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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백작의 생존전략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1.02 18:12
최근연재일 :
2021.02.03 21: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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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4,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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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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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실력 좀 볼까?(2)

DUMMY

“그 이야기는 예전에 분명히 거절한 것으로 아는데요.”


테이레스는 불쾌감을 드러내며 몸을 돌렸다.

여자 쪽이 당황하며 테이레스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렇다면 왜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거죠? 우리 에리스가 이 토너먼트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려고 온 게 아닌가요?”


칼리스는 부부의 화법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뭐 이리 자기 좋을 대로 생각한담.’


테이레스는 여자의 말을 단박에 부정했다.


“아닙니다. 제 제자···”


주노가 준 망토로 얼굴을 가린 칼리스를 보고 테이레스는 말을 바꿨다.


“제 제자···로 한번 삼아보고 싶은 인재가 여기에 참여하기로 해서 온 겁니다.”


테이레스의 말에 부부는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제자로 삼고 싶어 하는 인재라니.”

“누군지 꼭 이야기를 듣고 싶군요.”

“꼭 대답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꼬치꼬치 물어오는 부부에게 테이레스는 날선 반응을 내보였다.


“그야 우리 우수한 에리스를 제치고 테이레스가 눈독을 들인 자라니. 궁금할 만하잖아요?”


부부의 눈에 교활한 빛이 감돌았다.

이야기 해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들러붙을 작정으로 보였다.


“코르 마르타라는 소년입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죠.”


결국, 테이레스는 한숨을 내쉬며 칼리스가 급조한 키르케의 가명과 뒷배경을 말했다.


“그랬군요.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소년의 어머니는 어느 학파 출신인지 아시나요? 어쩌면 마주쳤을 수도 있겠네. 호호.”


부부의 질문을 들은 칼리스는 순식간에 질린 표정이 되었다.


‘아, 이딴 거 물어볼 줄 알았다. 정말.’


테이레스는 힐끔 칼리스에게 말없이 눈빛으로만 물었다.

칼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학파는 위조해봤자 금방 들키니까.’


테이레스는 칼리스의 바람대로 어머니의 학력을 지어내지 않고 말했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딱히 마법 관련 공부를 한 적은 없는 걸로 압니다.”

“어머, 놀랍네요. 마법이란 타고난 생체 에너지와 마력이 좌우하는 분야라서 부모의 능력이 자식의 능력에도 꽤 영향을 미치는데.”

“이상하군. 그런데도 대현자 테이레스가 눈독을 들이다니. 우리 에리스는 부모 모두가 마법 학을 연구하는 우수한 학자인데 말이야.”


칼리스는 피곤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 전형적인 어그로 충이군.’


칼리스는 그저 테이레스가 빨리 이 어그로 부부를 물리치고 자리를 이동하길 바라고 있었다.

테이레스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그 소년은 이 토너먼트에서 우승할 겁니다.”


-


어느새 토너먼트가 시작되는 밤이 되었다.

참가자들의 보호자나 관계자가 관객석에 우르르 앉았다.

칼리스와 테이레스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조금 구석 자리에 앉았다.


“테이레스, 아까 자네가 했던 말 말인데.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보나?”

“제 말이 틀리게 된다면 당장 짐 싸겠습니다.”

“아니, 그건 좀···”

“지켜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테이레스의 애매한 말에 칼리스는 일단 얌전히 지켜보기로 했다.

이윽고 토너먼트가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마법 토너먼트를 개최하겠습니다!”


간단한 의식이 끝나자마자 여러 대련이 한꺼번에 지나갔다.


“내가 마법 대련을 보는 건지 격투기를 보는 건지 잘 모르겠군.”


칼리스가 테이레스에게 속삭였다.

그만큼 참가자들의 마법은 칼리스의 생각보다 거칠고 우악스러웠다.


“토너먼트니까요. 상대방에게 확실히 항복 의사를 얻어내기 위해, 일부러 거친 마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자네도 그랬나?”

“대답은 유보하도록 하죠.”


어이없어하는 칼리스를 두고 테이레스가 침착하게 말했다.


“이제 공녀님의 차례군요.”


테이레스의 확신을 믿고 평온하게 지켜보려고 했지만 역시 긴장됐다.

칼리스는 무심코 한쪽 팔을 힘주어 잡았다.


“공녀님의 상대는 마법 명가 아스테리아 가의 둘째 공자군요. 에리스 양처럼 어린 나이에 고급 마법을 전부 익혀서 화제가 됐던 천재입니다.”

“그렇군. 키르케라면 잘 해내겠지.”


칼리스는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며 대회장을 지켜보았다.


‘지는 건 둘째치고 이러다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겠다고 삐뚤어지면 골치 아픈데.’


어렸을 때 겪었던 경험들이 칼리스의 걱정을 부채질했다.

돈도, 지지해줄 부모도 없던 고아 김현우는 어릴 때부터 많은 실패를 겪었고 많은 것을 포기했다.


‘아무리 급했다지만 이런 곳에 나가라고 한 건 너무 성급했나?’


칼리스의 걱정이 마구 솟아오르는 가운데, 대련이 시작되었다.

키르케는 손과 발에 마력을 집중시키며 테이레스에게 배운 대로 마법을 실행했다.


“굉장하군요.”


테이레스가 마법이 다 실현되기도 전에 감탄하며 내뱉었다.

칼리스가 무슨 말이냐고 물으려던 찰나, 키르케의 상대였던 둘째 공자가 갑자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하, 항복!”


관객석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일제히 웅성거렸다.

이 토너먼트가 열린 후, 최단 시간에 얻어낸 항복이었기 때문이다.

칼리스는 부부와 논쟁을 벌이던 테이레스의 모습을 떠올렸다.


-


테이레스가 갑자기 내뱉은 폭탄 발언에 부부는 물론, 칼리스까지 일순 굳어졌다.


“노, 농담이시겠죠?”

“전 진지합니다.”

“우, 우승자는 우리 딸 에리스에요! 우리 에리스는 최연소의 나이로 마법 논문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천재니까.”


부부는 어느새 얼굴이 빨개진 채 테이레스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 소년은 에리스 양보다 한 살 어리지만 지지 않는 마법 소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테이레스는 부부와 달리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 소년을 가르···아니, 옆에서 계속 지켜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뛰었는지···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고 스무 가지를 궁금해하던 아이였으니까요.”


키르케를 떠올리며 테이레스는 진심으로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런 테이레스를 보며 칼리스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키르케에 대해 이렇게까지 좋게 생각해주다니.’


원래 소설에서 머리 빈 악녀라 모두에게 지독하게 미움받았을 뿐인 자신의 딸.

하지만 지금은 딸의 재능을 눈치채고 누구보다 아껴주는 사람이 있었다.


‘내 딸, 제법인데. 테이레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고 말이야.’


칼리스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것 참, 딸이 슈퍼 천재인 것도 힘드네. 적당히 교양 있는 아가씨로만 기르려고 했는데 일이 너무 커져 버렸잖아.’


칼리스는 기쁜 마음을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억눌렀다.

하지만 슬슬 이 거머리 같은 부부를 떼어내야 할 때가 왔다.

칼리스는 슬쩍 대화에 끼어들었다.


“테이레스 님이 그 소년을 좋게 생각하는 이유는 차고 넘치죠. 그 천재 소년이 새로 확립한 마법 이론도 있으니까요. 꽤 화제가 됐었습니다.”

“이분은···?”


칼리스는 부부에게 고개를 숙였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테이레스님의 조수입니다.”


칼리스의 말에 테이레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소년이 확립했다는 마법 이론이 대체 뭐죠?”


테이레스가 놀란 것을 눈치채지 못한 남자가 미간을 팍 찡그린 채 칼리스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칼리스는 씩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파프콘 각 이론이라고 합니다만 모르셨나요? 고명하신 학자분들이니 충분히 아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 그런 건 처음 듣습니다만.”

“어차피 엉터리라 학계에서 퇴출당한 이론이겠죠.”


여자가 부채를 흔들며 칼리스의 말을 부정하려 애썼다.


“퇴출당했다면 여러 학자들이 참여해서 퇴출 사유를 학계에 밝혔을 텐데요. 두 분은 그럼 그 이론의 퇴출 사유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부부는 칼리스의 날카로운 지적에 순간 할 말을 잃고 굳어버렸다.


“이해합니다. 혹시라도 그 퇴출 사유를 밝히는 모임에 초대받지 못하셨을 수도 있죠. 아예 그 이론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학자를 불러낼 수는 없으니.”

“무, 무례한!”


부부가 분개하자 테이레스가 먼저 칼리스를 말렸다.


“큼큼, 그만하게. 조수.”

“실례했습니다.”


부부는 씩씩거리며 테이레스와 칼리스를 노려보았다.


“오, 오늘 가서 찾아보겠어요. 그 파프콘 각 이론이란 것을.”

“얼마나 뛰어난 이론인지 두고 보자고.”


에리스의 부모는 이를 갈며 분해하더니 드디어 자리를 뜰 채비를 했다.


“후회하게 될 겁니다! 테이레스!”


칼리스는 부부가 육성으로 내뱉은 말을 들으며 속으로 조금 감탄했다.


‘와, 존나 전형적인 플래그 대사. 처발리는 놈들은 꼭 저런 대사 하는데.’


칼리스는 멀어져가는 부부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놀랐습니다. 마법 이론 퇴출 과정을 그렇게 상세하게 알고 계시다니.”


테이레스가 한 말에 칼리스는 어깨만 으쓱할 뿐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것도 소설 설정에 나온 거니까.’


칼리스가 무언으로 던진 의사를 테이레스는 그때처럼 잘 알아들었다.

그래서 아무리 궁금하더라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파프콘 각 이론은 뭡니까? 정말 있는 이론입니까?”

“팝콘 각.”

“네?”

“그런 게 있어. 정 궁금하면 키르케한테 물어봐.”

“설마 공녀님이 정말로···”


칼리스는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는 테이레스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만 가자.”


둘은 그렇게 토너먼트 장으로 향했다.


-


그때의 일을 잠시 떠올리던 칼리스는 다시 토너먼트에 집중했다.

상대의 목 주변에 날카로운 얼음송곳이 둥둥 떠 있었다.


“저 아이는 누구지?”

“이 도시에서는 본 적이 없는데?”

“외부인이란 말이야? 게다가 저렇게 어린데 이런 굉장한 마법을 부리다니!”

“당장 눈에 익혀둬야겠어.”


관객석이 대회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란스러워지자 진행요원들이 다급하게 진정시켰다.

어리둥절 해하는 칼리스에게 테이레스가 천천히 설명했다.


“저건 두 원소를 한꺼번에 융합한 마법입니다. 저 나이에 이 마법을 능숙하게 성공한 것도 모자라 저 정도 위력을 내는 건 거의 역사에 기록될 수준이죠.”

“그렇게 대단하단 말인가?”

“그럼요. 예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백작님은 마법 소양이 전혀 없으시니, 대단하다고 알려드려도 잘 모르셨을 겁니다.”


칼리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대현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전히 테이레스는 지나치게 솔직했다.


“거 참 미안하게 됐군. 자네, 내가 자네 고용주라는 걸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천만의 말씀입니다.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백작님 덕분에 제가 공녀님을 만나게 되었으니까요.”


키르케를 바라보는 테이레스의 눈빛은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공녀님의 세기의 천재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주십시오.”


칼리스를 바라보며 테이레스는 다시 인자하게 웃었다.


“물론 제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그러고 계시지만.”


칼리스는 테이레스의 말에 어색하게 고개만 끄덕이고 다시 시선을 돌렸다.


‘난 그냥 살고 싶어서 그랬던 것뿐인데. 거북하게.’


키르케가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관객석의 칼리스와 테이레스를 찾고 있는 듯했다.


“그럼 다음 대련을 진행하겠습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다음 대련이 시작되었다.

키르케의 상대로 나온 금발의 여자아이를 보자마자 테이레스는 미묘한 표정이 되었다.

칼리스는 여자아이의 얼굴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 아이 얼굴, 어딘지 낯익은데.’


금발의 여자아이는 소년으로 분장한 키르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서 또 만나게 되네.”

“너는···”


여자아이는 책으로 보이는 마법 도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얼굴을 붉힌 채 눈물까지 글썽이며 키르케에게 선전포고를 던졌다.


“감히 내 마음을 갖고 놀다니! 아무리 첫눈에 반한 상대라고 해도 안 봐줄 거야. 각오해!”


여자아이가 내뱉은 말에 그때 만났던 금발의 젊은 부부가 벌떡 일어섰다.


“에, 에리스?”

“얘, 얘,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이 광경을 보던 칼리스는 서둘러 입을 막고 고개를 푹 숙였다.


‘와씨, 이거야말로 진짜 팝콘 각이지.’


칼리스의 어깨가 폭소를 참느라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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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다 털렸죠? +2 21.01.24 770 30 15쪽
25 내 딸 내놔 +1 21.01.23 806 28 12쪽
24 신발 찾아 삼만리 +3 21.01.22 788 26 14쪽
23 독 안에 든 쥐 +1 21.01.21 795 35 14쪽
22 속일 걸 속여야지 21.01.20 895 32 14쪽
21 쉴 틈을 안 주네 +1 21.01.19 874 35 13쪽
20 너를 구하게 될 줄은 +4 21.01.18 932 34 14쪽
19 너를 보게 될 줄은 21.01.17 941 32 12쪽
18 호랑이를 길렀네 +2 21.01.16 944 33 15쪽
17 고양이를 기른 줄 알았더니 +1 21.01.15 945 37 14쪽
16 그래봤자 손바닥 안(2) +1 21.01.14 940 38 15쪽
15 그래봤자 손바닥 안(1) 21.01.13 965 39 14쪽
14 원수와 아군은 한 끗 차이(3) 21.01.12 1,051 38 16쪽
13 원수와 아군은 한 끗 차이(2) +1 21.01.11 1,056 44 12쪽
12 원수와 아군은 한 끗 차이(1) 21.01.10 1,088 42 13쪽
11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봐라(3) 21.01.09 1,137 44 12쪽
10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봐라(2) +1 21.01.08 1,161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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