진이었고, 후퇴란 결코 있을 수 없었다.


투쟁에 미치고, 자신이 가진 힘을 맘껏 휘두르는 데만 정신이 팔렸던 그가, 이젠 갑자기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누가 봐도 이상한 현상이다,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때 그녀의 옆에서 한 병사의 보고가 수나의 귀를 때린다.


“사라와 용운이 탈출했습니다···! 하온이 데려갔답니다!!”



***



사루비가 먼 거리를 뛰어넘어 착지하자마자, 사방에서 무수한 혁명군이 밀고 들어와 그들을 둘러싸 방어선을 형성했다.


하온은 그들의 도움에 감사하며 사라를 바닥에 눕혔다. 오른쪽 팔은 완전히 잘려 날아가 있었고, 몸은 곳곳이 전투의 충격에 당해 너덜너덜했다. 살에 박힌 파편과 화상자국, 찢어진 근육이 생생히 보인다. 이전의 하온이 봤다면 충격을 받아 구역질할지도 모를 참혹한 모습이다.


서둘러 손을 뻗어 치유의 기적을 발산한다. 하지만 구할 수 있을지 그 자신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목숨이 붙어있는 것이 기적 같다. 하온의 치유 속도가 따라갈 수 있을까?


겨우 피가 돌기 시작하자, 사라가 거친 기침 소리와 함께 숨을 들이켰다. 고통이 심한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하지만 살아있음을 확인한 그것만으로도 하온은 마음이 놓였다.


헌데 사라가 가늘게 눈을 떠 하온을 바라보더니 입을 뻐끔거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창이 지금 버스터 키트 위에 꽂혀있었기에, 마음을 잇는 한쪽 통로가 사라져버린 탓이다. 지금 사라가 뭔가를 전달할 방법은 입을 여는 것뿐이다.


"하··· 하온···, 나···!"


"말하지 마! 호흡에만 집중해."


하온은 기겁을 하며 그녀를 뜯어말렸다. 이제 막 치료를 시작한 판에 사라가 조금이라도 무리했다간 상처가 터져버릴 터다. 하지만 사라는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 모양새로, 하온에게 손을 뻗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 너··· 너말야, 지금···!"


거기서 사라는 자기 말이 좀 더 잘 들리도록, 오른쪽 팔로 하온의 머리를 끌어당기며 외쳤다.


"하온, 싸워라ㅡ!!"


조금 전까지의 무력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사라의 외침은 하온의 고막을 통해 머리를 꿰뚫을 것처럼 컸고, 그녀의 몸 전체를 감쌌던 상처들은 어느새 말끔히 나아, 사라졌던 오른팔마저 원래의 형태 그대로 복원되어 있었다.


하온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본인이 한 일이면서도 영문을 모르고 있어서, 당혹스레 중얼거리며 이 상황을 따라가는 데만 벅찼다.


"어, 어떻게···?"


하지만 지금의 사라는 분명 멀쩡하다. 허상이나 적의 환영도 아니다. 수나는 확고한 힘을 가진 언어로, 또렷이 자신이 할 말을 전달했다.


"넌 이길 수 있어, 정말이야! 여기 있는 사람 전원과 싸울 수도 있어, 날 봐! 단숨에 멀쩡해졌잖아!"


"사라, 도대체ㅡ"


"넌 지금 최강이야! 여지껏 있었던 누구보다 강해졌어, 버스터 키트의 힘이야!!"



***



코어에 창을 찔러넣었을 때의 극심한 거부반응에 의해, 사라는 버스터 키트를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동력원의 의지가 완전히 사라를 밀쳐내기 직전, 마지막 교류에서 사라는 자그마한 꼼수를 떠올렸다.


우선은 원한에 찌든 마귀를 설득하길 포기한 대신, 무한동력장치의 회로에 손을 뻗어 기적 증폭 능력 대상을 재설정했다.


여기 있는 무수한 기적술사에게 이어진 힘의 방향을 끌어내, 가능한 한 많이 움켜쥐어 단 한 명의 인간에게 연결한 것이다.


버스터 키트의 힘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미리 장치에 등록된 자들 뿐이다. 본래라면 오직 나라님의 아군만이 유일하게 장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테다.


하지만 사라에게도 하나 있다. 버스터 키트의 힘을 받을 수 있는 아군이 딱 하나 있었다.


이전에 애쉬와 네아를 상대할 때, 무한동력장치를 사용했다 잘못 폭주시킨 바람에 사라의 은창을 두 동강 낸 장본인. 그 순간 장치 역시 하온의 정신을 똑똑히 기억했다.



***



"하온, 어서!"


그렇게 하온의 몸에는 지금 유례없는 힘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이 학살을···! 멈춰야 해!!”


사라의 말이 인식의 벽을 깨트린 순간, 하온도 마침내 그 변화를 자각했다. 할 수 있음을, 자각한 것이다.


동시에 그의 의지가 발화되어 사방에 폭발적으로 뻗어나간다. 형체조차 불명확한 어떠한 파장이 그의 주위를 뒤덮었고, 이내 파괴의 기적의 형태로 변화해 스며들었다.


직후 서로를 향해 부딪혔던 무수한 무기들, 검, 창, 방패, 철퇴, 화살, 포탄, 이 협곡 아래 전장에 존재하던 모든 병기가 그 자그마한 충격에 의해 바스라진다.


수십조각으로 분해된 무구들이 박살 나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지고, 모든 싸우던 이들이 당혹에 젖어 얼어붙음과 동시에, 깨진 금속의 파편이 주위로 흩날리며 전장을 장식한다.


번쩍이는 눈꽃이 빗발친다. 그 박력의 한가운데에서, 하온은 조용히 앞으로 걸어 나가며, 저 앞 한없는 저편을 바라보며, 사라가 해준 말을 한 번 더 읊조린다.


“이 학살을 멈춰야 해···!!”


그의 굳은 시선이 곧 버스터 키트를 향했다.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4 Jy2315
    작성일
    22.05.30 00:27
    No. 1

    그 힘으로 버스터키트를 부숴도 전황이 바뀔수 있을까 싶네요
    저거 발동한다고 병사들 갔다박았으니 모르려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방구석4평
    작성일
    22.05.31 02:47
    No. 2

    지금 올라온 다음 화를 보신다면 뭔가가 달라져있을지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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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Episode274_눈물과 위안으로 22.07.21 31 2 8쪽
274 Episode273_비상 +1 22.07.12 25 2 9쪽
273 Episode272_추락 +2 22.07.04 27 3 8쪽
272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2 22.06.27 31 2 7쪽
271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22.06.13 35 2 7쪽
270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22.06.04 27 2 7쪽
269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1 22.05.31 26 2 10쪽
» Episode267_혜성 충돌(6) +2 22.05.18 40 2 8쪽
267 Episode266_혜성 충돌(5) +2 22.05.17 41 2 10쪽
266 Episode265_혜성 충돌(4) 22.05.15 33 2 8쪽
265 Episode264_혜성 충돌(3) 22.05.10 74 2 8쪽
264 Episode263_혜성 충돌(2) 22.05.03 28 2 8쪽
263 Episode262_혜성 충돌(1) +4 22.04.22 43 3 8쪽
262 Episode261_고요한 역습 22.04.20 91 2 9쪽
261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2 22.04.18 61 2 8쪽
260 Episode259_미래로의 일발(3) +2 22.04.15 27 4 9쪽
259 Episode258_미래로의 일발(2) 22.04.08 43 5 7쪽
258 Episode257_미래로의 일발(1) +2 22.04.05 38 4 9쪽
257 Episode256_최후의 전쟁(5) 22.03.29 34 3 7쪽
256 Episode255_최후의 전쟁(4) +2 22.03.26 53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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