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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백작의 생존전략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1.02 18:12
최근연재일 :
2021.02.03 21: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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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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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4,097

작성
21.01.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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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간만의 나들이

DUMMY

당황하며 주노와 칼리스가 서둘러 몸을 피했다.

마을 사내들은 부엌칼을 막대기에 달아둔 엉성한 무기를 계속 휘둘렀다.


“오늘이야말로 끝장을 내주마!”

“진정 좀 해봐. 당신들, 우리를 다른 녀석들로 착각한 거 같은데.”


칼리스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며 잠시 행동을 멈췄다.


“너, 너희들 코린토스 강도단 놈들이 아니었어?”

“뭐?”

“그 녀석들 때문에 우리 마을이···”

“죽은 사람들도 너무 많고···우, 우린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마을 사람 중 몇몇이 말을 끝내지 못하고 흐느꼈다.

이제야 상황이 감이 잡힌 칼리스는 눈썹 한쪽을 찡그렸다.

옆에 있던 주노가 난감한 표정으로 칼리스에게 귓속말을 했다.


“자연스럽게 숨어서 수색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누명까지 쓰다니. 골치 아프게 됐네.”

“아니, 잘 됐어.”


주노는 미쳤냐는 표정을 칼리스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칼리스는 담담했다.


“내가 그 녀석들을 이미 예전에 박살 낸 적이 있거든.”

“뭐? 너 같은 샌님이 어떻게···”


칼리스는 말없이 발밑의 마수들을 가리켰다.

마수들은 칼리스를 한번 올려다보다가 해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들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뮤우.』

『못 먹어서 아쉬웠어 미이.』

『칼리스가 먹지 말라고 했거든 먀아.』


마수들의 이야기에 주노는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입을 다물었다.

칼리스는 마을 사람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너희들이 말하는 코린토스 강도 놈들 말인데···”


마을 사람들의 경계심은 극에 달해 칼리스를 향해 무기를 겨눈 채 내려놓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어떤 무리가 마을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이봐, 이봐! 놈들의 소굴이 없어졌어!”

“뭐라고?”

“우, 우리가 몰래 기습하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없더라고.”


동료에게 보고를 듣고 마을 사람들은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했다.


‘마을 안의 사람이 왜 이렇게 적은가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소굴을 습격하러 간 거였군.’


상황을 둘러보던 주노가 칼리스를 힐끔 쳐다보았다.

칼리스는 팔짱을 낀 채로 태연하게 말했다.


“이제 우리 말 좀 들어주겠지.”


칼리스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무기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


칼리스에게 모든 사정을 듣고 난 마을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연거푸 사과했다.


“정말 미안합니다.”

“설마 그 녀석들을 잡아주신 분들인 줄은···”


마을 사람들의 말에 주노가 작게 중얼거렸다.


“난 아닌데.”

“대충 그렇다고 해.”


주노와 칼리스가 그런 대화를 나누건 말건 마을 사람들은 기쁨을 나누기에 바빴다.


“이젠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어!”

“마누라랑 아이도 무사할 거야.”


모두가 기뻐하는 가운데, 한 사람이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응? 뭐가?”

“이분의 말씀대로라면 코린토스 놈들은 이미 옛날에 잡혀갔다는 거잖아.”


의문을 표한 사람은 어두운 얼굴로 자신의 집 쪽을 가리켰다.


“그런데 이틀 전에 내 옆집의 옆집에 살던 브랜든 씨가 사라진 일이 있었다고. 다들 기억하지?”

“아, 그랬지! 우리는 당연히 그놈들이 납치해간 줄 알았는데.”

“그 녀석들이 아니라면 누가 했다는 거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칼리스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 이야기, 좀 더 자세히 들려줄 수 있을까?”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칼리스에게 설명했다.

코린토스 강도단이 물건을 약탈할 뿐만 아니라 부녀자들도 납치해갔다는 것까지는 칼리스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부녀자가 아니라 건강한 젊은 남자들이 사라지는 일이 생겼다고 했다.


‘그때가 이 마수 녀석들이 그 강도 놈들을 다진고기로 만들었을 때인데.’


즉, 젊은 남자들을 납치해간 것은 강도단이 아니었다.

칼리스는 생각에 잠겼다.


“혹시 이 마을에 들어왔던 수상한 사람은 없었나? 검은 망토를 두른 자인데.”


칼리스와 함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노가 마을 사람들에게 불쑥 물었다.


“검은 망토···?”

“그러고 보니 있었던 거 같기도···노래 부르고 다니던 거지 녀석 있잖아.”

“구걸은 안 했으니까 거지는 아니지 않나?


마을 사람들의 대화가 점점 삼천포로 흘러갈 것 같아 칼리스가 도중에 끼어들었다.


“그 녀석에 대해서 기억나는 게 있으면 뭐든 말해줘.”

“글쎄다···그냥 떠돌이 거지인 줄 알고 다들 무시해서 말이지.”


마을의 아이들이 갑자기 칼리스를 향해 소리쳤다.


“내가 알아요! 검은 망토 아저씨!”

“우리한테 노래도 들려주고 놀아줬거든요.”

“얘가 정말! 엄마가 낯선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했잖아.”


어머니의 꾸중에도 아이들은 굴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아저씨, 풀 같은 걸 입에 물고 막막 불었어.”

“맞아, 엄청 예쁜 소리가 났어! 되게 신기했어.”

“봐봐, 이렇게!”


아이가 휘파람을 불며 엉성하게나마 연주를 따라 했다.


‘음? 들어본 적 있는 소리인데···이건 설마···?’


칼리스처럼 마수들도 털을 삐쭉 세우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시끄럽고 짜증 나는 소리···거기서 들었던 소리네 뮤우.』

『그 칼 휘두르던 녀석들이 내던 소리 말이지 미이?』

『소리도 작고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먀아.』

“정말 그 사람이 이걸 연주해줬다고?”


칼리스의 질문에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지는 것처럼, 이 마을에 마수들의 숲을 엉망으로 만든 배후가 방문했다는 증거들이 드러났다.


“그런데 그 사람 못 본 지가 한 달은 됐는데.”

“그 사람이랑 마을 사람들이 없어진 사건하고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

“아닌 거 같은데···그냥 평범한 거지 같았는걸.”


마을 사람들의 말에 주노는 차갑게 대꾸했다.


“직접 안 오고 누군가에게 지시했을 수도 있지. 당신들은 좀 더 사람을 의심할 필요가 있겠어.”


주노의 말에 마을 사람들이 술렁거리며 혼란스러워했다.

분위기를 타야겠다고 판단한 칼리스가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했다.


“괜찮다면 그 사람의 흔적을 조사하는데 협력해줄 수 있을까? 나하고 저 여자는 그 녀석이 마을 사람들의 실종에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럼요! 우리들의 은인이신데.”


흔쾌히 허락을 얻은 칼리스 일행은 마을을 살피기 시작했다.


-


작은 마을이라 수색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노는 마을의 서쪽으로 계속 나아가려던 칼리스의 앞을 막았다.


“여기, 장벽이 펼쳐져 있군.”


주노의 말에 칼리스는 앞을 보았다.

하지만 자신의 눈에는 너른 들판만 보일 뿐이었다.


“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고도의 기술이 들어간 마법 장벽이야. 보이지 않도록 따로 장치를 해뒀어.”

“그런데 당신은 왜 그게 보이는 건데?”

“여자의 비밀.”


주노가 대충 내놓은 대답에 칼리스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여기서 남자고 여자가 어디 있어.”

“그럼 당신, 그 이름을 어떻게 아는지 자세히 말할 거야?”


그렇게 받아치자 칼리스는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주노는 허공을 더듬거리며 칼리스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관해 설명을 늘어놓았다.


“이 마법 장벽을 열려면 특수한 기술이 필요해. 여러 장치도 필요하고.”

“마법과 관련된 장치들 말인가?”

“그래. 견고하게 짜인 마법 술식을 흔들리게 하는 전파 장치와 인간이 들어갈 만한 틈을 만들기 위해 증폭 장치가 필요하지.”


하지만 이 작은 마을에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칼리스는 무언가가 떠올리고 입을 열었다.


-


“아버지, 무슨 고민 있으세요?”


키르케가 고민에 빠진 듯한 칼리스를 걱정하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거면 뭐든 말씀해주세요! 아, 뮤뮤라도 쓰다듬으실래요? 털이 고와서 쓰다듬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뮤뮤?”


칼리스가 묻자 키르케는 해맑게 대답했다.


“네! 얘는 울음소리가 뮤우니까 뮤뮤라고 지었어요.”

“그럼 다른 애들은 미미랑 먀먀니?”

“네! 어떻게 아셨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는 키르케를 보며 칼리스는 어색하게 웃었다.


‘네이밍 센스가 참···’


칼리스는 손을 내저었다.


“난 괜찮다. 키르케.”


칼리스의 사양에 키르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뮤뮤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마법 도시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자마자 키르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와, 예쁘다!”


테이레스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키르케에게 다가왔다.


“이곳이 마음에 드십니까, 공녀님?”

“네! 정말 마음에 들어요.”

“안 그래도 마음에 드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여긴 제국 내에서 가장 마법이 발달한 도시니까요. 저 아름다운 건축물들도 마법사들의 손길이 들어갔기에 특히 아름다워진 거랍니다.”


스스럼없이 테이레스의 손을 꼭 잡고 키르케는 즐거운 표정으로 테이레스의 설명을 경청했다.


“정말요? 굉장하다!”

“천천히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이가 무척 좋아진 둘을 보며 칼리스는 조금 미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처음에는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테이레스를 붙들어놓을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키르케와 테이레스는 상성이 아주 좋았다.


‘여주인공은 테이레스가 길게 말하려고 하면 바로 끊고 어디로 튀었는데 말이야. 키르케는 완전히 정반대 타입이군.’


하지만 덕분에 수고가 덜었으니 칼리스로서는 감사할 일이었다.

칼리스는 도시 내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사정상 따로 다니고 있지만, 주노도 이 도시의 어딘가에 있을 터였다.

칼리스는 방금 전까지 주노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


“네가 말하는 마법 장치들, 혹시 네오아이에 가면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수도 근처의 마법 도시 말이야.”

“오, 샌님. 마법에 대해서는 영 깡통인 줄 알았는데 괜찮은 생각을 해냈네.”


주노의 말에 칼리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당신이야말로 석궁을 무기로 쓰면서 왜 그렇게 마법에 대해 잘 아는 건데?”

“내 친구가 마법사였거든. 천재라서 뭐든지 알고 있었어.”


주노의 표정이 한순간에 쓸쓸해졌다.

칼리스는 직감적으로 그 친구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것을 눈치챘다.


“당신을 보니까 그 녀석이 생각이 나네.”


칼리스를 향해 주노는 애써 웃어 보였다.

칼리스는 살짝 눈물에 젖은듯한 주노의 시선을 어색하게 외면했다.


“서둘러 향하는 게 좋겠군. 간만에 아버지 노릇도 좀 하고.”


칼리스가 화제를 돌리며 중얼거린 소리에 주노가 의문을 표했다.


“무슨 소리야?”

『드디어 키르케랑 놀러 가는 거구나 뮤웃!』


칼리스 대신 마수들이 칼리스의 의사를 대신 표현했다.

주노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칼리스에게 따졌다.


“이봐, 이 일에 아이까지 데리고 갈 생각이야?”

“그래, 이번 기회에 네가 아줌마가 아니라는 것도 전해두게.”


칼리스의 말에 주노는 잠시 멍해졌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 그건 중요하지.”


-


그렇게 칼리스와 주노는 마법 도시, 네오 아이로 향했다.

마냥 들떠있는 키르케를 보며 칼리스는 조금 미안해졌다.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이것도 일의 연장선이었기 때문이다.


‘이 도시에서 찾아내야 하는 건 전파 장치랑 증폭 장치···그리고 키르케의 마법 수정도 잊지 말고 사줘야지.’


주노의 말에 따르면, 전파 장치와 증폭 장치는 비유하는 단어일 뿐, 물품의 정확한 이름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 기능만을 위해 만들어진 마법 도구는 없고···다른 기능이 주가 되지만 전파와 증폭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마법 도구를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


주노의 설명을 떠올리던 칼리스는 머리를 쥐어 잡았다.


‘뭐가 이렇게 까다롭고 어려워. 미치겠네. 난 마법 공부 같은 건 절대 안 한다.’


원래 세계에서도 공부와 담쌓고 살았던 몸이었다.

스스로 공부를 할 바에야 주변에 똑똑한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편이 칼리스에게는 더 맞았다.

도서관 쪽으로 가볼까 고민하던 칼리스는 어떤 것에 시선을 빼앗겼다.


“음? 저게 뭐지?”


광장에 있는 거대한 게시판이 반짝이고 있었다.

게다가 게시판 주위에 인파들이 모여 있었다.

칼리스는 호기심에 게시판 쪽으로 다가갔다.


“마법 토너먼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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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의 나들이 +1 21.01.30 479 23 12쪽
31 통성명 +1 21.01.29 525 22 11쪽
30 물건 관리는 철저히 +1 21.01.28 559 23 12쪽
29 또 털렸죠? +1 21.01.27 606 27 13쪽
28 고쳐 쓸 수 있는 사람(2) +2 21.01.26 686 28 15쪽
27 고쳐 쓸 수 있는 사람(1) +2 21.01.25 739 27 12쪽
26 다 털렸죠? +2 21.01.24 770 30 15쪽
25 내 딸 내놔 +1 21.01.23 807 28 12쪽
24 신발 찾아 삼만리 +3 21.01.22 788 26 14쪽
23 독 안에 든 쥐 +1 21.01.21 795 35 14쪽
22 속일 걸 속여야지 21.01.20 895 32 14쪽
21 쉴 틈을 안 주네 +1 21.01.19 874 35 13쪽
20 너를 구하게 될 줄은 +4 21.01.18 932 34 14쪽
19 너를 보게 될 줄은 21.01.17 941 32 12쪽
18 호랑이를 길렀네 +2 21.01.16 945 33 15쪽
17 고양이를 기른 줄 알았더니 +1 21.01.15 945 37 14쪽
16 그래봤자 손바닥 안(2) +1 21.01.14 940 38 15쪽
15 그래봤자 손바닥 안(1) 21.01.13 965 39 14쪽
14 원수와 아군은 한 끗 차이(3) 21.01.12 1,051 38 16쪽
13 원수와 아군은 한 끗 차이(2) +1 21.01.11 1,056 44 12쪽
12 원수와 아군은 한 끗 차이(1) 21.01.10 1,088 4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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