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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백작의 생존전략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1.02 18:12
최근연재일 :
2021.02.03 21: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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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4,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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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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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실력 좀 볼까?(1)

DUMMY

반짝임의 정체는 게시판에 붙어있는 거대한 홍보 포스터였다.

무슨 장치를 해뒀는지 포스터 자체에서 번쩍번쩍 빛이 나고 있었다.


“어쩐지 도시가 들떠있다 했더니 그런 시기였군요.”


테이레스와 키르케도 칼리스의 뒤를 따라왔다.

칼리스는 복잡한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토너먼트···이번에는 열리는 구나.”


원래 소설내용대로라면, 이 토너먼트는 중단되었어야 했다.

토너먼트가 열리기 며칠 전에, 황태자가 부상을 당하고 여러 귀족들이 죽임을 당하는 불길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그걸 막아서 토너먼트가 무사히 열리게 된 거고.’


키르케가 테이레스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선생님, 이게 뭐예요?”

“아까 여기가 마법이 가장 번성한 도시라고 말씀드렸죠. 따라서 이곳에는 제국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마법 아카데미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법 아카데미?”


키르케가 테이레스의 설명을 들으며 눈을 빛냈다.


“네. 아무나 들어갈 순 없고 실력을 입증한 자만이 입학할 수 있는 곳이죠. 그리고 이 토너먼트가 첫 번째 관문입니다. 10위권 내에 들지 않으면 입학시험조차 볼 수 없습니다.”


칼리스 역시 테이레스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미 알고 있는 설정이긴 했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에게 들으니 또 느낌이 남달랐다.


‘다시 봐도 진짜 개빡센 설정이군. 수능 보기 전에 또 시험 보는 거랑 뭐가 달라.’


한 번 불붙은 키르케의 관심은 꺼질 줄 몰랐다.


“그 토너먼트 많이 어려워요?”

“저는 별로 어렵진 않았지만, 대부분 어려워하죠.”

“어? 그럼 선생님은 마법 아카데미 출신이세요?”

“네, 15살 때 조기 졸업했지만요. 더는 배울 게 없어서요.”


그렇게 말하는 테이레스의 얼굴은 지극히 평온했다.

저게 자랑이 아니라 정말 사실만 읊었을 뿐이라는 것이 어딘가 재수 없었다.

홍보 포스터를 보던 칼리스는 알고 있던 설정과 다른 점을 발견했다.


“음? 상품이 걸려 있잖아?”

“이번 시험부터 더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품까지 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하는군요.”


칼리스는 눈을 찌푸린 채 좁쌀만한 글자를 읽었다.


“우승 상품으로 아테나의 투명방패를 준다고?”


키르케는 동시에 심각해진 칼리스와 테이레스를 어리둥절한 얼굴로 올려다보았다.

칼리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마법 토너먼트, 황실이 관여했군.”


테이레스는 칼리스의 말에 바로 동의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황실은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거지?”

“들리는 바로는, 이번 대의 태자전하가 마법의 재능을 타고나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 황실은 마법 쪽에 지원을 퍼붓고 있다고.”


테이레스의 말을 들으며 칼리스는 팔짱을 낀 채 미간을 찌푸렸다.


‘황제는 절대 그럴만한 인물이 아니야. 황태자를 구해줬어도 지팡이를 순순히 내놓기는커녕 키르케를 부려먹고 인질로 잡으려고 한 놈이라고.’


이 시기에 황실의 보배를 일부러 토너먼트에 건 행위.

역시 떠오르는 건 하나 밖에 없었다.


“어쩌면 날 유인하기 위한 장치인가?”

“그거 괜찮네.”


칼리스는 화들짝 놀라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귀족가의 부인처럼 말끔하고 아름답게 차려입은 주노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늘 풀어헤치고 있던 주홍색 머리도 깔끔하게 올려 묶으니 그 미모가 더욱 살아보였다.


“까짓 거 한번 낚여주지 그래?”


칼리스가 뭘 물어보기도 전에 주노는 집게손가락을 입가에 대었다.


“너무 예뻐서 여러모로 물어보고 싶은 게 많겠지만 참아줘. 나름대로의 변장이거든.”

“누, 누구세요?”


키르케를 보며 주노는 싱긋 웃었다.


“이젠 아줌마라고 안 하네? 샌님이 잘 말해둔 모양이군.”

“그, 그때 그 아줌마예요?”

“쉿, 쉿. 네 아버지까지 잡혀갔으면 좋겠니?”


주노에 의해 입이 막힌 키르케가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그럼 좀 입 다물고 있어. 망할 꼬맹아.”


주노에게서 풀려난 키르케는 볼을 부풀리며 투덜거렸다.


“꼬맹이 아닌데.”


주노와 키르케가 또 티격태격하기 전에 칼리스는 주노에게 물었다.


“내가 낚여줘야 할 이유가 뭐지?”

“이거.”


주노는 손가락으로 우승상품을 가리켰다.


“전파와 증폭 기능을 둘 다 할 수 있는 장치야.”


칼리스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게시판을 바라보았다.


“방패인데?”

“그래, 우리 깡통인 백작님을 위해 쉽게 설명해줄게. 이 방패를 마법 장벽에 세게 부딪치면 마법 장벽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거야.”


주노는 칼리스를 향해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약골인 당신 몸을 지키기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걸?”

“그야 그렇겠지만···순순히 줄 거란 보장이 없잖아.”


칼리스는 약골이라는 주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당장 기사들과 테이레스, 마수들이 없다면 당장 위험에 처하는 몸이었다.

혼자서도 몸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 절실했다.


“애초에 이런 토너먼트에 나갈 사람이 없어. 당장 오늘 밤에 열린다는데 누굴 구해서 내보내냐고.”


키르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포스터에 눈을 떼지 못하는 칼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무언가 결심한 듯 키르케는 테이레스의 소매 자락을 끌었다.


“제, 제가 나갈래요!”

“공녀님?”

“그동안 선생님한테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잖아요. 저 꼭 참가하고 싶어요!”


테이레스는 키르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공녀님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공녀님은 아직 이 대회에 참가하긴 어리십니다.”

“나이 제한이 있는 거예요?”

“그런 뜻이 아니라 다칠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 토너먼트는 실전입니다. 그러니 실전 경험이 뒷받침되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녀님은 아직 그런 경험이 없으시니까요.”

“그럼 이걸 실전 경험으로 만들면 안 되나요?”


키르케의 당돌한 말에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던 칼리스가 피식 웃었다.


“그것도 일리가 있군.”


칼리스는 한쪽 무릎을 꿇고 키르케와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하지만 키르케, 그걸 알아둬야 한다. 토너먼트에 나가더라도 이 칼리스의 딸로 나가서는 안 돼.”

“네?”

“우리 둘 다 황제한테 찍혔거든.”


칼리스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주노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요청했다.

키르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둘을 올려다보았다.


-


토너먼트 신청서를 내는 곳에는 이미 아이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저기 봐, 푸르엔테 가문의 장남이야.”

“흥, 명문이니 뭐니 잘난 척 하다니 요즘은 실력이 영 말이 아니라지? 우리 가문의 애가 분명 10위권에 들 거라고.”


쟁쟁한 마법 가문 소속의 인간들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며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다소 허름한 옷을 입은 여자와 흑발의 소년이 그 자리에 발을 들였다.


“어머, 저기 봐.”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 그들에게 시선이 쏠렸다.

허름한 옷을 입고 있어도 모자(母子)는 이 자리에 있는 어떤 사람들보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멋지다···왕자님 같아.”

“얘가! 정신 차리지 못해! 토너먼트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특히 여자아이들이 소년에게 관심을 보이며 얼굴을 붉혔다.

부모가 면박을 줘도 아랑곳하지 않고 완전히 마음을 뺏긴 채였다.

흑발의 소년이 한숨을 쉬더니 옆에 있던 어머니에게 속삭였다.


“나 안 이상해 미미?”

“그럼! 지금 키르케 완전 남자아이 같아.”

“그런 말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니라고···”


소년으로 분장한 키르케가 눈썹을 찌푸리며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


칼리스가 주노에게 귓속말로 했던 말은 이러했다.


“너의 그 변장술, 키르케한테도 쓸 수 있을까?”


주노는 칼리스의 말을 듣자마자 칼리스가 뭘 꾸미고 있는 지 눈치 채고 씩 웃었다.


“할 생각이 들었나보군. 뭣하면 남자애로도 변장시켜줄 수 있어.”

“나, 남자애?”


주노의 말에 키르케가 화들짝 놀라 칼리스 쪽을 바라보았다.


“키르케. 아까 아버지가 했던 말 기억하지?”


키르케는 칼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싫은데···”

“남자로 분장하면 설마 네가 칼리스의 딸이라고는 생각 못하겠지. 신분을 숨기기에 이만한 방법이 없어.”


주노는 꽤 부드럽게 키르케를 달랬다.

키르케는 힐끔 칼리스의 눈치를 살피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요. 할래요. 대신요! 마법 수정 사주시는 김에 제 소유의 정령도 사주세요.”

“뭐?”


칼리스가 놀라자 테이레스가 작게 웃었다.


“이거, 공녀님이 제대로 큰 걸 거셨군요.”

“마법 정령, 그거 네가 가르쳐줬지?”

“그야 학습에 필요했으니까요.”


뻔뻔하게 대답하는 테이레스를 보며 칼리스는 한숨을 쉬었다.

등골이 휠 미래가 보였지만, 목숨 값에 비하면 싼 편이었다.


“약속하마.”

“도장과 복사!”

“그래, 그래.”


도장과 복사까지 제대로 받은 후, 키르케는 주노의 손을 잡고 따라갔다.


-


키르케의 참가 신청서를 받아든 직원이 의문이 가득한 표정이 되었다.


“참가하시는 거 맞죠? 여기 부모의 마법 학력을 안 적으셨는데.”

“저희 부모님은 마법 관련으로 공부하신 적이 없어서요.”

“아, 네···”


직원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신청서를 접수했다.

순식간에 키르케는 많은 눈총을 받았다.


“쟤는 부모 둘 다 마법 능력이 없대.”

“참나, 무슨 자신감으로 참가하러 온 거래?”


자신을 깔보는 분위기로 가득한 곳에서 키르케는 이를 악물었다.


“꼭 팝콘 각 할 거야.”


칼리스가 가르쳐준 말을 되새기며 키르케는 마음을 다잡았다.


“키르케는 할 수 있어 미이. 큼, 울음소리 내지 말라고 했는데.”

“그리고 날 키르케라고 부르면 안 되지.”

“맞다, 맞다. 코르라고 했던가?”

“그래. 그 이름으로 불러야 해.”


키르케는 주먹을 꽉 쥐었다.


“꼭 우승해서 아버지를 도와드릴 거야.”


그때, 누군가가 키르케와 미미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네가 아까 신청서 낸 코르 마르타라는 애 맞지?”


키르케는 고개를 들었다.


-


한편, 테이레스는 칼리스와 함께 몸을 숨긴 채 잠자코 참가자들의 상태를 훑어보고 있었다.


“굉장히 차분하군. 자네는 키르케가 토너먼트에 나가는 걸 반대하지 않았나?”

“지금 참가자들의 실력을 어림짐작해보니 알겠습니다.”


테이레스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토너먼트는···”

“당신은 설마···대현자 테이레스?”


하지만 테이레스의 말은 도중에 끊겼다.

금발의 젊은 부부가 테이레스와 칼리스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테이레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칼리스는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테이레스를 보다가 이내 젊은 부부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래도 이곳에 다시 오셨다는 건 역시 마음을 바꾸셨다는 뜻이겠죠?”


칼리스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생각했다.


‘무슨 소리지?’


테이레스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저희 딸, 에리스의 스승을 맡아주시기로 결심하신 거죠?”


남자 쪽에서 꺼낸 말에 칼리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작가의말

김마모님 꾸준한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벌써 8번이나 후원을 해주셨어요ㅎㅎ봐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이 많이 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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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고쳐 쓸 수 있는 사람(2) +2 21.01.26 687 28 15쪽
27 고쳐 쓸 수 있는 사람(1) +2 21.01.25 739 27 12쪽
26 다 털렸죠? +2 21.01.24 770 30 15쪽
25 내 딸 내놔 +1 21.01.23 807 28 12쪽
24 신발 찾아 삼만리 +3 21.01.22 788 26 14쪽
23 독 안에 든 쥐 +1 21.01.21 795 35 14쪽
22 속일 걸 속여야지 21.01.20 895 32 14쪽
21 쉴 틈을 안 주네 +1 21.01.19 875 35 13쪽
20 너를 구하게 될 줄은 +4 21.01.18 932 34 14쪽
19 너를 보게 될 줄은 21.01.17 942 32 12쪽
18 호랑이를 길렀네 +2 21.01.16 945 33 15쪽
17 고양이를 기른 줄 알았더니 +1 21.01.15 945 37 14쪽
16 그래봤자 손바닥 안(2) +1 21.01.14 940 38 15쪽
15 그래봤자 손바닥 안(1) 21.01.13 965 39 14쪽
14 원수와 아군은 한 끗 차이(3) 21.01.12 1,051 38 16쪽
13 원수와 아군은 한 끗 차이(2) +1 21.01.11 1,057 44 12쪽
12 원수와 아군은 한 끗 차이(1) 21.01.10 1,088 42 13쪽
11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봐라(3) 21.01.09 1,137 44 12쪽
10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봐라(2) +1 21.01.08 1,162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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