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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419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2.04.05 20:10
조회
38
추천
4
글자
9쪽

Episode257_미래로의 일발(1)

DUMMY

절벽 위에서, 이제껏 달려온 피로를 조용히 잠재우며 숨을 고르는 세 괴수들.


그 선두에 선 인물이 휘날리는 붉은 머리칼은 전장의 판도를 바꾸기에 충분한 신호였다.


그들을 아는 자도, 모르는 자라도 모두 정적에 빠져버린 시간. 사라와 하온, 그리고 유다가 여기 돌아왔다.


마크도 그들을 보았다. 너무 놀라서, 환호성을 지를 시기조차 놓쳐버렸다.


정말이었다. 그들의 순수성과 혼탁한 선의 모두가 진실이었다. 자신이 그들에게 베푼 믿음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그들은 믿을 수 있었다. 그리고 늘, 언제나 무언가를 해낸다.


마크 두령은 다시금 대검을 고쳐쥐었다. 허리를 꼿꼿이, 한껏 가슴을 펼친 당당한 풍채로 힘껏 숨을 들이쉰 뒤 소리쳤다.


"모든 돌가죽은 들어라!!!"


패닉에 빠졌던 돌가죽들이 그의 우렁찬 목소리 하나에 고개를 돌렸다. 혼란과 광기가 일시에 잠든다.


"전군, 절벽 위 인간들을 호위하라!!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만 한다!"


그들을 이끌던 두령의 명령이 다시 전장에 돌아왔다. 짐승의 코에 꿰인 고삐처럼, 그들의 난동이 향해야 할 방향으로 잡아끈다.


"우린 살아서 나간다, 분명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죽을 각오로 저들을 수호해야 한다!!"


돌가죽들이 서서히 패닉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피에 녹아있는 굳센 의지, 뿌리깊게 새겨진 투쟁정신이 다시 깨어나고 있다.


"내가 선두로 앞장서겠다! 모두 준비하라!!!"


아직도 맹렬히 날아드는 기적세례를 겁내지 않고, 마크는 당당히 앞으로 나서며 그들에게 맞섰다.







"흥, 설마 내가 싸우게 될 상대가 너희일 줄은 몰랐는데."


한번 짧게 중얼거린 수나는 지휘봉을 빼들고, 제 옆에 있는 새하얀 말 위로 가볍게 올라탔다. 막대기 끝에 달린 새빨간 장식을 힘차게 휘날리며, 크게 외쳤다.


"전군, 신호와 함께 버스터 키트 앞으로 돌격한다!"


그 명령을 들은 병사들은 순간 당황한다. 버스터 키트의 힘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후미에 대기중이었을텐데, 이제와서 다시 전선을 앞당기라니?


"목표는 저 반역자들의 접근 봉쇄, 방어전선을 펼쳐 버스터 키트와의 접촉을 막는다!"


끓어오르려는 웅성거림을 자신의 함성으로 가리며, 수나는 계속 봉을 휘두른다. 그녀는 안다. 이제 여유를 부려선 안된다.


"지금만은 그대들이 용기를 내야 할 때다! 저들만 없으면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단 셋만 막는다면 우리는 이긴다! 그리고 모두 승전보와 함께 돌아가자!"


이제 수나는 나라님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녀가 패배뿐인 승리를 보고드렸을 때, 그물에 잡힌 물고기에게 되려 물린 채 달아났을 때, 나라님은 문책은 커녕 그녀에게 짧은 한마디를 남기셨다.


'그들이라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살아돌아오기까지 했다면 인정할 수밖에!


"내가 선봉에 서겠다! 전군, 대열 맞춰!!"


그러니 이번에는, 그 어떤 시도조차도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결코 가만 놔두지 않겠다!


지휘봉을 제 허리춤으로 가져다대어, 칼손잡이에 연결시켜 하나로 만들었다. 그렇게 거대한 손잡이를 가지게 된 보검을 힘차게 뽑아든 뒤, 한껏 높이 치켜들며 병사들을 독려한다.


세차게 가한 박차에 놀라 일어선 말의 위용, 그 위에서 천지를 호령하듯 우렁찬 수나의 목소리. 전선을 앞장서 전진하는 그녀의 모습에 병사들도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서서히 전열을 복구하는 인간들의 군세와, 이를 앞두고 다시 대열을 정비하는 돌가죽 혁명군.


우글거리는 발걸음이 북소리처럼 전장을 달구는 모습을 바라보며, 사라는 팔을 쭉 뻗어 몸을 풀었다. 은창을 몇 번 휙휙 돌리며 휘두른다. 온전한 창을 휘두른 건 꽤 오랜만이었지만, 아직 쓰는 폼이 녹슬지는 않았다.


하온 역시, 긴장을 다스리려 옷매무새를 매만진 뒤 영차 사루비의 등 위로 올라탔다. 할아버지에게 받은 흑광석은 그의 오른팔에 단단히 동여매서 소매로 숨겨두었다. 그 팔을 소중히 감싼 뒤 집중력을 쏟아넣기 시작한다.


"조심해."


"너도."


서로 말 한마디씩 주고받고, 마지막으로 심호흡 한번 하고, 입을 꾹 닫은 채 앞을 노려본다.


그리고 내달리기 시작한 사라의 뜀박질을 신호로, 하온을 태운 사루비도 함께 발을 뻗어 내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반역자 일행이 움직이자 기적술사들은 모두 눈이 돌아가 그들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검은 꼬챙이, 새하얀 불꽃, 지진과 균열, 파편들.


피하고, 쳐내고, 따돌리며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오늘 그들의 폐를 다 터트릴 각오로 질주했다. 전장의 한복판, 버스터 키트가 있는 곳으로!


한편 돌가죽들은 동요한다. 아무리 마크 두령의 명령이라도 쉽사리 받아들일만한 것은 아니었다. 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이 난장판에서 그들 모두가 달려들어 지켜야 할 것이 고작 세 놈, 그것도 둘은 하필 인간이라니?


하지만 돌가죽들도, 암만 뼈저리게 패배하고 증오에 몸서리친 그들이라도 지금 알아야 할 것은 알고있다.


저 인간들, 본래라면 증오해 마땅한 자들일지라도.


일전에 몇번이고 들리고 또한 목격했던 그들이 보여준 기적. 놀라운 행적들. 그리고 단 한번도 그들의 목숨을 빼앗지 않았던 자비. 그들과 함께하는 자신의 동료 유다. 확고한 믿음으로 외치는 그들 두령의 엄포.


그리고 무엇보다, 나라님의 군세가 보이는 반역자를 향한 치가 떨리는 반응. 돌가죽들은 그들을 지켜야만 한다.


인간도 마찬가지. 막아야만 한다. 저 걸어다니는 시한폭탄, 가는 곳마다 들쑤시며 사고를 쳐대는 반란분자들. 신무기의 힘만 믿고 이대로 나뒀다간 무슨 일이 나도 이상하지 않다.


사루비가 대검을 앞으로 휘둘렀다. 수나도 제 장검을 앞으로 내밀어 적들을 가리킨다.


"돌격ㅡ!!"


"돌진하라!!!"


두 지휘관의 우렁찬 외침에 따라, 잠시 떨어졌던 양 측 부대가 다시금 서로에게 달려들며 육탄전을 재개했다.


혁명군의 질주가 눈부시다. 돌가죽을 향해 쏟아지는 무수한 쇠뇌와 포탄, 맹렬한 기적 세례. 폭발과 연기를 헤치며 모두가 돌격했다.


나라님의 군세의 용맹함은 대단했다. 본인들보다 수 배는 더 커보이는 육중한 짐승들을 상대로, 가까이서 맞붙는다면 뼈도 못 추릴 것을 알면서도, 군중심리건 교육된 충성심이건 간에, 지금 당당히 발을 내딛는 그들은 용감했다.


그 위에서 모든 것을 보고있던 버스터 키트의 촉수가, 이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돌가죽 무리 위로 떨어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또다시 대지에 내리꽃힌 그 왼팔.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자그마한 흙먼지가 걷힌 그곳에 죽은 돌가죽은 없었다.


대신, 그 가장 밑에서, 육중한 촉수의 무게를 받아낸 채 꼿꼿이 서있는 거대한 육체가 있다.


그들의 두령이 부하들을 지키고 있었다. 마크의 우악스런 손이, 촉수의 공격을 막아낸 채로 그대로 꽉 붙들고 있었다.


그 거대한 촉수를 붙잡고 있음에도, 마크의 울퉁불퉁한 손은 여전히 크고 위압적으로 보였다.


"너희들은 가라!! 내가 잡고있는 동안···!!"


버스터 키트는 촉수를 그에게서 빼내려 안간힘을 썼다. 그럼에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브릭 박사는 당황했다. 저런 자그마한 돌가죽 하나가 촉수를 붙들건 말건, 본래라면 이쪽의 압도적인 질량에 의해 무력히 끌려가는 것이 정상이다. 그게 올바르게 된 물리학이 아닌가.


"맡기겠다!! 사라와 하온을 지켜라!!"


피를 토하듯 외치는 그들 두령의 엄포에 모두가 뒤이어 소리를 지른다. 마크는 알고있다. 그들 덕분이다! 그들의 바램과 마음이 하나의 기적이 되어 이런 말도 안되는 것을 가능케 해주고 있다.


그러니까 이건 마크밖에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돌가죽들의 대행자인 마크만이 할 수 있는 일. 포기할 수는 없다. 이를 악물고 이 자리를 지켜야만 한다!


그의 회색 가죽이 붉어질 정도로, 사력을 다하는 마크를 지나쳐 돌진하는 수만마리 돌가죽들.


이제 두렵지 않다. 저 신무기도, 떼거지로 몰려드는 인간들도, 사방에서 터지는 기적 폭격마저도 더는 두렵지 않다!


돛에 닿은 순풍처럼 불어대는 용기에 불타오르며, 양 측 군세가 다시한번 격돌했다.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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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Episode276_시대는 변한다 +3 22.08.09 49 2 9쪽
276 Episode275_최초의 악수 +1 22.07.25 24 2 8쪽
275 Episode274_눈물과 위안으로 22.07.21 32 2 8쪽
274 Episode273_비상 +1 22.07.12 26 2 9쪽
273 Episode272_추락 +2 22.07.04 28 3 8쪽
272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2 22.06.27 32 2 7쪽
271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22.06.13 36 2 7쪽
270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22.06.04 27 2 7쪽
269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1 22.05.31 26 2 10쪽
268 Episode267_혜성 충돌(6) +2 22.05.18 40 2 8쪽
267 Episode266_혜성 충돌(5) +2 22.05.17 41 2 10쪽
266 Episode265_혜성 충돌(4) 22.05.15 34 2 8쪽
265 Episode264_혜성 충돌(3) 22.05.10 75 2 8쪽
264 Episode263_혜성 충돌(2) 22.05.03 28 2 8쪽
263 Episode262_혜성 충돌(1) +4 22.04.22 44 3 8쪽
262 Episode261_고요한 역습 22.04.20 91 2 9쪽
261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2 22.04.18 61 2 8쪽
260 Episode259_미래로의 일발(3) +2 22.04.15 27 4 9쪽
259 Episode258_미래로의 일발(2) 22.04.08 43 5 7쪽
» Episode257_미래로의 일발(1) +2 22.04.05 39 4 9쪽
257 Episode256_최후의 전쟁(5) 22.03.29 34 3 7쪽
256 Episode255_최후의 전쟁(4) +2 22.03.26 54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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